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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나의 첫사랑의 아이: Kabanata 121 - Kabanata 130

176 Kabanata

121화

최민주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지 7년 가까이 되어가는데도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았다. 원래의 완고한 성격에 충동적인 면까지 더해졌다.문제는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었다.“어디서 그런 막돼먹은 것을….”어머니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자 현민호는 노크 후 병실로 들어갔다.현민호가 수액대를 끌고 들어가자 최민주가 핸드폰을 던졌다.수액팩에 맞은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현민호는 말없이 액정이 깨진 핸드폰을 주워 사이드 테이블에 놓았다.“엄마, 저도 몸이 좋지 않아 쉬러 가겠습니다.”“너, 형 여자를 기어이….”“제가 먼저 본 여자예요.”“빨리 정리해.”현민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어찌 됐든 어머니가 처음 쓰러진 것은 다니와 자신의 일 때문이었다.“엄마, 원하시는 것이 뭐예요?”“여자 형한테 양보해.”“여자가 형이 싫다고 합니다. 눈에 안 띄게 조심하겠습니다.”“당장 헤어져. 설령 계속 만난다고 해도 그 여자 아이는 입양하지 마. 헛짓거리 말라고. 우리 호적 더럽히면 넌 인간도 아니야.”“어머니, 형 입양하려고 하셨잖아요.”“그냥 입양하는 것하고 내연녀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같아? 너 대가리가 그 정도야? 대학은 어떻게 나왔나 몰라.”최민주는 숨을 거칠게 내쉬고 가슴을 쳤다.“너만 감정 있나? 너만 행복하고 너만 막살면 되는 거야? 너 이상한 짓거리 하면 엄마가 걔 가만 안 둔다.”“저 쉴게요. 쉬세요.”아무리 이해할 수 없어도 어머니의 성격이 더 심해진 것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였다.자신이 크게 다쳤을 때도 엄마 역시 거의 초죽음이 되어 지냈다.어머니가 쓰러져 뇌수술을 받을 때는 민호도 정말 무섭고 겁이 났었다.어머니의 말뜻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현민호는 동하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아이가 혹시 친아빠를 찾기 원한다면 어른들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다니가 엄마고 내가 엄마의 애인이라고 해도 아이의 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니까.’만일 성을 바꾼다면 순전히 다니의 뜻이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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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아닌데.”김일두는 현민호를 닮았다는 말을 몇 번 들은 적은 있었다.그는 잘생긴 아이가 귀여워 머리를 살짝 만져주었다.하지만 아이는 웃지 않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현민호가 아니어서 실망했나.’검고 깊은 아이의 눈이 신기해서 한참을 보았다.둘의 인사가 길어지자 옆에 있던 김은우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내 삼촌이야.”김일두는 자신에게 다가선 김은우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다니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다가와 동하를 힘을 주어 번쩍 들었다. 엄마가 힘들까 봐 동하는 폴짝 뛰어 올라 두 팔로 목을 감았다.“안녕하세요.”다니는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목례를 했다. 김일두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꼬마가 눈이 깊네. 성깔도 좀 있어 보이고.'뭔가 쓸 만한 조직원을 발견할 때와 같은 희열이 느껴졌다.‘애를 두고 무슨 생각인가.’김일두는 피식 웃었다.다니는 은우가 삼촌 품에 안긴 것을 보고 동하가 서운해할까 싶어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운동이 힘들었는지 동하는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뒤돌아 걸어가는 엄마 어깨에 턱을 기댄 동하가 작은 손을 흔들었다.김일두와 김은우도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꼬마, 잘생겼네.”“나?”은우가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어. 우리 은우도 잘생겼지.”김일두가 김은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동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엄마 품에 안긴 동하의 얼굴이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았다.…김일두는 은우를 안고 오피스텔의 현관문을 열었다.은우의 엄마, 아빠가 뒤따라 들어왔다. 김일두의 생일 파티였다. 일두가 돌보던 동생들도 와 있었다. 그리고 분주한 주방에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왔어?”김일두의 나이드셨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어머니였다. 김일두는 믿을 수 없이 행복한 날이었다.자신의 진짜 생일을 알고 난 뒤 처음 맞는 생일 파티였다.어머니가 끓여준 미역국을 한 숟갈 뜨자 목이 메였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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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동하는 시우와 오전의 축구에 이어 두 번째 공놀이를 시작했다.고맙게도 시우 아버지가 둘에게 플라스틱 골프 세트를 쥐여주며 연습을 시켰다.밤새 고민과 간병으로 잠을 못 잔 다니는 공원에서 눈을 감았다.병원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앉아서 졸 수 있는 시간은 편안했다.자신이 자는 모습에 깨우지 않고 지켜봐 주는 언니 같은 시우 엄마도 고마웠다.…다니는 지친 동하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일주일에 이틀은 수진이네에서 자면서 넓은 집에 적응한 동하는 집을 좀 답답해하기 시작했다.지친 동하는 씻기도 전에 뽀로로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들어버렸다.침실에 아이를 눕히고 다니도 옆에 누워 선잠이 들었다.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시계를 보니 한 이십 분쯤 잔 것 같았다.“등기우편입니다.”다니는 현관으로 나가 등기우편을 직접 받았다.보낸 곳을 확인해도 아는 곳이 아니었다.‘뭐지?’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냈다.첫 장을 읽은 다니는 그대로 손을 떨며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가등기담보권 실행 통지서][부동산 소유자 신다니엘 귀하.채무자 신충건의 금전채무가 변제기까지 이행되지 아니하여, 귀하 소유 부동산에 설정된 가등기담보권을 실행하고자 이를 통지합니다.]다니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최민주에게 맞을 때보다 더 뛰기 시작했다.집이 작아 밖에서만 놀려고 하는 아이를 걱정한 자신이 한심했다.일단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장이 진정되지 않아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쉬었다.그곳 시간은 밤중이라서일까. 신 교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밤 10시는 넘어야 거기 아침인데….’다니는 수진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 이상한 등기가 왔어요. 집과 관련된 거예요.”-들고 와.“동하가 막 잠들어서요. 제가 문자로 보내드려 볼까요?”-일단 보내고. 동하 잘 시간 아니니 오래 재우지 말고 7시쯤 와.대학교 1학년 때, 다니의 아버지는 교환교수로 미국에 가게 되었다.아빠가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이었다.보라는 아버지의 동문이라는 가산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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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아빠는 다니가 살고 있는 집에 자신의 이름으로 뭔가 해두었다고 했다.보라가 빚이 많아진 이유 중 하나는 강남의 오피스텔을 고집해서였다.김일두 주변에 살고 싶어서였다.엄마의 소개와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전문직부터 기업인 집안까지 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일두만 한 남자는 없었다.‘사랑하나? 그건 모르겠고. 아저씨가 돈이 많다. 책임감도 있고.’회사에 있을 때 보면 여전히 주변에 깡패가 많아 보이긴 했다. ‘잠자리는 죽여줬지. 아저씨 때문에 다른 남자들이 다 마음에 안 들어.’‘아저씨가 가슴도 넓고 허리도 묵직하고 진짜 멋있는데.’이제 서른 살을 앞두고 보니 김일두를 어떻게든 찾고 싶었다. 아직까지는 잘되지 않았다.김일두 생각을 털어내고 정신을 차린 보라는 서류 박스들을 찾기 시작했다.한국을 떠나기 전 아빠가 자신에게 도장을 찍으라고 했던 서류들이 있었다.‘뭐라고 했었지.’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아빠가 알아서 한다고 했고, 자신에게 손해가 가는 일은 아니라고 했다.엄마가 두고 간 서류 박스들을 내려서 먼지를 닦고 열었다. 박스 안쪽 깊숙한 곳에서 눈에 띄는 서류 봉투 하나를 찾아냈다.[영진자산관리]라고 쓰여 있는 봉투를 열었다.“찾았다.”몇 장을 빠르게 넘기던 손이 잠시 멈췄다.보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진짜 있네. 네 아빠잖아. 신 공주, 나 원망하지 마.”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류를 챙겼다.“오, 담보 비율은 꽤 잡으셨네. 미국 집 사는 데 썼나.”다시 서류를 내려다봤다.“집이 완전 싸네. 오르지도 않았고. 이래서 오래된 오피스텔은 사면 안 돼. 싸구리 집.”채무 금액과 이자, 담보에 관한 내용이 이어졌다. 그래도 대표직을 해와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이렇게 안 오른 집도 별로 없겠네.”시세를 확인하고는 보라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다니의 집에 걸려 있는 담보와 자신이 관계가 있었다.보라는 시간을 확인하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몇 번의 신호 끝에 신충건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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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일단 아버지와 통화를 하려는데 연락이 안 된다.‘다 상관없다.’ 다니는 씁쓸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알았다.사연이 구구절절해도 법은 법대로 움직이는 것이다.동하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버스를 기다리며 민호에게 전화를 했다.“민호야, 아침은 먹었어?”-먹었어. 아침에 바빠서 문자도 못 보더니 웬일이야. 내 걱정했어?“그럼, 언제 퇴원해?”-주치의한테 말하고 지금 나오는 중이야. 나머지 마무리는 정준이 형이 하기로 했고.“저, 나하고 동하, 혹시 너희 집에서 살아도 될까. 잠시라도.”잠시 현민호의 침묵이 이어졌다.‘지금은 어려운 거 알 텐데? 갑자기.’“어렵겠지?”-왜 그러는데? 나하고 같이 지내고 싶어서? 조금 더 기다려 주면 안 되나?기분은 좋네. 신다니가 먼저 말을 꺼내고.“...”다니는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왜 그러는데, 갑자기?“나 첫날이니까 파이팅해 줘.”-그래. 파이팅.…현민호는 청색 넥타이를 매만졌다.출근 준비를 마치고 주방을 보니 물을 틀어보던 다니가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한때는 잠시라도 너와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너와 날 닮은 아이의 배웅을 받는 꿈을 꾸었다.‘날 위해 나의 아이도 가져줄 거지.’‘그나저나 아직 여기는 안 되는데. 집이 마음에 들었나.’먼저 시간을 갖자던 다니가 이상해서 일에 집중이 안 될 것 같았다.다니의 말이 부탁으로 느껴지면 민호는 바로 압박감 같은 것을 느꼈다.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어릴 때도 애썼지만 실패한 것이 있다.다니가 불평을 하거나 지나가는 말로 해도 자신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느꼈다. 기어이 다니가 원하는 대로 해주거나, 누군가에게 불평하면 복수라도 했다.다니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일도 할 겸 아크에 가봐야겠네.’현민호는 다니가 같이 살자고 하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하면 자신이 괴로워할 것이 뻔했다.‘오늘부터 다시 일에만 집중해야 해. 실적 내야 해. 그전에 만나자.’“신다니, 기다려. 오빠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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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저 여자가 아줌마가 되더니 어린 남자들에게 친절해진 것 같아. 아, 너무 풀어줬어.’현 본부장은 살짝 인상을 썼다.다니는 고개를 돌려 현 본부장을 확인했다.입꼬리를 올리며 반색하는 말간 눈이 현민호를 바라봤다.‘어, 다니 눈이 할 말이 있는데. 왜 나하고 있고 싶어?’“현 본부장님, 오셨어요?”“다니 씨는 주말에 잘 쉬었어요?”“네.”다니는 반가운 마음에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안녕하십니까. 강지환입니다.”“네, 반갑습니다.”현민호는 손에 힘을 주어 악수를 했다.직원들과 악수할 때는 힘을 약간 주어 친밀감을 표현하는 편이었다.하지만 다니의 눈이 신경 쓰여 그가 질투의 대상이라는 것도 잠시 잊고 말았다.첫 회의는 리브랜딩을 위한 모우란의 현 상태를 진단하는 것으로 시작했다.신다니가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현재 모우란의 핵심 고객층은 40~50대입니다. 골프웨어 브랜드는 아닌데 상품 구성이나 매장 이미지는 골프웨어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화면이 넘어가며 기존 모우란의 대표 상품들이 나타났다.“기능성 소재와 골프웨어처럼 보이는 디자인 비중이 높은데, 정작 전문 골프웨어도 아니고 일반 캐주얼이라고 하기에도 정체성이 모호합니다.”아크브랜딩의 서 대표가 자료를 넘겨보며 물었다.“매출은 어떤 상품에서 나옵니까?”“기존 고객이 구매하는 점퍼와 팬츠류 비중이 높습니다. 문제는 신규 고객 유입이 적다는 겁니다.”이태하가 말을 받았다.“그래서 대영에서도 한때 모우란을 정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습니다. 이번에는 브랜드를 살리는 쪽으로 결정했고요.”다니가 다음 화면을 띄웠다.“기존 모우란 디자이너들은 타깃을 젊은 층까지 확대하고 스포티한 라인을 추가하는 방향을 제안했습니다.”서 대표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40~50대 기존 고객을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30대까지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고객을 잡을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현 본부장이 물었다.“도시적인 어반 스타일이라는 큰 방향은 유지하는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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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네 집인데 누가 나가래? 알아듣게 자세히 천천히 이야기해.”따뜻한 리조또 두 개가 앞에 놓였다.다니는 자세를 세워 열감기를 심하게 앓았던 민호에게 음식을 당겨 주었다.“우리 먹으며 이야기하자. 나 이딴 일로는 울고 싶지 않아.”“그래. 상처 내는 대로 받아주고 아파하는 거, 더는 하지 마.”다니는 민호가 먹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어머니의 유산으로 사준 것으로 알았지만 아버지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고, 전세금도 찾아갔다고 말했다.이미 십 년 전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다니는 말하면서도 슬프고 창피했다.“다 정리하고 나면 나한테 남는 게 천오백에서 이천만 원 정도래.”민호는 물을 마시며 다니가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다니야, 밥 먹어. 힘내서 지지 마.”“두 달 정도 지나면 집에서도 나가야 할 수 있대.”끝내 다니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어떻게 아빠가 그럴 수 있어. 만일 동하만 아니었다면 나 진짜… 노숙이라도 하면서 아빠 딸, 아빠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고 했을 거야. 나 너무 속상해.”현민호는 아무 말 없이 한 팔로 다니의 어깨를 끌어안았다.“다니야, 내가 널 그렇게 두지 않아.”다니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말을 이어갔다.“나한테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걱정하지 마. 다니는 어떻게 하고 싶어?”다니가 고개를 들자 큰 눈이 애처롭게 보여 민호는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왔다.“그 집에 계속 있고 싶어? 아니면 나가고 싶어?”“그 집에 있게만 해 줘.”다니는 이를 악물고 울지 않으려 했다.“다니야, 그럼 이렇게 하자.”“어떻게?”“네가 그 집에서 계속 살고 싶으면 내가 빚부터 변제해줄게. 지금 현금 융통이 잘 안 돼도 그 정도는 있어.”다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집이 싫으면 나와.”민호가 다니의 손을 잡고 힘을 주었다.“내 아파트 정리해서 수진이네 같은 아파트로 24평 정도 하나 사자. 난 월세 들어가면 돼.”“네 집을 왜 팔아?”“내가 가용할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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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1년 전 초가을, 김일두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일산으로 출발했다.깨끗이 세차를 한 검은 세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양복을 입으면 나이 들어 보이고, 포마드를 하면 깡패처럼 보일까 봐 평소와는 다른 캐주얼한 스타일로 입었다.서른두 살, 제 나이로 보이게 옷을 입으려 했다.김일두는 이미 어머니가 사는 곳도 알았고, 지금까지 혼자 사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어머니는 무슨 사연으로 결혼도 안 하시고. 그래서 나를 만나겠다고 쉽게 결심하신 것일 수도 있고.”이미 친자검사는 끝낸 뒤였다.변호사와 상두를 유전자 검사 때문에 먼저 보냈는데, 어머니는 상두를 붙잡고 한참을 우셨다고 했다.어머니는 처음에 김상두가 아들인 줄 알고 울며 말했다.“그래도 못 먹고 살진 않았구나. 이렇게 크고 뚱뚱한 걸 보니.”운전을 하다가도 그 이야기가 생각나 김일두는 웃음을 지었다. “우리 어머니, 은근히 재미있으신데.”일두답지 않게 긴장한 채 조용한 식당으로 들어섰다.그는 미리 예약해 둔 룸으로 향했다.일산에 사는 쉰일곱 살의 어머니를 처음 마주하는 날이었다.문을 열고 들어간 김일두는 생각보다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를 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단혁아.”그가 실종되기 전의 이름은 이단혁이었다.그 한마디에 일두의 큰 몸이 조금 굽혀졌다.가까이 다가온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만졌다.생각보다 젊은 얼굴을 보며 혼자였어도 아주 고생스럽게 살지는 않으셨나 보다 생각했다.그런데 뺨을 쓰다듬는 손끝은 거칠었다.김일두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혼자 고생하셨구나.’“어머니.”“고맙다. 찾아와 줘서. 엄마도 너 찾으러 얼마나 헤매고 다녔다고.”“고맙습니다. 찾아다녀 주신 거.”일두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멈췄다.“날 잊지 않고 계셨다니…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어머니의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어머니, 보고 싶었습니다.”“아들아. 내 아들… 엄마가 미안해. 그깟 일 좀 배우겠다고.”어머니는 미용사 자격을 따고 처음 일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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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김일두가 눈을 들었다.예상하지 못한 질문은 아니었다.하지만 어머니를 찾은 뒤 일 년 동안 한 번도 먼저 묻지 않았다.“궁금했습니다.”“그런데 왜 한 번도 안 물어봤어?”“어머니가 말 안 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했어요.”이선영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또 울려고.”“아니야.”“어머니 요즘 너무 잘 울어요.”“아들 삼십 년 만에 찾았는데 안 울게 생겼니.”김일두는 아무 말 없이 물컵을 어머니 앞으로 밀어주었다.이선영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엄마가 예전에 회사에서 비서로 일했어.”“그건 들었어요.”“그때 만난 사람이야. 네 아버지.”일두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회사 사람이었어요?”“응.”“유부남이었고요?”이선영이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법적으로는 그랬어.”일두의 눈썹이 움직였다.“법적으로는?”“그때는 이미 부인하고 사이가 다 끝난 상태였어.두 사람 사이에 아이도 없었고, 이혼도 진행하고 있었고.”“그래도 이혼하기 전이었네요.”“맞아.”한숨을 작게 내쉴 뿐 이선영은 변명하지 않았다.“나도 많이 고민했어. 엄마가 살아온 세월은 다 말 못 할 만큼 사연이 많아.처음부터 그런 사람을 만나려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일두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그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인과 따로 지냈어.서로 다른 사람도 있었고. 이혼만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어.”“그러다 내가 생겼고?”“그래.”어머니의 짧은 대답에 일두가 고개를 숙였다.“그 사람은 내가 태어난 거 알고 있었어요?”이선영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 사람은 네가 생긴 것도 몰랐어. 그 사람이 2주 동안 해외 출장을 간 사이에 임신한 걸 알았거든.돌아오면 말하려 했는데, 어떻게 알고 ​그 사람의 어머니와 부인이 찾아왔어.나한테 사람을 붙였나 봐.아이를 지우라고 했어. 병원까지 데려가려고 했고.그 집에 아이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나는 적어도 아이한테까지 그렇게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엄마는 널 지키려고 말했어.사모님도 이미 끝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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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현민호는 점심시간이 되자 임 주임과 함께 백화점 장난감 매장으로 내려갔다.임 주임은 본부장이 갑자기 장난감 매장에 가자고 했을 때부터 이미 누구 선물인지 눈치채고 있었다.현민호는 입구에 진열된 자동차 장난감부터 살폈다.빨간 소방차를 집어 든 그가 버튼을 눌렀다.삐뽀삐뽀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이런 거 사줄까요?”임 주임이 소방차를 내려다봤다.“인형 사주세요.”“인형?”“네. 오래 안고 잘 수 있는 거요.”민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임 주임을 바라봤다.“남자애인데?”“다섯 살은 남자가 아니고 아기예요.”“다섯 살이면 남자지.”“본부장님이 다섯 살 때 남자였어요?”민호가 잠깐 생각했다.“당연히.”임 주임이 피식 웃었다.“그건 본부장님 생각이고요.”두 사람은 인형이 진열된 쪽으로 걸어갔다.토끼며 강아지며 공룡까지 크고 작은 인형이 가득했다.현민호는 그중 유난히 큰 갈색 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다섯 살 아이 체구만 한 테디베어였다.곱슬거리는 갈색 털에 동그란 귀가 달려 있고, 얼굴도 제법 잘생겼다.현민호가 곰의 귀를 한번 만져보더니, 인형을 빤히 바라보며 눈싸움을 시작했다.“임 주임, 이거 괜찮아요?”“네, 좋아요.”“근데 이건 여자들이 더 좋아하지 않아요?”“본부장님, 아이 선물 고르는 중입니다.”민호는 곰 인형을 내려다보다가 웃었다.“다니도 좋아할 것 같은데.”임 주임이 눈을 맞추며 고개를 저었다.“본부장님.”“왜요.”“오늘은 다니 씨 선물 아니고 아이 선물이에요.”현민호가 풉 소리를 내며 웃었다.“알아요. 알아.”“여자 친구 선물은 다음에 따로 사세요.”민호가 곰 인형을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어 보았다.“그럼 여자들은 뭘 좋아하는데요?”임 주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보석이요.”“아마 그렇겠죠.”“잘 기억하세요.”“다니가 비싼 것은 안 좋아하는데…”“비싼 거 말고 마음에 들어 하는 거 사주세요.”현민호가 인형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요. 일단 오늘은 곰 한 마리 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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