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지희의 몸은 여전히 제멋대로 떨려서 도저히 멈출 수 없었지만, 거칠었던 숨은 한결 잦아들어 있었다.그때 민혜정이 과일 접시를 들고 다이닝룸에서 나오다가 눈앞의 상황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놀랐다. “지희야!”과일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지만, 민혜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급히 지희에게로 달려갔다.이어 사정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아림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림아! 너 또 지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얘 퇴원한 지 얼마나 됐다고! 네가 좀 참아 주면 안 돼?!”아림의 몸이 살짝 굳었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민혜정을 비롯한 가족들이 언제나 지희 편을 들고,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아림을 탓하는 일에는 이미 익숙했다.마음이 아프냐고? 당연히 아팠다.억울하냐고? 그래도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몇 분이 지나 지희의 호흡과 감정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줄곧 침묵하던 이헌이 입을 열었다.“이건 유빈이 줘.”이헌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감정이 거의 묻어나지 않았다. 다만 짙은 속눈썹을 내리깐 채, 아림의 표정을 차마 보지 못하는 듯했다.아림은 겉으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요하던 마음에는 잔물결이 번졌고, 가슴 한편이 저릿했다. 아림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였다. 이헌과 지희, 유빈의 관계를 떠나 지금 환자의 상태만 놓고 본다면, 이헌의 말은 지희를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었다.하지만 엄마로서는 로아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해 왔다는 사실이 마음 아플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로아도 분명 이헌의...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로아는 로봇 생각에 먼저 안으로 뛰어들어 와 있었다.이헌의 말은 그대로 어린 로아의 귀에 박혔다.로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끈이 끊어진 팔찌에서 떨어지는 구슬처럼 한 방울, 또 한 방울 바닥을 적셨다.“근데... 이거 나 주는 거라고 했는데...”로아의 목소리는 작고 잠겨 있었고, 서러움이 가득 묻어났다.아림은 가슴이 죄어 왔다. 어린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