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록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지안이 비틀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윤정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지안아, 왜 이렇게 늦었어? 얼굴이 왜 이리 하얗게 질렸니. 어디 아파?”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하지만 지안은 억지로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아니에요, 엄마. 그냥 좀 피곤해서요.”“저녁은? 아빠가 너 기다리시다가 방금 서재로 들어가셨는데. 같이 밥 먹자.”“저 생각 없어요. 먼저 쉴게요.”지안은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문을 닫고, 잠갔다. 등을 문에 기댄 채 천천히 주저앉았다.가방 속에 들어있는 은색 USB가 손에 쥔 채 놓을 수 없는 칼처럼 느껴졌다.‘어떻게 해야 하지.’당장이라도 서재 문을 두드리고,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싶었다.하지만—그럴 수 없었다.아버지는 지금 가장 중요한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평생을 바쳐 준비해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그런데 딸이 만나는 남자가 국가 기술 유출이라는 거대한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그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아버지의 정치 인생은 끝이었다.아버지가 쌓아 올린 모든 명예와 꿈이, 자신 때문에 무너지게 될 게 분명했다.“안 돼. 아빠한테 말할 순 없어.”지안은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그날 밤,단 한 순간도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수백 번,수천 번.생각해도 결론은 하나였다.오빠를 설득하자.강민재를 이 늪에서 끌어내고, 그가 쥐고 있는 이 위험한 문서를 조용히 파기하게 만들자.“내가 끝까지 설득하면 들어줄거야.”그를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다음 날 아침.지안의 핸드폰이 울렸다.— 집 앞이야. 잠깐 나와.지안은 세수만 겨우 하고 밖으로 나갔다.집 앞 골목에 세워진 차 안에서, 강민재는 몹시 초조한 얼굴로 지안을 기다리고 있었다.지안이 조수석에 타자마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차가 도착한 곳은 조찬이 맛있기로 소문난 시내의
Last Updated : 2026-07-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