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는 나를 놓아줬는데, 이제 와서 내게 애원하고 있어.: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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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장 – 두 번째 저녁 식사

초대 는 간접적으로 전해졌다. 빅투아르에게서 온 메시지는 절제되고 전문적인 어조로 "가브리엘이 당신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어 합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존중하겠다고 하더군요."라고 적혀 있었다.엘리너는 거의 거절할 뻔했다. 그녀는 일주일 내내 친구의 말을 곱씹으며 장단점을 따져보고, 마치 지뢰밭을 탐색하듯 마음속을 살폈다. 가브리엘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속에서 도망치라고, 자신을 보호하라고,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문을 다시 열지 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더 부드럽고 은은한 또 다른 목소리가 두려움만으로는 거절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속삭였다.그녀는 승낙했다.선택한 식당은 호화로운 궁전도, 고위층들이 드나드는 곳도 아니었다. 오래된 구시가지의 자갈길에 자리 잡은 작고 소박한 식당이었는데, 돌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테이블 위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다. 가브리엘은 약속 시간에 맞춰 문 밖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코트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은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간단히 말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들은 안으로 들어가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웨이터는 메뉴판을 가져다주고 물잔을 채워준 후 나갔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처음처럼 무겁지는 않았다. 마치 숨을 고르는 듯한, 문장과 문장 사이의 멈춤,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한 순간과 같았다."이번 주 어땠어?" 가브리엘이 물었다.— 좋아요. 바쁘네요. 전시회가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어요. 빅투아르는 전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정말 멋지네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어요.— 당신은요? 치료는 어떻게 받고 계세요?그는 수줍음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힘들어요. 플로렌스는 제가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지난주에 아버지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정말 울컥했어요.— 그래서 쓰러지신 건가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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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장 – 두 번째 저녁 식사

— 조금은요. 하지만 필요했어요. 그녀는 낡은 벽을 허물어야 새로운 벽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하거든요.— 좋은 이미지네요.— 네. 그녀는 그 일을 잘해요.웨이터가 돌아와 주문을 받고 다시 걸어갔다. 다시 정적이 흘렀지만, 이전처럼 무겁거나 위협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엘리너는 물을 마시면서 슬쩍 가브리엘을 쳐다보았다. 그는 변해 있었다. 얼굴, 수척해진 이목구비, 희끗희끗해진 관자놀이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내면이 변해 있었다. 말하는 방식, 행동거지,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그 변화가 드러났다."당신의 치료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뭔지 아세요?"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아니요. 뭐라고요?— 당신이 가기로 동의했다니. 예전의 가브리엘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그것을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을 겁니다. 그는 거절했을 겁니다.— 늙은 가브리엘은 바보였어.그녀는 거의 미소 지을 뻔했다. 정말로 미소 지을 뻔했다. 그녀는 미소를 억눌렀지만, 가브리엘은 그것을 보았고,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가 빛났다."거의 미소 지을 뻔했잖아." 그가 말했다.- 아니요.— 네. 봤어요. 미소의 시작이었죠.— 당신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저녁 식사는 가벼운 대화와 평화로운 침묵이 오가는 가운데 계속되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엘리노어의 계획, 가브리엘의 새로운 삶, 미아가 꿈꾸던 제과점, 빅투아르의 조언, 카페 손님들을 대하는 마르트의 어색함 등.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그저 현재,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함께 나누는 이 연약하고 소중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디저트를 먹을 때, 가브리엘은 포크를 내려놓고 말했다.—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무엇 때문에요?— 당신이 떠나던 날 남긴 편지 말이에요. 기억하시나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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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장 – 두 번째 저녁 식사

네, 기억합니다.— 당신은 제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앞으로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쓰셨죠. 그리고 당신 말이 맞았어요.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몇 달이 걸렸고, 이 치료도 받았고, 그 모든 일들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감사해요.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제 눈을 뜨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난 널 위해서 한 게 아니야. 나 자신을 위해서 한 거야.— 알아요. 하지만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당신이 날 구해줬어요, 레아. 당신이 떠남으로써 날 구해줬어요.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눈빛은 지나치게 반짝였다."좀 걸으실래요?" 가브리엘이 제안했다. "소화도 좀 시키려고요."- 괜찮은.그들은 서늘한 밤공기 속으로 발을 내딛고, 인적 없는 거리를 나란히 걸었다. 더 이상 말은 없었지만, 그 침묵은 달콤했고, 마치 공모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가로등 불빛이 자갈길에 후광처럼 드리워지고, 집들의 창문이 하나둘씩 어두워지면서 도시는 그들 주위로 잠에 빠져들었다.엘레오노르는 자신의 건물 문 앞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고 가브리엘 쪽으로 돌아섰다."좋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저녁 식사 맛있었어요."- 정말 ?- 정말.— 그럼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어쩌면. 언젠가는. 내가 원한다면.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새롭고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쥐었다. 거칠거나 욕심스러운 기색 없이, 그저 짧고 수줍은 접촉이었다.잘 자, 레아.— 잘 자, 가브리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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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장 – 가볍게 스친 손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평온했다. 그날 저녁, 그녀는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오늘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오늘 그는 거의 저를 웃게 만들 뻔했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이 관계가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두렵지 않았어요."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불을 끈 다음,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밖은 밤공기가 온화했고, 미래는 마치 약속처럼 보였다. 연약하고 여전히 불확실했지만, 어쨌든 약속이었다.***저녁 식사는 마치 멈춘 듯한 순간이었다. 엘리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어벽이 허물어지는, 거의 비현실적인 순간을 경험했다. 그녀는 웃을 뻔했고, 단어 하나하나를 계산하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가브리엘을 바라보며 그녀는 과거의 가해자가 아닌, 되려고 애쓰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위험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걸 알고 있었다.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그에 대한 생각을 애써 외면했다. 일에 몰두하고, 인터뷰에 응하고, 새로운 캔버스를 준비하고, 색채와 고요함에 둘러싸인 작업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미아는 거의 매일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밝은 기운으로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마르트는 가끔 카페에서 사온 비스킷과 소식을 전해주곤 했다. 빅투아르는 매일 저녁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삶은 아름답고 풍요롭게 계속되었다. 하지만 무언가 변해 있었다.아주 사소하고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디테일이었다. 그녀가 스스로를 둘러싸고 쌓아 올린 벽에 난 작은 틈. 그 틈을 통해, 그녀도 모르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빛이 들어왔다.어느 날 저녁, 가브리엘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늘 그랬듯이, 빅투아르를 통해 몇 마디만, 언제나처럼 정중하고 신중하게 전달했다."널 보고 싶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냥 널 보고 싶을 뿐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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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장 – 가볍게 스친 손

그녀는 거절했어야 했다. "안 돼"라고 말했거나, "지금은 안 돼"라고 말했거나, "시간을 좀 줘"라고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이성보다 빠르게 짧은 답장을 입력했다."좋아. 내일 오후 3시에 공원에서."그 공원은 그녀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산책하기 좋아하던 곳이었다. 키 큰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중앙에는 분수가 있는 오래된 공원,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고 노인들이 돌 탁자에서 체스를 두는 곳이었다. 그녀는 생각에 잠기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종종 혼자 그곳에 갔다. 그곳은 그녀의 안식처이자 비밀의 정원이었다.가브리엘은 분수대 근처 벤치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읽지 않는 책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오는 것을 보자 그는 어색하고 수줍은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그가 말했다.— 저를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여기 왔어요.네. 여기 있습니다.그들은 공원 산책로를 따라 꽃밭과 고목 사이를 나란히 걸었다. 오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자갈길에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날씨, 계획, 삶에 대한 몇 마디의 진부한 이야기만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침묵은 더 이상 답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고, 마음을 달래주는 듯했다.그들은 분수대 근처 벤치에 앉았다. 물소리는 부드럽고 맑았고, 마치 그들의 생각을 씻어내는 듯했다. 엘리너는 물방울이 빛에 반짝이는 모습, 분수 가장자리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자갈을 쪼아 먹는 비둘기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브리엘이 따뜻하고 고요하게 곁에 있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그에게서 도망치지 않았다.바로 그때 그가 그 손짓을 했다. 아주 작고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손짓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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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장 – 가볍게 스친 손

그는 그녀의 손 옆 벤치에 손을 얹었다. 그는 바로 손을 대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진 낡은 나무 벤치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정말 천천히 손을 앞으로 움직여 그녀의 손가락을 가볍게 스쳤다.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을 떼지도 않았다. 놀라지도 않았고, 몸이 굳어지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분수를 응시하며 그의 손가락에 닿는 따스함을 느꼈다. 그것은 가볍고, 거의 수줍은 듯한 손길이었다. 마치 대답을 서두르고 싶지 않은 듯 조심스럽게 묻는 질문 같았다."레아," 그가 중얼거렸다.- 예 ?- 감사해요.- 무엇 때문에요?— 손을 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그녀가 전에 본 적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열정도, 욕망도 아니었다. 더 깊고 순수한 무언가. 감사함이었다."오해하지 마세요."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건 용서가 아니에요. 약속도 아니고요. 그저 작은 제스처일 뿐이에요."— 알아요. 하지만 이미 너무 많아요.그들은 한참 동안 그렇게 벤치에 나란히 앉아 손가락이 살짝 닿을 듯 말 듯 한 마디 말도 없이 있었다. 해는 서서히 지고 있었고, 공원에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으며, 분수는 계속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그녀는 일어나서 떠나려 할 때, 바로 손을 떼지 않았다. 마치 추억을 붙잡고 있거나, 순간을 음미하듯, 몇 초 동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잘 가, 가브리엘." 그녀가 말했다.— 안녕, 레아.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고개를 꼿꼿이 든 채 통로를 걸어 내려갔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그날 저녁, 그녀는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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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장 – 훔친 키스

"오늘 그가 내 손을 잡았어요. 오늘은 손을 뿌리치지 않았어요. 바로 뿌리치지는 않았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부드러웠어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덜 무서웠어요."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불을 끈 다음,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밖은 밤공기가 온화했고, 미래는 그녀의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어쩌면 언젠가는 그 미래에 다른 누군가도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아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어쩌면.***몇 주는 이상하고 불안정한 균형 속에 놓여 있었는데, 엘레오노르는 그 균형을 정확히 정의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브리엘을 가끔씩 만났는데, 항상 평범한 장소에서, 항상 짧은 순간들뿐이었다.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거나, 공원 벤치에 앉는 것. 로맨틱한 데이트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미래를 약속하는 그런 만남도 아니었다. 그저 두 사람이 서로를 다시 알아가는 시간, 혹은 어쩌면 처음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일 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억지로 나아가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그날, 그들은 예술 지구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보러 갔다. 엘레오노르가 전시하는 박물관은 아니었다. 신진 작가들을 위한, 아무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은 소박한 박물관이었다. 가브리엘이 제안했고, 그녀는 동의했다.그들은 고요한 방들을 거닐며 낮은 목소리로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감상과 추억, 생각을 나누었다. 가브리엘은 귀 기울여 듣고, 질문하고, 진심으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더 이상 캔버스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어깨를 으쓱하며 낙서라고 치부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변했다. 그녀는 그것을 보았고, 느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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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장 – 훔친 키스

박물관을 나온 후, 그들은 구시가지 거리를 걷다가 오래된 서점 앞에 멈춰 섰고, 벽이 책으로 가득 찬 좁은 응접실에서 차를 마셨다. 대화는 가볍고 거의 유쾌했다. 그들은 때때로 웃었는데, 아직 완전히 피어나지 못한 수줍은 웃음이었다.저녁이 되자 그는 늘 그랬듯이 그녀를 건물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그는 그녀가 그어놓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존중하듯 문턱에서 멈춰 섰다.그는 간단히 "오늘 감사했습니다. 좋았습니다.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했다.네. 좋았어요.침묵이 흘렀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화하고, 마치 공범인 듯했다. 엘리너는 그를 올려다보았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그의 눈에서 보았다. 빛, 온화함, 그리고 연약함.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사이에 그가 다가왔다.그는 마치 새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듯 아주 천천히, 정말 천천히 행동했다. 그는 그녀에게 닿지 않도록 손을 그녀 옆 계단 난간에 얹었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그녀에게 입맞춤했다.그것은 가볍고, 거의 암시되지 않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속삭이는 듯한 키스였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고 수줍게 스쳤다. 그는 그녀를 소유하려 하거나 정복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허락을 구하는 것뿐이었다.그리고 그녀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답했다.그것은 본능적이고 거의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고개가 살짝 기울어지며, 그녀는 그의 키스에 화답했다. 몇 초 동안 시간이 멈춘 듯했다. 과거도, 고통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그들 사이에 약속처럼 매달려 있는, 가늘고 연약한 접촉만이 있을 뿐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언가가 고장 났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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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장 – 훔친 키스

그녀는 눈을 뜨고 가브리엘의 얼굴이 가까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수많은 기억들이 밀려왔다. 수년간의 굴욕, 차가운 침묵, 잔인한 말들. 화장실에서 밤새 울었던 기억들, 말없이 미소만 짓던 저녁 식사, 자신을 외면하던 눈빛들. 모든 것이 마치 급류처럼 밀려들어와 모든 것을 휩쓸어갔다.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쳐냈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하게는 아니었다. 그저 거리를 둘 정도만이었다."아니요," 그녀가 속삭였다. "아직은 아니에요. 준비가 안 됐어요."가브리엘은 즉시 뒤로 물러서서 팔을 옆구리에 붙이고, 얼굴에는 감정이 역력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니,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지.— 재촉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절대 당신을 재촉하고 싶지 않아요.— 알아요. 하지만 억지로 할 수는 없어요. 준비가 됐다고 느낄 때도 있고, 두려움, 분노,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도 있어요. 시간이 필요해요.— 시간 필요하세요? 기다릴 수 있어요.그녀는 앞에 힘없이 팔을 늘어뜨린 채 서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신뢰는 천천히, 조금씩 쌓아 올려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섰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무대였다."잘 자, 가브리엘,"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잘 자, 레아. 그리고 미안해. 정말 미안해.— 사과하지 마세요. 거의 괜찮았어요.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죠.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슬픈 미소를 지은 후 밤 속으로 걸어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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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장 – 혼란

엘리너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문에 기대어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마치 그 키스의 기억을 붙잡으려는 듯.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두려움, 분노, 후회.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주 작은 기쁨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아주 작고, 연약하고, 깜빡거리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불꽃이었다.그날 저녁, 그녀는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오늘 그가 내게 키스했어요. 나도 키스에 응했지만, 곧 그를 밀쳐냈죠.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하지만 더 이상 마음을 닫고 있지는 않아요. 어쩌면 이게 용서의 시작일지도 몰라요."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불을 끈 다음, 그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분노도, 원망도 없이. 그저 묘한 부드러움만 느껴졌다.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고, 거의 잊고 있었던 부드러움이었다.***그 키스는 며칠 동안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엘리너는 아침에 눈을 뜨면 그의 입술이 닿았던 감각을 느끼곤 했다. 단 몇 초에 불과했지만 모든 것을 바꿔놓은 그 찰나의 접촉. 그림을 그릴 때, 길을 걸을 때, 미아나 마르트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그녀는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의도적으로, 혹은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마치 떨쳐낼 수 없는 잊히지 않는 멜로디처럼,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한때 가브리엘을 사랑했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조차 감수하게 만들 만큼 완전하고 절대적인 사랑이었다. 또한 그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 깊고 불타는 증오는 그녀가 살아남고, 도망치고, 스스로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무관심이라는 감정에 도달했다고 믿었다. 마치 치유와 같은 차갑고 매끄러운 평화였다.하지만 그 키스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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