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봄이 세 살이 되던 해, 가족은 작은 마당이 딸린 집으로 이사했다. 회사 근처보다는 조금 멀었지만, 아이가 뛰어놀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도담의 의견에 이결도 흔쾌히 동의했다.“여기, 봄이 놀이터로 딱이네요.”“그러게요. 저도 어릴 때 이런 마당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이결의 말에 이도담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가 자란 궁전에는 넓은 정원이 있었지만, 마음 편히 뛰어놀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이제라도 봄이랑 같이 뛰어놀면 되죠.”“…그래야겠네요.”이결은 주말마다 이봄과 함께 마당에서 시간을 보냈다. 흙을 만지고, 개미를 관찰하고,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었다.“아빠, 이거 뭐예요?”“씨앗이야. 심으면 나중에 꽃이 필 거야.”“얼마나 있어야 돼요?”“글쎄, 봄이가 며칠 더 세는 법을 배우면 같이 세어볼까.”이봄은 매일 아침 화분을 확인하러 마당으로 나갔다. 싹이 트던 날, 아이는 온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엄마! 아빠! 나왔어요, 나왔어!”이결과 이도담이 놀라서 뛰쳐나왔다. 작은 새싹 하나에 이토록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이결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신기하다, 그렇지.”“응! 아빠, 나 이거 키운 거예요?”“그럼, 봄이가 물도 주고 햇빛도 보여줬잖아.”이봄이 뿌듯한 얼굴로 새싹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을 보며 이결은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자신은 한 번도 무언가를 스스로 키워본 적이 없었다. 늘 누군가 대신 해주었고, 그는 그저 결과만 받아 누리는 삶을 살았었다.‘이 아이는, 나랑은 다르게 자라고 있구나.’그 사실이 뿌듯하면서도 어쩐지 뭉클했다.*시간이 흘러 이봄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이결은 회사에서 작은 팀을 맡게 되었다. 스토리 기획팀의 팀장으로, 신입 시절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결이 씨, 축하해요.”“다 당신 덕분이에요. 처음에 이 세계 적응 도와준 것부터, 지금까지 계속.”“에이, 그건 옛날 얘기고. 이젠 완전히 여기 사람 다 됐잖아요.”이
Last Updated : 2026-07-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