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Bab 11 - Bab 20

138 Bab

11화. 장이 서는 날

궁문을 벗어나자마자 연화의 걸음이 저도 모르게 느려졌다.높은 담장 안에서만 살아온 연화에게 궁 밖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노점마다 사람들이 북적였고, 상인들은 저마다 목청을 높였다. 갓 지은 떡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고, 아이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골목을 뛰어다녔다.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두리번거렸다. '세상에....''사람이 이렇게 많구나.'"앞을 보며 걷거라." 무관의 말에 연화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예." 얼른 걸음을 옮겼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이번에는 엿장수가 커다란 가위를 '딱!' 하고 부딪치는 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조금 더 걸어가자 작은 대야 안에서 병아리들이 삐약거리며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연화의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귀엽다.'"연화.""...예.""앞.""...송구하옵니다." 무관은 결국 낮게 웃음을 흘렸다. "궁 밖이 처음인 티를 온몸으로 내는구나." 연화는 괜히 민망해져 걸음을 재촉했다.헌은 앞서 걸으며 그런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잠시 후 세 사람은 과자를 파는 노점 앞을 지나쳤다. 갓 튀긴 산자에서 달콤한 꿀 냄새가 퍼졌다.연화의 발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시선도 함께 멈췄다.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걸음을 옮겼다.헌이 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늦췄다. "주인장." 상인이 얼른 허리를 굽혔다. "무엇을 드릴까요?""산자 하나 주게." 상인은 종이에 곱게 싼 산자를 건넸다.헌은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연화에게 내밀었다. "...나리?""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더군." 연화는 들킨 아이처럼 눈만 깜빡였다.그렇게 티를 낸 줄은 몰랐다. "...성은이... 아. 감사합니다 나리." 조심스레 산자를 받아 한입 베어 물자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연화의 얼굴이 금세 풀어졌다.무관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참 단순하기도 하지." 연화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맛있는 것은 맛있는 것이었다.그러다 문득 손에 든 산자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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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몸이 먼저

칼이었다.사내의 손이 허리춤에서 칼자루를 움켜쥐는 순간.연화의 눈빛이 달라졌다. '안 돼.' 생각은 그뿐이었다.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움직였다.사람들 틈을 가르며 뛰어든 연화가 사내의 팔목을 낚아챘다.사내가 놀란 얼굴로 돌아섰다. "이년이!" 욕설과 함께 팔을 뿌리치려는 순간.연화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 그의 몸을 걸었다.쾅!사내의 몸이 허공을 크게 한 바퀴 돌더니 그대로 돌바닥에 떨어졌다.손에서 놓친 칼이 데구르르 굴러 사람들 발치에 멈췄다.장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사람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연화와 쓰러진 사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연화는 그제야 숨을 몰아쉬었다. "...헉."'또 몸이 먼저 나갔네.' 사내를 내려다보던 연화가 작게 중얼거렸다. "...송구하옵니다." 이미 정신을 잃은 사내는 대답이 없었다.무관은 재빨리 칼을 주워 들었다.칼날은 이미 반쯤 뽑혀 있었다.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이 날 뻔했다.관리들이 달려와 사내를 결박해 끌고 갔다.장터는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연화는 조심스레 헌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거듭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헌이 연화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송구하다는 것이냐." 연화는 머뭇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소란을 피웠사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무관은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왕의 목숨을 구해 놓고.정작 본인은 장터를 뒤집어 놓은 것만 걱정하고 있었다.헌은 짧게 말했다. "...됐다." 그 한마디에 연화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다행이다. 혼나는 줄 알았네.' 세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시장 끝자락으로 접어들 무렵.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더니 작은 애벌레 하나가 툭 떨어졌다.공교롭게도 헌의 어깨 위였다.헌의 걸음이 딱 멈췄다. "..." 말은 없었다.그런데 어느새 연화의 뒤로 반 걸음 물러나 있었다.연화가 의아한 얼굴로 돌아봤다. "...나리?" 헌은 아무 말 없이 자기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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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먼저 움직인 것은

다음 날 아침.강녕전에도 평소와 같은 아침이 찾아왔다.궁녀들은 분주히 움직였고, 상궁은 하나씩 일을 나누어 주었다."연화.""예, 상궁마마.""오늘도 강녕전으로 차를 올리거라.""...예."연화는 찻상을 받아 들었다.강녕전.요즘 들어 자주 오가는 곳이었다.'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안은 고요했다.헌은 웬일로 서책 없이 사색에 잠긴 표정이었다.연화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찻잔을 놓고 따뜻한 차를 따랐다.은은한 찻내음이 방 안을 채웠다."...전하."차를 모두 올린 연화가 허리를 숙였다."물러가 보겠사옵니다."그 순간이었다.열어 둔 창으로 바람 한 줄기가 스며들었다.흩날린 머리카락이 연화의 볼을 스치며 눈가를 덮었다.연화는 양손으로 빈 찻상을 받쳐 들고 있었다.잠시 손을 뗄 수가 없었다.그 짧은 순간.헌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손끝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귀 뒤로 넘겼다.손이 부드러운 머리칼을 타고 귀를 살짝 스쳤다.연화는 움찔했다. 심장이 조금 동요하는 듯 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금세 이해하기 어려웠다.헌 역시 손을 거두며 아주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내가 무얼 한 것이지.'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연화였다.황급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그녀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송구하옵니다."'송구? 뭐가 송구하냐 넌.'홀로 자책하는 연화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뭔가 어색했다.괜히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이미 조금 식어 있었다.그제야 그의 시선이 연화의 손등으로 향했다.어제 생긴 긁힌 자국이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손."연화가 고개를 들었다."...예?""다친 곳이다."연화는 그제야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아.""괜찮사옵니다.""아프지 않습니다."헌은 말없이 옆에 놓여 있던 작은 약합 하나를 집어 연화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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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도발

아침부터 공주의 심기는 썩 좋지 않았다. "이상하단 말이지." 시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공주는 턱을 괸 채 한숨을 내쉬었다. "오라버니.""...예?""요즘 이상해." 상궁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왕을 두고 이상하다 말하는 사람이 궁 안에 몇이나 되겠는가.공주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약도 주고.""궁녀 하나를 못 빌려준다고 하고. 분명 이상해." 그러다 문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아.""확인해 봐야겠어." --- 연화는 마당을 쓸고 있었다.공주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연화.""예, 공주마마.""너 힘 세지?" 연화는 빗자루를 든 채 잠시 고민했다. "...센 것 같사옵니다." 이제 부정해도 의미 없을 거 같았다.공주가 피식 웃었다. "화분도 들고, 활도 쏘고.""...""웬만한 장정도 이겨먹겠던 걸?" 연화는 괜히 머쓱해졌다. "...송구하옵니다.""왜 맨날 송구해." 공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팔씨름도 잘하겠네." 순간 연화의 표정이 굳었다. "...팔씨름이옵니까?""응.""..."'갑자기?'"소첩은 그런 것은..." 잠시 말을 고르던 연화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해 본 적이 없사옵니다." 속으로는 작게 중얼거렸다. '...있긴 한데.' 공주는 그런 속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오늘 처음 해 보면 되겠다." 연화는 괜히 불안해졌다. --- 정자에는 다과상이 차려져 있었다.헌은 서책을 펼친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공주가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오라버니.""...""심심해요.""그러냐.""네."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공주가 활짝 웃었다. "팔씨름해요." 헌의 손이 서책 위에서 멈췄다. "...싫다.""왜요?""귀찮다." 공주는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못 하시는 거네요." 헌은 서책을 다시 넘겼다. "아니다.""그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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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팔씨름

"...전하?" 연화의 눈이 동그래졌다.커다란 손이 연화의 손을 붙잡았다.따뜻하면서도 단단한 감촉이었다.연화는 얼떨결에 헌과 마주 앉았다.공주는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됐다. 진짜 한다.' 정자 한쪽에 서 있던 무관은 괜히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 "좋아!" 공주가 손뼉을 짝 쳤다. "그럼 시작!""...공주마마." 연화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말 해야 하옵니까.""응.""...소첩은." 잠시 머뭇거리던 연화가 작게 덧붙였다. "...힘 조절을 잘 못하옵니다." 공주가 웃었다. "오라버니도 약하지 않아요." 연화는 난처한 얼굴로 헌을 바라봤다. '그래도 전하신데.' 차마 힘을 쓸 수는 없었다. --- "시작!" 공주의 외침이 떨어졌다.그런데 이상했다.둘 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공주가 눈을 깜빡였다. "...왜 안 하세요?" 연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전하를 상대로 힘을 쓰는 것은 불경한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헌도 담담히 말했다. "...짐 또한. 궁녀와 겨루려는 것이 아니다." 공주는 결국 이마를 짚었다. "답답해."공주는 두 사람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럼 둘 다 살살.""...""살살입니다." 연화는 속으로만 한숨을 삼켰다. '살살이 어디까지지.'"다시, 시작."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둘 다 서로를 의식한 채 힘을 거의 쓰지 않았다.공주가 혀를 찼다. "이러다 해 지겠네." 그러더니 불쑥 연화의 팔꿈치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앗." 균형이 살짝 흐트러진 연화는 반사적으로 손에 힘을 주었다.꽈악.헌의 손이 아주 조금 밀리면서, 정자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무관이 작게 눈을 크게 떴다.연화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송구하옵니다!" 황급히 손을 빼려는 순간.헌이 이번에는 조용히 힘을 주었다.툭.밀렸던 손이 다시 가운데로 돌아왔다.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연화는 그제야 헌의 손을 제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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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아이를 웃게 하는 사람

# 16화. 아이를 웃게 하는 사람궁 밖으로 나온 지도 어느덧 반나절이 흘렀다.연화는 이제 제법 수행원 차림이 익숙해진 모양이었다.처음처럼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무관이 힐끗 연화를 바라보며 웃었다."이제는 사내 같구나."연화가 반색했다."...정말이옵니까?""입만 열지 않으면.""..."연화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것은 칭찬이 아닌 듯하옵니다."무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헌도 말은 없었지만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그때였다."도둑이다!"시장 한복판이 술렁였다.사람들이 좌우로 흩어지고, 어린 사내아이 하나가 정신없이 골목을 뛰어 나왔다.뒤에서는 떡장수가 씩씩거리며 쫓아오고 있었다."잡아라!"무관이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아이의 팔을 붙잡자 아이가 발버둥을 쳤다."놔!""싫어!"품에는 따뜻한 떡 하나가 꼭 안겨 있었다.무관이 낮게 말했다."훔쳤으면 벌을 받아야지."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일 뿐이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화가 조용히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배고프냐."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눈물만 뚝뚝 떨어졌다.연화는 한참 아이를 바라보다가 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조금 전 이헌이 사 준 산자를 먹다 남겨 둔 것이었다."...먹을래?"무관이 의아한 얼굴로 연화를 바라봤다.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산자와 연화를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정말?"연화는 웃으며 산자를 내밀었다."먹고 싶지?"아이는 조금 망설였다.연화가 장난스럽게 말했다."먹으려면.""...""고운 말부터."아이는 훌쩍이며 입술을 달싹였다."...주세요.""착하지."연화가 산자를 건네자 아이는 허겁지겁 한입 베어 물었다.볼이 빵빵해질 만큼 우물우물 먹는 모습에 연화도 따라 웃었다."천천히 먹어.""목 막힌다."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무관은 어이없는 듯 웃음을 흘렸다."아이를 잘 다루는군."연화는 아무렇지 않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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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궁으로 돌아온 뒤

시장 구경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왔다.남장을 벗고 다시 궁녀 복색으로 갈아입은 연화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게 편하네." 허리띠를 고쳐 매던 연화가 어깨를 돌렸다. "어이구. 사내 노릇도 쉽지 않구나." 옆에서 함께 옷을 정리하던 궁녀 하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사내 노릇을 했기에 그러세요?" 연화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아. 말하면 안 되지.'"...짐을 좀 들었느니라.""...?""...아니.""...들었습니다." 궁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따라 이상하시네요." 연화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저녁 수라는 끝났느냐?" --- 강녕전.내관이 차를 올렸다.헌은 서책을 펼쳐 놓고 있었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했다.내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하.""...무슨 일이냐.""오늘 시장은 어떠셨사옵니까." 잠시 침묵하다 헌은 책을 덮었다. "...시장은 늘 같았다.""그러하옵니까." 그렇게 대답해 놓고도 머릿속에는 다른 장면만 남아 있었다. '형은 좋은 사람이네.' 아이가 연화를 향해 활짝 웃던 얼굴.그리고...‘배고픈 건 참기 힘든 법이니까.’그 말을 하며 제 몫의 산자를 아이에게 내밀던 연화.헌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었다.그 모습을 보던 내관은 눈을 크게 떴다. '...웃으셨다.' --- 한편 연화는 강녕전 마루를 닦고 있었다.공주가 뒤에서 슬그머니 다가왔다. "연화.""예, 공주마마.""오늘 재밌었어?" 연화는 활짝 웃었다. "예. 시장이 참 좋았습니다." 공주는 씩 웃었다. "시장은 무슨 소리야? 무튼 그거 말고.""...?""오라버니." 연화는 한참을 생각했다. "...전하도 함께하셨습니다.""..." 공주는 결국 이마를 짚었다. '진짜 모른다.' 그때 멀리서 상궁 하나가 급히 걸어왔다. "공주마마." 공주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중전마마께서 공주마마를 찾으십니다."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상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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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내일부터

궁으로 돌아온 뒤 며칠.강녕전은 다시 평소의 고요를 되찾았다.연화도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냈다.아침에는 차를 올리고, 낮에는 마루를 닦고, 틈만 나면 수라간을 오가며 심부름을 했다. "연화." 공주가 강녕전으로 들어오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예, 공주마마.""심심하다.""...무얼 해드릴까요?" 공주는 헌을 한번 바라보더니 장난기 어린 얼굴로 웃었다. "오라버니는 하루 종일 책만 보잖아, 너라도 놀아줘." 연화는 난감한 얼굴로 빗자루를 내려놓았다. "무슨 놀이를 하시겠습니까?" 공주는 한참 고민하는 척하더니 씩 웃었다. "숨바꼭질.""...강녕전에서 말씀이십니까?""응.""상궁마마께 혼날 듯한데요." 공주는 키득거리며 연화의 등을 툭 밀었다. "그럼 오라버니 뒤에 숨으면 되잖아." 연화는 얼떨결에 두 걸음 앞으로 나갔다.헌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책장을 넘기던 헌이 시선을 들었다. "...""..." 연화는 얼른 한 걸음 물러났다. "송구하옵니다." 공주는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그 표정 하나면 됐어." 연화만 영문을 몰랐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아무것도." 공주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밖으로 달려나갔다. "다음에 또 놀자!""공주마마!" 연화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참 바쁘신 분이십니다." 그 말을 들은 헌의 입가가 아주 조금 풀어졌다.연화는 그 미세한 변화를 보지 못한 채 다시 찻상을 정리했다.잠시 뒤.따뜻한 차를 다시 올린 연화가 공손히 잔을 내려놓았다. "전하." 헌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연화는 괜히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혹여 입에 맞지 않으시면..." 헌이 잔을 내려놓았다. "맛있다." 짧은 한마디였다.연화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참말이옵니까?""그래.""다행이옵니다."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그럼 다음에는 더 맛있게 우려 보겠습니다." 연화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인사했다. "물러가겠사옵니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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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술상

밤의 강녕전은 낮과 달랐다.사람이 오가는 소리도, 마루를 닦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열린 창호 사이로 서늘한 바람만 스며들었다.연화는 찻상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차를 올리겠사옵니다.”서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던 헌이 고개를 들었다.낮과 다를 것 없는 얼굴이었다.그런데도 연화는 괜히 손에 힘을 주었다.밤은 왠지 어색해서 그런 모양이었다.낮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던 강녕전이 오늘따라 지나치게 조용했다.연화가 찻상을 내려놓고 잔을 채우려 하자 헌이 서책을 덮었다.“차도 좋지만 밤도 깊었고 하니.”연화가 손을 멈췄다.“술상은 어떻겠느냐?”“술상이옵니까?”“그래.”“지금 말씀이십니까?”헌이 눈썹을 살짝 들었다.“밤에 술상을 받는 것이 이상하냐?”“아니옵니다.”연화는 곧장 허리를 숙였다.“곧 준비해 오겠사옵니다.”방을 나선 연화는 찻상을 든 채 걸음을 재촉했다.어쩐지 시작부터 예상과 달랐다.밤차를 맡으라고 하기에 그저 차를 올리고 물러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첫날부터 술상이라니.‘전하께서 원래 밤마다 술을 드셨나?’그렇다면 왜 굳이 자신을 불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연화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수라간으로 향했다.술상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맑은 술 한 병과 잔 두 개, 가볍게 곁들일 안주가 상 위에 놓였다.연화가 다시 강녕전으로 돌아왔을 때 헌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는 서책을 펼쳐 놓았지만 읽고 있지는 않았다.“술상을 들였사옵니다.”“이리 놓아라.”연화는 헌 앞에 상을 내려놓았다.술병을 들어 잔을 채우자 맑은 술이 가느다란 소리를 내며 흘러들었다.헌은 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연화의 눈이 커졌다.‘한 번에?’잔이 내려놓이자 연화는 다시 술을 따랐다.두 번째 잔도 빠르게 비워졌다.세 번째 잔을 채우려던 연화가 결국 입을 열었다.“전하.”“왜 그러느냐.”“너무 빨리 드시는 것 아니옵니까?”헌이 잔을 내려다봤다.“빠르냐?”“예.”“평소에도 이 정도는 마신다.”“그러시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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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사고

연화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헌의 손목을 낚아챈 순간.허리가 돌아갔다."...!"술기운에 중심을 잃고 있던 헌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들렸다.연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안 돼!'이미 늦었다.쿵!둔탁한 소리가 강녕전에 울려 퍼졌다.술상이 흔들리며 잔 하나가 바닥으로 굴러갔다.맑은 술이 마룻바닥을 적셨다.연화는 얼어붙은 얼굴로 헌을 내려다봤다."...전하.""...""...전하?"헌은 천장을 바라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연화는 눈앞이 캄캄해졌다.'참형이다. 이번엔 진짜 참형이다.'"...소, 소인이.""...""송구하옵니다."헌이 천천히 한숨을 내쉬다가 갑자기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프군. 흐흐."연화는 거의 울상이 되었다."의관을! 당장 의관을..."몸을 돌리려는 순간 헌이 손목을 붙잡았다."...가지 말거라.""...예?""괜찮다.""괜찮으실 리가...""살아 있다."연화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소인이...""...또.""...""...업었사옵니다."헌은 피식 웃었다."업은 것이 아니라.""...""던졌느니라.""...송구하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연화는 이마가 바닥에 닿을 만큼 깊이 숙였다."죽을죄를 지었습니다."헌은 그런 연화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고개 들어라."연화는 차마 들지 못했다."명을 거역할 것이냐."그제야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눈가가 붉어져 있었다."눈물을 보일 것이냐.""...아니옵니다.""곧 울 것 같은데.""참고 있사옵니다."헌은 웃음을 삼켰다.정말 신기한 아이였다.조금 전까지 자신을 집어 던져 놓고.이제는 울기 직전이었다.그때였다.철컥.문밖에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전하.""...""큰 소리가 들렸사옵니다."연화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바로 문 쪽으로 가려 했다.헌은 문을 바라봤다."들어오지 말라."내관은 걸음을 멈췄다."...예?""괜찮다.""허나...""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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