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조용했다.어제와 같은 세상이었지만, 서린에게는 전혀 다른 시작이었다.알람이 울리기 전, 서린은 먼저 눈을 떴다.깊이 잠들지는 못했지만, 숨이 막히는 꿈은 없었다. 천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이 방, 이 침대, 이 아침. 아직은 낯설었다.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았다.낯섦과 익숙함 사이, 어정쩡한 경계. 서린은 그 감각이 싫지 않았다.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켰다.메일함에는 밤새 도착한 알림들이 쌓여 있었다.서린은 순서대로 하나씩 열어 내려갔다.서류 합격.서류 합격.그리고 또, 서류 합격.화면에는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장이 반복해서 떠 있었다.누구에게는 기회의 시작이었겠지만, 서린에게는 달랐다.합격 자체보다 어디에 들어가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두 곳은 국내 대기업 계열사, 한 곳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였다.조건은 훌륭했다.연봉, 복지, 커리어 패스.누구나 선망할 만한 자리였다.하지만 서린은 숫자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대신 회사 소개 페이지를 열었다.사업 구조, 주요 거래처, 자금 흐름.국제통상과 국제경영을 전공하고, 데이터 분석으로 먹고 살아온 그녀에게 회사는 일터가 아니라 구조였다.돈이 어디서 들어와서, 어디로 흘러가며, 중간에서 무엇이 남는지. 규모가 큰 기업은 시스템도 촘촘했다.누군가 흔적을 남기면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발견한다.그녀가 찾는 것은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안에서는 얼마든지 썩어 들어갈 수 있는 곳.그 관점으로 보자면 이 회사들은 너무 컸고, 너무 정제되어 있었다.이미 수많은 눈이 붙어 있는 구조.처음부터 조금 더 알아보고 지원할 걸 그랬나.서류 합격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여기 와서 구해도 됐을 텐데.낯선 도시에 도착하기도 전에 조급하게 움직인 결과였다.그때의 자신은 살아남는 것만 생각했지, 어디로 들어갈 것인지는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다.채용 사이트에서 스크롤을 내리던 중, 시선이 멈췄다.중고자동차 매입·매출 전문 기업.
Last Updated : 2026-07-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