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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Author: 유월냥이
강현우는 무언가 붙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의 슬픔이 목소리마저 삼켜 버린 것이다.

그는 그저 윤홍주가 자신의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홍주야... 내가 잘못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다오.’

그는 속으로 수없이 외치며 자신이 저지른 모든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러나 윤홍주의 마음은 이미 평온했다. 더 이상 강현우를 향한 미련도, 흔들림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현을 바라보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왕야, 번거로우시겠지만 저자를 경성으로 돌려보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다.”

이현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돌려보내겠다.”

이현은 사람 몇을 불러 강현우를 마차에 묶어 태운 뒤, 직접 호송해 관문을 지나 경성까지 데려다주었다.

떠나기 전, 이현은 강현우에게 윤홍주가 자신의 꿈과 포부를 모두 내려놓고 현모양처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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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제25화

    강현우는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윤홍주가 사는 곳과 이웃한 작은 마을에 머물렀다.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두려웠기 때문이다.강현우는 영안후가 보낸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냈고, 이현이 뒤에서 베푸는 도움도 끝내 받지 않았다.그는 길거리에서 편지를 대신 써 주며 생계를 이어 갔다. 그 덕분에 종종 윤홍주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녀가 정서대장군으로 봉해져 온 조정의 칭송을 받는 최고의 여장군이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윤홍주가 전장에서 다쳤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장군부 밖까지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조용히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그러다 깊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간이면 달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윤홍주와 산이를 그리워했다.어느덧 5년이 흘렀다. 그의 몸은 갈수록 쇠약해져 이제는 침상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워졌다.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그는 책상 앞에 앉아 한 획 한 획 윤홍주의 모습을 그려 나갔다.그녀는 흰옷을 입고 옥비녀를 꽂은 채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마지막 붓을 놓는 순간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와 화폭 위에 흩어졌는데, 마치 윤홍주의 흰옷 위에 붉은 꽃이 피어난 듯했다.그는 그림 속 윤홍주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눈을 감고 가볍게 미소 지었다.“홍주야...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절대 널 저버리지 않겠다.”그렇게 강현우는 세상을 떠났다.윤홍주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찻잔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래... 이게 낫다.’‘강현우, 다음 생에는 부디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산이에게도 알릴 것이냐?” 이현은 화로에 장작을 하나 더 넣으며 말했다. “요즘 아주 잘 지내더구나. 나 장군만 졸졸 따라다니며 말이다.”“왕야, 산이는 나 장군님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앞으로는 그 아이 이야기를 제게 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그 아이가 바르게 자라, 그릇된 길로만

  •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제24화

    한때 강현우가 중병에 걸렸을 때, 윤홍주는 영약을 구하기 위해 걸음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고, 밤낮도 잊은 채 그의 곁을 지켰다.그때의 그녀도 지금처럼 고요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손끝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마치 깃털이 가슴 위에 내려앉는 듯했다.바로 그때 강현우는 평생 윤홍주를 상처 입히지 않고, 오직 그녀만 아껴주겠다고 맹세했다.윤홍주는 물었다. “저를 속이실 겁니까?”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일 없다. 언젠가 내가 너를 속이는 날이 온다면,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죽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지요.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 인연도 그날로 끝입니다.”그때 윤홍주가 하던 말이 떠오르자 강현우의 몸은 크게 휘청거렸다.도대체 언제부터 그는 자신의 맹세를 잊어버린 걸까...윤씨 가문 사내들은 배신과 기만으로 전장에서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윤홍주의 가슴에 또 한 번 칼을 꽂을 수 있었단 말인가.‘강현우, 너는 정말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야.’윤홍주는 강현우를 발견했지만 담담히 시선을 거둔 뒤, 다시 이현에게 약을 먹였다.“강현우는 어떠냐?” 이현이 물었다.“기력이 너무 쇠하였습니다. 오랜 시간 몸을 추스르셔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번 일로 몸에 지병이 남을 지도 모릅니다.”윤홍주가 조용히 답했다.“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현의 심장은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그는 윤홍주의 표정을 세심히 살피며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강현우가 목숨까지 내던져 그녀를 구하려 달려들던 순간, 그녀는 그의 눈에 오직 자신만 담겨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는 정말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했다.윤홍주는 그에게 고마웠다.그뿐이었다.윤홍주는 담담히 고개를 들어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마침 강현우와 눈이 마주쳤다.“달라질 것은 없습니다.”그 한마디에 강현우는 가슴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 윤홍주의 마음속에는 이제 정말 자신의 자리가 남아 있

  •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제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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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제22화

    그날 밤, 강현우는 누군가에게 기습을 당해 정신을 잃은 채 한 객잔으로 끌려갔다.그를 납치한 자들은 적국의 첩자들이었다. 그들은 강현우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이현만 붙잡는 데 협조하면 윤홍주를 다시 그의 곁으로 돌려놓을 방법이 있다고 했다.그들에게는 윤홍주의 기억을 지워 지금까지의 괴로운 일을 모두 잊게 만드는 약이 있었다. 그러면 그녀는 다시 강현우와 화해하고 그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윤홍주와 산이를 데리고 도성으로 가 일품 대신의 녹봉을 누리게 해 주겠다는 약조까지 했다.강현우는 잠시 흔들렸다. 윤홍주가 모든 괴로운 기억을 잊고, 이현만 사라진다면 그들은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끝내 그는 거절했다. 그는 나라를 배신할 수도 없었고, 다시는 윤홍주를 상처 입히고 싶지도 않았다.그들은 강현우를 다시 기절시킨 뒤 장작간에 내던졌다.변경의 겨울은 유난히 일찍 찾아와, 밤공기는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웠다.윤홍주는 두툼한 솜옷을 걸친 채 산이의 침상 곁에 앉아 있었다. 화로에서는 장작 타는 소리가 밤의 적막 속에 유난히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잠든 산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이 아이의 마음은 이미 그릇된 길로 기울어져 있으니, 계속 강현우의 곁에 있다가는 아이의 인생까지 망가질 것이 분명했다.천천히 눈을 뜬 산이는 윤홍주를 보자, 서러움이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며 이불을 걷어내고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어머니... 산이는 어머니가 너무 그리웠어요. 왜 산이를 두고 가셨어요...”윤홍주는 아이를 조용히 떼어 놓고 침상에 앉힌 뒤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산아, 그 이유는 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니.”산이는 멍하니 굳어 버린 채 흐느끼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허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인정하고 바로잡을 줄도 알아야 한다. 너는 엿사탕을 먹고 싶어서, 놀고 싶어서, 어머니가 하지 말라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제21화

    강현우는 방 안에 갇힌 채 윤홍주를 만나게 해 달라며 계속 소란을 피웠고, 이현은 문밖에 서서 그만 포기하라고 타일렀다.“강현우, 그렇게 매달릴수록 홍주만 더 괴로워질 뿐이다. 지난번 내가 했던 말은 한마디도 귀에 담지 않았구나.”“왕야의 속셈쯤은 다 압니다. 왕야는 제게서 홍주를 빼앗고 싶으신 거겠지요. 하지만 잘 들으십시오.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홍주를 왕야에게 넘겨줄 일도 없습니다.” 강현우는 문을 향해 주먹을 거세게 내리쳤다. 그는 이성을 잃은 채 문을 마구 흔들며 소리쳤다. “문 여십시오! 홍주를 만나야 합니다. 산이가 아픕니다. 나와 홍주가 함께 돌봐야 합니다!”문밖에서 이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강현우는 의자를 집어 문을 향해 내던졌고, 문은 산산조각이 났다. 의자는 이현의 발 앞에 떨어졌다.강현우는 눈이 충혈되고 광대뼈는 앙상하게 튀어나와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몰골이었다.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이현에게 달려들었다.“홍주를 돌려주십시오!”하지만 이현은 가볍게 몸을 피했고, 강현우는 그대로 허공을 향해 달려들다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 이현을 공격했다.몇 차례나 덤벼들었지만 끝내 기력만 모두 소진했다.그러다 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예를 올리며 윤홍주를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녀만 돌려준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거듭 빌었다.화가 치민 이현은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홍주는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다!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생각이 있어. 그녀의 선택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도, 나도 마찬가지다.” 이현은 윤홍주를 떠올리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진정한 연모는 소유가 아니다.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강현우, 너는 애정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홍주를 사랑한다고 말할 자격도 없느니라.”“나는 너보다 먼저 그 아이를 만났지만, 단 한 번도 내 뜻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 너는 이미 그녀를 얻고도 끝내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나는 절

  •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제20화

    “절 보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희 부자는 여기서 함께 죽겠습니다.” 강현우의 칼끝이 산이의 목을 스치며 피부를 베자, 아픔을 느낀 산이는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영안후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현우는 이번에는 자신의 목에 칼날을 가져다 댔다. “아버지,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홍주를 데려오지 못하면 깨끗이 포기하겠습니다.”“업보로구나!” 영안후는 흐려진 눈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산이는 네 아들이다!”하지만 강현우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 영안후가 끝내 막지 않자 그는 산이를 안고 마차에 올라탔다.“아버지,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반드시 홍주와 함께하겠습니다.”강현우는 마차를 몰고 떠났다. 산이는 겁에 질려 계속 울었고, 몇 번이나 울다가 정신을 잃었다. 이제는 강현우의 얼굴만 봐도 아이는 두려움에 몸을 떨 지경이었다....대군이 관문 안으로 철수한 뒤 윤홍주와 이현은 나장군부에 머물게 되었다.나장군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윤홍주가 어린 시절 살던 집이 있었다.하지만 그곳은 이미 모든 것이 변해 버린 뒤였다.홍주는 대문 앞에 오래도록 서 있을 뿐, 차마 문을 밀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의 기억 속 마당에는 늘 병장기와 말뚝이 가득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틈만 나면 무예를 겨뤘고, 어머니는 그녀에게 바느질을 가르치려 애썼지만, 그녀는 끝내 칼과 창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배신을 당해 목숨을 잃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말했다.어머니는 그녀를 경성으로 보낸 뒤 반드시 혼인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겠다고 맹세하게 했다.그리고 그녀가 떠난 뒤, 어머니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날 이후 윤홍주에게는 더 이상 돌아갈 집이 없었다.“홍주야?” 이현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그녀는 뒤돌아 미소를 지은 뒤 천천히 대문을 밀었다.윤홍주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집은 조금도 황폐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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