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사업이 흔들리자 양부모는 아림을 다락방에 가둬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게 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시키고 나이 많은 돈 많은 남자와 결혼시키려 했다. 벗어날 길이 없다는 절망감에 아림은 스스로 삶을 끝낼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다.그 시절 아림은 활시위에 끝까지 당겨진 현처럼 하루하루 견디며 살았다. 다른 사람을 믿거나 자신에게 건네는 마음에 답할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경은이 내미는 호의가 고맙다는 건 알고 있었고 늘 감사하다고 답했다. 그래도 아림은 끝내 마음 한 겹을 완전히 열지 못했다.졸업 뒤 경은은 외국으로 나갔다고 했다. 서로 다른 삶을 살며 연락은 점차 줄었고, 나중에는 SNS에 올라온 글에 가끔 ‘좋아요’를 누르는 정도만 남았다.오랜만에 경은에게 직접 연락을 받자 아림의 마음은 복잡했다.뭐라고 답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새 메시지가 올라왔다. [최아림, 대학 4년 동안 내가 타 준 꿀 생강차 값 너 아직 안 갚았어. 모르는 척하면 안 된다!]아림은 그 문장을 몇 초 바라보다 입가에 웃음을 띠고 짧게 답했다.[주소.]답장은 바로 왔다. [이따 보내 줄게. 하트, 하트!!]아림은 웃는 얼굴로 대화창을 닫고 핸드폰을 책상 위에 엎어 놓았다....월요일 저녁 6시, 아림은 경은이 보내 준 주소에 정확히 맞춰 도착했다. 도심의 프라이빗 클럽이었다. 입구에는 차가 여러 대 서 있었다. 아림은 검은 터틀넥 니트에 흰 와이드 팬츠를 입었고 긴 머리는 자연스럽게 풀어 둔 채 흰색 헤어핀으로 한쪽만 가볍게 고정했다. 단순한 차림이었지만 차분한 매력이 있었다.아림이 로비에 들어가자 디올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여대생처럼 보이는 여자가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달려와 아림의 목을 팔로 확 끌어안았다.“아림아! 세상에, 진짜 드디어 만났네... 너 왜 이렇게 말랐어?”경은이었다.경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림을 위아래로 살폈다. 눈에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스쳤다.대학 시절과 비교하면 경은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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