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통보를 받은 날, 세계 1위 재벌과 계약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61 챕터

11화. 잿더미에서 피어난 흑장미(1)

 챙그랑.무겁고 촌스러운 검은색 뿔테 안경이 대리석 바닥을 구르다 쓰레기통 안으로 처박혔다.연우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맨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지난 3년.시어머니의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을 유지했다.무능한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일부러 펑퍼짐하고 유행이 지난 옷만 골라 입었다.자신을 철저히 지우고 잿더미 속에 웅크려 있었던 대가는 참혹했다.'여자가 아니라 무슨 감정 없는 청소 기계랑 사는 것 같았으니까.'자신을 향해 쏟아내던 강지훈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연우의 붉은 입술이 느릿하게 호선을 그렸다."청소 기계라."연우는 세면대 위에 놓인 낡은 헤어 집게 핀마저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진짜 청소가 뭔지, 곧 뼛속 깊이 깨닫게 해줄게."그녀가 욕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섰을 때였다."일어나셨습니까."거실 중앙, 이미 완벽한 슈트 차림으로 단장한 차태경이 연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의 등 뒤로는 최고급 백화점의 VIP 라운지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진풍경이 펼쳐져 있었다.수십 개의 이동식 행거에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의 오뜨 꾸뛰르 드레스들이 걸려 있었다.테이블 위로는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수십억 원대의 하이주얼리 세트와 최고급 수제 구두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바짝 긴장한 표정의 최정예 스타일리스트 팀이 도열해 있었다."이게 다 뭔가요?"연우의 차분한 물음에 태경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내 아내의 갑옷을 고르는 중입니다."태경의 깊은 눈동자가 연우의 얼굴에 머물렀다.꾸밈없는 맨얼굴에 샤워 가운 하나만 걸쳤을 뿐인데도, 안경을 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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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잿더미에서 피어난 흑장미(2)

 거실 중앙으로 걸어 나온 연우는 이전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몸의 굴곡을 따라 완벽하게 밀착된 블랙 실크 드레스는 그녀의 우아하고 고혹적인 자태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풍성하게 굽이치는 흑발이 하얗게 빛나는 목선 위로 흘러내렸고, 붉은 입술은 치명적인 독을 품은 흑장미처럼 아찔했다.촌스럽고 볼품없는 안경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서연우.세상을 발밑에 두고 쥐락펴락하던 천재 투자자 스텔라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마침내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해방된 것이다."……."태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늘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그의 눈동자가 걷잡을 수 없는 열기로 일렁이기 시작했다.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연우를 향해 다가가는 태경의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미세하게 느려져 있었다.마치 눈앞의 신기루가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혹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넋을 잃은 사람처럼.태경이 연우의 한 뼘 앞까지 다가왔다."이상한가요?"연우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차분하게 물었다."아니요."태경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낮고, 짐승의 으르렁거림처럼 짙게 긁혀 나왔다."지독하게 완벽합니다."태경의 커다란 손이 천천히 허공을 갈라 연우의 뺨에 닿았다.그의 거친 손끝이 연우의 턱선을 타고 부드럽게 미끄러졌다.그 손길에는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서늘한 독점욕과,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켜버리고 싶은 위험한 갈증이 뒤섞여 있었다."당신을 이 펜트하우스에 가둬버리고 싶어질 만큼."태경의 솔직하고 노골적인 고백에 연우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계약 위반입니다, 회장님. 난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당신과 손을 잡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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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배신자들의 축배(1)

 서울 도심에서 가장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5성급 호텔, 그랜드 하얏트의 최상층 그랜드 볼룸.천장을 빼곡하게 채운 수만 개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눈이 멀 듯한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은은하게 흐르는 현악 4중주의 클래식 선율 위로, 최고급 샴페인 잔이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홀의 입구에는 '강지훈 대표 & 유아라 양 약혼 파티'라는 화려한 금박 레터링이 새겨진 거대한 얼음 조각이 세워져 있었다."호호, 다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홀의 중앙,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서 유아라가 샴페인 잔을 든 채 우아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파리에서 갓 공수해 온 한정판 화이트 실크 드레스였다.가녀린 목선 위로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네크리스가 오만하게 반짝였다."어머, 아라 씨. 오늘 정말 여신이 따로 없네. 이 드레스, 국내에는 한 벌밖에 안 들어왔다는 그 모델 맞죠?""네, 맞아요. 지훈 오빠가 저한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무리해서 구해다 주셨거든요."아라가 볼을 붉히며 수줍은 척 대답하자, 주변을 둘러싼 사교계 여성들이 과장된 감탄사를 터뜨렸다.하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는 은밀한 호기심과 경멸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었다."그런데 강 대표님, 이혼 도장 찍으신 지 며칠 안 되지 않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약혼 파티를 열 줄은 몰랐네요."누군가의 뼈 있는 질문에 아라의 미소가 아주 찰나의 순간 굳어졌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눈꼬리를 불쌍하게 늘어뜨리며 과장된 한숨을 내쉬었다."저도 오빠한테 조금만 천천히 하자고 했어요. 하지만 오빠가 하루라도 빨리 저한테 번듯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고집을 피우시지 뭐예요.""하긴, 전처분이 워낙… 좀 답답하신 분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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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배신자들의 축배(2)

"아뇨, 어머니. 와주신 분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어요.""그래, 이게 진짜 우리 집안에 어울리는 격이지. 그동안 그 음침한 물건 때문에 집안에 볕이 안 드는 것 같아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모른다."최 여사가 아라의 손을 꼭 잡으며 주변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우리 아라를 보세요. 얼마나 싹싹하고 교양이 넘칩니까? 진작에 이런 며느리를 들였어야 했는데, 우리 지훈이가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요.""어머님도 참, 과찬이세요."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가증스러운 티키타카에 주변 사람들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같은 시각, 홀의 반대편에서는 강지훈이 업계 유력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기고만장한 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하하, 맞습니다. 이번에 저희 성진 어패럴이 추진하는 프리미엄 스포츠 라인, 스케일이 다르죠.""강 대표님 수완이 대단하십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 전설적인 투자자, '스텔라' 측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시다니요. 업계에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투자사 임원의 아부에 지훈의 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 올라갔다."스텔라 쪽에서도 제 비전과 기획력을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성진 어패럴의 든든한 파트너나 다름없죠.""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워낙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에 회사 주주들이 조금 동요하지 않았습니까?""동요라니요, 오히려 호재죠."지훈이 샴페인 잔을 여유롭게 흔들며 코웃음을 쳤다."성진 어패럴은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겁니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집에서 먼지나 털고 가계부나 쓰는 촌스러운 여자는 제 옆에 어울리지 않죠.""아… 전처분이 내조를 꽤 열심히 하셨다고 들었는데요.""내조요? 그냥 제 비서가 시키는 잔업이나 조금 거든 게 다입니다. 기획의 핵심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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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배신자들의 축배(3)

"지난 시간 동안 저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답답한 시련이 있었습니다."연우를 대놓고 저격하는 무례한 발언에 하객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하지만 저는 과거의 낡은 옷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저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사람을 만났습니다."아라가 감동한 척 눈가를 살짝 찍어내렸다.지훈은 하객들을 향해 샴페인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성진 어패럴의 영광스러운 미래와, 제 옆에 선 가장 아름다운 안주인 유아라를 위하여!""위하여!"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배신자들의 오만한 축배가 울려 퍼졌다.장내에는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쏟아졌고, 최 여사는 감격에 겨워 박수를 쳤다.지훈과 아라는 서로를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그들의 모래성이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완벽한 촌극이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덜컥-.단상 옆에 서 있던 진행 요원의 무전기에서 날카로운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동시에 연회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호텔의 총지배인이 사색이 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대, 대표님!"총지배인은 체면도 잊은 채 단상 아래로 달려와 지훈을 향해 다급하게 손짓했다.최고급 호텔의 총지배인이 이토록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뭡니까? 지금 건배 제의 중인 거 안 보여요?"축배의 흥을 깬 것에 불쾌해진 지훈이 마이크를 가린 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라 역시 짜증 섞인 눈빛으로 총지배인을 흘겨보았다."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입구 쪽에…."총지배인의 이마에서는 비 오듯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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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압도적인 등장, 얼어붙은 파티장(1)

 끼기기긱-.육중한 문이 완전히 열리고, 그랜드 볼룸의 화려한 조명이 문 너머의 짙은 어둠을 밀어냈다.가장 먼저 연회장의 대리석 바닥을 디딘 것은, 티끌 하나 없이 광택이 흐르는 수제 구두였다.저벅.단 한 걸음.그 가벼운 발소리 하나에 홀 안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수백 명의 하객들이 뿜어내던 열기와 소음은 순식간에 진공상태처럼 빨려 들어갔다."……!"누군가의 입에서 억눌린 헛숨이 터져 나왔다.입구를 향해 시선을 던졌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인 채 양옆으로 길을 내주기 시작했다.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수백 명의 인파가 썰물처럼 물러났다.그 갈라진 길의 한가운데, 차태경이 서 있었다.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재단된 블랙 슈트.서늘하게 가라앉은 칠흑 같은 눈동자.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지배자의 아우라는 연회장의 수만 개 크리스털 샹들리에조차 초라하게 만들 만큼 강렬했다."차, 차태경 회장…?"어느 중견 기업 회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그 이름 세 글자에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태성그룹 총수가 여긴 왜…!""강 대표, 태성그룹이랑도 연줄이 있었어?""말도 안 돼. 차 회장님은 이런 얄팍한 사교 파티에는 절대 얼굴을 비추지 않는 분이잖아!"단상 위에서 샴페인 잔을 든 채 굳어버린 강지훈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키듯 흔들렸다.자신이 태성그룹과 연줄이 있을 리 만무했다.애초에 성진 어패럴 같은 기업은 태성그룹의 일개 하청업체의 하청조차 따내기 힘든 수준이었다.'왜, 왜 저 엄청난 양반이 내 약혼 파티에….'지훈이 마른침을 삼키며 당황한 얼굴로 입구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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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압도적인 등장, 얼어붙은 파티장(2)

 지훈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강하게 비볐다.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도, 시야에 박히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오히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연우의 서늘하고 오만한 눈빛이 지훈의 심장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왔다."길을 비켜라."태경을 호위하며 따라붙은 십여 명의 정장 차림 경호원들이 무겁게 명령했다.하객들은 겁에 질린 채 썰물처럼 양옆으로 물러났고, 단상 앞까지 이어진 레드카펫은 오직 태경과 연우만을 위한 런웨이로 변했다.저벅, 저벅.연우의 스틸레토 힐 소리가 지훈의 고막을 사정없이 때렸다.그녀는 단 한 번도 지훈과 아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쓰레기를 내려다보는 듯한, 지독한 우월감과 경멸이 섞인 완벽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었다.태경의 시선이 불쾌하다는 듯 연회장 내부를 훑었다."공기가 탁하군. 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태경의 낮고 서늘한 음성에 근처에 서 있던 사업가들이 어깨를 움츠렸다.하지만 그의 고개가 연우를 향해 숙여지는 순간, 그 살벌하던 목소리는 거짓말처럼 부드럽고 다정하게 변했다."돌아갈까?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 이 파티장을 통째로 밀어버릴 수도 있는데."수백 명의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경은 오직 연우의 기분만을 살피고 있었다.그의 맹목적인 태도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피도 눈물도 없는 차태경을 저토록 쥐락펴락하는 여자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연우는 태경의 단단한 팔에 손을 가볍게 얹으며, 우아하게 턱을 치켜들었다."아니요. 주인공이 빠지면 파티가 재미없어지잖아요."연우의 시선이 다시 단상 위에 얼어붙어 있는 강지훈에게 가닿았다."오늘은 나를 위한 축배를 들러 온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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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내 아내에게 인사하시죠."(1)

 "기대해, 강지훈. 너희들의 얄팍한 모래성이 무너지는 소리를, 이 자리에서 똑똑히 들려줄 테니까."연우의 서늘한 선전포고가 마이크를 통하지 않았음에도 그랜드 볼룸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수백 명의 하객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단상 앞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강지훈의 핏기 가신 얼굴이 수치심과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너, 네가 감히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지훈이 이성을 잃고 단상 아래로 내려가려던 찰나였다.그의 곁에 굳어 있던 유아라가 지훈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아라의 시선은 연우의 목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황제의 눈물'과,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차태경에게 꽂혀 있었다.질투심. 아니, 그것을 넘어선 뼛속 깊은 열등감이 아라의 이성을 까맣게 태워버리고 있었다.'말도 안 돼. 내가 저 여자의 모든 걸 뺏었는데!'자신은 기껏해야 성진 어패럴이라는 중견기업의 안주인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다.그런데 며칠 전 비참하게 쫓겨난 서연우가,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재계를 쥐락펴락하는 태성그룹 총수의 파트너로 나타났다?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해서도 안 됐다.저 남자는 분명 서연우의 몸이나 얄팍한 외모에 잠시 홀린 스폰서일 뿐이리라.아라는 애써 그렇게 결론 내리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언니."아라가 단상 맨 끝으로 걸어 나오며 연우를 향해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냈다."아무리 위자료 한 푼 없이 쫓겨나서 독이 올랐어도 그렇지,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행패야?"그녀의 한마디에 정적에 휩싸여 있던 하객들 사이로 작게 술렁이는 소리가 퍼졌다.위자료 한 푼 없이 쫓겨난 이혼녀. 그 타이틀을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천박한 수작이었다.아라는 내친김에 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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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내 아내에게 인사하시죠."(2)

 "이 사람의 발끝이라도 붙잡고 싶어서, 내 모든 걸 내던지고 애원한 건 나란 말이다."장내가 발칵 뒤집혔다.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 사냥꾼, 세상의 모든 것을 발밑에 둔 차태경이 한 여자에게 매달리고 애원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거대한 충격이었다.아라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그녀의 동공이 갈 곳을 잃고 미친 듯이 흔들렸다.태경은 경악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그리고 단상 위에서 덜덜 떨고 있는 강지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내 아내에게 함부로 입을 놀리는 벌레가 있을 줄은 몰랐군."아내.그 단어가 떨어지는 순간, 지훈의 손에서 마이크가 툭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삐이익- 하는 날카로운 하울링이 홀 안을 찢었지만, 아무도 귀를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인사하시죠."태경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공간을 완벽하게 지배했다."태성그룹의 유일한 안주인, 서연우입니다."선고와도 같은 그 한마디에 파티장은 완벽하게 붕괴되었다.하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입을 틀어막았고, 강지훈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듯 비틀거렸다.방금 전까지 이혼녀라며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던 서연우가, 단숨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고 권위 있는 자리에 올랐음이 공표된 것이다."아… 아내?"지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그의 오만했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며 흩어지고 있었다."회, 회장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저 여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 제 아내였습니다! 저런 볼품없고 무능한 여자가 어떻게 태성그룹의….""무능해?"태경이 차갑게 말을 자르며 지훈을 쏘아보았다."네가 멍청해서 보석을 쥐고도 진흙탕을 구른 거겠지. 감히 내 아내를 네깟 놈의 더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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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후회의 서막, 무너지는 모래성(1)

성진 어패럴의 대표이사실.쾅!무거운 크리스털 재떨이가 허공을 갈라 벽에 부딪히며 산산조각 났다."빌어먹을! 이게 대체 무슨 꼴이냐고!"강지훈은 핏발이 선 눈으로 씩씩거리며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쳤다.어젯밤의 화려했던 약혼 파티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악몽으로 변해버렸다.업계 인사들의 부러움과 찬사를 한 몸에 받던 순간은, 서연우와 차태경의 등장 한 번에 완벽한 굴욕으로 처박혔다.지훈의 책상 위에는 오늘 자 아침 경제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모두가 태성그룹 총수의 파트너로 등장한 신비로운 여성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자신이 버린, 촌스럽고 무능하다며 비웃었던 전처가 하룻밤 사이에 범접할 수 없는 여왕이 되어 자신을 내려다보았다.따르릉, 따르릉.신경질적으로 울리는 책상 위 내선 전화기에 지훈이 거칠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누구야! 지금 당장 아무도 연결하지 말라고 했잖아!""오, 오빠! 나야, 아라!"수화기 너머로 잔뜩 날이 선 유아라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인터넷에 어제 파티장 찌라시가 돌고 있어! 내가 전처를 쫓아내고 자리를 꿰찼는데, 그 전처가 차태경 회장 애인으로 나타나서 우리를 짓밟았다고!"아라의 목소리는 분노와 열등감으로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당장 기사 막아! 내 이름 한 글자라도 오르내리면 오빠가 책임질 거야? 나 당분간 부끄러워서 샵에도 못 가!""유아라, 너 지금 그딴 투정 부릴 때야?!"지훈이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항상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던 아라의 목소리가 지금은 칠판을 긁는 소리처럼 끔찍하게 거슬렸다."서연우가 태성그룹 안주인이 됐어. 내 회사 목줄을 태성에서 쥐고 흔들 수도 있다고! 기사 막을 돈이 있으면 네가 네 카드로 알아서 막아!""뭐?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시끄러워! 끊어!"지훈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하지만 지훈은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며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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