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차 반장님. 얌전히 계세요. 주사 들어갑니다."서나래가 커다란 주사기를 들고 다가오자 도훈은 고개를 돌리며 수아의 소매를 꽉 붙잡았다."저기요, 민 순경. 나 소방관인데 이상하게 주사는 무섭습니다. 손 좀 잡아주면 안 되겠습니까?"도훈의 뻔뻔한 수작에 수아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자기 손을 슬그머니 내어주었다.주사가 들어가자 도훈이"아아악! 강서나래 고의 과실이지!"라며 비명을 질렀고,수아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차 반장님, 유도 3단이 아닌 아이들도 주사는 잘 맞습니다. 덩치는 산만해서 엄살은 진짜 국가대표급이시네요."수아의 핀잔에 도훈은 손깍지를 더 꽉 쥐며 중얼거렸다."민 순경한테 잘 보이려고 엄살 부리는 겁니다, 뭐요. 민 순경, 근데 나 언제까지 차 반장님이라고 부를 겁니까? 사선도 같이 넘었고 고백도 서로 다 했는데, 호칭이 너무 공무원스럽잖습니까.""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소방관님? 대원님?"수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도훈은 얼굴을 쑥 내밀며 속삭였다."오빠 있잖습니까, 오빠. 아니면 도훈 씨라든가. 차 반장님이 뭡니까, 정 없어 보입니다."도훈의 능청스러운 요구에 수아는 얼굴이 폭발할 것처럼 달아올랐다.옆에서 치료 장비를 정리하던 서나래가"우욱, 나 토할 것 같아. 둘이 연애는 서울 가서 하세요, 아니면 최소한 내가 없을 때라도..제발!"이라며 소리를 질렀고, 문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태풍 역시 헛기침을 크게 했다.호칭 하나를 두고 밀당을 벌이는 도훈과 수아의 모습은의료소의 무거운 공기를 순식간에 달콤한 로코 전시장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밤이 깊어지자 태풍 제우스의 영향권이 서서히 연실군을 완전히 벗어나기 시작했다.창밖을 두들기던 잔인한 빗소리도 점차 가늘어져,이제는 평화로운 야간 낙수 소리로 변해 있었다.임시 의료소 중앙 테이블에 모인 네 사람은 통제실에서 지원해 준따뜻한 즉석 밥과 캔 반찬들을 펼쳐놓고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사선을 넘나든 영웅들의 가장 인간적이고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