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Capítulo 161 - Capítulo 170

177 Capítulos

161화. 사랑이 약점이라는 착각

낡은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폐쇄된 지하 저장고 안을 무겁게 울렸다. 벽면에는 녹슨 철제 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로 일정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B-3 구역. 연수가 영상 속에서 필사적으로 알려준 바로 그 장소였다. 태성은 어둠이 내려앉은 통로 끝에 홀로 서 있었다. 다친 어깨에는 여전히 보호대가 채워져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날카로운 통증이 온몸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태성의 시선은 오직 저장고 중앙에 묶여 있는 연수를 향해 있었다. 연수는 낡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손은 등 뒤로 묶여 있었고, 창백한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했다. 하지만 태성을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연수는 그가 자신이 남긴 단서를 알아보았다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 태성 역시 연수의 눈빛에서 한 가지를 읽었다. 그녀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저장고 반대편에서 느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짝. 짝. 짝. 이민우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의 허리춤에는 권총이 꽂혀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역시 찾아왔군.” 이민우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영상 속 작은 표지판까지 알아보다니. 사랑에 빠진 사람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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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세상 앞의 진실

탕! 두 번째 총성이 폐쇄된 지하 저장고를 뒤흔들었다. 연수는 태성을 향해 손을 뻗은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태성의 몸이 자신의 앞으로 무너지는 순간, 연수는 이민우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알이 향한 곳은 태성이 아니었다. 저장고 위쪽 철제 통로에 자리를 잡고 있던 경찰 저격수의 총알이 이민우의 오른쪽 어깨를 정확히 관통했다. “으악!” 이민우의 몸이 거칠게 뒤틀렸다. 손에 들려 있던 권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철컥. 차가운 금속음이 울리며 권총이 콘크리트 바닥 위를 미끄러졌다. “무기에서 떨어져!” “움직이지 마!” 경찰들의 고함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이민우는 총상을 입은 어깨를 움켜쥔 채 몇 걸음 뒤로 비틀거렸다. 그의 발이 불타고 남은 장부의 잔해를 밟았다. 검게 그을린 종이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자신이 세상의 모든 진실을 태워버렸다고 믿으며 웃어대던 남자는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재 위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하지만 연수는 이민우를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오빠!” 태성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듯 쓰러졌다. 총성이 울리던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연수를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겨 감쌌다. 이민우가 처음 쏜 총알은 태성의 다친 어깨 위쪽을 관통했다. 이미 화재 현장에서 부상을 입었던 곳에 다시 총상을 입은 탓에 출혈이 빠르게 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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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았다

현장 감식반은 불길이 미처 삼키지 못한 장부의 잔해를 조심스럽게 수거하고 있었다. “물을 뿌리지 마십시오. 종이 조직이 더 훼손될 수 있습니다.” “보존 용기에 바로 옮기세요.” 장부는 대부분 검게 타버린 상태였다. 가죽 표지는 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려웠고, 수많은 페이지가 재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두꺼운 장부를 묶고 있던 금속 잠금장치가 온전히 남아 있었다. 안쪽에 있던 몇 장의 페이지도 불길이 완전히 닿지 않아 일부 글자와 숫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식 요원 한 명이 핀셋으로 검게 탄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여기 계좌번호가 남아 있습니다.” 진혁이 다가왔다. 그는 태성이 가져온 복사 자료를 꺼내 페이지에 남은 숫자와 대조했다. M-17 특별관리계좌. 남아 있는 계좌번호와 날짜, 송금 금액이 태성과 연수가 이미 확보해둔 자료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진혁의 표정이 굳었다. “틀림없습니다.” “원본이라는 뜻입니까?” 현장 감식관이 물었다. 진혁은 금속 잠금장치 안쪽에 새겨진 작은 번호를 확인했다. 강 회장의 금고에서 발견한 장부 보관 기록에 적혀 있던 관리번호와 같았다. “네.” 진혁이 낮게 대답했다. “이게 우리가 찾던 원본 장부입니다.” 감식관은 곧바로 사진을 촬영하고 잔해를 증거물 용기에 넣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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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되찾은 아버지의 이름(1)

구급차 안에서 연수는 태성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아버지에게 조용히 약속했었다. 이제 곧 이름을 돌려드리겠다고. 그 약속이 세상 앞에서 이루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폐공장에서 이민우가 체포된 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태성그룹과 정우산업의 과거는 거대한 퍼즐이 맞춰지듯 빠르게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찰청은 사건의 규모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그동안 여러 사람의 손에 흩어져 있던 증거들이 하나의 수사 기록 안으로 모였다. 강 회장과 이창석이 나눈 마지막 통화 녹음. 오랜 죄책감 끝에 박성규가 남긴 증언과 육성 기록. 화재 현장에서 회수된 원격 발화 장치의 작동 기록. 화재가 발생하기 전 미리 작성된 기사 초안. 태성과 진혁이 추적한 비자금 계좌의 거래 명세. 그리고 연수가 목숨을 걸고 확보한 납치 현장의 녹음 파일까지. 서로 상관없어 보였던 증거들은 정교하게 맞물렸다. 하나의 증거가 또 다른 증거를 뒷받침했고, 또 다른 기록은 누락된 시간과 인물을 채워 넣었다. 흩어져 있던 진실의 파편들은 이제 이민우와 그 일당이 빠져나갈 수 없는 견고한 그물이 되어 있었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해 복원된 불탄 장부의 잔해는 결정적이었다. 대부분의 종이는 검게 타버렸지만, 불길이 완전히 삼키지 못한 몇몇 페이지에서는 계좌번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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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되찾은 아버지의 이름(2)

검은 정장을 입은 그의 얼굴은 세월 때문에 조금 바래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따뜻했다. 연수의 뒤로 태성이 들어왔다. 그가 나타나자 브리핑룸 안의 시선이 잠시 그에게로 향했다. 태성은 검은색 정장에 짙은 회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오래되지 않아 얼굴에는 아직 옅은 피로가 남아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창백한 피부와 선명하게 드러난 턱선은 그가 겪은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총상을 입었던 오른쪽 어깨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재킷 안쪽으로 얇은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 탓에 한쪽 어깨의 움직임은 조금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키가 크고 곧게 선 모습과 깊고 차분한 눈빛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예전의 태성이 날카롭고 차가운 완벽함으로 사람들을 압도했다면, 지금의 그는 고통을 지나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단단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태성은 연수 곁으로 다가가 아무 말 없이 섰다. 그리고 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 손길은 연수를 끌어당기거나 보호하려는 과장된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조용한 약속이었다. 연수는 태성을 올려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태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오늘을 함께 보겠다고. 아버지의 이름이 되돌아오는 순간을 그녀 혼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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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다시 시작하는 이름

태성은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연수는 그 온기에 의지해 간신히 무너지지 않고 서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기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많은 취재진이 연수와 태성을 향해 몰려왔다. “하연수 씨, 아버지의 무혐의가 공식 확인된 심경이 어떠십니까?” “하정우 대표의 명예 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진행하실 계획입니까?” “태성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실 생각입니까?” “강태성 대표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순식간에 수십 개의 마이크가 연수 앞에 들이밀어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태성은 본능적으로 연수의 앞을 막아서려 했다. 그러나 연수가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태성이 그녀를 돌아봤다. 연수는 괜찮다는 듯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큼은 숨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뒤에 가려지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하정우의 딸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이름을 세상 앞에서 당당히 부를 수 있는 날이었다. 연수는 아버지의 사진을 가슴 앞에 들고 기자들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많은 분이 오늘을 승리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브리핑룸 안이 조용해졌다. 연수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수많은 마이크를 통해 또렷하게 전달됐다. “저도 언젠가 이 순간이 오면 기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잠시 아버지의 사진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막상 아버지의 이름이 돌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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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너무 늦은 고백

하정우의 명예가 공식적으로 회복된 뒤에도 세상의 관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언론은 연일 태성그룹의 과거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창석이 조성한 불법 비자금과 정우산업의 몰락, 그리고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침묵했던 강 회장의 책임까지 하나씩 세상에 드러났다. 사람들은 태성그룹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었다. 끝까지 책임을 회피할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쌓아 올린 권력의 기반을 허물고 진실 앞에 설 것인지. 며칠 뒤, 태성그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 당일. 태성그룹 본사 대강당은 이른 시간부터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단상을 향해 설치됐고, 기자들은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강 회장의 등장을 기다렸다. 정면 대형 화면에는 태성그룹의 로고만이 떠 있었다. 평소라면 자부심과 권위를 상징했을 그 로고는 오늘따라 무겁고 차갑게 느껴졌다. 마침내 대강당 옆문이 열렸다. 강 회장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평소처럼 완벽하게 차려입은 모습은 아니었다. 넥타이는 조금 느슨하게 매여 있었고, 병원 생활로 야윈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한 손에는 검은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강 회장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한 걸음씩 단상으로 향했다. 대강당 안이 일순 조용해졌다. 수십 년간 대한민국 재계를 움직여온 인물이었다. 그가 회의장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그의 모습에는 거대한 그룹의 지배자가 지닌 위압감이 없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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