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눈을 떴을 때, 그는 낯선 거리 한복판에 서 있었다.사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철제 마차들, 하늘 높이 솟은 건물들, 처음 보는 옷차림의 사람들.“…여기가.”말도, 글씨도 낯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스템이 마지막 배려로 넣어준 것인지, 언어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가진 것 하나 없이, 신분도 없이, 그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홀로 서 있었다. 두려움보다는 이상한 해방감이 먼저 밀려왔다.‘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네.’그는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발이 이끄는 대로.거리의 간판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그는 하나하나 눈길을 주며 걸었다. 이 넓은 세계 어딘가에 그녀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 하나만 붙들고서.가진 건 없었지만, 잃을 것도 없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그날 저녁, 노을이 낯선 도시의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크리스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찾을게, 로젤리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그의 새로운 삶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첫날 밤, 크리스는 길에서 잤다.정확히는 잘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나는 낯선 소음, 밝게 빛나는 간판들, 처음 겪는 추위. 공원 벤치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이 세계는 밤에도 이렇게 밝구나.’익숙했던 궁전의 밤과는 전혀 다른 밤이었다. 그는 문득 웃음이 나왔다. 황제였던 사람이 노숙이라니. 근데 이상하게 서럽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했다.다음 날, 그는 처음으로 ‘돈’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배가 고팠지만 살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가 가진 건 이 세계에서는 아무 가치도 없는, 낡은 예복 한 벌뿐이었다.“저기, 실례합니다.”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봤지만,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지나갔다. 이 세계에서 그는 그저 행색이 수상한 이방인일 뿐이었다.*일주일쯤 지나서야, 그는 어느 편의점 사장의 눈에
Last Updated : 2026-07-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