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그룹 본사 50층, 대회의실.거대한 마호가니 원탁을 둘러싸고 앉은 수십 명의 최고위급 임원들 사이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상석에는 태성그룹의 총수, 차태경이 다리를 꼬고 앉아 서늘한 시선으로 장내를 훑어내렸다.그리고 그의 바로 우측, 그룹의 심장부라 불리는 전략기획실장의 자리에는 서연우가 단정한 화이트 슈트 차림으로 착석해 있었다."그럼, 이번 분기 핵심 사안인 유로 테크놀로지 인수 건에 대해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M&A 총괄을 맡은 박 전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스크린에 화려한 홀로그램 차트를 띄우며 번지르르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하지만 박 전무의 시선은 태경이 아닌, 곁에 앉은 연우를 향해 교묘하게 꽂혀 있었다."저희 팀이 수개월간 공들여 분석한 결과, 유로 테크놀로지는 완벽한 흑자 기업입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태성은 유럽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박 전무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연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새로 오신 전략기획실 실장님께서는 이 거대한 글로벌 M&A 건을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군요."정중한 어투였지만, 그 속에는 명백한 조롱과 무시가 깔려 있었다.낙하산으로 굴러들어 온 이혼녀.태성그룹 임원들의 눈에 연우는 그저 회장님의 혼을 쏙 빼놓은 운 좋은 요부일 뿐이었다.숫자도 볼 줄 모르는 여자에게 일부러 어려운 질문을 던져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려는 수작이었다.회의실 곳곳에서 임원들의 은밀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들은 연우가 당황하며 태경의 등 뒤로 숨거나, 얼버무리며 망신을 당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연우의 얼굴에는 당혹감은커녕, 지루함마저 묻어나고 있었다."박 전무님."연우가 테이블 위로 깍지를 끼며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수개월간 공들여 분석하셨다는 결과가, 고작 이 정도 얄팍한 쓰레기입니까?""쓰, 쓰레기라니요! 실장님, 아무리 회장님의 총애를 받으신다지만 말씀이 지나치십니다!"박 전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연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천천히
최신 업데이트 : 2026-07-1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