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통보를 받은 날, 세계 1위 재벌과 계약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41 챕터

31화. 헛된 망상, 무너진 드레스(1)

 서울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W 호텔의 자선 갈라쇼 파티장.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 거대한 사교의 장에서, 단연 사람들의 시선을 독점하는 것은 서연우였다.순백의 실크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연우는 마치 눈의 여왕처럼 고고했다.그녀의 목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차가운 눈빛과 어우러져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잠시만 다녀오겠습니다."태경이 연우의 귓가에 다가와 다정하게 속삭였다.해외 부총리와의 짧은 인사가 예정되어 있었다."혼자 둘 수만 있다면 당장 이 파티장을 통째로 치워버리고 싶지만.""걱정 말고 다녀오세요."연우가 샴페인 잔을 든 채 가볍게 미소 지었다."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 구두 굽 하나 쳐다보기도 벅차하는 것 같으니까요.""심심하면 아무나 붙잡고 장난감 삼아 놀고 계십시오. 뒤처리는 내가 다 할 테니."태경은 연우의 손등에 가볍게 입술을 맞춘 뒤 아쉬운 걸음을 옮겼다.그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연우를 향해 쏟아지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층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하지만 아무도 감히 태성그룹의 새로운 안주인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그 숨 막히는 눈치싸움을 뚫고, 누군가 요란한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연우를 향해 걸어왔다."어머, 언니. 회장님은 어디 가시고 혼자 청승이야?"가증스러운 콧소리.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그 천박한 목소리에 연우의 붉은 입술이 미세하게 비틀렸다.유아라였다.그녀는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핫핑크 컬러의 튤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수백 겹의 프릴이 달린 그 드레스는 파리 꾸뛰르에서 갓 공수해 온, 전 세계에 단 세 벌뿐이라는 수천만 원짜리 리미티드 에디션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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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헛된 망상, 무너진 드레스(2)

 "태성그룹 사모님 체면에 이렇게 얼룩진 옷을 입고 파티장에 계속 계실 순 없잖아? 꼴이 너무 우스우니까 얼른 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사람들의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아라는 연우가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거나,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를 것이라 기대했다.하지만."……."연우의 얼굴에는 단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드레스를 더럽힌 붉은 얼룩을 아주 무심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분노도, 당황스러움도 없는, 마치 길가의 먼지를 쳐다보는 듯한 건조한 눈빛.연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라를 응시했다."손이 미끄러졌다?""그, 그래.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까 너무 화내지 마."아라가 짐짓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였다."어쩔 수 없잖아? 엎질러진 물인데.""그래. 어쩔 수 없지."연우의 붉은 입술 사이로 나른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연우는 자신의 드레스를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대신 그녀는 빙긋 웃으며, 바로 옆에 놓인 자선 경매 기부금 커팅식용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그곳에는 붉은 벨벳 쿠션 위에 올려진, 손바닥만 한 날카로운 금장 가위가 놓여 있었다.연우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미련 없이 그 가위를 집어 들었다.찰칵, 찰칵.허공에서 날카로운 가위질 소리가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어……?"아라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조소가 서서히 굳어졌다.금장 가위를 든 연우가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포식자의 발걸음처럼 소리조차 없는, 그러나 완벽하게 숨통을 조여오는 움직임."언, 언니…? 지금 뭐 하려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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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룰을 바꾸는 남자(1)

 "무슨 일입니까! 제 갈라쇼 파티장에서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죠!"인파를 뚫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오늘 자선 갈라쇼의 주최자이자 사교계의 거물로 불리는 이 회장이, 호텔 보안 요원들을 대동한 채 다급하게 걸어 들어왔다."이, 이 회장님! 흑, 흐윽…."바닥에 주저앉아 너덜너덜해진 핫핑크 드레스를 끌어안고 있던 유아라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울부짖었다.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이 회장의 다리통을 붙잡고 매달렸다."저 여자가… 저 미친 여자가 갑자기 가위를 들고 와서 제 옷을 이렇게 찢어버렸어요! 저격이라도 하려던 걸 제가 피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찔릴 뻔했다고요!"완벽한 적반하장이자 가증스러운 피해자 연기였다.자신이 먼저 와인을 뿌렸다는 사실은 쏙 뺀 채, 아라는 연우를 끔찍한 테러범으로 몰아갔다.이 회장의 미간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나뒹구는 금장 가위와, 그 앞에 서 있는 서연우에게로 향했다."세상에. 아무리 근본 없는 짓을 해도 유분수지."이 회장은 연우의 드레스에 묻은 붉은 얼룩을 보고도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려 하지 않았다.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완벽한 파티장이 한 여자의 난동으로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뿐이었다.게다가 상대는 강지훈 대표가 최근에 이혼했다며 사교계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그 빈털터리 전처가 아닌가."차태경 회장님의 파트너로 오셨길래 눈감아 주려 했더니, 어디서 감히 행패입니까!"이 회장이 턱을 치켜들며 연우를 향해 쏘아붙였다."당장 유아라 양에게 사과하시죠. 그리고 이 파티장에서 나가주세요."연우는 샴페인 잔을 든 채, 꼿꼿하게 서서 이 회장을 내려다보았다."사과라."연우의 붉은 입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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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룰을 바꾸는 남자(2)

 "룰?"태경이 조소하듯 짧게 반문했다.이 회장은 태경이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 착각했다."그렇습니다. W 호텔 연회장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 폭력을 행사한 하객은 예외 없이 강제 퇴장 조치하는 것이 저희의 권한이자 룰입니다."자랑스럽게 룰을 운운하는 이 회장의 말을 들으며, 태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뒤에 대기하고 있던 김 비서를 향해 무심하게 손가락을 튕겼다."김 비서.""네, 회장님.""이 호텔, 지금 소유주가 누구지."태경의 뜬금없는 질문에 김 비서가 즉각적으로 대답했다."현재 명진그룹 산하의 호텔 사업부에서 소유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태경의 시선이 이 회장의 창백해진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사들여.""……예?"김 비서조차 당황할 만큼 갑작스럽고 비현실적인 명령이었다.하지만 태경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농담도 섞여 있지 않았다."명진 측에 당장 연락해서, 이 W 호텔을 통째로 인수해. 부르는 값의 두 배를 쳐준다고 해라. 단, 5분 안에 소유권 이전 확답을 받아내.""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김 비서가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수백억, 아니 수천억 원이 넘는 5성급 호텔의 인수 합병이 단 몇 초 만에 길거리에서 껌을 사듯 결정되어 버렸다."차, 차 회장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호텔을 통째로 인수하시겠다니요!"이 회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기괴한 목소리로 소리쳤다.태경은 대답 대신 자신의 슈트 재킷을 벗어 연우의 어깨 위로 조심스럽게 걸쳐주었다.얼룩진 드레스가 그의 넓고 따뜻한 재킷 아래로 완벽하게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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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아슬아슬한 한 지붕 아래 · 흔들리는 마음, 다가오는 입술(1)

 태성 펜트하우스의 육중한 현관문이 닫히며, 바깥세상의 모든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적막이 내려앉은 넓은 거실은 오직 은은한 간접 조명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연우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태경의 슈트 재킷을 천천히 벗어 내렸다.재킷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블랙 실크 드레스에는, 유아라가 쏟아부었던 검붉은 와인 자국이 여전히 흉측하게 말라붙어 있었다."당장 벗어버리십시오."태경의 서늘한 목소리가 거실의 공기를 가르며 등 뒤에서 들려왔다.연우가 고개를 돌리자, 태경의 시선이 드레스의 얼룩에 꽂힌 채 매섭게 번뜩이고 있었다.마치 그 얼룩 자체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어 하는 듯한, 지독하게 날 선 눈빛이었다."아무리 내 재킷으로 가렸다고는 하나, 내내 불쾌했습니다."태경이 거친 숨을 내쉬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끌어내렸다."그딴 쓰레기 같은 얼룩이 당신의 몸에 닿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세요, 회장님."연우가 피식 웃으며 오염된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털어냈다."이깟 와인 자국쯤은, 오늘 밤 그들이 치러야 할 대가에 비하면 아주 값싼 입장료에 불과하니까요.""나에겐 아닙니다."태경이 단호하게 대답하며 연우의 앞을 가로막았다."당신의 발끝에 티끌 하나 묻는 것도 나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당장 씻고 나오시죠. 저 불쾌한 천 쪼가리는 당장 불태워 버리겠습니다."그의 완고한 태도에 연우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그녀가 욕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동안, 태경은 그 자리에 서서 연우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나온 연우는 짙은 네이비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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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아슬아슬한 한 지붕 아래 · 흔들리는 마음, 다가오는 입술(2)

 태경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그의 헝클어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눈빛이 묘하게 반짝거렸다.마치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며 꼬리를 흔드는 커다란 맹수 같았다."나쁘지 않았습니다."연우가 턱을 치켜들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오만방자한 하객들을 한 번에 무릎 꿇린 솜씨는 제법 쓸만하더군요.""겨우 '나쁘지 않았다' 정도의 평가입니까."태경이 아쉽다는 듯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뻗어, 연우의 무릎 위로 슬며시 자신의 커다란 손을 겹쳐 올렸다."나는 오늘 당신을 위해 기꺼이 미친놈이 되어 주었는데 말입니다."그의 체온이 실크 가운을 뚫고 연우의 피부로 고스란히 전해졌다.데일 듯이 뜨거운 온도였다."그럼 어떤 평가를 원하셨죠?"연우가 그의 손을 쳐내지 않은 채, 나른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태경이 소파에서 몸을 비스듬히 틀어 연우를 향해 완벽하게 몸을 돌렸다.그는 연우의 허리 뒤로 긴 팔을 두르며, 자신의 고개를 그녀의 어깨 부근으로 조심스럽게 기대어 왔다.거대하고 위험한 짐승이 발톱을 완벽하게 숨긴 채, 오직 그녀의 품을 파고드는 듯한 낯선 행동이었다."칭찬해 주십시오."태경의 뜨거운 숨결이 연우의 목덜미를 스쳤다."잘했다고. 오늘 당신의 남편 노릇을 완벽하게 해냈다고."연우는 순간 숨을 죽였다.늘 자신을 등 뒤에서 완벽하게 보호하고, 세상의 룰마저 바꿔버리던 무소불위의 남자였다.그런 그가 지금 자신의 품에 기대어, 이토록 무방비하고 맹목적인 얼굴로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다.알코올 탓인지, 아니면 태경이 뿜어내는 이 지독한 텐션 탓인지, 연우의 심장 박동이 평소보다 미세하게 빨라지기 시작했다.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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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아슬아슬한 한 지붕 아래 · 흔들리는 마음, 다가오는 입술(3)

 '가족.'아버지의 외도로 진짜 가족을 잃어버렸던 연우.새어머니와 이복동생 사이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지난날의 아픔이, 태경의 다정한 손길 아래서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이제 당신이 혼자서 상처받게 두지 않습니다."태경이 연우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당신의 세상은 내가 완벽하게 지킬 테니까. 당신은 그저 내 곁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면 됩니다."그의 맹목적인 순애보가 연우의 심장을 강하게 두드렸다.천재 투자자 스텔라로서 수조 원의 자금을 움직일 때도 흔들림 없던 그녀의 마음이, 지금 걷잡을 수 없이 덜컹거리고 있었다.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기대고 싶다는 설렘을 느낀 것은.연우가 쥐고 있던 태경의 셔츠 깃을 무의식적으로 조금 끌어당겼다.그 아주 작은 허락의 신호를, 맹수인 태경이 놓칠 리 없었다.그의 단단한 팔이 연우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거리를 완전히 소거했다.두 사람의 코끝이 스칠 듯 가까워졌다.태경의 뜨거운 숨결이 연우의 입술 위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내렸다.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알코올 기운과 함께, 태경의 짙은 체취가 온몸을 잠식해 들어왔다.서로의 체온이 완벽하게 섞여들며, 마침내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으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징-, 지이잉-!대리석 테이블 위에서 날카로운 진동 소리가 폭력적으로 울려 퍼졌다."……."연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달아올랐던 펜트하우스의 공기가 찬물을 맞은 듯 순식간에 깨져버렸다.태경의 미간이 무섭게 일그러졌다.그는 연우의 허리를 안은 손을 풀지 않은 채, 테이블 위의 휴대폰을 향해 살기 어린 시선을 던졌다."무시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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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1)

 태성그룹 50층 전략기획실.이른 아침의 햇살이 통유리창을 넘어 고급스러운 마호가니 책상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연우는 여유로운 손길로 태블릿 피시의 화면을 넘겼다.화면에는 성진 어패럴의 조직도와 함께, 각 부서의 핵심 인재 5명의 프로필이 띄워져 있었다.수석 디자이너, 기획팀장, 재무 파트장, 유통망 관리 과장, 그리고 생산 라인 총괄."이 다섯 명입니다."연우가 화면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강지훈은 껍데기일 뿐, 지난 3년간 성진 어패럴의 실무를 실제로 지탱해 온 진짜 심장들이죠."연우의 곁에 선 태경이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화면을 흥미롭게 내려다보았다.그는 연우의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은 채, 그녀의 정수리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배의 선장실을 부수는 대신, 엔진을 통째로 뽑아버릴 생각이군요.""썩은 배에 유능한 선원들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으니까요."연우의 붉은 입술이 차갑고 우아한 호선을 그렸다.그녀는 자신이 성진 어패럴에서 뒤치다꺼리를 하던 시절,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일했던 저 다섯 명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강지훈의 오만함과 무능함에 지쳐가면서도 회사에 남아있던 아까운 인재들이었다."어젯밤, 태성그룹 자회사의 이름으로 다섯 명 모두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보냈습니다."연우가 태블릿의 전원을 끄며 여유롭게 턱을 괴었다."연봉 3배 인상, 파격적인 인센티브, 그리고 완벽한 독립 권한 보장. 머리가 달려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죠.""내 아내의 안목이 선택한 인재들이라면, 그 정도 대우는 아깝지 않습니다."태경이 연우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쥐며 낮게 웃었다.그의 맹목적인 지지 아래,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버릴 치명적인 덫이 완벽하게 가동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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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2)

 "당장 헤드헌터 붙여!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당장 쓸 수 있는 놈들로 채워 넣어!"지훈이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하지만 김 이사는 암담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업계에 이미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태성그룹에 찍힌 성진 어패럴에는 아무도 오려 하지 않습니다. 당장 내일 공장 라인을 돌려야 하는데, 이제 저희 회사는 완벽하게 마비되었습니다."지훈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거대한 절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의 숨통을 틀어막았다.모든 것이 서연우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처절한 깨달음이 그의 알량한 오만함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벌컥!그때, 대표실 문이 다시 한번 거칠게 열렸다.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한 유아라가 신경질적인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지훈은 멍한 눈으로 아라를 올려다보았다.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이 지옥 같은 순간, 그래도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은 사랑하는 약혼녀뿐이라고 생각했다."아라야……."지훈이 지친 목소리로 아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하지만 아라는 지훈의 손을 날카롭게 쳐내며, 자신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검은색 신용카드를 꺼내 책상 위로 패대기쳤다."오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라의 날카로운 쇳소리가 지훈의 고막을 찔렀다."아침에 청담동 샵에서 결제하려는데 카드가 정지됐다고 나오잖아! 캐피탈 VIP 라운지에서 내가 얼마나 망신을 당했는지 알아?!"지훈의 뻗었던 손이 허공에서 굳어졌다."카드……?""그래! 오빠가 어제 줬던 법인 VVIP 카드 말이야! 한도 무제한이라더니 왜 승인 거절이 뜨냐고!"아라는 회사가 마비되어 넋이 나간 지훈의 상태는 안중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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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뻔뻔한 불청객의 등장(1)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태성 펜트하우스.거실 중앙의 널찍한 대리석 테이블 앞, 연우는 최고급 다기 세트에 담긴 홍차를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은은하게 퍼지는 베르가못 향기가 조용한 거실을 채우던 그때였다."사모님."인터폰 너머로 1층 로비의 수석 보안요원의 곤혹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로비에 본인이 사모님의 시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분께서 막무가내로 진입을 시도하고 계십니다. 출입 명단에 없으시어 제지했으나,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피우고 계셔서 보고드립니다."시어머니.그 단어에 연우의 찻잔을 든 손이 허공에서 가볍게 멈췄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벌레 보듯 멸시하며 폭우 속에 쫓아냈던 최 여사였다."경찰을 부를까요, 사모님?""아니요."연우의 붉은 입술 사이로 서늘한 실소가 새어 나왔다.회사의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자금줄이 말라붙자, 급기야 가장 자존심 높던 시어머니가 직접 찾아오는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다."올려보내세요. 마침 전해드릴 물건이 있었거든요."잠시 후, VVIP 전용 엘리베이터의 묵직한 문이 열렸다."아니,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앞길을 막아! 내가 바로 이 집 안주인의 시어머니 되는 사람이야!"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던 최 여사의 목소리가, 펜트하우스의 거대한 위용 앞에 뚝 끊어졌다.수십 미터에 달하는 통유리창, 발밑에 깔린 수억 원대의 페르시안 카펫, 곳곳에 장식된 진품 명화들까지.최 여사는 성북동 저택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압도적인 부의 스케일에 기가 죽은 듯 입을 떡 벌렸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연우를 발견하자마자 애써 목에 빳빳하게 힘을 주었다."너, 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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