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시(卯時)윤홍주는 늘 그랬듯 몸소 수제비를 빚어 시부모님의 아침상을 마련했다.진시(辰時)에는 시부모님께 문안을 드리고, 온 식구의 수라를 곁에서 시중들었다.진시 신각(申刻)에는 강현우를 문밖까지 배웅했다.평소 같았으면 이것저것 당부의 말을 건넸겠지만, 오늘의 윤홍주는 눈빛만 차갑게 가라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홍주야. 어머니께서는 병세가 위중하시고, 아우인 현수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장남이자 맏형으로서, 마땅히 제수 씨를 돌봐야 한다네.”“그대는 황후마마께서 친히 현덕부인이라 칭호를 내린 사람이 아니더냐. 누구보다 어질고 너그러우니, 남들이 너를 헐뜯는 일은 나 또한 바라지 않소. 허니 내 처지도 헤아려 다오.”말을 마친 강현우는 곧장 말에 올랐다.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윤홍주는 고개를 들어 그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어질고 너그러우면 지아비를 다른 여인에게 내어 주고, 아이까지 낳게 해 주어야 한단 말인가?’‘허면 차라리 악처가 되는 편이 났지.’얼마 전, 시동생 강현수는 갓 혼례를 올리자마자 급히 출정을 명받았다. 그러나 공을 탐한 끝에 적의 계략에 빠져, 끝내 전장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후사를 잇지 못한 시동생의 대를 이어야 한다며, 집안에서는 강현우가 두 집안의 대를 함께 잇기를 바랐다. 그 뜻을 앞장서 밀어붙인 것은 시어머니였다.대운 왕조에서 한 사람이 두 집안의 대를 함께 잇는 일은 그리 낯선 풍습이 아니었다.그러나 강현우는 이제껏 단 한 번도 그 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어젯밤 시어머니와 밤늦도록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뒤, 오늘은 도리어 그녀를 설득하려 들었다.‘마침내 마음을 바꾼 것일까?’윤홍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손끝마저 서늘하게 식어 갔다.그녀가 영안후부(寧安侯府)로 돌아오자마자, 노마님은 곧바로 그녀를 처소로 불러들였다. “홍주야.”“홍주야, 너는 늘 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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