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Chapter 31 - Chapter 40

41 Chapters

30화 「설산에 꽃이」

"사부님!"고요를 찢은 것은 그녀 자신의 비명이었다. 단목현이 무릎부터 무너져 있었다.달려가 안아 일으킨 몸이 무서울 만큼 가벼웠다. 소매가 흘러내린 팔은 — 검은 숲이 걷혀 있었다. 깨끗했다. 너무 깨끗해서, 연소하는 그게 무슨 뜻인지 한 박자 늦게 알았다. 문양이 사라진 게 아니다. 문양이 새겨질 바탕이 — 혼이 —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약속했잖아요. 조금씩만이라고. 셋이 나누기로—""나눴다."그는 웃고 있었다. 그 와중에."다만 이자가 남아 있었다. 삼백 년 치. …네 몫까지 대신 받은 세월의.""위지란! 이 사람 좀—"위지란이 창백한 얼굴로 비틀비틀 다가와 진맥을 짚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마겁을 나눠 받느라 그도 서 있는 게 용한 몸이었다."혼이 마르고 있다. 그릇이 삼백 년을 초과해서 쓰였으니… 도력으로 채울 수 있는 게 아니야. 이건—"단목현의 손끝이, 눈송이처럼 하얗게 바래기 시작했다."…소하야.""말하지 마세요. 기운 아끼시라고요.""이번에는, 봤다."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사부의 눈이 그녀의 얼굴 위를 천천히, 새기듯이 지나가고 있었다."삼백 년 전에는 등을 돌려서… 네가 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게 삼백 년 내내… 벌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 끝까지 보면서 간다. 이건 벌이 아니라… 상이다.""무슨 말도 안 되는—""울지 마라. 마지막이 빚이 되면… 안 되니."그건 그녀의 말이었다. 삼백 년 전, 재판정에서 웃으려던 여인의 말. 그걸 이 사람이 돌려주고 있었다. 연소하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빚이 되면 안 된다고? 이 사람은 삼백 년을 빚으로 살았으면서.그때, 품속에서 옥패가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동시에 — 저 멀리 설봉 쪽 하늘이 밝아졌다. 눈이 내리는 새벽하늘에 분홍빛이 번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노을인 줄 알았다. 노을이 아니었다. 바람이 실어 온 것은 꽃잎이었다. 매화 꽃잎. 수만, 수십만 장.죽은 고목이 — 삼백 년을 죽어 있던 그 나무가, 만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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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꽃이 핀 자리」

사흘 동안 설봉에는 꽃잎이 그치지 않았다.삼백 년을 죽어 있던 고목은 미친 것처럼 피었다. 가지마다 매화가 눈덩이처럼 얹혔고, 바람이 불 때마다 분홍 눈보라가 마당을 덮었다. 앵두는 그 밑에 돗자리를 깔고 꽃잎을 쓸어 모으며 말했다. "이거 말려서 차 만들 거예요. 사부님 깨어나시면 첫 잔으로 드리게요."깨어나시면.단목현은 사흘째 눈을 뜨지 않았다. 숨은 붙어 있었다. 바래던 몸도 멎었다. 다만 혼이 — 위지란의 말을 빌리면 — "너무 오래 쓴 그릇이 금 간 채로 겨우 붙어 있는" 상태라, 돌아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몰랐다."금 간 그릇 주제에 삼분지 일을 또 받아 갔으니, 원."위지란은 사흘 내내 툴툴거리면서 사흘 내내 머물렀다. 제 몸에 든 마겁 삼분지 일을 다스리는 것만도 벅찰 텐데, 하루 두 번 단목현의 진맥을 짚었고, 짚을 때마다 "아직 살아 있군, 지겹게도"라고 말했고, 그 말투가 꼭 안도를 욕처럼 발음하는 사람 같았다.나흘째 아침, 그는 떠났다."마교를 너무 오래 비웠다. 교주가 자리를 비우면 애들이 사고를 치거든." 그는 구름다리 앞에서 돌아섰다. "소하. 빚 계산은 아직이다.""무슨 빚이요. 마겁 받아 간 건 당신이 하겠다고—""그 빚 말고." 그는 웃었다. 눈까지 웃는, 이제는 드물지 않은 웃음이었다. "삼백 년 전에 진 빚. 그건 이자가 붙어서, 평생 갚아도 모자라. 그러니 — 오래 살아라. 채무자가 일찍 죽으면 채권자가 곤란하니."그게 그 사람 식의 작별 인사라는 것을, 연소하는 안개가 그를 삼킨 뒤에야 알았다.본문에서는 매일 전서가 올라왔다. 백리유음이 재조사를 주도하고 있었다. 수석장로는 금제의 대가로 재판정에서 숨졌고, 연루된 장로 아홉이 폐관 수감되었으며, 삼백 년 전 파문 판결은 연합 아홉 문파의 이름으로 무효가 선고되었다. 파문록의 먹칠 위에는 새 기록이 덧씌워졌다. 백리유음은 그 일이 끝나는 대로 소사존 직을 내려놓고 근신에 들겠다고 했다. 사죄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전서의 끝에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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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천명」

"하늘이 — 그 혼을 회수하러 왔다."금빛 형상의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종이 울리듯 온몸의 뼈에 직접 닿는 소리였다. 앵두가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연소하는 기절할 틈도 없이 침상 앞을 막아섰다."회수라니요. 사람 혼이 무슨 외상값이에요?""외상값이다."사자는 정정하지 않았다."천기(天機)는 장부다. 태어남과 죽음, 승선과 윤회 — 모든 혼의 출납이 기록된다. 한데 삼백 년 전부터 장부 한 곳이 어긋나 있다. 죄인 단목현. 승선첩을 세 번 거부한 죄. 저승의 강가를 삼백 년 점거한 죄. 그리고 — 신의 허락 없이 하계의 문을 갈라 윤회에 개입한 죄."치르러 가는 것이다. 그 새벽의 대답이 마당에 유령처럼 서 있었다. 사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날이 온다는 것을. 그래서 그 말을 했던 것이다.침상에서 단목현이 몸을 일으켰다. 연소하가 말릴 새도 없이, 금 간 혼으로, 그러나 등만은 꼿꼿하게."값은 치르겠다.""사부님!""다만 청이 하나 있다. 회수는 나 하나로 족할 터. 이 아이와 이 산은—""하나가 아니다."사자의 얼굴 없는 얼굴이, 연소하를 향했다."연소하. 삼백 년 전 봉인의 대가로 혼이 부서져 소멸 처리된 존재. 한데 그 혼이 부서진 채로 강을 떠돌며 삼백 년에 걸쳐 스스로 재결합하였다. 장부에 없는 혼. 기록되지 않은 환생. — 회수 대상은, 둘이다."마당이 조용해졌다. 만개한 매화만 눈치 없이 흩날렸다. 그리고 연소하는 등 뒤에서 공기가 어는 것을 느꼈다. 금 간 혼으로, 도력의 반도 못 쓰는 몸으로 — 사부가 하늘의 사자에게 살기를 세우고 있었다. 벨 수 없는 것을 향해 검을 뽑으려는 사람의 기척. 그녀는 그 살기를 등으로 막아서며 생각했다. 안 돼요. 이번엔 제 차례예요.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화가 났다. 삼백 년을 부서진 채로 강을 거슬러 온 혼더러, 장부에 없으니 지우겠다니."저기요. 하늘님인지 장부님인지.""소하야—""제 혼이 삼백 년 걸려서 돌아왔어요. 조각조각 난 걸 이 악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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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한 혼의 몫」

구름 기둥이 걷힌 뒤에도 마당에는 한참 동안 금빛 잔광이 남아 있었다."…그러니까, 정리하면요."기절에서 깨어난 앵두가 이마에 물수건을 얹은 채 손가락을 꼽았다."사십구 일 뒤에 하늘에서 벼락이 아홉 개 떨어지는데, 그걸 아가씨가 맞고 버티면 사는 거고, 사부님도 맞고 버티면 사는 거고, 근데 같이 맞으면 안 된다는 거죠? 왜요? 벼락이 모자라요?""질서라고 하더라. 한 혼의 존재 증명에 다른 혼이 끼어들면 증명이 안 된대.""치사해요. 하늘이 뭐 그래요? 벼락 아홉 개면 나눠 맞아도 아홉 개잖아요."치사했다. 그리고 치명적이었다. 연소하는 그날 밤 사부의 처소에서 그 치명이 정확히 무엇인지 들었다."뇌겁은 도력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다. 혼의 밀도로 버티는 것이다."단목현은 담담하게, 남의 이야기처럼 말했다. 그게 이 사람이 제일 나쁜 이야기를 할 때의 버릇이라는 것을 그녀는 이제 안다."네 혼은 부서졌다 재결합한 혼이다. 밀도로 치면 — 갓 이어 붙인 도자기다. 아홉 갈래는커녕 세 갈래를 버티기 어렵다. 나는 삼백 년을 초과해 쓴 금 간 그릇이고. 각자 서면, 각자 죽는다.""같이 서면요?""허락되지 않는다 하였다.""허락 안 받으면요?""천겁 자체가 무효가 된다. 즉시 회수다."막다른 골목이었다. 연소하는 벽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지듯 앉았다. 삼백 년 걸려 만났는데, 마겁도 막았는데, 재판도 뒤집었는데 — 이번에는 하늘이 갈라놓겠다고 한다. 그것도 사십구 일 뒤에."각자 서면 각자 죽는다면서, 왜 그렇게 태연해요?""태연한 것이 아니다. 계산 중이다.""무슨 계산이요?""…내가 먼저 서는 순서의 계산.""그럼 저는요? 사부님 뇌겁 맞고 스러지는 거 구경하고, 그다음 제 차례 기다려요? 그 계산에 저는 어디 있는데요?"단목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늘 그랬다. 이 사람의 계산에는 항상 저 자신의 값이 영(零)으로 잡혀 있다. 삼백 년 전에도, 봉인을 나눠 받을 때도, 지금도. 연소하는 그 영이라는 숫자가 지긋지긋했다."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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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금서」

위지란은 닷새 뒤에 왔다. 검은 옷자락에 눈을 묻히고, 품에는 쇠사슬로 봉인된 책 한 권을 안고서."쌍겁합도(雙劫合道)."그가 책을 탁자에 내려놓자 단목현의 낯빛이 변했다. 책 제목을 보기도 전에 — 사슬의 문양만 보고. 역시 알고 있었던 것이다."두 혼을 하나의 도(道)로 묶는다. 그러면 하늘의 장부에 두 혼이 아니라 '한 쌍의 도'로 기록되지. 뇌겁도 한 몫이 된다. 함께 서는 게 아니라 — 애초에 하나로 서는 거니까, 질서 위반도 아니다.""묶는다는 게 뭔데요?"연소하가 묻자, 위지란은 아주 재미있다는 얼굴로 단목현을 건너다보며 대답했다."도려(道侶)의 서약이다.""도려가 뭔데요?""도를 함께 닦는 반려. 혼과 혼을 평생 — 아니, 윤회를 넘어서 묶는 서약이지. 쉽게 말하면."그는 일부러 한 박자 쉬었다."혼인이다. 사람의 혼례보다 무거운."방 안이 조용해졌다. 앵두가 문틈으로 훔쳐보다가 "꺅"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도망갔고, 도망간 방향에서 국수 그릇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위지란이 덧붙였다. "정확히는 혼례보다 무겁다. 사람의 혼례는 이생으로 끝나지만 도려의 서약은 윤회를 따라간다. 천 년 전 그 한 쌍의 기록에 이렇게 적혀 있더군. '다음 생에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여도, 혼이 먼저 알아 곁으로 간다.'" 연소하는 제 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시선은 사부에게 두었다. 단목현은 돌이 되어 있었다. 삼백 년 묵은 서리가 그대로 얼어붙은 돌."안 된다."이윽고 돌이 말했다."왜요?""이유를 대야 하나.""네. 이번엔요.""서약은 윤회를 넘는다."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이생만이 아니다. 다음 생도, 그다음 생도 — 네 혼이 내 혼에 묶인다. 내가 지은 죄에, 내가 받을 벌에, 내 하늘의 빚에 전부. 삼백 년 전에 나는 네 한 생을 망쳤다. 그걸 갚기도 전에 네 모든 생을 묶겠다고? 그건—""사부님.""그건 갚음이 아니라 강탈이다.""사부님은 진짜."연소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삼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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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조건」

서약을 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은.단목현이 항복 대신 내놓은 것은 조건이었다. 그 사람다운, 세상에서 제일 답답한 조건."서약은 뇌겁 전날 밤에 한다. 그 전에 마음이 바뀌면 — 언제든, 이유를 묻지 않고 무른다.""안 바뀌어요.""사십사 일 남았다. 바뀔 시간은 충분하다.""안 바뀐다니까요?""바뀌어도 된다는 뜻이다."말은 그렇게 하면서, 그날부터 사부는 이상해졌다. 아니 — 이상하게 정직해졌다. 사십사 일 동안 마음이 바뀔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그는 그녀에게 저의 가장 나쁜 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물건의 하자를 전부 고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장사꾼처럼."나는 삼백 년간 사람과 밥을 먹지 않았다. 같이 살기에 재미없는 성정이다.""알아요. 국수 반 그릇 남기는 것도 알아요.""나는 잠이 없다. 밤에 마당을 걷는다. 거슬릴 것이다.""알아요. 초사흘엔 고목 옆에, 보름엔 절벽 쪽에 서 있죠.""…알고 있었나.""저도 잠 없어요. 창문으로 다 보여요."그런 문답이 마흔 번쯤 오갔다. 하자 고지는 갈수록 궁색해졌고("나는 감 씨를 뱉는 법을 모른다", "나는 웃는 법을 잊어 얼굴이 굳었다", "나는 삼백 년 치 옛날 사람이라 말투를 고칠 수 없다"), 연소하는 그 궁색함이 좋아서 매번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씨는 제가 발라 드리고, 웃는 건 눈으로만 웃어도 알아보고, 말투는 — 사실 그 말투가 좋다고는 차마 말해주지 않았다. 알면 더 심해질 테니까. 앵두는 그 옆에서 "두 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싸우는 거예요, 좋아 죽는 거예요?"라고 물었고, 백리유음은 설봉에 다녀갈 때마다 반보씩 멀어지는 두 사람의 거리 아닌 거리를 보며 조용히 웃었다.웃지 않는 사람은 하나였다.위지란은 서약 의식의 준비를 도맡았다 — 금서를 해독할 수 있는 것이 그뿐이었으니까. 진법의 배치, 서약문의 고증, 두 혼의 공명 주기 측정까지. 누구보다 성실하게, 누구보다 말없이. 어느 밤 연소하는 마당에서 홀로 진법 도면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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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서약」

"엿새나 이르잖아! 하늘이 사기를 쳐요?"앵두가 하늘에 대고 악을 썼다. 위지란이 도면을 움켜쥐고 이를 갈았다."사기가 아니라 셈법이지. 사십구 일은 '이내'라는 뜻이었던 거다. 서약을 눈치챈 거야. 서약이 완성되기 전에 겁을 내리면 각자 서게 되니까.""의식에 얼마나 걸려요?""제대로 하면 한 시진. 겁운 도착까지는 — 반 시진."반 시진. 연소하는 사부를 보았다. 단목현은 이미 마당 한가운데, 만개한 매화나무 아래로 걸어가고 있었다. 진법도 없이. 서약문도 없이."사부님? 진법은—""진법은 하늘에 보이기 위한 격식이다."그가 손을 내밀었다."서약은 — 혼이 하는 것이다."연소하는 그 손을 잡았다. 처음으로, 소매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얼음장이던 손이 이제는 그녀와 같은 온도였다. 위지란이 다급하게 금서를 펼치고 서약문의 핵심 구절만 추려 외치기 시작했고, 백리유음이 — 언제 올라왔는지 — 증인의 자리에 섰다. "겁운을 보고 밤새 날아왔습니다. 증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녀는 숨을 고르며 웃었다. "사매의 혼례에 증인을 서는 것 — 사백 년 만에 사저 노릇을 하는군요." 앵두가 그 옆에서 두 손을 모아 쥐었다.겁운이 하늘의 반을 삼켰다. 뇌성이 산맥을 타고 울릴 때마다 발밑의 돌이 잘게 떨렸다."서약의 말은 각자의 것으로 한다." 위지란이 금서에서 고개를 들었다. "천 년 전의 서약문 따위 외울 시간 없다. 진심이면 된다. 하늘이 듣는 건 문장이 아니라 혼이니까."먼저 입을 연 것은 단목현이었다."나 단목현은."뇌성이 울렸다. 그의 목소리는 뇌성 아래에서도 또렷했다."삼백 년 전, 지켜야 할 것의 순서를 틀렸다. 문파를 첫째에 놓고, 율법을 둘째에 놓고, 너를 셋째에 놓았다. — 이 서약으로 그 장부를 고쳐 쓴다. 이생과 다음 생과 그다음 생에, 나의 첫째는 너다. 하늘이 물으면 그리 답하겠다. 벌하려면 그 순서째로 벌하라고."매화가 미친 듯이 흩날렸다. 겁운이 바로 머리 위까지 와 있었다. 연소하는 울음을 삼키고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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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뇌겁 (상)」

첫 번째 뇌격은 흰색이었다.하늘과 땅 사이가 한순간 지워졌다. 연소하는 제 뼈가 훤히 비치는 것 같은 빛 속에서, 마주 잡은 손만을 놓치지 않았다. 빛이 걷혔을 때 두 사람은 서 있었다. 마당의 돌바닥이 반경 삼 장까지 유리처럼 녹아 있었는데, 매화나무와 두 사람이 선 자리만 섬처럼 남아 있었다."하나."단목현이 낮게 셌다. 목소리가 평온해서 연소하는 웃음이 날 뻔했다. 이 사람은 벼락을 맞고도 수련 횟수 세듯 센다."버틸 만하냐.""…생각보다요. 혼자였으면 어림도 없었겠는데."그게 합도의 힘이었다. 뇌격이 내리꽂히는 순간, 충격이 한 혼이 아니라 하나로 묶인 두 혼의 밧줄 전체로 분산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갓 이어 붙인 조각들 사이를 사부의 혼이 아교처럼 메웠고, 사부의 금 간 자리를 그녀의 혼이 덧댔다. 천 년 전에 딱 한 쌍이 성공했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건 힘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의 깨진 자리를 정확히 아는 두 혼이어야 가능한 것이었다.두 번째는 푸른색. 세 번째는 금색.네 번째부터 뇌격은 색을 버리고 무게를 택했다. 소리도 늦게 왔다. 빛이 먼저 세상을 지우고, 무게가 혼을 누르고, 소리는 한참 뒤에 산맥을 타고 돌아왔다. 하늘 전체가 내려앉는 것 같은 다섯 번째에서 연소하는 한쪽 무릎을 꿇었고, 사부의 손이 그녀를 지탱했고, 여섯 번째에서는 사부의 어깨가 내려앉아 그녀가 지탱했다. 번갈아 무너지고 번갈아 받쳤다. 그것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 자체가 — 혼자 서는 뇌겁에서는 없는 일이었다. 마당 끝에서 앵두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위지란이 결계 너머에서 "일곱째부터가 진짜다, 정신 붙들어!"라고 외쳤다.그리고 일곱 번째 뇌격은 — 소리가 없었다.빛도 무게도 없이, 그것은 질문으로 왔다.『연소하. 너는 삼백 년 전의 그 혼인가, 열아홉 해의 이 아이인가.』머릿속에 직접 새겨지는 물음이었다. 거짓을 말하면 혼이 찢어지는 종류의. 연소하는 이를 악물었다. 20화의 그 새벽부터 지금까지 도망쳐 온 질문이 결국 하늘의 입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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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뇌겁 (하)」

"속죄로 시작했다."단목현이 하늘에 대고 말했다. 그러나 시선은 하늘이 아니라 그녀에게 두고."처음 백 년은 죄를 세었다. 재판정에서 등을 돌린 죄. 진실을 늦게 안 죄. 파문첩의 인장. 하나하나 세면서 — 그 아이가 돌아오면 무릎 꿇고 값을 치르겠다고. 그다음 백 년은 강을 세었다. 혼불 사억 개를 세면서 알았다. 죄를 세는 것도, 혼불을 세는 것도, 결국 한 가지 일이라는 걸. — 기다리는 일. 그리고 마지막 백 년은."뇌운의 중심이 하얗게 타올랐다. 아홉 번째가 오고 있었다."아무것도 세지 않았다. 셀 필요가 없었다. 속죄는 갚으면 끝나는 것인데 — 나는 끝을 원하지 않았다. 값을 다 치른 뒤에도 그 아이 곁에 남고 싶었다. 그건 속죄가 아니지."그가 그녀의 손을 고쳐 잡았다. 깍지를 끼워서."하늘이 물었으니 답한다. — 연모다. 삼백 년 전 그 재판정에서, 등을 돌리기 전부터. 사부라는 이름 뒤에 숨겨서 나조차 몰랐을 뿐."연소하는 그 순간 아홉 번째 뇌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세상이 온통 희어졌는데, 그게 뇌광인지 다른 무엇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아홉 번째는 앞의 여덟을 합친 것보다 무거웠다.하나로 묶인 두 혼의 밧줄이 팽팽하게 울었다. 매듭 하나가 풀리려 했다. 그때 — 결계 밖에서 검은 그림자가 결계를 찢고 뛰어들었다. 위지란이었다. 그는 두 사람을 등지고 서서 제 가슴을 열었다. 그의 몸속 마겁 삼분지 일이 — 검은 방패가 되어 뇌격의 가장자리를 받아냈다."미쳤어요?! 위지란, 당신까지—""채권 관리라고 했지!"그는 피를 토하면서 웃었다."그리고 이건 마겁 놈도 원하더군! 삼백 년 전에 네가 삼켜 준 빚 — 이놈도 갚고 싶다는데 어쩌겠나!"훗날 선계의 기록은 그날의 아홉 번째 뇌격을 이렇게 적는다. 하나로 묶인 두 혼이 중심에서 버티고, 마겁을 삼킨 마교의 교주가 가장자리를 받치고, 태허문의 소사존이 결계 밖에서 사백 년 묵은 도력을 아낌없이 부어 산 아래 마을들을 지켰다고. 하늘의 겁이 그렇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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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승선첩」

승선첩은 이레 뒤에 왔다.금빛 구름이 설봉에 내려앉더니, 옻칠한 함 두 개를 남기고 갔다. 함 속에는 하늘의 인장이 찍힌 문서 — 사백 년 전 단목현이 강물에 흘려보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만 년에 한 번 나기도 어렵다는 초대장이 두 장."요지는 이렇다."위지란이 — 아직 설봉에 얹혀살고 있었다. 뇌겁의 상처를 다스린다는 명목이었는데 국수 때문이라는 것이 앵두의 분석이었다 — 문서를 읽고 정리했다."천겁을 통과한 한 쌍의 도는 지상의 그릇을 벗어났으니, 마흔아홉 날 안에 하늘로 올라와 선적(仙籍)에 들라. 올라오면 — 영생이다.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윤회의 수레바퀴 밖에서 영원히.""안 올라가면요?""자격 반납. 도력의 태반을 하늘에 돌려주고, 지상의 존재로 산다. 늙고, 병들고, 언젠가 죽고 — 윤회의 수레바퀴 안으로."인간이 되라는 말이었다. 선계 제일검이, 삼백 년을 산 대사존이, 백 년도 못 살 인간이. 함 두 개를 앞에 두고 앵두만 혼자 실용적인 걱정을 했다. "하늘에도 부엌이 있을까요? 없으면 저는 반대예요."그날 밤 연소하는 마당에서 사부를 찾았다. 그을린 매화나무 아래 — 늘 서 있던 자리에 그가 있었다. 손에는 승선첩 두 장이 들려 있었다."삼백 년 전에도 이걸 받으셨죠. 그때는 왜 안 가셨어요?""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지금은요? 기다리던 사람 왔잖아요. 같이 올라가면 영생이래요. 영원히 같이 있는 거예요. 안 늙고, 안 아프고, 안 죽고."단목현은 승선첩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대답 대신, 질문으로."소하야. 너는 — 감이 왜 단지 아느냐.""…네?""앵두가 그러더구나. 감은 서리를 맞아야 단 것이 든다고. 겨울이 오지 않는 나무의 감은, 평생 떫다고."그는 승선첩에서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삼백 년 묵은 서리가 다 녹은 눈이었다."영원에는 겨울이 없다. 끝이 없는 것에는 — 무게도 없지. 나는 삼백 년을 끝없이 살아봐서 안다.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하루가 귀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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