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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Capítulo 141 - Capítulo 150

189 Capítulos

<141화> 각자의 속도대로 꾸준히 (3)

한 번 라면을 끓일 때 최대 몇 봉지까지 끓여봤냐는 질문에 다섯 봉지라고 답을 했다.어디 먹성 좋은 또래 친구들까지 떠올릴 필요도 없이 당장 부모님께서 부재중이라면 라면을 끓여달라고 저를 졸라대는 쌍둥이들.그렇게 두당 하나로는 모자랄 동생들을 알아 처음부터 다섯 봉지를 까놓고 조리에 들어갔지.근데 이거 뭔가 제대로 잘못됐다는 거다.이제 와 그 대답을 수습하기에는 한참이나 지났고 저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야 한다니까.“아니, 한 번에 다섯 봉지였지. 한 봉지씩 다섯 번이 아니었다고요. 후... 이젠 냄새도 역해. 주방은 함부로 들어오는 게 아니다.”아, 주방 담당 아르바이트생 한 명은 왜 하필 오늘 휴무를 던지고 저를 대타로 추천했을까.이렇게 힘들 걸 알았다면 시급 두 배라는 미끼에도 호탕한 웃음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그동안 제가 봐온 모든 타임에 주방 담당이 두 명씩 있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그리고 주방에 들어선지 한 시간도 안 돼 바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만화방 메뉴의 최종 보스는 그 흔한 국물 라면이 아닌 국물이 없는 볶음 라면이라는 것.어디 짜장 라면 하나라도 나갔다 하면 딩동 소리가 연발하는 게, 지금 당장 생지옥을 찾기란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니 말이다.“도준 씨. 그거까지만 하고 그만 퇴근하세요.”“아, 넵!”그래도 퇴근 시간은 제때 고지해주시는구나.하마터면 한 달이라는 시간을 채우기도 전, 탈주가 다급해진 제 마음을 눈치 챘나 보지.수차례 같은 스냅을 반복해왔던 제 손목.이러니 제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가정 하에 핀잔 섞인 혼잣말을 안 내뱉을 수가 있겠냐고.“전에 채반 하나 주문하겠다고 하신 거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나. 얜 하루 종일 말썽이네. 이걸로 볶음 라면 몇 개를 받아낸 거야. 오늘 나 다음에 네가 제일 고생했다.”“그러게. 주문을 안 하셨나.”“……!”이래서 시도 때도 없이 경계해야 하는구나.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여러 마디 내뱉으며 앞치마를 벗었을 뿐인데 주방을 나서 퇴근 인사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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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구름처럼 폭신폭신한 맛 (1)

기본 닭갈비 2인분에 우동 사리 추가.그리고 주식인 동시에 안주와 다름없는 메인 메뉴에 완벽한 페어를 위한 맥주 한 병.그래,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주문이었다.근데 맥주 주문과 동시에 신분증 검사를 한 직후에는 계란찜 서비스까지 받게 되었다지.덕분에 어설픈 술자리의 분위기는 무르익을 수밖에 없었고, 갓 스무 살의 배짱대로 맥주 한 병을 더 추가해서는 취기가 훅 올랐다는 거고.아,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면 내일은 너 나 할 것 없이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고등학교 졸업식 날이 맞았다.그러니 학생의 본분, 그런 걸 다 읊지는 못하더라도 무릇 생각이란 게 있는 인격체라면 이쯤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한다는 것도 안다.“이도준. 우리 이제 자주 못 보겠지.”“갑자기? 나한테 먹을 거 다 얻어먹고 멀어질 준비를 하겠다고? 나 아직 밥 계산 안 했다?”“아니, 누가 밥 계산이래. 밥 계산 말고 현실 말이야, 현실... 이전처럼 허둥거리면 낭떠러지 보는 건 시간문제잖아. 곧 우리 생활 반경이란 게 달라지면 지금만큼은 자주 못 볼 테고.”“야, 성소연. 나 그렇게 매정한 사람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나 네 미래가 걱정되면 잠수나 좀 타지 마. 이게 툭 하면 연락을 안 받아.”대학 입시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저를 찾기 바쁘더니 왜 요즘에는 땅굴 다 파고 들어가 뒤늦게나마 개미 목소리를 낼까.1지망까지는 아니지만 어디든 하나 합격해서 아버님 걱정을 덜어드리고 제 재능도 마음껏 펼칠 수 있겠다는 둥 좋아할 때는 언제고.이제야 좀 주변 사람들도 둘러보며 핑크빛 미래를 그리는 성소연인가 했는데 그새 또 불안이란 게 저 아이를 에워쌌나 보지.“그렇다고 내가 휘안이한테 네 소식 물어볼 수 없다는 것도 알면서. 넌 꼭 그렇게 수시로 네 걱정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더라? 그걸 다 알고 그러는 거면 너도 참 대단하다는 거고.”그리고 성소연.네가 또 모르는 게 하나 더 있어.이 몸은 친구들과의 연락 주기에 있어 전혀 매달리는 타입은 아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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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구름처럼 폭신폭신한 맛 (2)

“나는 있지... 이제 낄 때 안 낄 때 잘만 분간해. 안타깝게도 그리 대단한 운명을 타고 나지를 못했고 아마도 남들보다 몇 배는 더 고생해야 할 테니까. 아, 그렇다고 불쌍한 눈빛은 금지. 이래봬도 최근에는 살만 했어.”“성소연. 그거야말로 듣기 거북하거든. 너 인터넷 무료 사주 그만 보라니까?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듣고 네 자신만 깎아내리기 바빠.”“사주까지 볼 거 뭐 있어. 솔직히 내 주변에 잘난 사람들이 좀 많아야지. 그니까 너도… 생각이란 게 있으면 내 편부터 들어. 차휘안이 지율혜 편만 주구장창 들어주는 것처럼.”하, 성소연 얘가 또 겁도 없이 이기적이지.내가 지금 어떤 마음을 갖고 제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는 지 하나도 모르면서 말이다.“소연아.”“…뭐?”“그럼 좀 그럴 듯한 이유를 대봐. 휘안이가 지율혜 대하듯 내가 네 편을 들어줘야할 이유. 너, 내가 너한테만 특별한 사람이면 좋겠어?”이 정도면 잔의 밑바닥을 인지하는 바람에 술김에 막 나가게 됐다는 행동이 맞으려나.감성에 못 이겨 제 목구멍에 맥주 한 방울 털어 넣는 쇼맨십까지 자랑했으니 말이다.내일 당장이면 또 아무렇지 않을 우리.그래도 또 며칠이 지난 시점에 졸업 전야인 오늘을 되돌아보자면 평소와 달리 미묘했던 밤으로나마 기억될 가능성이란 게 있을 테니까.***오늘은 리짱 인생의 첫 한국 졸업식.학사모도 써야 하고 졸업장도 받아야 하고 기념사진도 찍어야 해서 정신없는 하루.사실 모든 과정이 그렇겠지만 익숙한 관문을 지나 새로운 출발점을 앞뒀다하면 지레짐작 큰 겁을 먹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한국 고등학교 졸업식도 그런 맥락에서 리짱에게는 익숙한 과정은 아니니까.그래도 다행인 건 리짱은 오늘 역시 하나뿐인 아기 토끼와 함께한다는 거야.따라서 용맹해지기에는 충분한 환경인 거고.“율혜야. 입 심심하지? 율혜 아, 해볼래?”“어, 우유 캐러멜이다! 이건 어디 있었지?”“헤헤. 율혜 주려고 여기 한 주먹 챙겨왔지. 자, 우리 율혜만 아~ 이렇게 단체로 있을 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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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구름처럼 폭신폭신한 맛 (3)

“응. 내가 이해한 대로 대답해볼게. 만약 이게 내 기억 속 동그라미들이라면 여기 강당 전체, 아니 학교 전체를 채우고도 다 넘칠 거야.”“정말? 휘안이의 기억 속 동그라미들은 동그라미들을 잇다 못해 망원경이 다 돼서?”“그치. 율혜 하나만 떠올려도 그래. 우리 둘이 학교에서 쌓은 추억들만 얼마나 많은데. 그걸 딱 하나의 기억으로만 정의할 수는 없잖아.”휘안은 율혜가 허공 위로 만든 동그라미들에 제 동그라미들도 착실히 더해 보이며 스스로가 생각하는 바른 정답을 내놓았다.그러자 다시금 반짝이는 율혜의 눈빛.이건 납득이 되었다는 징조가 분명했다.“어… 그렇다면 리짱은 휘안이 기억 속에서 한 부분으로만 정의될 수 없다는 거야? 막 여러 개야? 그래서 더 복잡한 개념인 거고?”“응. 어디 한 부분만 차지했을까. 율혜는 내 학창시절 추억 속 가장 큰 지분을 자치하고 있어. 여기 강당 맨 앞에서부터 맨 뒤까지 내 추억들을 나열해도 율혜가 곳곳에 있을 거야.”각자가 만든 손 망원경 하나씩 장착하고 서로의 이목구비를 빤히 들여다보는 중.그러다 누구 하나 먼저랄 것도 없이 파스스 웃음이 흩어지면 아기 토끼 커플이 연구하던 기억 과제 점수는 만점이라는 결과였다.심지어 방송부 카메라 중 하나도 그 장면을 놓칠 수 없었는지 해사하게도 웃으며 손장난을 치던 둘의 모습을 십오 초가량 쭉 비췄지.글쎄, 그 둘이 마현고 내 유명인사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 역시 강단 스크린을 보자마자 여럿 감탄사를 내뱉었단다.후배 방송부원들이야 카메라 테스트 겸 강당 전체를 보여주려다 실수한 거라고 했지만 그건 정말이지 안 하느니만 못한 해명.아무래도 올해 방송부 인솔 교사는 2년 내내 율혜와 휘안을 봐왔던 김미영 선생이었다는 사실이 바로 드러났다니 말이다.그러니 해프닝 쪽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어져 본격적인 졸업식 전부터 잘도 웅성거리게 된 명장면 중 하나가 다 됐다는 거고.***일반인들로 가득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영 앤 리치 톨 앤 핸섬의 대명사 등장이라.이미 아이돌 덕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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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새로운 꼬까옷으로 마중을 (1)

아, 라디안 덕질과 관련해 그 누구보다도 민첩하다는 저만의 정보통은 이젠 라디안이 아닌 저로 인해서도 질투를 내비치게 되었구나.우리 예린이 이렇게 귀여워서 어떡하지.지금도 봐라.괜스레 웃음 끝만 흘리니 이미 넌 기회를 놓쳤다는 둥 테이블 위로 저와 겹쳐둔 두 손도 내빼고 제 핸드폰도 휙 하고 가져가는데.“진짜 생각할수록 어이없네. 잘생긴 남자만 봤다 하면 눈 돌아가는 럭키원? 아니, 누가 누구 보고 럭키원 대변인이래. 사람이 이렇게 객관적이지 못해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한시라도 빨리 이 몸을 달래지 않았다가는 하루 웬 종일 불편한 데이트가 될 거라는 서막.그렇다면 저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템포 쉬고 납작 좀 엎드려 아양을 떨어봐야겠다.“나 보지 마라. 이제부터 웃상이라는 웃상은 상대도 안 할 거야. 앞뒤가 다른 부류라는 걸 확인했어. 고로 더는 말 섞기도 싫다는 거지.”“아, 예린아~ 내가 잘못했어, 응?”“…….”“알았어. 웃상인 내가 예린이 앞에 있어서 불편하다는 거지? 그럼 예린이 시야에 하나도 안 들어오게끔 자리를 이동해볼게. 어때? 내가 이쪽으로 오니까 좀 전보다는 마음이 편하지?”하여튼 누가 또 영 앤 리치 톨 앤 핸섬의 추종자 아니랄까봐 맺고 끊음이 확실하다.새끼 오리마냥 쭉 내민 입술로서 웃상이란 웃상은 상대하지 않겠다는 둥 마음에도 없는 말 내뱉으면 제가 떨어져나갈 줄 알았나.테이블 위로 가상의 선까지 그어가며 저와 구역을 나눠 쓰겠다는 의사를 밝히는데 도무지 그 소원은 못 들어주겠다 싶었다니까.“…보지 말라니까 기어코 자리를 이동해?”“응. 분단국가에 뭣 하러 따로 앉아. 여기 계신 내국인께서 외국인 배려 좀 해줬으면 하는데? 옆자리라서 확실히 덜 거슬리지?”“짜증나... 재이 재원 팍 진짜 뻔뻔해.”“그럼 뭘 어떡해. 난 예린이한테 미움 같은 건 받고 싶지가 않다는데. 나 보기 싫다니까 어깨동무만 하고 있을게. 아니다. 무거운 팔 쭉 닿는 것도 거슬릴 테니까 악수나 한 번 하자.”숙일 때는 확실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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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새로운 꼬까옷으로 마중을 (2)

“그래? 그럼 나 말고 요즘 한참 관심이 가게 된다는 분야에 대해서나 말해봐. 이 도파민이 넘쳐나는 현 시대에 나예린만이 관심사라는 건 말이 안 되지. 어디 한 번 솔직하게 말해봐.”“어… 예린이 다음으로 관심 가는 분야? 굳이 떠올려 보자면… 스드메? 아무래도 내가 우리 예린이랑 연애 중이기도 하고, 또 우리 둘 다 성인이 된 만큼 핑크빛 미래를 그려보면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어때? 이번 건 좀 와 닿아?”“아~ 스드메? 그거 꽤나 문단속에 진심일 거 같은 이름 같네. 나야 뭐 우리 오빠들 아니면 다른 쪽으로는 관심도 없어서 말이야. 그냥 뭐 그렇다고. 내 핑크빛 미래는 오빠들뿐이거든.”역시나 새끼 오리는 커다란 몸집의 종족 앞에서도 얕잡아볼만한 종족이 아니다.이건 누가 봐도 늑대만을 향한 두터운 폭격.설마 스드메의 뜻을 모르는 쪽은 아닐 테고.제 미래 신랑감 자리는 그리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에둘러 선언하는 건가.아무렴 새끼 오리의 심기는 아무나 건드는 게 아니라고 늑대는 더한 반성이 필요했단다.***드디어 그날이 오기는 오는구나.지난 두세 달 동안 참 바삐도 움직였다.정확히 몇 시 몇 분이었는지는 몰라도 가족 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저는 취업이 아닌 창업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바로 밝혔다.물론 사업이라는 걸 쉽게 보고 도전하기로 한 건 아니었으니 너무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지는 말기를.설마하니 많은 자원이 필요한 걸 몰랐겠냐고.다만 저는 일반 아무개가 아닌 차소안이니까.무릇 각자에게 주어진 자원이 있다면 그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것도 사업가로서 필요한 됨됨이 아니겠냐고.아무튼 서론이 많이도 길어졌지만 저의 첫 온라인 쇼핑몰 사업은 부모님의 금전적 자원과 동생의 인적 자원을 토대로 운용될 예정이었다.“누나. 공장 발주 넣은 거 오늘 오는 거 맞아? 예상 배송 시간보다 너무 늦어지는데.”“아, 그거? 너 씻고 있을 때 도착해서 내 방에 갖다놨지. 아직 뜯어보지는 않았는데… 자, 여기! 말 나온 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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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새로운 꼬까옷으로 마중을 (3)

“음~ 우리 휘안이가 너무나도 맞는 말만 해서 누나 기분이 너무 좋아진 거 있지? 그래. 부대표께서는 내일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데 더 붙잡아서도 안 되지. 내일 납품 건은 누나한테 맡겨. 아빠 법무 팀 껴서 잘 진행해볼 테니까.”“헤헤. 그럼 저야 거절이라는 걸 하지 않죠. 대표님 하나 잘 믿고 일본 여행도 잘 다녀오는 쪽으로 이슈 마무리해보겠습니다!”오늘 할 일이 진짜 끝이라는 사실보다 제 입꼬리를 바로 올려줄 기쁜 사실은 앞으로의 비행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오른손에는 포크, 왼손에는 수저를 들고 돌돌 만 파스타를 오물오물 먹는 율혜가 보고 싶다.저라면 포크 하나로도 충분할 텐데, 어쩜 매번 그렇게 아기자기한 식사법의 소유자인지.더욱이 제가 먹게 될 파스타 맛이야 율혜가 보장하는 맛일 테니 그 맛은 아무래도 좋다.오히려 파스타 맛을 예상하는 쪽보다는 율혜를 감상하는 쪽이 더 기대된다고나 할까.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만나게 될 율혜.그 언젠가 제 구역에서 저 하나를 온전히 리드해보고 싶다더니 내일 당장 마주하게 될 율혜는 제 상상보다도 더 색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만 같은 확신이 든다.***신이 난 마음가짐 그대로 까치발을 들썩들썩.머리를 묶어볼까, 베레모를 써볼까 하루 웬 종일 고민한 끝에 결정한 오늘의 헤어스타일.글쎄, 헤어스타일 하나에도 수많은 튜닝을 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쭉 이어졌지만 아무래도 이런 재회의 순간에는 클래식만한 게 없다니까.율혜는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쓸어 넘기며 저와 휘안이 무려 열흘이나 넘게 다른 밤을 지새웠다는 걸 깨달았다.각자 다른 하늘 아래에 서서 여러 밤들을 세어보다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기로 대표 격인 장소에서의 재회라니.덕분에 익숙한 공항의 공기도 이질적으로 다가왔다고 표현하면 크나큰 설레발인가 싶었다는 거다.“과연 우리 휘안이가 잘 찾아올 수 있을까... 이렇게 코앞에서 기다린다고 해도 국제 미아가 되는 건 한순간이라는 건데.”전광판을 보니 비행기는 잘 도착했고 입국 심사를 거친 여행객들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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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말랑말랑한 발걸음을 따라 (1)

무성한 소문 그대로 율혜의 일본 본가에는 아기 리짱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묻어나왔다.눈 한 번 꼭 감고 그려보자면 더욱 더 선명해진다는 그 시절 아기 리짱의 모습.말랑말랑한 발걸음으로 제 구역 여기저기를 순찰하겠다며 집안 식구들의 사랑이며 료칸 손님들의 관심까지도 독차지했을 아기 리짱.그리고 시간이 부쩍 흐른 지금이야 테이블 하나를 두고 저도 한 자리 자리해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거다.“아기~ 어째 푸딩 먹는 게 영 시원치 못한 거 같아. 여기서 밤을 지새울 셈인가. 뭐, 나야 환영이지. 율혜가 여기서 자고 간다면야.”“이런, 흐물흐물한 수제비 같은 얼굴로 또 한 번 유혹하기는. 리짱이 휘안이 방 오자마자 확실히 말했지? 리짱은 그저 푸딩 하나를 다 먹으면 휘안이 방을 바로 떠날 계획이라고.”“헤헤. 아까는 푹 찐 찐빵이라더니. 그새 또 수제비로 진화했네. 근데 전부 다 괜찮게 들린다. 죄다 율혜가 좋아하는 것들이잖아.”“응. 다 씻고 잘 준비도 마쳤다는 휘안이는 밀가루 계열의 비유만이 정답이야. 만약 리짱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지금의 휘안이가 보았어도 당연하다는 듯 밀가루 계열로 분류했을걸.”샤워를 끝마치고 잠자리를 재정비하는 와중,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생각해보니 오늘은 제 할당량인 푸딩 하나를 까먹지 않았다면서 지금 당장 증인을 세워두고 제 몫을 챙겨야겠다는 소곤소곤한 다짐.이건 뭐 하도 밑도 끝도 없는 흐름이라 단전에서부터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러자 제 의사는 이미 다 눈치 챘다는 듯 이십 분 뒤에 보자는 말과 함께 뚝 끊긴 전화.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양치에 가글까지 입 속 청결을 한 번 더 확보하고 숨 좀 돌리려는데, 때에 맞춰 파자마 차림의 율혜가 등장했다.역시나 율혜 사전에 빈말 따위는 없구나.글쎄, 푸딩 하나와 스푼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왔을 줄 알았는데 저만을 위해 또 다른 무언가도 챙겨오는 섬세함을 보였다니 말이다.“헤헤. 오늘 여행 온 첫날인데 마무리도 재밌네. 율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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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말랑말랑한 발걸음을 따라 (2)

“음... 그래? 율혜 눈에는 오늘도 최고였어?”“당연하지. 자, 오늘 하루 리짱을 든든하게 지켜준 휘안 오빠에게 보상 하나를 줘야겠어. 휘안이 지금 당장 리짱에게 원하는 게 뭐야?”“그럼 난 뽀뽀. 율혜랑 뽀뽀가 하고 싶어. 안아주는 건 율혜가 지금 해주고 있으니까.”“좋았어! 그렇다면 우리 모두 재회 첫날을 잘 마무리했다는 기념으로 뽀뽀를 주고받는 거야. 휘안이는 그게 좋은 보상이라고 떠올렸다니까.”이제 막 자정을 코앞에 둔 야심한 시간.휘안은 율혜의 수긍이 끝나기 무섭게 율혜를 제 품에 끌어안고는 추가 의견을 일러보였다.“헤헤. 그럼 이왕 하는 거 복숭아 게임으로 진행하면 안 돼? 본편이 아닌 외전 편으로.”“어… 외전 편? 외전 편이 나오려면 본편이 엄청 잘돼야 할 걸? 리짱은 본부로부터 복숭아 농장 체험의 결과를 전해들은 적이 없는데?”“아, 내가 율혜 몰래 내통 좀 해봤어. 글쎄, 우리 율혜의 도움으로 복숭아 농장 체험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대. 그래서 복숭아 농장주가 새로운 아이템까지 구상해냈다는 거 있지.”그새 상상의 물꼬 틀어줬다고 배시시 웃기는.제 품에 폭 하니 녹아들어 달달한 푸딩 향을 마구 내뿜는데 그래서 더 정신을 못 차리겠다.“정말? 솔직히 리짱이 생각해도 리짱 없이 말랑말랑 복숭아가 수집되기까지의 과정은 꽤나 어려웠을 거 같아. 리짱은 그 사실을 알고 아주 조심스러운 자세로서 수집했다는 거거든.”“그러게. 내가 밀가루 계열이라면 말랑말랑 복숭아가 앙탈 계열이기는 했어. 아마 율혜가 없었다면 모든 복숭아 농사는 다 망했을 테지.”손도 손이지만 저보다 반 뼘이나 작은 발로 이 험난한 세상 어떻게 디디고 사는 건지.이러니 어디 의자에만 앉았다 하면 늘 상 동동 떠다니기 바쁜 두 발이었겠지.물론 우리 율혜는 저를 위아래로 쭉 훑는 시선 하며 꽉 끌어안는 손길보다는 복숭아 게임의 외전 편 규칙이 궁금하다는 눈치지만.“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좀 더 살살 달래보는 거야. 난 복숭아 담당. 우리 율혜는 푸딩 담당. 복숭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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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말랑말랑한 발걸음을 따라 (3)

“백 개? 그럼 거의 세 달치인데? 한 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라... 율혜 진짜 대단한데?”“당연하지. 한 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 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아도 리짱은 늘 해야 할 일은 미루지 않았다는 입장이야.”아무렴 제가 생각해도 제가 너무나도 대견한 나머지 밑도 끝도 없이 위풍당당해지고 싶을 때는 손 허리 자세만한 게 없다.덕분에 저 역시 그런 율혜를 보고 한국이 아닌 낯선 이국땅에서조차 웃음 끝이 헤퍼진 한 남자로 존재할 수 있었다니 말이다.“헤헤. 율혜가 손 허리 하는 사이에 서랍장 정리 다 끝내버렸지~ 종이쪽지가 들어있는 통도 잘 닫아놨어. 이젠 율혜가 마지막으로 확인해봐. 휘안이가 미처 발견 못 하고 여기 어딘가에 종이쪽지를 남겨놨나 하고 말이야.”“음~ 보아하니 흩어져있는 종이쪽지는 단 하나도 없군. 통 뚜껑도 잘 닫혔어. 무엇보다도 꼬까옷 위치도 그대로고. 그렇다면 닫아도 돼. 지금부터는 두 번째 서랍장을 열 계획이거든.”아, 첫 번째 서랍장도 흥미롭기 그지없었는데 두 번째 서랍장은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을까.역시나 모든 서랍장은 한 칸 한 칸씩마다 그만한 테마로 분류가 되어 있었나보다.율혜의 손길로 첫 번째 서랍장이 닫히는 동시에 바로 열린 두 번째 서랍장.글쎄, 이번 서랍장은 언어 천재라는 아기 리짱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소재들로 꽉 차 있는 게 한눈에 판명이 났다니 말이다.“아, 진짜 말도 못하게 귀여워~ 아기 리짱 글씨체 좀 봐. 율혜는 한글 자음 중에 이응이랑 히읗이 제일 좋다더니 어렸을 때도 똑같았네. 우리 율혜는 한글 공부에 진심이었구나.”여럿 토끼 도장이 찍힌 스케치북과 점선이란 점선은 알록달록하게도 이었다는 한글 학습지.스케치북도 그렇고 한글 학습지의 여백에도 그렇고 삐죽삐죽한 모음보다는 둥글둥글한 자음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은 게 율혜의 취향은 어렸을 때부터 쭉 한결 같았다는 거다.“응. 엄마 아빠 이름에도 동그라미. 휘안이 이름에도 동그라미. 어? 그러고 보니까 리짱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그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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