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Capítulo 1 - Capítulo 10

25 Capítulos

제1화

묘시(卯時)윤홍주는 늘 그랬듯 몸소 수제비를 빚어 시부모님의 아침상을 마련했다.진시(辰時)에는 시부모님께 문안을 드리고, 온 식구의 수라를 곁에서 시중들었다.진시 신각(申刻)에는 강현우를 문밖까지 배웅했다.평소 같았으면 이것저것 당부의 말을 건넸겠지만, 오늘의 윤홍주는 눈빛만 차갑게 가라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홍주야. 어머니께서는 병세가 위중하시고, 아우인 현수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장남이자 맏형으로서, 마땅히 제수 씨를 돌봐야 한다네.”“그대는 황후마마께서 친히 현덕부인이라 칭호를 내린 사람이 아니더냐. 누구보다 어질고 너그러우니, 남들이 너를 헐뜯는 일은 나 또한 바라지 않소. 허니 내 처지도 헤아려 다오.”말을 마친 강현우는 곧장 말에 올랐다.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윤홍주는 고개를 들어 그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어질고 너그러우면 지아비를 다른 여인에게 내어 주고, 아이까지 낳게 해 주어야 한단 말인가?’‘허면 차라리 악처가 되는 편이 났지.’얼마 전, 시동생 강현수는 갓 혼례를 올리자마자 급히 출정을 명받았다. 그러나 공을 탐한 끝에 적의 계략에 빠져, 끝내 전장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후사를 잇지 못한 시동생의 대를 이어야 한다며, 집안에서는 강현우가 두 집안의 대를 함께 잇기를 바랐다. 그 뜻을 앞장서 밀어붙인 것은 시어머니였다.대운 왕조에서 한 사람이 두 집안의 대를 함께 잇는 일은 그리 낯선 풍습이 아니었다.그러나 강현우는 이제껏 단 한 번도 그 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어젯밤 시어머니와 밤늦도록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뒤, 오늘은 도리어 그녀를 설득하려 들었다.‘마침내 마음을 바꾼 것일까?’윤홍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손끝마저 서늘하게 식어 갔다.그녀가 영안후부(寧安侯府)로 돌아오자마자, 노마님은 곧바로 그녀를 처소로 불러들였다. “홍주야.”“홍주야, 너는 늘 어질
Leer más

제2화

“어머니, 숙모님을 괴롭히지 마세요!”그날 밤.날이 저물 무렵, 산이가 씩씩대며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두 손을 허리에 떡 얹은 채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씩씩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어머니가 숙모님께 아우를 낳지 못하게 하니까, 숙모님이 호수에 뛰어드신 거잖아요.”“숙모님께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산이는 더는 어머니를 미워할 겁니다.”윤홍주는 목숨을 걸고 낳은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 아이가 이제는 김영란의 편에 서서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그 사실이 너무도 허망해 그녀는 도리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산이는 어려서부터 강현우를 닮아 그녀를 유난히 따랐다.맛있는 것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와 그녀에게 내밀었고, 재미난 장난감을 얻어도 가장 먼저 보여 주었다.하루 종일 그녀의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동생은 싫다, 어머니는 산이만 있으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이였다.그런데 김영란이 나타난 뒤부터는, 그 아이마저 변해 버렸다.윤홍주의 웃음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산이는 그제야 겁이 난 듯 다급히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끌어안았다.“어머니... 산이는 정말 어머니를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놀라게 하려고 한 말이었어요. 숙모님은 좋은 분이에요. 어머니께 이걸 전해 드리면 좋아하실 거라고 하셨어요.”산이는 보물이라도 꺼내듯 품속에서 작은 비단 상자를 꺼냈다.상자를 열자 정교하게 접힌 손수건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그 손수건을 보자, 윤홍주의 몸이 크게 떨렸다.그녀는 손수건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그 위에 수놓인 그림을 보는 순간, 눈빛이 서서히 얼어붙었다.그것은 김영란이 직접 수놓은 자수였다.인물들의 눈빛과 표정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을 옮겨 놓은 듯 섬세하고 생생했다.자수 속에는 강현우와 김영란이 서로를 깊이 끌어안은 채 마주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강현우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어려 있었고, 욕망이 스민 눈빛과 옅게 올라간 입꼬리까지 빠짐없이 수놓아져 있어, 보는 이의 숨마
Leer más

제3화

“화리라고?”인헌황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강현우가 너를 박대하였느냐? 본궁이 직접 나서 주마. 여봐라, 당장 강현우를 들라 하라.”“마마.”윤홍주는 고개를 숙인 채 다시 한 번 청했다.“신첩이 바라는 것은 오직 화리뿐이옵니다. 허니 부디 소인의 청을 들어주시옵소서.”인헌황후는 윤홍주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더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내 몸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인헌황후는 강현우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윤홍주의 혼례를 직접 주관해 달라 간청하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그토록 간절하고 굳은 마음이 아니었다면, 인헌황후 역시 윤홍주를 그에게 시집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윤홍주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마마, 신첩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변방에서 자랐사옵니다. 부친과 오라버니께 변고가 생긴 뒤에야 어머니께서 신첩을 경성으로 돌려보내셨고, 무장의 길을 내려놓고 아녀자의 삶을 살라 하셨사옵니다.”“신첩이 지금껏 견디며 살아온 것은 모두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였사옵니다. 만일 강현우가 그 약조만은 지켰다면, 신첩은 이대로 평생을 살아갔을 것이옵니다.”“허나 이제야 깨달았사옵니다. 그의 마음에는 처음부터 다른 이가 있었다는 것을. 허니 신첩은 이곳을 떠나 다시 변방으로 돌아가, 더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신첩 자신의 삶을 살고 싶사옵니다.”인헌황후는 가만히 윤홍주를 바라보았다. 사내가 여인을 여럿 두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후궁을 다스리는 황후인 그녀도 여인이 때로는 참고 너그러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윤홍주의 말은 이상하리만큼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윤홍주는 그녀의 어머니와 닮아 있었다.담장 안의 화초로 살아가기보다, 전장을 누비는 매처럼 자유롭게 날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더구나 윤홍주의 어머니는 과거 그녀에게 목숨을 빚진 은인이었다.인헌황후는 이제 그 은혜를 갚고 싶었다.“좋다. 본궁이 네 청을 들어주마
Leer más

제4화

윤홍주는 걸음을 늦추고 강현우를 돌아보았다.그에게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갑작스레 들려온 김영란의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산이, 천천히 가렴. 숙모가 따라가기 힘들구나.”김영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고 있었다.“저 이제 안 뛸게요. 숙모님 기다리겠습니다.”산이는 손에 엿사탕을 든 채 웃으며 뛰어왔다.그 작은 얼굴에는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하지만 윤홍주를 보는 순간, 그 웃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대신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과 아쉬움이 떠올랐다.김영란은 강현우를 발견하자 두 뺨에 수줍은 홍조가 피어올랐다. 촉촉한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다정함이 스며 있었다.그녀는 강현우를 힐끗 바라본 뒤, 곧 시선을 피했다.“아주버님, 형님.”“형님께서 산이에게 엿사탕을 먹이지 말라 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산이가 우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제가 멋대로 사 주었습니다.”“형님께서 화가 나셨다면 모두 제 탓이오니, 저를 탓해 주십시오.”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김영란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모습이었다.반면 윤홍주의 시선은 잠시 산이에게 머물렀다가, 이내 조용히 다른 곳으로 옮겼다.그녀가 산이에게 엿사탕을 금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함부로 많이 먹이지 않았을 뿐이었다.하지만 그것이 김영란이 두 사람 사이를 흔드는 구실이 될 줄은 몰랐다.윤홍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긴장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마치 자신이 정말 김영란을 탓할까 두려워하는 듯했다.그러나 윤홍주의 마음은 이미 오래된 우물처럼 고요했다.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괜찮다. 먹고 싶으면 먹거라.”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그 말을 듣는 순간, 강현우의 마음이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조여 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무심코 그녀를 붙잡으려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그때, 산이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숙모님! 숙모님
Leer más

제5화

“데려가고 싶으면 데려가거라.”윤홍주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담담했다. 이제는 그저 인헌황후의 화리서(和離書)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강현우는 윤홍주와 산이, 김영란을 데리고 마차에 올라 영안후부를 나섰다.마침 이날은 칠석이었다.거리에는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젊은 남녀들은 저마다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바라며 기대에 찬 얼굴로 거리를 거닐었다.몰려든 인파 때문에 마차가 더는 나아가지 못하자, 일행은 작은 골목에 마차를 세워 두고 나란히 거리로 들어섰다.산이는 윤홍주와 강현우 사이에 서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강현우 역시 윤홍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조금이라도 힘을 풀면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질 것처럼 꽉 붙잡고 있었다.강현우가 눈을 흘기자, 김영란은 금세 눈물을 머금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늦췄다.한참이 지나도 김영란이 따라오지 않자, 강현우는 걱정스러운 듯 뒤를 돌아 그녀를 찾았다.그 모습을 본 김영란은 속으로 기뻐하며 다시 서둘러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이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얌전히 따라 걸으면서도, 틈틈이 강현우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강현우는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다.정이 무르익자 두 사람은 주위조차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서로만 담겨 있었다.윤홍주는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웠다. 역겨움이 치밀어 올라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사랑이 식는 일이란, 막상 겪어 보니 생각보다 쉬웠다.마음도 마찬가지였다.너무 많이 다치고 나면, 어느새 아픔조차 무뎌지는 법이었다.그때 앞쪽에서 큰 소란이 일었다.몇 명의 장정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처음에는 말다툼뿐이던 것이, 순식간에 칼부림으로 번졌다.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밀려드는 인파에 네 사람은 순식간에 떨어졌다.김영란은 밀려드는 인파에 휩쓸려 홀로 길 건너편까지 떠밀려 갔다.하지만 강현우는 윤홍주의 손을 끝까지 놓
Leer más

제6화

윤홍주가 방으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어느덧 묘시가 가까워져 있었다.그녀는 다시 침상에 몸을 누인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어깨의 상처가 욱신거릴 때마다 가슴마저 함께 찢기는 듯했다. 숨을 한 번 들이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잠시 뒤 강현우가 돌아왔다.이미 목욕을 마친 뒤라 몸에서는 김영란의 흔적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는 말없이 침상에 올라 윤홍주를 품에 안으려 손을 뻗었다.“배가 고픕니다.”윤홍주가 불쑥 입을 열자, 강현우는 놀란 듯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어젯밤엔 어디 계셨습니까?”강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안한 기색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우선 먹을 것을 가져오마.”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어젯밤에는 서재에서 일을 보다가 너무 피곤해서 그만 잠이 들었소.”“그러셨군요.”윤홍주는 그의 거짓을 굳이 들추지 않았다. “많이 피곤하셨겠어요.”그의 대답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처음부터 속일 생각이었다면 진실을 말할 리 없었다.하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채지 못했다.오히려 자신을 걱정해 준다고 여긴 그는 몇 마디 다정한 말을 건넨 뒤 방을 나서려 했다.문턱을 넘던 그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윤홍주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강현우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졌다.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가슴 한켠을 파고들었다.강현우는 황급히 되돌아와 다시 침상 곁에 무릎을 꿇었다. “홍주야, 아직도 내게 원망이 남아 있는 것이냐? 영란이는 현수의 처다. 내가 그녀를 보살피는 것도 모두 현수 때문이지, 다른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나는 결코 너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부에서 지내는 것이 괴롭다면 우리 둘이 나가 따로 살자. 설령 분가하는 한이 있어도 나는 너와 함께할 것이다.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상처 입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다. 진심이다.”윤홍주는 말없이 강현우
Leer más

제7화

“영란이는 가뜩이나 몸이 약한 아이이지 않으냐. 의원도 이번에는 상처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 머리를 크게 다쳤으니,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더구나.”강현우는 걱정을 감추지 못한 채 윤홍주를 올려다보았다.“허면 더더욱 그 곁을 지켜 주셔야지요.”윤홍주는 마치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강현우는 그 말을 듣자 문득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윤홍주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며 감춰진 속내를 찾아내려 했다.윤홍주의 상처는 이미 치료를 마친 뒤였고, 피 묻은 옷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윤홍주의 얼굴은 한없이 고요해, 그 속내를 조금도 헤아릴 수 없었다.강현우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끝내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냈다.“홍주야. 어째서 영란이를 밀친 것이냐?”윤홍주는 그를 바라보다가 낮게 웃었다.“허허...”윤홍주는 차갑게 비웃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강현우는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깨달았다.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어떻게 홍주를 의심할 수 있었단 말인가?’“미안하다, 홍주야. 내가 너를 의심해서는 안 되었는데.”“괜찮습니다.”윤홍주의 대답은 너무도 담담했다.사랑에 배신과 기만이 스며든 순간, 그 사랑은 이미 아무 의미도 없었다.영원히 의심하지 않겠다던 약속도, 영원히 속이지 않겠다던 맹세도. 결코 배신하지 않겠다던 다짐도, 이제는 모두 허망한 빈말에 불과했다.그때 문밖에서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큰도련님, 작은 마님께서 의식을 되찾으셨습니다. 잠시 들러 보시겠습니까?”강현우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윤홍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가 보세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니, 곁을 지켜주셔야지요.”김영란의 뱃속에는 강현우의 아이가 있었다. 그렇게 크게 넘어진 이상 무사하기를 장담할 수 없었다.강현우는 윤홍주의 손을 꼭 잡았다.“홍주야, 고맙다. 언제나 나를 이해하고 품어 주어서. 이 생에 너와 부부의 연을
Leer más

제8화

강현우의 시선은 줄곧 윤홍주에게 머물러 있었다.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도,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애가 타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영란의 마음에 문득 불안이 스며들었다.그녀는 이마를 짚으며 나직이 신음했다.“아주버님... 머리가 아파요.”강현우는 그제야 윤홍주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김영란을 돌아보았다.“괜찮겠느냐?”“예, 참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김영란이 말했다. 그러고는 일부러 강현우에게 바짝 다가붙어 제 몸을 온전히 그에게 기댔다.멀리서 보면, 강현우가 그녀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나 다름없었다.윤홍주 역시 그 광경을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인헌황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얼굴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내 담담한 얼굴의 윤홍주를 바라보던 인헌황후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홍주야.”“그 아이가 끝내 네 진심을 저버렸구나. 홍주야, 훗날에는 반드시 사람을 잘 살펴 네 아버님 같은 훌륭한 사내를 만나거라.”윤홍주는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신첩은 다시 혼인할 생각이 없사옵니다.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신첩 뜻입니다. 혼인은... 어머니의 유언이었기에 한 번으로 충분하옵니다.”그녀는 다시는 혼인하지 않을 작정이었다.인헌황후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뜻은 충분히 알겠다. 불꽃놀이가 끝나면 오늘 안으로 너를 궁 밖으로 내보내 주마. 너와 강현우의 문제도 내가 책임지마!”“이제야 알겠구나. 어찌하여 네가 그토록 떠나려 했는지…. 너에게는 배신과 기만이 능지처참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터이니.”그 말에 윤홍주의 눈가가 붉어졌다.그녀는 오래도록 울지 않았다.하지만 눈앞의 인헌황후를 바라보는 순간, 끝내 참아 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마마, 잠시 바람을 쐬고 오고 싶습니다.”인헌황후는 말없이 손수건을 내밀었다.“그래, 다녀오너라. 너를 이 높은 담장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
Leer más

제9화

“윤홍주, 멈춰 서거라!”윤홍주가 말고삐를 늦추고 뒤를 돌아보았다.뒤쫓아온 이를 확인한 그녀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달려온 이는 인헌황후가 입버릇처럼 ‘못난 아들’이라 부르던 이현이었다.“왕야께서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나 역시 막북(漠北)으로 갈 참이었다. 마침 길이 같으니, 동행하며 서로 의지하면 되겠구나.”이현은 긴 채찍을 휘둘러 말을 재촉하며 윤홍주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어서 따라오시오! 더 지체하다간 날이 새겠소.”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윤홍주는 어느새 경성의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한편 여리는 윤홍주의 분부에 따라 사람들을 데리고 해당원으로 향했다.사람들은 지붕의 기와부터 걷어 내고 기둥을 하나씩 허물기 시작했다.영안후부에 남은 윤홍주의 마지막 자취가 그렇게 하나둘 지워져 갔다.연회장에 남은 강현우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그는 몇 번이나 주위를 둘러보며 윤홍주를 찾았으나, 연회가 막바지에 이르도록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저 연회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끝나는 대로 윤홍주를 찾아갈 생각이었다.바로 그때, 인헌황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늘 여러 대신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본궁이 한 가지 일을 알리겠다. 본궁의 의녀 윤홍주와 영안후부 적장자 강현우는 자청하여 화리(和離)하기로 하였다. 이로써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끊고, 이후로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강현우는 갑작스레 몸을 일으키다 앞에 놓인 안상을 뒤엎었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과 두려움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마마, 어찌 신과 홍주를 갈라놓으려 하십니까? 신은 홍주와 화리할 뜻이 없사옵니다!”인헌황후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본궁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하지만 강현우의 귀에는 그 말이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홍주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당장 만나야겠습니다.”그는 인헌황후 앞에서 무례를 범하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곧장 앞으로 뛰쳐나갔다. “황후마마!
Leer más

제10화

해당원의 기와와 벽돌은 흐트러짐 없이 한쪽에 쌓여 있었다. 집이 있던 자리에는 나무 상자 몇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윤홍주는 강현우가 자신에게 주었던 물건을 모두 상자에 담아 두었다. 산이를 위해 손수 지은 옷가지도 함께 넣어 두었다.상자 맨 위에는 산이가 그린 그림 한 장이 놓여 있었다.강현우는 눈앞이 핑 도는 듯했다. 거대한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숨조차 쉬기 어려웠고, 극심한 절망이 다시 한 번 온몸을 집어삼켰다.마치 괴질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그때로 돌아간 듯했다.윤홍주는 곧 그의 목숨이었다. 그녀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붙잡을 수 없었던 그 절망이 다시 온몸을 덮쳐 왔다. 강현우는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눈시울을 붉힌 강현우는 상자를 몇 번이고 뒤졌다. 윤홍주가 남긴 말 한마디라도 찾아내려는 듯했다.‘어쩌면... 어쩌면 잠시 화가 나 숨어 있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찾아오라는 흔적 하나쯤은 남겨 두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그는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상자 속 물건을 몇 번이고 꺼냈다가 다시 넣기를 되풀이했다.손가락은 이미 감각을 잃고 무뎌져 있었다.그제야 강현우는 깨달았다.윤홍주는 정말로 떠났다. 자신도, 산이도 모두 버린 채...“아주버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이때 김영란이 다가와 안타까운 얼굴로 그를 끌어안았다. “형님은 떠났지만, 아주버님 곁에는 아직 제가 있잖아요.”강현우는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그녀를 거칠게 밀쳐 냈다. “감히 홍주를 너랑 비교해? 썩 꺼지거라!”김영란은 바닥에 넘어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현우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거칠게 굴 줄은 몰랐다.“아주버님...”강현우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며 턱을 움켜쥐었다. “누가 이곳에 들어오라 했느냐? 이곳에는 함부로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 못 들었느냐!”“이곳은 홍주의 처소다.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느리라!”턱을 움켜쥔 손에 힘이 실리자 김영란의 뺨에
Leer más
ANTERIOR
123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