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Chapter 141 - Chapter 146

146 Chapters

141화. 장부를 기다리는 자

“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죠?” 박성규의 아내가 불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연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사모님과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습니다.” 태성도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저희가 찾아온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안전한 거처도 마련해드리겠습니다.” 여자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 누구도 믿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성은 카세트테이프와 수첩을 증거물 보관 봉투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원본은 최대한 훼손되지 않도록 전문 기관에 복원과 감정을 맡기겠습니다.” “복사본을 먼저 만들고, 원본은 사모님 동의 없이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여자는 박성규의 사진을 한 번 바라본 뒤 말했다. “가져가요.” “그 사람도 이걸 숨기기만 하려고 남긴 건 아닐 테니까.” 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진실만 밝히는 게 아니라 박 상무님의 진실도 함께 밝힐게요.” 박성규의 아내는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 남편이 잘못이 없었다고 말하지는 마요.” 연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사람도 돈을 받았고, 다른 사람의 회사를 망가뜨리는 일에 가담했어요.” 여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겁을 먹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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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이민우의 덫

진혁에게서 CK 물류에 관한 보고가 도착한 것은 새벽 두 시가 넘어서였다. 박성규가 남긴 수첩 속 메모. M-17 / CK 물류 / 지하 보관실. 그 짧은 문장을 시작으로 진혁은 폐업 법인의 기록과 토지대장, 건물 소유권 변경 내역을 밤새 추적했다. CK 물류는 서류상으로 십 년 전에 폐업한 회사였다. 하지만 도심 외곽에 자리한 물류 터미널은 철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재 소유자는 이창석이나 이민우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작은 투자 법인이었다. 문제는 그 투자 법인의 대표가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대표자는 오랫동안 해외에 체류 중이었고, 국내에서 회사를 운영한 기록도 없었다. 그럼에도 세금과 건물 관리비, 화재보험료는 단 한 번도 연체되지 않았다. 누군가 건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사라지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혁이 마지막으로 찾아낸 기록은 더욱 수상했다. 정우 산업이 파산한 직후, 수십 개의 문서 상자가 CK 물류로 옮겨졌다는 운송 기록이었다. 운송 지시자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지만 도착지는 분명했다. 지하 보관실 M-17. 그리고 그날 이후 그 공간이 다시 열렸다는 공식 기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태성은 진혁이 보내온 자료를 몇 번이고 살펴봤다. 모든 단서가 지나치게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의심스러웠다. 마치 누군가 자신들이 그곳까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길을 닦아놓은 것 같았다. 태성은 옆에서 자료를 읽고 있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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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놓지 않는 손

“거짓말.” 연수는 힘겹게 말했다. 그러나 이민우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당신도 이미 알아봤잖아.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보았던 아버지의 서명이니까. 연수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그 말은 정확했다. 문서에 적힌 서명은 너무도 익숙했다. 아버지가 생일카드에 써주던 이름. 학교 준비물에 적어주던 글씨. 회사에서 돌아와 피곤한 얼굴로 자신이 내민 알림장에 서명하던 손끝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민우는 연수의 침묵을 즐기는 듯했다. —왜 아무 말도 못 하지? 연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서명만 진짜일 수도 있어.” —그래? “내용을 속이고 받은 서명일 수도 있고, 다른 문서에서 가져왔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박성규가 남긴 유서도 거짓이라고 해야겠군. 태성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무슨 유서지?” —박성규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기록. 박성규의 아내는 녹음테이프와 수첩을 건넸지만 유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성은 이민우가 진실을 말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정말 그런 게 있다면 공개해.” —때가 되면. “존재하지 않으니까 보여주지 못하는 거겠지.” 태성의 도발에도 이민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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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불길 속에 갇히다

“우리는 같이 들어가고.” 연수가 태성의 말을 이었다. “같이 나가요.”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은 채 비밀 통로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진혁이 휴대전화의 불빛으로 앞을 비추며 먼저 좁은 통로를 살폈다. 벽과 천장은 모두 녹슨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오래된 먼지 위에는 누군가 최근에 오간 듯한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태성은 한 손으로 연수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벽을 짚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통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공기는 더욱 답답해졌다. 오래된 기름과 금속이 뒤섞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혁이 앞쪽을 살피며 낮게 말했다. “통로 끝에 공간이 하나 더 있어.”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아직은 모르겠어.” 진혁이 바닥의 발자국을 비췄다. 안쪽으로 들어간 흔적뿐 아니라 밖으로 나온 흔적도 여러 개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 이 장소를 최근까지 드나들었다는 뜻이었다. 연수는 태성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태성이 곧바로 그녀를 돌아봤다. “괜찮아?” “네.” 연수는 짧게 대답했지만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태성은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내 뒤에 있어.” “오빠도 혼자 앞에 나가지 마요.” “연수야.” “약속했잖아요.” 연수는 그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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