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Chapter 11 - Chapter 20

25 Chapters

제11화

며칠째 강현우는 이른 아침마다 나섰다가 밤늦게야 돌아왔다. 거금을 들여 사람들을 풀어 몰래 윤홍주의 행방을 찾게 했다.그 또한 쉬지 않았다.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두 사람이 함께 다녔던 곳이라면 모조리 찾아다녔다.강현우는 산이를 데리고 산을 올랐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 “홍주야, 나를 용서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오.”“어머니, 산이가 보고 싶어요. 돌아와 주세요.”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산이와 강현우는 잇달아 쓰러졌다. 두 사람은 장생사의 선방으로 옮겨져 잠시 몸을 추스렷다.강현우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일어나 주지 스님을 찾아갔다. “스님, 분명 홍주가 어디 있는지 아실 겁니다. 제발 알려 주십시오.”강현우는 방석 위에 무릎을 꿇은 채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윤홍주의 행방을 물었다.주지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 보살님은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분의 행방을 알지 못합니다. 인연이 닿고 다하는 것 또한 모두 하늘의 뜻이니, 거사님께서는 이제 그 집착을 내려놓으셔야 합니다.”“아닙니다. 저는 홍주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분명 그녀는 제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강현우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두 분의 인연은 이미 끝났습니다. 억지로 붙잡을 수 없는 법이지요. 계속 집착하신다면 화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강현우는 믿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굳게 쥐고 맹세했다. “제가 반드시 홍주를 찾아낼 것입니다!”주지 스님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더 말하지 않은 채 뒤돌아 떠났다.강현우는 다시 불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부처님께 자비를 베풀어 주시어 자신이 윤홍주를 찾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고개를 든 순간, 강현우의 눈앞에 낯익은 모습이 들어왔다.여리였다.그녀는 무릎을 꿇고 윤홍주가 남은 생을 평안히 보내기를 빌고 있었다.“여리야!”여리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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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는 윤홍주에게 준 상처를 보상하고 싶어, 그녀를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한 뒤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현우는 김영란의 방문을 발로 차 열어젖혔다.잠든 척하던 김영란은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니 얼른 다가와 아첨하듯 웃었다.“아주버님, 오셨습니까.”“아주버님, 시장하시지요? 제가 직접 다과를 만들었으니 한번 드셔 보십시오.”김영란은 강현우를 식탁으로 이끌어 다과를 집어 직접 먹여 주려 했지만, 강현우는 싸늘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쳐냈다.“홍주에게 무슨 말을 했고, 또 무슨 짓을 했느냐?” 강현우는 충혈된 눈으로 이마의 핏대를 세운 채,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말하거라!”손목이 짓눌린 김영란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주버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그녀는 윤홍주에게 했던 일을 절대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입만 다물고 있으면 강현우는 절대 알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그동안 저지른 수많은 말과 악행은 모두 산이가 한 것이었다.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아주버님, 이러지 마십시오. 무섭습니다. 뱃속 아이도 무서워하고 있단 말입니다. 윤홍주는 떠났지만, 아주버님 곁에는 아직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아주버님과 산이를 돌보겠습니다.”강현우의 매서운 눈동자에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김영란의 손목을 움켜쥔 채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이를 갈며 경고했다. “계속 모르는 척할 셈이냐? 난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여 버릴 수 있다!”그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점점 힘을 주었다.숨이 막혀 오는 고통이 김영란을 덮쳤다. 눈에는 핏발이 서고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렸으며, 시야도 점점 흐려졌다.“말하겠습니다! 다 말하겠습니다!”강현우가 손을 놓자 김영란은 바닥으로 쓰러지며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안았다.바로 그때 노마님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김영란은 기어가다시피 노마님의 발치에 엎드렸다.“어머님, 살려 주십시오. 아주버님이 미치셨습니다. 제 뱃속 아이를 죽이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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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손수건에 묻은 것을 확인한 순간, 김영란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이내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려 했으나, 강현우가 달려들어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사납게 내팽개쳤다. “아주버님, 전 아닙니다. 이건 제 것이 아니에요.” 김영란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사실대로 말할 기회를 주겠다.” 강현우가 그녀의 손목을 비틀어 부러뜨리자 김영란은 비명을 질렀다.“아악... 아픕니다. 아주버님, 제 배솟에는 아주버님 아이가 있습니다. 제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그래, 네가 말해 주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잊을 뻔했구나.”강현우가 음산한 눈빛으로 김영란의 아랫배를 바라보자, 김영란은 겁에 질려 배를 감싸안고 몸을 웅크린 채 뒤로 물러섰다.절대 이 아이만은 잃을 수 없었다. 아이만 살아 있다면 자신도 무사할 것이라 믿었다.“아... 아이를 해치시면 안 됩니다. 그 아이는 아주버님의 핏줄입니다.”김영란은 몸도 일으키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눈앞의 강현우는 너무도 낯설고 두려웠다.핏빛으로 붉게 충혈된 그의 눈은 금방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강현우는 사람을 시켜 낙태약을 가져오게 한 뒤, 김영란의 몸을 붙잡고 억지로 입을 벌려 약을 들이부었다.“나는 홍주가 낳은 아이만 인정한다.”김영란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 쓰러졌다.파도처럼 밀려드는 극심한 복통이 온몸을 휩쓸며 그녀의 이성을 집어삼켰다.그녀는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어째서 저한테 이러시는 겁니까? 절 연모한다고 한 것도 아주버님이고, 평생 돌봐 주겠다며 제게 아들을 안겨 주겠다고 한 것도 아주버님이었습니다. 저를 거듭 품은 것도 아주버님이고, 형님 몰래 저와 합방한 것도 아주버님이었단 말입니다...”“그 일을 홍주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었다. 네가 홍주를 떠나게 만들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우습군요. 제가 말하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알았을 겁니다. 형님을 거듭 버리고 속인 사람은 아주버님이십니다...”“형님에게 상처 입힌 건 아주버님입니다! 헌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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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강현우는 날마다 술로 괴로운 마음을 달랬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윤홍주를 찾는 일만큼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그는 사람을 시켜 방을 붙였다. 윤홍주의 행방을 알려 주는 자에게는 은 스무 냥을 내리고, 직접 그녀를 찾게 해 주는 자에게는 황금 스무 냥을 상으로 내리겠다고 했다.방이 내걸리자 영안후부 앞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저마다 윤홍주의 행방을 안다며 서로 먼저 나서려 했다.처음에는 강현우도 크게 들떠 직접 사람들을 만나 캐물었다.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돈만 허비했을 뿐, 윤홍주의 행방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인헌황후는 그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겨 당장 그만두라는 명을 내렸고, 남쪽 순행 중이던 영안후까지 불러들여 강현우를 엄히 다스리게 했다.다시 절망에 빠진 강현우는 폐허가 된 해당원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아버지, 산이는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산이를 데리고 어머니를 찾으러 가 주시면 안 됩니까?” 며칠 동안 강현우의 손길을 받지 못한 산이는 옷매무새마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얼굴에는 마른 콧물 자국이 남아 있었고, 눈물 어린 눈으로 강현우를 바라보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강현우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잿빛으로 죽어 있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스쳤다. 산이는 윤홍주가 목숨처럼 아끼던 친아들인데, 그녀가 정말 아이를 버려두고 떠날 리 없었다.“산아, 이 아비가 너를 잊고 있었구나! 어머니를 다시 찾고 싶으냐?”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산이는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강현우는 산이를 품에 안고 이를 악물며 결심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윤홍주를 찾아야 했다.“산이가 아파야만 어머니를 찾을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겠느냐?”“괜찮습니다. 어머니만 돌아오신다면요. 아버지, 어머니는 언제 돌아오십니까?”“곧, 곧 돌아오실 거다”강현우는 산이를 품에 안고 후원으로 데려갔다. “산아, 조금만 참거라. 네가 아프면 어머니께서 반드시 돌아오실 것이다”그 말을 마친 순간, 강현우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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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서주에서 하룻밤을 묵던 날 밤, 윤홍주와 이현은 거리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마주쳤다. 그들은 얼굴이 검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툭 불거졌으며, 입술은 시퍼렇게 질려 있었는데 걸음걸이마저 몹시 기괴했다.그들은 초점 잃은 눈으로 윤홍주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이현은 윤홍주를 품으로 끌어안았다. “홍주야, 조심하거라.”“감사합니다, 왕야.” 윤홍주는 그의 품에서 물러나 예를 갖춰 인사했다. “저 자들, 어딘가 몹시 이상합니다.”“그래. 우선 객잔으로 들어가자. 내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다. 귀가 많으니 더는 왕야라 부르지 말고, 이현이나 오라버니라 불러라.”“알겠습니다, 오라버니.”두 사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금 전 그 괴이한 사람들이 몸을 홱 돌리더니, 살기등등한 기세로 이현을 향해 덤벼들었다.윤홍주는 크게 놀라 급히 이현을 밀어내고 자신의 뒤로 감쌌다. 그러고는 손을 무기 삼아 재빠르게 달려드는 자들을 하나씩 물리쳤다.곧 이현도 입가를 살짝 올리더니 전투에 뛰어들었다. 그는 오랜만에 윤홍주가 싸우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강현우와 혼인한 지난 몇 년 동안 윤홍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손에 들던 무기를 내려놓고, 부엌에서 국을 끓이는 아낙이 되었다.한때 당당하고 늠름했던 여장군은 깊은 저택 안에 갇힌 현모양처가 되어 버렸다.이현은 그녀가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홍주야, 네 무예는 여전히 변함없이 뛰어나구나. 정말 다행이다.”그 말을 듣고 윤홍주는 잠시 멍해졌다. 경성에서는 그녀가 무예를 익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대체 이현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싸우면서 딴생각을 하느냐.” 이현은 그녀를 뒤로 끌어당긴 뒤 눈앞의 적을 걷어찼다. “네가 다치면 나는 어마마마께 면목이 없다.”윤홍주와 이현의 호흡은 싸움이 이어질수록 더욱 잘 맞아 갔다. 두 사람은 점차 흐름을 장악하며 버텼고, 마침내 관아에서 병력이 도착했다.조사 결과, 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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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본 적 있습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 아주 준수한 사내와 함께 말을 타고 지나가다가,제게 물 한 사발을 청하셨습니다.”강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소. 내 부인은 말을 탈 줄 모르오. 더군다나 어떤 사내와 함께 다닐 리도 없소.”“분명 잘못 본 것이오.”강현우의 기억 속 윤홍주는 늘 조용하고 다정했으며 손재주가 뛰어난 여인이라 수제비를 만들어 주고, 그의 옷도 손수 지어 주었다.하지만 그녀는 말을 타지 못했다.“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그 준수한 사내가 그 여인을 홍주라고 부르는 걸 들었습니다. 푹 쉬십시오. 의원께서 더 무리하시면 목숨이 위태롭다고 하셨습니다.”“내 옷은 어디 있소? 옷 안에 넣어 둔 종이는 그대로 있는 거요?”“너무 더럽고 찢어져서 대야에 넣어 두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강현우는 침상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대야를 뒤지더니, 윤홍주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찾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다행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여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설명할 뜻이 없어 보이자 조용히 방을 나갔다.그날 밤도 강현우의 머릿속에는 온통 윤홍주뿐이라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 말을 탈 줄 아는 것일까?’그제야 강현우는 자신이 윤홍주의 지난 삶에 대해 단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쉴 수도, 멈출 수도 없어 여인에게서 말 한 필을 사 다시 길을 떠났다.여인은 그의 지극한 마음에 감탄하며 윤홍주가 몹시 부러워, 사람을 만날 때마다 부인을 찾아 천 리를 달려온 지고지순한 사내를 만났다고 이야기했다.그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작은 마을에서 현성으로, 다시 다른 고을로 번져 나갔고, 강현우는 세상에서 가장 지극한 사내가 되었다.사람들은 모두 그가 무사히 아내를 되찾기를 바랐고, 심지어는 향을 피워 그의 소원을 빌어 주기까지 했다.역참에서 쉬고 있던 윤홍주 역시 그 소문을 들었다. 그녀는 그저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도무지 강현우가 왜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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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강현우는 일부러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염도 말끔히 밀었으며, 흐트러진 머리도 단정히 손질했다. 윤홍주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왕야?” 강현우는 말 위에 앉은 이현을 알아보고 말에서 내려 예를 올렸다. “왕야를 뵙습니다.”“강현우, 네 배짱도 대단하구나. 감히 어명을 거역하다니.” 이현의 얼굴에는 황자의 위엄과 분노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 이미 너에게 다시는 홍주를 괴롭히지 말라 명하셨는데도, 감히 이곳까지 쫓아왔느냐!”“지금이라도 당장 돌아가라. 그러면 이번 일은 묻어 주겠다.”“홍주라니요? 왕야께서는 홍주와 무슨 사이이십니까? 설마 왕야께서 홍주를 데려가신 겁니까?”그 말을 들은 이현은 곧장 말에서 내려 강현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거침없이 발길질해 그를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강현우, 이 비열한 자식!”강현우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반쯤 무릎을 꿇고 말했다. “왕야께서 이토록 흥분하시는 걸 보니, 제 말이 맞았나 봅니다.”인헌황후가 자신에게 화리서를 쓰게 하고, 다시는 윤홍주를 찾지 말라는 명까지 내렸던 일을 떠올리자 강현우는 더욱 확신했다.분명 이현이 윤홍주를 마음에 두고 억지로 그녀를 데려간 것이었다.이현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고 미간은 깊이 찌푸려졌다. 그는 다시 한번 강현우를 걷어찼다.이번에는 강현우는 몸을 피한 뒤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왕야, 제 부인을 돌려주십시오.”“네 말은 홍주가 나 때문에 너를 버렸다는 것이냐?” 이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아닙니다. 왕야께서 억지로 홍주를 데려가신 겁니다.”강현우는 부정하지 않았다.“홍주에게 무슨 짓을 하셨습니까? 다친 데는 없습니까? 왕야께서 그녀를 제 곁에서 데려가셨으니, 그홍주는 분명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할 것입니다!”이현은 다리를 힘껏 빼내며 차갑게 웃었다. “내가 홍주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이냐? 홍주는 누구보다 강한 여인이다.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누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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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군영 밖에서 발이 묶인 강현우는 울타리 앞에 서서 목이 터지라 윤홍주의 이름을 불렀다. “홍주야! 윤홍주! 데리러 왔다. 나와 함께 돌아가자꾸나.”하지만 윤홍주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기진맥진한 채 주저앉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외쳤다. “홍주야, 산이가 널 많이 보고 싶어 한다. 네가 그 아이를 버린 줄 알고 호수에 몸을 던지려 했단 말이다.”“홍주야… 제발 부탁이다. 한 번만이라도 나를 만나 다오”“설령 화리를 했더라도 이유만큼은 말해 줘야지 않겠느냐.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날 떠나면 안 된다...” 강현우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손으로 땅을 짚은 채 숨을 골랐다. 갈라진 목소리는 한없이 거친 것이 목구멍에 불이라도 날 듯 타들어 갔다.“홍주야... 제발.”“한 번만... 만나다오...”윤홍주는 나 장군이 이현에게 군 상황을 보고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하지만 밖에서 계속 들려오는 강현우의 목소리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그녀는 강현우가 자신이 떠난 이유를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왕야, 나 장군님.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윤홍주는 강현우가 군영을 어지럽히는 것도 원치 않았고, 이번 기회에 그를 완전히 떼어놓기로 다짐했다.이현과 나 장군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윤홍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현우는 벌떡 일어섰다.“홍주야, 드디어 나를 만나러 나와 줬구나.” 강현우는 비틀거리다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홍주야... 정말 그리웠다.”찬바람에 그의 뺨은 터져 있었고, 입술은 여러 겹으로 갈라져 허물 벗듯 일어나, 예전의 늠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윤홍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홍주야, 아직도 내게 화가 난 것이냐? 내가 잘못했다. 정말 미안하다. 부디 나와 함께 돌아가자. 나는 너 없이는 살 수 없다. 맹세하겠다. 앞으로는 오직 너만 바라보며 살겠다. 만약 이 맹세를 어긴다면 천벌을 받아도 좋다.”“김영란은 이미 내가 후원에 가두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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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강현우는 무언가 붙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의 슬픔이 목소리마저 삼켜 버린 것이다.그는 그저 윤홍주가 자신의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었다.‘홍주야... 내가 잘못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다오.’ 그는 속으로 수없이 외치며 자신이 저지른 모든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그러나 윤홍주의 마음은 이미 평온했다. 더 이상 강현우를 향한 미련도, 흔들림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현을 바라보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왕야, 번거로우시겠지만 저자를 경성으로 돌려보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물론이다.” 이현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돌려보내겠다.”이현은 사람 몇을 불러 강현우를 마차에 묶어 태운 뒤, 직접 호송해 관문을 지나 경성까지 데려다주었다.떠나기 전, 이현은 강현우에게 윤홍주가 자신의 꿈과 포부를 모두 내려놓고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차분히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 나갔던 그녀의 노력을 전했다.하지만 강현우는 그녀를 저버렸고, 결국 영원히 그녀를 잃었다. 또한 사내라면 더는 그녀를 찾아가 괴롭히지 말라고도 했다.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끌려갔다.그의 몸 상태는 이미 몹시 좋지 않았다.돌아오는 내내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했고, 경성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고열까지 오르기 시작했다.영안후부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영안후는 사람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만큼 망가진 강현우를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사내대장부가 고작 여인 하나 때문에 제 몸을 이 지경까지 망가뜨리다니, 이 또한 업보였다.윤홍주와 이현은 혹독한 훈련을 마친 뒤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되었다.제1영 영장으로 임명된 윤홍주는 뛰어난 판단력으로 도주하던 적군의 퇴로를 정확히 막아냈다.그 결과 한 부대를 포로로 사로잡아 돌아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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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절 보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희 부자는 여기서 함께 죽겠습니다.” 강현우의 칼끝이 산이의 목을 스치며 피부를 베자, 아픔을 느낀 산이는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영안후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현우는 이번에는 자신의 목에 칼날을 가져다 댔다. “아버지,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홍주를 데려오지 못하면 깨끗이 포기하겠습니다.”“업보로구나!” 영안후는 흐려진 눈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산이는 네 아들이다!”하지만 강현우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 영안후가 끝내 막지 않자 그는 산이를 안고 마차에 올라탔다.“아버지,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반드시 홍주와 함께하겠습니다.”강현우는 마차를 몰고 떠났다. 산이는 겁에 질려 계속 울었고, 몇 번이나 울다가 정신을 잃었다. 이제는 강현우의 얼굴만 봐도 아이는 두려움에 몸을 떨 지경이었다....대군이 관문 안으로 철수한 뒤 윤홍주와 이현은 나장군부에 머물게 되었다.나장군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윤홍주가 어린 시절 살던 집이 있었다.하지만 그곳은 이미 모든 것이 변해 버린 뒤였다.홍주는 대문 앞에 오래도록 서 있을 뿐, 차마 문을 밀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의 기억 속 마당에는 늘 병장기와 말뚝이 가득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틈만 나면 무예를 겨뤘고, 어머니는 그녀에게 바느질을 가르치려 애썼지만, 그녀는 끝내 칼과 창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배신을 당해 목숨을 잃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말했다.어머니는 그녀를 경성으로 보낸 뒤 반드시 혼인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겠다고 맹세하게 했다.그리고 그녀가 떠난 뒤, 어머니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날 이후 윤홍주에게는 더 이상 돌아갈 집이 없었다.“홍주야?” 이현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그녀는 뒤돌아 미소를 지은 뒤 천천히 대문을 밀었다.윤홍주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집은 조금도 황폐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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