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엘은 고개를 숙인다. 조용한 존중의 제스처. — 그녀를 돌보겠소, 기사님. 내 삶의 매일, 매시간, 매분. 그녀는 보호받고, 존중받고, 사랑받을 것이오. 왕으로서의 내 말과, 남자로서의 내 말을 드리오. 에리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에게 마지막 시선을 던진다—말이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말하는 시선, 사랑과 작별과 용서의 시선—그러고는 복도로 사라진다. 돌바닥 위의 그의 부츠 소리가 멀어져 간다. 점점 더 멀리, 점점 더 희미하게. 그리고 그와 함께 내 자신의 일부가 떠나간다. 발쿠르의 리아나. 정원을 뛰어다니고, 큰 소리로 웃고, 동화를 믿었던 평온한 소녀. 금발의 기사를 사랑하고, 단순한 삶, 농장, 아이들, 평화로운 노년을 꿈꾸던 공주. 그 리아나는 영원히 떠났다. 발쿠르를 향해 멀어지는 말발굽 소리에 실려 가. 남은 것은 여왕, 여자, 연인. 생존자. 선택했고, 그 선택을 감당하는 여자.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리아나 벽 모퉁이에서 그의 모습이 궁전의 그림자에 삼켜져 마침내 사라질 때까지 나는 에리크가 복도에서 멀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내 눈물은 여전히 흐르고, 조용하고, 그칠 줄 모르고, 뺨에 고랑을 판다. 돌바닥 위의 그의 부츠 소리는 점점 희미해지고, 침묵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내 과거의 한 부분 전체가 지워지고, 해체되고, 죽는다. 카엘이 부드럽게 다가온다. 융단 위의 그의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리고, 내 뒤에서 그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나를 만지지 않는다. 그는 내 옆에 서서, 내가 첫 몸짓을 하고, 첫 말을 하고, 내가 그를 내 고통 속으로 초대하기를 기다린다. 그의 조용한 존재는 내 감정의 폭풍 속의 닻이고, 내 슬픔의 안개 속의 등대다. — 그를 쫓아가지 않을 거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가 묻는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조심스럽다. 마치 자신의 말로 나를 부술까 두려운 것처럼. 마지막 기회야, 리아나. 아주 마지막. 만약 그와 함께 가고 싶다면, 발
Last Updated : 2026-08-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