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킹사이즈 침대 위.하얀 시트 위에서 짐승처럼 뒤엉켜 있던 두 남녀의 움직임이 일순간 뚝 멎었다.침대 시트를 황급히 끌어당기며 가장 먼저 고개를 돌린 것은 유아라였다.아라는 문가에 서 있는 연우와 눈이 마주치자, 아주 찰나의 순간 입꼬리를 비릿하게 말아 올렸다.완벽한 승리자의 조소였다.그러나 아라는 이내 시트를 가슴 끝까지 끌어올리며 과장되게 비명을 질렀다."꺄악! 어, 언니…!"아라의 가증스러운 비명에, 강지훈이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그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아내에게 외도 현장을 들킨 남편의 당혹감이나 뼈저린 죄책감이 아니었다.오히려 한창 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아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 짜증이었다."너… 네가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강지훈이 침대 헤드에 기대앉으며 신경질적으로 물었다.연우는 대답 대신, 손에 쥐고 있던 케이크 상자를 협탁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쿵, 하고 상자가 내려앉는 소리만이 적막한 방 안을 서늘하게 울렸다."내 결혼기념일에, 내 남편 이름으로 예약된 스위트룸인데."연우의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분했다."내가 오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 보지?"그녀의 냉정한 태도에 강지훈은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그는 침대 옆에 벗어둔 가운을 집어 걸치며 거칠게 콧방귀를 꼈다."하, 눈치가 없으면 타이밍이라도 잘 맞추든가. 기분 다 망치게.""기분을 망친 건 나일 텐데, 강지훈."연우의 시선이 지훈의 어깨너머, 시트 뒤에 숨어 벌벌 떠는 척 연기하는 유아라에게 향했다.흔들림 없는 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아라의 눈동자가 잠시 불안하게 흔들렸다."유아라. 내 물건 주워 쓰는 더러운 버릇, 아직도 못 고쳤니?""언, 언니… 그게 아니라…."유아라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가련한 표정으로 지훈의 팔에 단단히 매달렸다."오해하지 마, 언니. 형부가 평소에 너무 외로워하셔서… 내가 잠깐 위로해 드리려다가 그만….""위로?"연우의 붉은 입술 사이로 차가운 실소가
최신 업데이트 : 2026-07-1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