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아니라면 기록이 있을 것이다.태허문 장경각(藏經閣)에는 개파 이래 모든 기록이 있다고 했다. 입문록, 파문록, 선마대전의 전공록까지. 직전제자의 신분패로는 삼 층까지 출입할 수 있었고, 삼백 년 전 기록은 이 층이었다."아가씨, 우리 이러다 들키면 어떻게 돼요?""들킬 게 뭐 있어. 출입패 있잖아.""근데 왜 자꾸 뒤를 보세요?"장경각은 먼지와 오래된 종이 냄새로 가득했다. 일 층은 공용 경전이라 제자들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이 층은 비어 있었다. 서가 사이를 걸을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도 발이 먼저 알았다. 몇 번째 서가에서 꺾어야 하는지, 사다리가 어디 세워져 있는지. 앵두가 "아가씨 여기 와보셨어요?" 하고 물었고, 연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와본 적 없다. 이 몸으로는.선마대전 연간의 서가는 금방 찾았다. 전공록, 순직록, 입문록 — 그리고 파문록. 파문록만 유독 손때가 없었다. 삼백 년간 아무도 펼치지 않았거나, 펼치는 것이 금지됐거나.삼백 년 전 그해의 파문록을 펼친 연소하는, 숨을 멈췄다.먹이었다. 새까만, 완강한 먹.한 장이 통째로 먹으로 지워져 있었다. 이름도, 죄목도, 판결도. 종이가 상하지 않게 공들여, 그러나 한 글자도 살아남지 못하게 철저히. 앞장과 뒷장도 마찬가지였다. 그해의 입문록에서도, 전공록에서도, '대사존의 직전제자'가 있어야 할 자리마다 검은 먹칠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이상해요." 앵두가 소곤거렸다. "지울 거면 장을 찢지, 왜 먹칠을 해놨을까요?""…찢으면 없던 일이 되니까."연소하는 먹칠 위를 손끝으로 쓸었다.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이건 은폐가 아니다. 찢어버리라는 명을 받은 누군가가, 차마 찢지는 못한 것이다. 여기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은 남겨 둔 것이다."찾는 것이 있느냐."서가 끝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수석장로였다. 지팡이를 짚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자리에 서서. 앵두가 연소하의 등 뒤로 숨었다."…삼백 년 전 기록을 보고 있었습니다.""보이더냐?""지워져 있던
Last Updated : 2026-07-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