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Capítulo 131 - Capítulo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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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폭풍을 뚫고 온 불꽃

"민 순경-, 민수아-! 어디 있어! 대답해요, 이 바보야-!"전복 위기를 넘기며 골목길 앞까지 소방차를 몰고 온 차도훈이운전대를 내팽개치고 바다처럼 변한 골목길로 뛰어들었다.무너진 전신주와 철골 잔해들이 엉켜 있어 소방차도 더는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도훈은 아직 통증이 남아있는 오른쪽 어깨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왼팔로 거친 와류를 밀어내며 수아가 있을 법한 주택을 향해 헤엄치듯 전진했다."차…… 반장님……?"귀를 찢는 비바람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수아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수아의 손전등 빛이 어둠 속을 헤치던 도훈의 눈과 정확히 마주쳤다.도훈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거기 가만히 있어요! 내가 갑니다!"도훈이 무너진 철골 잔해를 맨손으로 붙잡고 들어 올렸다.날카로운 철판에 손바닥이 찢어져 붉은 피가 진흙탕 물에 섞여 나갔지만,도훈은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제우스의 바람이 그를 밀어내려 할 때마다,도훈은 수아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대자연의 주먹질을 온몸으로 받아냈다.마침내 주택 마당으로 진입한 도훈은물속으로 가라앉기 직전이던 수아와 노인을 양팔로 낚아채듯 끌어당겼다.수아는 도훈의 단단한 방화복 가슴팍에 안기자마자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왜 이제 와요…… 진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미안합니다, 늦어서. 내가 말했잖아요? 당신 두고 평생 소방서에서 혼자 안 산다고."도훈이 수아의 젖은 얼굴을 제 손으로 감싸 쥐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대형견 스타일의 쾌활함 속에 감춰진 진짜 프로페셔널한 소방관의 순정이 빛나는 순간이었다.도훈은 노인을 자기 등에 업고, 한 손으로는 수아의 손을 터질 것처럼 꽉 맞잡았다.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에 의지해 차오르는 바닷물을 헤치며 고립 지역을 탈출하기 시작했다.폭풍의 한가운데서, 소방과 경찰의 유쾌하면서도 처절한 로맨스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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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해안가 붕괴, 사선(死線)의 시작

지구대 열혈 순경 수아와 소방관 도훈이 극적으로 고립을 탈출해 소방차로 복귀할 무렵,연실군 해안가의 진짜 비극은 다른 곳에서 터지고 있었다.수년 동안 바닷물에 침식되어 왔던 해안 상업 지구의 거대한 축대와 콘크리트 방벽이,제우스 본진이 몰고 온 15미터가 넘는 살인적인 삼각파도의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쿠구구구구-" 하는 비명과 함께 통째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강 팀장! 축대 무너진다! 당장 대피해!"본부의 비상 무전이 간신히 터진 순간,강태풍과 서나래는 이미 해안가 직격 범역에 있는 간이 응급실에서마지막 중상자를 이송하던 중이었다.콰아아앙-! 하는 대폭발 같은 소리와 함께 지반이 내려앉으며상가 건물 두 채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엄청난 양의 토사와 콘크리트 파편이 구급차와 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폭사하듯 들이쳤다.강태풍은 본능적으로 서나래의 허리를 낚아채며자신의 거구의 몸으로 그녀를 완벽하게 감싸 안고 바닥을 굴렀다.두꺼운 콘크리트 덩어리가 강태풍의 해경 헬멧을 스쳐 지나가며 둔탁한 타격음이 일어났다.강태풍은 엄청난 충격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지만,서나래를 품은 팔에는 단 1밀리미터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토사와 비바람이 두 사람의 온몸을 덮쳤고,사방은 순식간에 부서진 건물 잔해로 가득 찬 사선으로 변해버렸다."강태풍! 정신 차려봐요! 눈 떠봐!"서나래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강태풍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강태풍이 핏발 선 눈을 번쩍 뜨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평소 냉철하던 테토남 강태풍은서나래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보자마자 눈빛이 야수처럼 돌변했다."서나래 씨…얼굴이... 어디 다친 데 없습니까? 내 말 들립니까?""나는 괜찮아요! 당신 등에서 또 피 나잖아요!"서나래가 소리쳤지만, 강태풍은 자기 상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서나래를 일으켜 세웠다.하지만 그들이 발을 디딘 해안가 대지는 이미 바다를 향해 기괴하게 기울어져 있었다.방벽이 사라진 해안가는 성난 바다의 침공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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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밀려드는 괴물, 거대 해일의 전조

그것은 단순한 파도가 아니었다.제우스의 후면 폭풍우와 천문조가 겹치며 발생한,높이만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장벽 형태의 해일(Tsunami)이었다.시커먼 바닷물이 하늘과 경계를 없앤 채,무시무시한 속도로 연실군 해안선을 향해 진격해 오고 있었다.해일이 다가올 때 발생하는 특유의 기괴한 바람 소리와 대지의 울림이영웅들의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말도 안 돼…… 저런 걸 인간이 어떻게 막아……."현장형 불도저 의사로 산전수전 다 겪은 서나래조차,눈앞에 나타난 대자연의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인간의 집념이니 사명이니 하는 단어들이 한낱 모래성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손을 단단하게 맞잡아오는 거칠고 뜨거운 손길이 있었다.강태풍이었다.강태풍은 서나래를 자기 등 뒤로 숨기듯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거대한 해일의 장벽을 정면으로 매섭게 노려보았다.그의 목에 걸린 은빛 구조 목걸이가 번뜩였다."강 선생, 내 눈 똑바로 보십시오."강태풍의 낮은 목소리가 폭풍의 괴성을 뚫고 서나래의 귓가에 꽂혔다.서나래가 떨리는 눈으로 강태풍을 바라보자,강태풍은 평소 서나래 앞에서만 보여주던 그 깊고 순정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32년 전, 서나래 씨 어머니가 폭풍 속에서 날 살려주셨을 때 이미 대자연과의 싸움은 이겼던 겁니다. 내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저 바다는 절대로 당신을 데려가지 못합니다."강태풍은 허리춤의 구명줄을 뽑아 서나래의 허리와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결속했다.카라비너가 체결되는 철컥 소리가 사선에서 울리는 유일한 구원의 신호음 같았다."꽉 잡으십시오. 이번엔 내가 당신의 방벽입니다."강태풍의 거구가 해일을 향해 단단하게 굳어졌다.과거 동료를 잃었던 트라우마의 바다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오직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겠다는 해경 구조대의 독종 본능만이그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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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사투의 카운트다운

해일이 상륙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3분.연실군 저지대에 남아있던 모든 소방차와 경찰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고지대를 향해 역주행하기 시작했다.도훈은 수아와 함께 노인을 소방차 뒷좌석에 안전하게 눕힌 뒤,백미러를 통해 해안가 붕괴 현장을 바라보았다.거대한 해일의 그림자가 겅태풍과 강서나래가 있는 구역을 덮치기 직전이었다."제길! 해경 형씨랑 서나래가 아직 저기 있다고! 차 돌려요, 민 순경!"도훈이 악을 쓰며 문을 열려 하자, 수아가 눈물을 흘리며 도훈의 팔을 꽉 붙잡았다."안 돼요, 차 반장님! 지금 들어가면 우리 다 같이 쓸려가요! 강 팀장님을 믿어야 해요! 그 사람은 태풍 속에서 태어난 사람이잖아요!"수아의 외침에 도훈은 주먹으로 대시보드를 쾅 내리쳤다.분노와 무력감의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바보 같은 해경새끼…… 꼭 살아서 돌아와라. 내 첫사랑 잘 지키라고 했잖아……."그 시각, 해안가 잔해더미 속에서 강태풍은 주변에서 가장 단단하고 깊게 박혀 있는대형 선박용 계류 윈치(Winch)의 강철 기둥을 발견했다.강태풍은 자기 몸을 기둥에 쇠사슬로 감아 고정하고, 서나래를 자기 가슴과 기둥 사이에 밀착시켰다."숨 크게 쉬십시오, 서나래 씨! 파도가 덮치면 절대로 손 놓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최대한 숨을 참아야 합니다..익사하면 안됩니다. 알아들었죠?"강태풍의 외침에 서나래는 이 악물고 강태풍의 찢어진 제복 상의를 양손으로 꽉 움켜쥐었다.그의 가슴속에서 터질 듯이 뛰고 있는 심장 박동이 손끝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그것은 32년 전 자기 어머니가 살려낸,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살려내야 할 완벽한 운명의 심장이었다."강태풍! 나 당신 믿어요! 그러니까 절대 죽지 말아요! 우리, 꼭 살아요!!"서나래의 비명이 끝남과 동시에,시커먼 해일의 거대한 장벽이 두 사람의 머리 위를 완전히 덮쳐버렸다.콰과과과광-! 도시의 마지막 비명이 암흑 속으로 매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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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수중(水中)의 심연, 끈질긴 집념

완벽한 암흑과 거대한 수압이 강태풍과 강서나래의 온몸을 짓눌렀다.20미터 높이의 해일이 들이친 바다 속은 말 그대로 거대한 세탁기 내부 같았다.부서진 콘크리트 조각과 자동차, 간판들이무서운 속도로 수중을 날아다니며 강태풍의 등을 때렸다.둔탁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강태풍은 기둥을 잡은 팔에 힘을 빼지 않았다.그의 몸은 서나래를 향해 날아오는 모든 흉기들을 막아내는 거대한 인간 방패였다.물속에서 서나래는 수압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었지만,자신을 감싸 안은 태풍의 단단한 팔뚝과 그의 체온 덕분에 공포를 이겨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의 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1분이 지나고 2분이 가까워지자, 나래의 입술 사이로 기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산소가 고갈되며 의식이 흐려지는 위급 상황이었다.강태풍은 물속에서 서나래의 몸이 늘어지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그는 감겼던 눈을 번쩍 떴다.흙탕물 속이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나래의 하얀 얼굴만큼은 선명하게 보였다.강태풍은 주저 없이 자기 호흡기에 남은 마지막 공기를 머금은 뒤,서나래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겹쳐 가볍게 밀착시켰다.수중에서 이루어진, 생과 사를 가르는 처절하고도 간절한 인공호흡이자그들의 첫 입맞춤이었다.강태풍의 공기가 나래의 폐부로 흘러들어가자, 서나래의 감겼던 눈이 번쩍 떠졌다.흐려지던 시야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태풍의 피비린내 나는 단단한 눈빛이 보였다.'아직 안 끝났어.' 강태풍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서나래는 물속에서 태강풍의 목을 더 꽉 끌어안았다.대자연의 무자비한 침공 속에서도, 두 청춘의 집념과 사랑은심연의 바다보다 더 깊고 단단하게 엉켜 있었다.지독한 와류 속에서 거인의 반격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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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대지의 부활, 영웅들의 생환

해일이 몰고 온 바닷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며, 연실군 해안가는 처참한 민낯을 드러냈다.비바람은 거짓말처럼 잦아들었고,먹구름 사이로 푸르스름한 새벽의 첫새벽 빛이 해안선을 비추기 시작했다.고지대에서 대기하던 도훈과 수아는 물이 빠지자마자소방차를 몰고 해안가 붕괴 현장으로 폭풍 질주했다."강태풍-! 서나래-! 살아있으면 대답해, 이 독종들아-!"도훈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흙탕을 구르며 소리쳤다.수아 역시 손전등을 사방으로 비추며 잔해더미를 파헤쳤다.하지만 사방은 기괴할 정도로 고요했다.부서진 강철 기둥과 콘크리트 잔해들만 널려있을 뿐이었다."차 반장님…… 저기…… 저기 좀 보세요!"수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거대한 선박용 계류 윈치 기둥에 사슬로 묶여 있는 거대한 실루엣이 있었다.진흙과 피로 범벅이 된 채, 등을 둥글게 말아 무언가를 꼭 껴안고 있는 남자.강태풍이었다.도훈과 수아가 미친 듯이 달려가 강태풍의 어깨를 붙잡는 순간,강태풍이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그의 온몸은 부러지고 찢겨 만신창이였지만,그의 거대한 품 안에서는 서나래가 미약하지만 규칙적인 숨을 내쉬며 살아있었다."정말,, 진짜 살아있었습니다……."도훈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강태풍은 피기 없는 입술을 움직여 겨우 묵직하게 미소를 지었다.서나래를 품에 안고 민수아와 차도훈에게 발견되었을 때,강태풍은 이미 반쯤 유령 같은 몰골이었다.서나래와 무사히 임시 진료소 텐트로 이송된 후에야강태풍은 어깨와 등, 온 몸에 가득한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링거를 꽂은 채 옆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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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당신이... 그 아이?

온몸이 찰과상과 흙먼지로 엉망이었던 서나래는정신을 차리자마자 자기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강태풍의 상태부터 확인했다.가위로 그의 찢어진 해경 제복 상의를 다급하게 잘라내던 서나래의 손끝에둔탁한 철제 소리가 걸렸다.강태풍이 언제나 목숨처럼 가슴에 품고 다니던 낡은 철제 보관함이었다.32년 전, 그가 태풍 속에서 태어났을 때의 유일한 유품이자 탯줄 보관함.보관함 표면에 흐릿하게 새겨진 날짜와 특이한 각인을 확인한 순간,서나래의 숨이 멎었다.심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추락하는 충격과 함께눈물이 왈칵 고여 강태풍의 가슴팍으로 뚝뚝 떨어졌다."말도 안 돼…… 강태풍, 당신이였어? 당신이…… 진짜로 그때 그 아기였단 말이야?"서나래의 서글픈 흐느낌과 가슴에 떨어지는 뜨거운 눈물 한 방울에,굳게 감겨있던 강태풍의 무거운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열렸다.매캐한 연기와 지독한 피로로 얼룩진 시야 속에서도강태풍은 서나래의 우는 얼굴을 가장 먼저 포착했다.그는 답답한 산소마스크를 거칠게 벗겨내며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강 선생…… 왜 웁니까. 어디가 또 아픈 겁니까, 바보같이 왜…….""이 바보가 지금 누구 걱정을 하는 거야!"서나래가 강태풍의 거칠고 상처투성이인 손을 꽉 맞잡으며철제 보관함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32년 전, 역대 최악의 폭풍이 몰아치던 그 밤에…… 우리 엄마가 목숨을 걸고 남해 바다에서 건져내 응급처치를 하고 직접 탯줄을 잘라 살려냈던 그 아기. 엄마의 낡은 일기장에 라고 밤새 적혀있던 그 이름이…… 바로 당신이였어, 강태풍..."서나래의 폭탄 같은 고백이 대피소의 텐트 안을 가득 채웠다.강태풍의 서늘하던 눈동자가 평생 본 적 없을 정도로 거대하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평생을 바다에서 고독하게 구르며 괴물이라 불렸던 남자의 가슴속에,잔인한 운명이 허락한 가장 거대하고 뜨거운 기적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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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어머니의 유산

강태풍은 서나래가 쥐고 있는 철제 보관함과그녀의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머릿속에서 강한 이명이 울리며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자신이 왜 그토록 숨 막히는 바다에 집착했는지,왜 다른 사람도 아닌 서나래라는 거침없는 의사에게 첫눈에 심장이 반응하고이토록 지독하게 시선이 묶였었는지,평생을 괴롭히던 잔혹한 운명의 수수께끼가 단숨에 풀리는 기분이었다.강태풍은 떨리는 손을 들어 서나래의 뺨에 묻은 거친 흙먼지를 조심스럽게 닦아내며낮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내 목숨이…… 강 선생의 어머니가 세상에 남기신 유산이었다니.""그래, 이 고집불통아. 그러니까 당신은 절대로 현장에서 당신 마음대로 목숨을 버리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 내 눈앞에서 피 흘려서도 안 되고, 죽어서도 안 되는 목숨이었다고."서나래가 강태풍의 넓은 손바닥에 자신의 뺨을 더 깊숙이 부비며마침내 참았던 울음을 아이처럼 터뜨렸다.강태풍은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과 어깨의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어쩐지…… 강 선생이 내 앞에서 메스를 쥐고 호통을 칠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게 차분해 졌었습니다. 마치 내 영혼의 구급대원을 만난 것처럼 심장이 기분 좋게 뛰었습니다. 평생 바다에 빚을 갚으러 다니는 인생인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내 최종 항구는 당신 하나였습니다."바로 그 감동적인 순간,텐트 천막이 펄럭이며 폭풍우를 뚫고 야간 현장 지원을 마친소방관 차도훈과 지구대 순경 민수아가 들이닥쳤다.도훈은 온몸에 가스 검댕과 토사를 뒤집어쓴 채 숨을 헐떡였다."아! 강태풍 팀장님! 정신 들었습니까? 서나래, 너도 진짜 무사한 거지? 지옥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동지들!"수아 역시 다크서클이 휑한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나래의 손을 꼭 잡았다."강 선생님, 정말 다행이에요. 아까 차 반장님이 눈이 뒤집혀서 잔해를 맨손으로 파헤치는데 진짜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두 분 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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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운명의 끈

다음 날 새벽, 태풍 제우스의 중심부가 잠시 비껴가며연실군에는 기묘할 정도의 일시적인 소강상태가 찾아왔다.연실초등학교 앞마당의 텐트 밖은 여전히 음산한 바람이 불었지만,대원들은 교대로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서나래는 임시 의료소 플라스틱 의자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고,강태풍은 링거 거치대를 지팡이 삼아 굳이 침대에서 내려와그녀의 옆자리로 묵직한 걸음을 옮겼다.강태풍은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은빛 구조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풀어서나래의 목에 걸어주었다."이게 뭡니까, 강 팀장님? 환자는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의사가 누누이 말했을 텐데요."서나래가 살며시 눈을 뜨며 핀잔을 주자,강태풍은 목걸이의 은빛 펜던트를 다정하게 만지작거리며서나래의 시선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32년 전부터 시작된, 끊어지려야 끊어질 수 없는 운명의 끈입니다. 당신 어머니가 내게 걸어주신 이 목숨줄을,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온전히 돌려주며 맹세하려 합니다. 앞으로 바다가 아무리 거세게 뒤집히고 사선이 우리를 가로막아도, 이 목걸이가 우릴 묶고 있는 한 강서나래는 내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구합니다."서나래는 자신의 쇄골 위에서 반짝이는 은빛 목걸이를 바라보며심장이 찌릿하게 저려오는 전율을 느꼈다.늘 냉정하고 차가운 구조 원칙만 따지던 해경 특수구조대의 호랑이 강태풍이,이제는 자신을 향해 온 영혼과 순정을 던져 거침없이 직진하고 있었다.서나래는 새어 나오는 미소를 참지 못하고, 그의 넓고 단단한 어깨에 머리를 슬며시 기대었다."의사로서 환자의 과도한 집착과 망상은 거부하는 게 원칙이지만…… 강태풍 팀장님의 이 특별한 집착은 이번 딱 한 번만 특례로 허용해 주죠. 대신 조건이 있어요. 앞으로는 절대로 몸 사려요. 내 환자인 당신이 또 피 흘리고 내 수술대 위에 올라오면, 그땐 의사 면허 걸고 당신 진짜 가만 안 둘 테니까."강태풍은 서나래의 까칠한 잔소리가 세상 그 어떤 달콤한 노래보다 귀에 감겨왔다.두 사람을 감싸 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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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빚 갚으러 왔습니다

"강 선생님, 나를 살려준 강 선생의 어머니에게,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살아 숨 쉬는 당신에게 내 남은 평생을 바쳐 빚을 갚으러 왔습니다. 이건 해경으로서의 의무나 사명이 아니라, 내 심장이 내게 내린 절대적인 명령입니다."강태풍의 서슴지 않는 돌직구 고백에서나래의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뻘개졌다.평소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응급실과 재난 현장을 호령하던 걸크러시 의사 강서나래였지만,오직 자신만을 담고 있는 강태풍의 깊고 뜨거운 멜로 눈빛 앞에서는무장해제될 수밖에 없었다.서나래는 묘한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강태풍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체온은 지극히 정상인데, 아무래도 산소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뇌진탕 증세가 의심되네요. 강 팀장님, 평소 안 하던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니까 담당 의사로서 굉장히 당황스럽고 제 심장에 해로운 것 같습니다?""뇌진탕이 아니라, 내 오랜 입덕 부정기가 완벽하게 끝나고 직진 기어가 들어간 증상입니다."강태풍이 이마에 얹어진 서나래의 작은 손을 부드럽게 내려자신의 왼쪽 가슴에 꾹 얹으며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손바닥을 통해 강태풍의 터질 듯이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이 그대로 전해지자서나래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한편, 대피소 뒤편의 자재 창고 구석에서는도훈이 수아의 뺨에 묻은 검은 가스 검댕을 제 옷소매로 슥슥다정하면서도 거칠게 닦아주고 있었다."민 순경, 아까 지하상가 잔해 무너질 때 왜 자꾸 앞으로 튀어 나갑니까? 유도 3단이면 몸빵도 3단인 줄 아십니까? 제발 소방관 등 뒤에 안전하게 숨어있으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하냐고요."도훈이 툴툴거리며 화를 냈지만,그의 눈동자에는 수아를 잃을 뻔했다는 극심한 공포와 걱정이 가득 서려 있었다.수아는 평소와 달리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도훈의 눈빛에서짙은 순정을 읽어내고 피식 미소를 지었다."차 반장님, 저 연실군 주민들을 지키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국민을 두고 어떻게 소방관 등 뒤에만 비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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