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통보를 받은 날, 세계 1위 재벌과 계약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61 챕터

21화. 후회의 서막, 무너지는 모래성(2)

― 보스께서는 쓰레기통에 돈을 버리는 취미가 없으십니다. 통보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다음 연락은 법정에서 변호사를 통해 하시죠.뚜- 뚜- 뚜-.전화가 일방적으로 끊어졌다.지훈은 끊어진 수화기를 든 채 돌처럼 굳어버렸다."대, 대표님. 스텔라 측에서 뭐라던가요?"김 이사가 울상이 된 얼굴로 물었지만, 지훈은 대답할 수 없었다.전 세계 금융 시장을 지배하는 거물이, 고작 자신의 이혼 문제를 핑계로 투자를 철회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하청 업체 결제일이 당장 내일모레입니다! 2차 자금이 안 들어오면 신규 공장 가동은 전면 중단이고, 위약금만 수백억입니다. 당장 회사가 부도나게 생겼습니다!""부도? 누가 부도를 나! 기획안 가져와!"지훈이 이성을 잃고 소리치며 책상 서랍을 거칠게 뒤졌다.두꺼운 신규 프로젝트 기획안 파일이 책상 위로 패대기쳐졌다."플랜 B가 있을 거 아니야! 예비 자금 돌리고, 하청 업체들한테는 일정 연기하라고 해. 자금 흐름표 다시 짜면 버틸 수 있어!"지훈이 미친 듯이 기획안을 펼치며 서류들을 훑어 내렸다.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어갔다.복잡하게 얽힌 재무 모델링.각 하청 업체별로 미세하게 조율된 단가표와 수백 개의 조건부 계약 조항들.지훈이 '자신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맹신했던 그 완벽한 기획안은, 막상 문제가 터진 지금 들여다보니 까만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일 뿐이었다."이거… 하청 업체들 단가 조정이랑 납기일 유예 조건, 어디에 있어? 이걸 어떻게 조율해야 자금이 도는 거야?"지훈이 핏발 선 눈으로 서류를 내밀며 소리쳤다.하지만 김 이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그, 그건….""말해!""그건 전부… 전 사모님께서 직접 거래처들과 부딪히며 조율해 두셨던 마이크로 데이터입니다. 저희 실무진은 큰 틀의 지시만 받았을 뿐, 세부적인 자금 흐름과 변수 통제는 사모님 머릿속에만 있습니다.""뭐…?"지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사모님께서 계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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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텅 빈 자리, 시작된 균열(1)

"이따위 쓰레기를 대안이라고 가져온 거야?!"쾅!두꺼운 서류철이 대회의실 테이블 위를 미끄러져 벽에 처박혔다.성진 어패럴 대회의실.강지훈의 핏발 선 고함에 열 명이 넘는 임원과 실무진들은 일제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숨을 죽였다.에어컨이 강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임원들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스텔라 쪽 자금이 묶였으면 당장 다른 벤처 캐피탈이나 제2금융권이라도 뚫어야 할 거 아니야! 원자재 수급 루트는 왜 다 막혀서 공장 가동을 멈추게 만들어!"지훈이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소리쳤다.잔뜩 주눅이 든 기획팀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 대표님. 그게 말입니다… 핵심 벤더사들의 단가 인하 협상 기록이나, 자금 우회 루트 데이터가 저희 부서에는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뭐? 그걸 왜 기획팀이 안 가지고 있어! 장난해 지금?""그 세부적인 협상과 자금 조율은 전부… 전 사모님께서 개인적으로 진행하셨던 사안이라서요. 저희는 사모님께서 넘겨주신 최종 결과표만 보고 실행에 옮겼을 뿐입니다."지훈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어제부터 계속해서 서연우, 서연우. 그놈의 이름이 지훈의 귓가를 왱왱거리며 맴돌고 있었다."서연우 그 여자가 무슨 수로 협상을 해! 그냥 내가 기획한 큰 그림을 듣고 타이핑이나 하던 여자인데!""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모님께서 남겨두신 마이크로 데이터가 없으면, 당장 내일모레 돌아오는 하청업체 어음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거래처 대표들도 전 사모님과 직접 통화하기 전까지는 기한 연장은 절대 없다고 못을 박았고요.""입 닥쳐!"지훈이 의자를 거칠게 걷어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촌스러운 여자가 내 회사의 목줄이라도 쥐고 있었다는 뜻이야, 지금? 다 나가! 당장 나가서 해결책 찾아오기 전까지 아무도 퇴근할 생각 하지 마!"임원들이 쫓기듯 대회의실을 빠져나가고, 텅 빈 공간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지훈 혼자만이 남았다.그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대표이사실로 돌아왔다.넓고 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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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텅 빈 자리, 시작된 균열(2)

"요부라."태경이 연우의 걸음 속도에 맞춰 천천히 발을 내디디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요부에게 홀려 회사를 통째로 넘겨준 멍청한 폭군이라는 소문이 돈다면, 그것도 꽤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군요."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태경의 눈빛만은 지독하게 진심이었다.그의 시선이 연우를 힐끔거리던 남자 직원 무리를 향해 서늘하게 꽂혔다.흠칫.태경과 눈이 마주친 직원들이 사색이 된 채 고개를 푹 숙이며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당신을 향한 불필요한 시선은 내가 전부 치워주겠습니다.""아니요, 내버려 두세요."연우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저런 하찮은 시기심 정도는 내 손으로 직접 짓밟아야 직성이 풀리니까요."그녀의 서늘한 대답에 태경의 입가에 걸린 호선이 한층 더 짙어졌다.자신의 등 뒤에 숨지 않고 스스로 칼을 쥐고 전진하는 여자.태경이 그토록 갈망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연우의 진짜 모습이었다.띵-.VVIP 전용 엘리베이터가 태성그룹의 핵심 부서가 모여 있는 50층에 멈춰 섰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전략기획실 임원진 수십 명이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숙였다."회장님, 안녕하십니까!"우렁찬 인사가 복도를 울렸지만, 태경은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그는 오직 연우의 에스코트에만 집중하며 가장 안쪽에 위치한 넓고 화려한 실장실 문을 직접 열어주었다."태성그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연우 실장님."태경이 뒤따라 들어오며 실장실 문을 닫았다.단둘만 남게 된 공간. 철저하게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자 태경의 눈빛이 순식간에 나른하고 끈적하게 변했다.그가 성큼 다가와 연우가 앉은 책상 위로 양손을 짚고 상체를 기울였다."의자는 편합니까?""쓸만하네요."연우가 회전의자에 기대앉으며 태경을 올려다보았다.숨결이 닿을 만큼 아찔한 거리에서, 태경의 시선이 연우의 붉은 입술을 진득하게 훑고 지나갔다."이 회사의 절반쯤은 당장 당신 명의로 돌려줄 수도 있는데. 고작 실장 자리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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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기선 제압, 천재의 증명 · 제 발로 찾아온 사냥감(1)

태성그룹 본사 50층, 대회의실.거대한 마호가니 원탁을 둘러싸고 앉은 수십 명의 최고위급 임원들 사이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상석에는 태성그룹의 총수, 차태경이 다리를 꼬고 앉아 서늘한 시선으로 장내를 훑어내렸다.그리고 그의 바로 우측, 그룹의 심장부라 불리는 전략기획실장의 자리에는 서연우가 단정한 화이트 슈트 차림으로 착석해 있었다."그럼, 이번 분기 핵심 사안인 유로 테크놀로지 인수 건에 대해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M&A 총괄을 맡은 박 전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스크린에 화려한 홀로그램 차트를 띄우며 번지르르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하지만 박 전무의 시선은 태경이 아닌, 곁에 앉은 연우를 향해 교묘하게 꽂혀 있었다."저희 팀이 수개월간 공들여 분석한 결과, 유로 테크놀로지는 완벽한 흑자 기업입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태성은 유럽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박 전무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연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새로 오신 전략기획실 실장님께서는 이 거대한 글로벌 M&A 건을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군요."정중한 어투였지만, 그 속에는 명백한 조롱과 무시가 깔려 있었다.낙하산으로 굴러들어 온 이혼녀.태성그룹 임원들의 눈에 연우는 그저 회장님의 혼을 쏙 빼놓은 운 좋은 요부일 뿐이었다.숫자도 볼 줄 모르는 여자에게 일부러 어려운 질문을 던져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려는 수작이었다.회의실 곳곳에서 임원들의 은밀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들은 연우가 당황하며 태경의 등 뒤로 숨거나, 얼버무리며 망신을 당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연우의 얼굴에는 당혹감은커녕, 지루함마저 묻어나고 있었다."박 전무님."연우가 테이블 위로 깍지를 끼며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수개월간 공들여 분석하셨다는 결과가, 고작 이 정도 얄팍한 쓰레기입니까?""쓰, 쓰레기라니요! 실장님, 아무리 회장님의 총애를 받으신다지만 말씀이 지나치십니다!"박 전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연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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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기선 제압, 천재의 증명 · 제 발로 찾아온 사냥감(2)

"훌륭하군."태경의 낮고 짙은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내 아내의 혜안이 아니었다면, 태성그룹이 4천억 원짜리 쓰레기를 돈을 주고 살 뻔했어.""회, 회장님. 저희는 그저….""입 닥쳐."변명하려던 박 전무를 향해 태경이 서늘하게 고개를 돌렸다.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에 박 전무는 숨을 헉 들이마시며 입을 다물었다."무능한 건 죄가 아니지만, 주제를 모르고 감히 내 사람을 시험하려 든 건 용서할 수 없는 중죄지."태경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연우의 곁으로 다가왔다.그는 수십 명의 임원들이 보는 앞에서, 아주 자연스럽고 소유욕 짙은 손길로 연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박 전무. 당신은 오늘부로 해고다. 당장 짐 싸서 내 회사에서 꺼져.""회장님! 제발 한 번만…!""끌어내."태경의 짧은 명령에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들어와 박 전무를 질질 끌고 나갔다.남은 임원들은 덜덜 떨며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태경은 장내를 완벽하게 장악한 연우를 내려다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말했지 않습니까. 건방진 늙은이들의 목을 쳐주겠다고.""내 손으로 직접 자르려던 참이었습니다만."연우가 피식 웃으며 태경의 단단한 가슴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그래도 수고하셨어요, 회장님."그녀의 칭찬 한마디에 냉혹한 그룹 총수의 얼굴에 대형견처럼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자신이 깔아준 판 위에서 누구보다 찬란하고 잔혹하게 빛나는 아내의 모습.태경은 연우가 자랑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앞으로 태성그룹 전략기획실의 모든 결정권은 서연우 실장에게 있다."태경이 남은 임원들을 향해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선언했다."그녀의 말이 곧 나의 말이고, 그녀의 결정이 곧 태성의 법이다. 불만 있는 자들은 지금 당장 사표를 쓰고 나가라."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서연우가 보여준 압도적인 능력과, 그녀를 감싸고 도는 차태경의 맹목적인 비호 앞에 그들은 철저하게 굴복했다.연우는 태경의 품에 안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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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기선 제압, 천재의 증명 · 제 발로 찾아온 사냥감(3)

지훈은 주먹을 꽉 쥐며 대회의실의 거대한 문 앞에 섰다.끼기기긱-.무거운 양문형 도어가 열리며, 압도적인 규모의 회의실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전면의 거대한 스크린에는 성진 어패럴의 로고가 띄워져 있었다.U자형으로 길게 뻗은 마호가니 테이블 양옆으로는 태성그룹의 투자 심사역들이 서늘한 눈빛으로 지훈을 주시하고 있었다."들어오시죠."지훈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김 이사와 함께 회의실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수십 개의 시선이 일제히 지훈의 정수리에 꽂혔다.숨이 막힐 듯한 중압감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지훈은 애써 여유로운 척 미소를 지으며 프레젠테이션 단상 위로 올라섰다.'침착해, 강지훈. 넌 업계 1위 성진 어패럴의 대표야.'지훈이 헛기침을 하며 마이크를 잡았다.그리고 가장 먼저, 이 회의실의 최고 결정권자인 전략기획실장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상석인 테이블 중앙으로 시선을 돌렸다."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 저희 성진 어패럴에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지훈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번지르르한 인사말이, 아주 기괴한 소리를 내며 뚝 끊겼다."……?"지훈의 눈동자가 한순간 미친 듯이 확장되었다.그의 시선이 머문 곳.수십 명의 엘리트 심사역들을 양옆에 거느린 채, 심사위원석 정중앙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사람.최고급 화이트 슈트 차림.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묶어 올린 흑발.그리고 그 아래에서, 지훈을 벌레 보듯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차갑고 우아한 눈빛."서…."지훈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마이크를 쥔 손에서 핏기가 싹 가시며 하얗게 질려갔다."서연우…?"지훈의 목구멍에서 쇳소리 같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환상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아니, 환상이어야만 했다.자신이 버린 전처가, 어젯밤 태성그룹 총수의 파트너로 나타나 자신을 짓밟았던 그 여자가, 지금 태성그룹의 심장부인 전략기획실장 자리에 앉아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지훈의 시야에 박힌 명패는 너무나도 선명했다.[태성그룹 전략기획실 실장 서연우]"공적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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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난도질당한 자존심(1)

 대회의실을 짓누르는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강지훈의 이마를 타고 굵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수십 명의 태성그룹 심사역들이 차가운 눈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중심에는, 턱을 괸 채 자신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는 서연우가 앉아 있었다.지훈은 당장이라도 이 공간을 뛰쳐나가고 싶었다.하지만 내일모레 돌아오는 수백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면 성진 어패럴은 끝이었다.그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며 억지로 마이크를 쥐어짜듯 쥐었다."……성진 어패럴의, 프리미엄 스포츠 라인 기획안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떨리는 목소리로 시작된 프레젠테이션은 처참할 만큼 삐걱거렸다.지훈이 스크린에 화려한 홀로그램 차트를 띄우며 번지르르한 청사진을 늘어놓기 시작했다."저희 성진은 이번 신규 라인을 통해 상위 10%의 VVIP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초기 마케팅 비용으로 50억을 투입해, 1분기 내에 300%의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지훈이 애써 목소리에 힘을 주며 여유로운 척 미소를 지었다.과거 연우가 써주었던 기획안의 화려한 겉껍데기만 줄달달 외워온 티가 역력한 발표였다."여기까지 듣죠."연우의 서늘한 목소리가 지훈의 말을 단칼에 잘라냈다."네?""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뜻입니다."연우가 테이블 위로 깍지를 끼며 나른하게 상체를 기울였다.그녀의 눈동자는 스크린이 아닌, 단상 위에서 굳어버린 지훈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강지훈 대표. 당신이 가져온 이 기획안, 당신 머리에서 나온 게 맞습니까?""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내가 총괄해서 기획한…!""그럼 페이지 12. 원부자재 수급 및 단가 분석표를 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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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난도질당한 자존심(2)

 "네가 뭔데 나를 평가해! 네깟 게 뭔데!"지훈이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소리치며 회의실 중앙으로 돌진했다.그의 목표는 상석에 앉아 자신을 비웃고 있는 서연우였다.저 건방진 여자의 목을 당장이라도 틀어쥐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대, 대표님! 안 됩니다!"김 이사가 기겁하며 말리려 했지만, 눈이 뒤집힌 지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지훈이 테이블을 향해 손을 뻗는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퍽-!"커헉!"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지훈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가 대리석 바닥에 처박혔다.지훈이 연우의 반경 3미터 이내로 접근하기도 전이었다.회의실 양옆의 그림자 속에 숨죽여 대기하고 있던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짐승 같은 속도로 튀어나왔다.차태경이 연우를 보호하기 위해 그림자처럼 붙여둔 태성그룹의 최정예 경호원들이었다."아악! 이거 놔!"거구의 경호원 두 명이 바닥에 엎어진 지훈의 양팔을 등 뒤로 무자비하게 꺾어 눌렀다.관절이 끊어질 듯한 고통에 지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의 뺨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보기 흉하게 짓눌렸다."주제도 모르고 감히 어느 분에게 손을 뻗어."경호팀장이 지훈의 뒤통수를 구둣발로 짓누르며 살벌하게 으르렁거렸다.수십 명의 심사역들은 이 폭력적인 상황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오히려 감히 태성의 전략기획실장을 공격하려 한 미친놈을 보며 혀를 찰 뿐이었다.연우는 바닥에 처박혀 헐떡이는 지훈을 아주 느릿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내려다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정심이나 당황스러움조차 깃들어 있지 않았다.오직 길가의 오물을 발견한 듯한 차가운 경멸만이 가득했다."강지훈."연우의 서늘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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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독이 든 성배를 내리다(1)

 "크윽!"태성그룹 본사 회전문 밖으로 거친 파열음과 함께 강지훈의 몸이 나동그라졌다.수십 명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처박힌 그를 향해 경악 섞인 시선을 던졌다."대, 대표님! 괜찮으십니까!"뒤따라 쫓겨난 김 이사가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와 지훈을 부축했다.지훈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찢어진 재킷을 부여잡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태성그룹의 거대한 통유리 벽 너머로,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며 던져버린 경호원들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서연우……."지훈의 입술 사이로 피가 맺힌 신음이 새어 나왔다.그의 머릿속은 수천 개의 유리 조각이 박힌 것처럼 난도질당해 있었다.수많은 심사역들 앞에서 당한 끔찍한 굴욕, 바닥에 짓눌려 헐떡이던 자신의 처참한 꼴.그리고, 연우가 귓가에 속삭였던 악마 같은 한마디.'네가 그토록 찬양하던 스텔라의 진짜 정체가, 네가 쫓아낸 전처였으니까.'"말도 안 돼."지훈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핏발 선 그의 눈동자에는 광기에 가까운 부정이 서려 있었다."거짓말이야. 그 촌스럽고 무능한 여자가 스텔라일 리가 없어!""대, 대표님. 일단 차에 타시죠. 사람들이 다 봅니다.""차태경이야! 차태경이 뒤를 봐주니까, 태성의 정보망을 훔쳐보고 내 기획안을 깐 거라고!"지훈이 김 이사의 손을 뿌리치며 악을 썼다.연우가 스텔라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걷어찬 행운의 크기와 자신이 저지른 멍청한 짓의 무게에 짓눌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래서 지훈은 가장 쉬운 도피처를 택했다.서연우는 태성그룹의 힘을 빌려 거짓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스텔라가 자금을 회수한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이거나, 일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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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독이 든 성배를 내리다(2)

 "회장님의 뛰어난 안목 덕분이죠."연우가 피식 웃으며 태경의 가슴팍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그녀의 손끝을 타고 태경의 규칙적이고 무거운 심장 박동이 전해졌다."자, 이제 그 멍청한 사냥감이 어떻게 올가미를 조이는지 지켜볼까요."성진 어패럴 대표이사실.강지훈은 초조하게 물어뜯은 손톱을 바라보며 사무실 안을 쉴 새 없이 서성였다.하청 업체들의 항의 전화로 회사 내선망은 이미 마비 상태였다.부도가 눈앞에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벌컥."대표님!"김 이사가 헐레벌떡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스, 스텔라 측 대리인이 찾아왔습니다!""뭐? 정말이야?!"지훈의 탁해진 눈동자에 순식간에 희열이 번졌다.그가 허둥지둥 넥타이를 고쳐 매며 소파로 달려가 앉았다.곧이어 날카로운 인상의 외국계 로펌 변호사가 서류 가방을 들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섰다."성진 어패럴의 강지훈 대표님 되십니까. 스텔라 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아 법률 대리인, 최 변호사입니다.""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지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굽신거리며 악수를 청했다.최 변호사는 지훈의 손을 가볍게 무시하며 소파에 차갑게 앉았다.그는 가방에서 두꺼운 서류철을 꺼내 테이블 위로 밀어 보냈다."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저희 보스께서 강 대표님의 기획안을 다시 한번 검토하셨습니다. 최근의 투자 철회 통보는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 2차 브릿지 자금을 즉시 집행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하! 하하하!"지훈의 입에서 미친 듯한 환희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가 김 이사의 어깨를 퍽퍽 치며 소리쳤다."거 봐! 내가 뭐랬어! 스텔라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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