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경의 긴 손가락이 연우의 창백한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엄지손가락이 그녀의 눈가에 아주 옅게 내려앉은 피로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문질렀다."사냥도 좋고, 복수도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지독한 과거에 짓눌려 스스로를 갉아먹는 꼴은 내가 볼 수 없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젖은 첼로 선율처럼 낮고 깊게 연우의 심장을 파고들었다."오늘 하루쯤은, 오만방자한 전남편도, 썩어빠진 시댁도 다 잊고 숨을 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대중의 시선을 끈다는 건, 워커홀릭인 내 아내를 억지로 쉬게 만들기 위한 얄팍한 핑계에 불과했지."연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녀가 강지훈을 완벽한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밤낮없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을 짜는 동안, 태경은 뒤에서 묵묵히 그녀의 피로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자신이 감히 휴식을 취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연우의 굳은 마음이, 그의 다정한 체온 아래서 소리 없이 녹아내리고 있었다."……정말이지, 당신은."연우가 태경을 올려다보았다.가장 냉혹하고 무자비한 남자가, 오직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이 지독한 순애보.복수를 위해 세워두었던 얼음장 같은 이성의 벽이 허물어지며, 연우의 붉은 입술 사이로 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그것은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차가운 조소도, 완벽하게 계산된 가짜 미소도 아니었다.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눈앞의 남자에게 온전히 기대며 짓는 진짜 웃음이었다.달빛을 받은 연우의 미소는 숨이 멎을 만큼 눈부시고 찬란했다."……."태경의 호흡이 찰나의 순간, 멎었다.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연우의 환한 웃음에 속절없이 사로잡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방금 그 웃음은, 계약서에 없던 조항인데.
Last Updated : 2026-07-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