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Chapter 11 - Chapter 20

35 Chapters

11. 위악을 떨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나도 동감이야.” “됐으니까 일어나기나 해.” 그는 내 말에 빈정댔다. “지금 내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나? 그럼 참 유감이군. 시력이 많이 안 좋은가 본데, 안경부터 새로 맞추는 게 어때.” 그 순간, 나는 내 옷을 찢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거지?” 난 아까 그가 한 말을 되돌려줬다. “보면 몰라?” 그에게 깨끗한 천을 붕대처럼 감아주었다. 피가 계속 흐르는데도 정답게, 아니 정답게는 아니지만 시시덕거리며 더 이상 질질 끌 시간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놀리던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었다. “왜 날 도와주는 거지?” “참나, 언제는 같은 편이라면서.” “그건 그랬지.” 나는 그에게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제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거든요.” 내 말에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역시 당신은 그때 내가 본 그 사람이 맞아.” “또 그 소리, 됐네요.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왠지 재수가 없으려니까.” “괜히 위악이나 부리긴.” 내 방에 들어가자,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소리지르려는 순간 그 사람이 내 입을 막더니 말했다. “쉿, 접니다. 소리지르지 마세요.”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누군가 했더니 흑막 상단주였다. 나는 놀라 물었다. “내 방에는 또 어떻게 들어왔어?” “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 “당연하지!” 이쯤 되면 이 성의 보안이 궁금했다. 그가 휘릭 날아와 물었다. “그나저나 호위 기사가 바뀌었더군?”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그야 난 당신에 대한 건 하나도 빠짐없이 다 아니까.” 그리 말하며 그가 내 코를 톡 건드렸다. 나는 그 말에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야, 슬슬 무서워지려고 하니까 그만해라.” “그리 무서워하지 마. 그냥 난 널 더 잘 알고 싶은 것뿐이거든.”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받아치자 그가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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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갑자기 날아든 총알

크리스는 마치 한 마리 뱀처럼 술술 빠져나갔다. ‘에휴.’ 더해봤자 승산도 안 나올 것 같아서 나는 그와 입씨름을 그만두었다. 그 대신 난 문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그런 말이나 할 거면 어서 나가.” 그는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휘유, 세상에 남편을 쫓아내는 아내도 있나.” “하! 너는 이제 내 남편이 아니야.” 그는 반론을 꺼냈다. “아직 서류상으로는 우린 부부야.” “마음대로 생각해, 난 널 남편으로 안 여길 테니까.”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그 말에 기시감이 들어 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뒤에서 또 뭔 이상한 계획을 세우고 있길래.” “하하, 너무 조급해하지 마. 곧 알게 될 테니까.” 나도 무언가를 준비해야 했다. * 탕, 탕, 타당-! 그러던 중, 갑자기 마차 유리에 총알이 세 알 박혔다. 나는 갑작스런 총격에 두 귀를 막고 고개를 아래로 수구렸다. 그때 마차 천장에서 칼이 아래로 꽂혔다. 갑작스런 습격자의 등장이었다. “공녀님, 위험합니다!” 그때 러스티가 내 앞을 막아섰다. 그러더니 밖에 나가 습격자를 베고는 다시 마차로 되돌아온 그가 내게 물었다. “공녀님, 괜찮으십니까?” “응, 나는 괜찮아. 고마워.” 러스티가 없었다면 큰일날 뻔 했다. ‘만약 무리해서 혼자 오기라도 했다면….’ 그리 생각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내 목이 댕강 썰리거나 몸에 칼을 맞을 뻔했다. 내가 겁을 집어먹자, 그가 나를 잔뜩 걱정하며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 위험하실 뻔 했습니다.” “나도 알아. 미안, 다음부터는 주의할게.” 나를 탓하는 말인가 싶어 괜히 찔려 사과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아뇨, 주의는 제가 해야죠. 전 공녀님의 호위기사니까요.” 이 상황에도 위험하게 여기를 혼자 오려고 했냐는 말 대신, 자기에게 책임을 묻는 말에 나는 감동했다. ‘이런, 바보같이 그에게 둘 다 붙잡히고 말다니.’ “나와 결혼을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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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호위기사의 질투

상단주가 자기 진짜 이름을 말했다. “…칼 포드야.” “그럼 너 설마…” ‘포드’라는 성은 황태자와 같은 성이었다. “맞아.” “죽은 황태자였어?!” 이건 원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냥 지나가듯이 하는 이야기라 나는 등장인물들의 얼굴만 보느라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내가 너무 크게 소리치자, 그가 내 입단속을 했다. “쉿, 아무리 갔다지만 조심 좀 하라고.” “아, 그렇지. 미안.” “뭐, 그건 됐고. 환생하고 난 뒤로 이렇게 다른 존재로 태어날 줄은 몰랐지.” 그때 그가 피를 왈칵 토해냈다. “허세는 아니었나 봐, 아무래도 능력 자체가 좋은 건 맞았나 본데.” “죽지 마.” “역시 위선 떠는 게 맞았다니까.”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쳤다. “웃기지 말라고!” “워워, 왜 이래. 난 분위기 좀 풀려고 한 건데.” “하나도 안 웃기니까 그만해. 사람이 죽어나가려고 하는데 즐거울 리가 없잖아! 이딴 거 하나도 재미없어!” 그때였다. 머리 위로 빛이 번지더니 그의 복부로 빛이 모아졌다. 그러더니 가시로 뒤덮인 그의 몸에서 가시가 점점 빼지더니 몸이 치유되기 시작했다.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눈썹을 들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살았잖아.” 나도 떨떠름하게 답했다. “나도 내가 당신을 치유할 줄은 몰랐는데.” “어쨌거나 살았으면 된 거지, 좋으면 좋은 대로 생각해.” “당신, 죽었다 살아온 와중에도 이렇게 태평하기야?!”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하게 답했다. “한 쪽이 불안해하면 다른 한 쪽이 균형을 맞춰줘야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꽤나 잘 맞는 커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도 능글맞기는.” “그게 내 매력이지.” 하여튼 이런 와중에도 저 작자한테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가시가 다 빠져나간 자리에 흉터만 남았다. 칼은 아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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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진정한 사랑

그날 밤, 나는 잠도 못 자고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10억… 10억만 받으면 되는데.’ 목표는 단순했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이 미친 세계를 탈출하는 것. 그런데 후보로 점찍었던 황태자는 사이코패스였고, 남은 건 정체불명의 상단주와 순정파 기사뿐이었다. ‘둘 중 누구랑 진정한 사랑을 완성해야 하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그때 창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베개 밑에 숨겨둔 나이프를 움켜쥐었다. “…나야.” 칼의 목소리였다. 창문을 열자 그가 훌쩍 뛰어들어왔다. “안녕.” “밤마다 이렇게 남의 방에 침입하는 게 취미야?” “취미라기보다는, 확인할 게 있어서.” “뭘.” 그가 침대 옆에 걸터앉으며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너, 정말 이 세계 사람이 맞긴 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아까 너한테서 이상한 힘이 느껴졌거든. 날 치유했던 그 빛 말이야. 그거, 이 세계 사람이 쓸 수 있는 힘이 아니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시스템이 준 능력이라는 걸 여기서 들킬 순 없었다. “몰라, 나도. 갑자기 생긴 거야.” “숨기지 않아도 돼. 나도 이 세계 사람 아니니까.” “…그건 아까도 말했잖아.” “정확히는, 다른 세계에서 죽었다가 여기 다시 태어난 거지. 너처럼 통째로 넘어온 건 아니지만.” 미묘하게 다른 케이스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너도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 의외로 단호한 대답이었다. “왜?” “돌아갈 이유가 없거든. 여기서 되찾아야 할 게 더 많아.” 그의 눈빛이 순간 서늘해졌다. 복수, 라는 단어가 그 눈 안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돌아갈 이유가 있어. 로또 10억.” “…어이없을 정도로 솔직하네.” “솔직한 게 죄는 아니잖아.”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가 밤공기 속으로 낮게 퍼졌다. * 다음 날 아침. 공작가에는 손님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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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또 회빙환?

“결혼해야 회귀가 끝나거든요. 그런데 결혼한 순간 당신이 죽어야만, 다음 루프로 안 넘어가고 여기 정착할 수 있어요.” 미친 논리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그러니까 협조해주면 좋겠어요, 로젤리나. 순순히 죽어주면.” “그런 미친 부탁을 하면서 표정은 왜 그렇게 멀쩡해.” “진심이니까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싫어. 난 살아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거야. 당신 루프 따위에 희생될 생각 없어.”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그가 웃었다. 그 미소가 어쩐지 소름 끼치도록 다정했다. * 황궁을 나서자마자 러스티가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괜찮아. 그냥 좀, 놀라운 얘기를 들어서.” 마차에 오르며 나는 방금 들은 이야기를 곱씹었다. 크리스가 회귀자라면, 그가 말한 ‘몇 번이나 죽은 여자들’은 대체 누구였을까. 원작 여주인공도 그중 하나였을까. “공녀님.” “어, 왜.”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털어놓았다. 이제 믿을 사람이 몇 없었다. “황태자가 회귀자래. 나 죽이는 게 목표고.” 러스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런…” “그러니까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해. 어디서 뭐가 날아올지 몰라.” “제가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고, 그냥 살아서 지켜줘.” 그가 픽 웃었다. “노력하겠습니다.” 마차가 공작저에 도착하자 뜻밖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후였다. “어머, 폐하께서 어쩐 일로.”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요.” 응접실에 마주 앉자 황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황태자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것 같군요.” “…알고 계셨어요?” “그 아이가 회귀자라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황후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그럼 왜 말씀 안 해주셨어요.” “말한다고 뭐가 달라졌을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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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빙의에 숨겨진 비밀

“황태자한테 황후는 유일한 안식처거든. 자기 엄마가 사실 이세계인이었다는 걸 알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에 변수가 하나 더 늘었다. * 다음 날, 나는 다시 황후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더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폐하,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혹시… 저처럼, 원래 다른 세계에서 오신 거 아니에요?” 황후의 눈이 커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떻게 알았나요.” “그냥, 짐작이었어요. 근데 맞았네요.” 황후가 힘없이 웃었다. “들켜버렸군요.” “그럼 저희, 같은 처지였네요.” “그런 셈이죠.” 황후가 찻잔을 매만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벌써 20년 넘게 여기 있었어요. 돌아갈 방법을 찾다 찾다 포기한 지 오래됐죠.” “그렇게 오래요?” “네. 그동안 크리스를 키우고, 황후 노릇을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그녀의 눈빛에는 오랜 세월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원래 세계에서는 어떤 분이셨어요?” 황후가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답했다.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이제 와 말해봤자 소용없지만요.” 어쩐지 그녀의 목소리에서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나는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른 걸 물었다. “그럼 저랑 같이 돌아갈 방법, 찾아볼까요?” 황후의 눈에 처음으로 희망 같은 것이 스쳤다. “…그래 줄 수 있나요?” “네. 같은 처지끼리 도와야죠.” * 그날부터 나와 황후는 은밀히 손을 잡았다. 겉으로는 여전히 서먹한 며느리와 시어머니처럼 굴었지만, 밤이면 몰래 만나 정보를 교환했다. “시스템이 준 목표가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이었죠?” “네. 근데 진짜 사랑을 못 찾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후보가 다 이상해서.” “이상하다니요?” “한 명은 회귀 사이코패스고, 한 명은 죽었다 환생한 복수귀고, 한 명은 순정파긴 한데 너무 어려요.” 황후가 피식 웃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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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작의 분노

공작이 분노하며 황궁에 항의서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미적지근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하는군요.” “증거요? 자객이 입고 있던 옷 문양이 증거 아닌가요?” “그림자 부대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라, 문양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허탈했다. 이 세계에서는 황태자의 권력이 곧 법이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그때 칼이 소리 없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들었어. 대낮에 습격당했다며.” “어. 이제 아주 대놓고 죽이려 드네.” “걱정 마. 내가 상단 쪽 정보망을 통해서 그림자 부대 위치를 파악해뒀어.” “진짜?” “응. 원한다면 선제공격도 가능해.”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동시에 위험한 도박이기도 했다. “그러다 걸리면 우리가 역적으로 몰리는 거 아니야?” “걸리지 않게 하면 되지.” 칼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예전 황태자였을 때의 그가 언뜻 스치는 것 같았다. “나도 이번 기회에, 예전에 날 죽인 놈들한테 복수할 생각이거든.” “…너 지금 사적인 감정 섞인 거 아니야?” “섞였으면 안 돼?” 뻔뻔한 대답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좋아. 같이 하자.” * 그림자 부대의 은신처는 황궁 지하, 오래된 수로 근처였다. 칼과 러스티,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야밤에 잠입했다. “공녀님은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위험합니다.” “싫어. 나도 갈래.” “고집부리실 때가 아닙니다.” “내가 안 죽는다는 거, 알잖아. 오히려 내가 미끼 역할 하는 게 나아.” 러스티가 못마땅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수로를 따라 내려갔다. “여기다.” 칼이 낡은 철문 앞에서 멈춰 섰다.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다음 작전은 언제야.” “전하께서 곧 신호를 주실 거다.” “이번엔 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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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보름달 뜨는 무도회

황후를 찾아가 무도회 계획을 털어놓자,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보름달이 뜨는 날이라니… 그날은 크리스가 가장 힘을 쓰기 좋은 날이에요.”“힘이요?”“회귀 능력이요. 달빛과 관련이 있거든요. 그날 무슨 짓을 벌일지 저도 예측이 안 돼요.”“그럼 어떡하죠?”황후가 잠시 고민하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제가 그날, 크리스 곁에 붙어 있을게요. 어미로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위험하지 않으시겠어요?”“괜찮아요. 그리고 하나 더, 당신에게 줄 게 있어요.”황후가 품에서 작은 목걸이를 꺼냈다. 은은한 푸른빛이 도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이건 제가 원래 세계에서 가져온 물건이에요. 정확한 용도는 모르지만, 위험할 때 빛을 낸다는 것만 알아요.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이런 걸 왜 저한테…”“당신도 저처럼, 살아서 돌아가길 바라니까요.”목걸이를 건네받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낯선 세계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순수한 호의였다.“감사해요, 폐하.”“그리고… 이제 그만 폐하라고 부르지 말아줄래요? 어쩐지 당신한테는 다르게 불리고 싶네요.”“그럼 뭐라고 불러요?”황후가 살짝 웃으며 답했다.“그냥, 편하게 불러줘요.”*무도회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나는 칼과 러스티를 불러 모아 작전을 짰다.“일단 각자 위치를 정하자. 러스티는 무도회장 입구를, 칼은 뒤쪽 정원을 맡아줘.”“공녀님은요?”“나는 당연히 무도회장 중앙에 있어야지. 미끼니까.”“그건 너무 위험합니다.”“위험해도 어쩔 수 없어. 안 그러면 크리스가 다른 곳에서 사고를 칠 거야.”칼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그 목걸이는 뭐야?”“황후 폐하가 주신 거야. 위험할 때 빛이 난대.”“…그거 이리 줘봐.”칼이 목걸이를 유심히 살피더니 눈썹을 찌푸렸다.“이거, 보통 물건이 아니야. 마력이 상당히 응축되어 있어.”“그럼 좋은 거 아니야?”“좋을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어. 마력이 이 정도면 한 번 쓰면 힘이 다 소진될 거야.”“한 번밖에 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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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기사의 고백

*크리스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손아귀가 내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놔!”“이제 와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때, 무도회장 뒤편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림자 부대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귀족들이 혼비백산하며 흩어졌다.“러스티!”내 외침에 러스티가 검을 뽑아 들고 달려왔다. 하지만 그림자 부대원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공녀님!”“괜찮아,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저것들부터!”그 순간, 크리스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완전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마치 죽음 그 자체를 손에 쥔 것 같았다.“미안합니다, 로젤리나.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크리스.”그때, 황후가 급히 달려왔다.“크리스, 그만둬!”“어머니…”크리스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목걸이를 움켜쥐었다.‘지금이야.’목걸이가 눈부신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다.*빛이 무도회장 전체를 뒤덮었다. 크리스가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섰다.“이게 무슨…!”빛이 잦아들자, 그림자 부대원들이 하나둘 힘없이 쓰러졌다. 목걸이의 마력이 그들의 사악한 기운을 정화한 모양이었다.“말도 안 돼…”크리스가 넋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황후가 그런 아들을 붙잡으며 눈물을 흘렸다.“크리스, 이제 그만하자. 제발.”“어머니, 저는… 저는 그냥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에요.”“나도 알아. 근데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어.”크리스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늘 광기와 여유로 무장했던 그가, 처음으로 무너지고 있었다.“회귀는… 회귀는 이제 끝난 건가요?”“모르겠어. 근데 적어도 오늘은, 아무도 안 죽었잖아.”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러스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붙잡았지만,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크리스.”“…로젤리나.”“나 안 죽었어. 오늘도, 앞으로도.”크리스가 힘없이 웃었다. 그 웃음에는 뭔가 후련함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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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황후가 쓰러지다

나는 황급히 황후의 침소로 달려갔다. 침대에 누운 황후의 얼굴이 창백했다.“폐하! 정신 차리세요!”“…로젤리나.”황후가 힘겹게 눈을 떴다.“무슨 일이에요?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그게 아니라…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의원이 급히 진맥을 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입니다. 마치 생명력 자체가 빠져나가는 것 같습니다.”나는 순간 목걸이를 떠올렸다. 황후가 자신의 마력을 담아 만든 물건이었다.‘그걸 사용한 대가가 이제야 나타난 것일까.’내가 중얼거렸다.“설마, 그 목걸이 때문에…”황후가 힘없이 웃었다.“맞아요. 그 안에 담긴 힘은, 사실 제 생명력의 일부였어요.”“그럼 왜 저한테 그런 걸…”“당신을 지키고 싶었으니까요. 후회는 없어요.”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황후의 손을 꼭 붙잡았다.“안 돼요. 이렇게 가시면 안 돼요. 저랑 같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로 했잖아요.”“…미안해요.”그때 칼이 급히 들어왔다. 그는 황후의 상태를 살피더니 표정이 굳었다.“이거, 내가 아는 치유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다른 방법이 뭔데?”“…근원의 힘을 되돌려야 해. 근데 그건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확신은 못 해.”*칼이 자신의 손을 황후의 가슴 위에 얹었다.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이건 뭐 하는 거야?”“내 생명력을 나눠주는 거야. 대신, 완벽하게 회복시키진 못해. 그냥, 시간을 좀 벌어주는 정도야.”“너 괜찮은 거야?”“괜찮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분 후, 황후의 안색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고마워요.”“인사는 나중에. 지금은 쉬셔야 해요.”칼이 지친 얼굴로 물러났다. 나는 그를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말했잖아, 괜찮다고.”“…고마워. 진심으로.”“고맙다는 말, 다른 걸로 갚아도 되는데.”그가 힘없이 웃으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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