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하루 근무가 시작됨과 동시에 수혁이 인터폰을 눌렀다.“경영지원팀 한지우 대리. 지금 내 사무실로 와.”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한지우가 들어왔다.단정한 정장 차림, 흐트러짐 없는 쪽 찐 머리, 그리고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뿔테 안경. 마치 감정보다 규율이 먼저 배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녀가 수혁의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부르셨습니까, 대표님.”목소리에는 톤이 없었다.서린의 차가움과는 다른, 철저히 훈련된 사무적인 건조함이었다.수혁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30대 초반. 일 잘하고 입 무거운, 전형적인 비서실의 에이스였던 여자.왜 그녀를 잊고 있었을까.“한 대리.”“네.”“아니, 이제 한 실장이라고 불러야겠네.”지우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그것이 그녀가 보인 유일한 동요였다.“오늘부로 자리를 옮겨. 내 방 바로 앞으로.”“… ?”“비서실장이다. 내 일정, 결재 서류, 외부 미팅, 그리고 내 책상 위에 올라오는 모든 것들. 네가 1차로 걸러. 내 허락 없는 사람은 쥐새끼 한 마리도 들이지 말고.”수혁은 의자를 돌려 창밖을 보며 덧붙였다.“할 수 있겠어?”보통이라면 당황하거나, 이유를 물었을 것이다.하지만 지우는 질문하지 않았다.“알겠습니다. 대표님.”대답은 즉각적이었다.마치 지난 3년 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지금 바로 책상 옮기고 업무 파악 시작하겠습니다. 10분 뒤에 커피 올리겠습니다. 투 샷에 얼음 세 개, 맞으시죠?”수혁은 픽 웃었다.자신의 취향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래. 부탁해.”지우는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문을 나서자마자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대표실 앞 비어 있던 책상은 불과 십여 분 만에 새로운 자리로 바뀌었다.노트북과 일정표, 결재함이 빈틈없이 정리됐고, 전화기 선 하나까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사무실 직원들이 힐끔거리며 수군거렸다."한 대리가 저기로 갔네.""그동안 비서들은 1년
Last Updated : 2026-07-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