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카일은 가죽 채찍이 떨어진 대리석 바닥을 멍하니 응시했다. 가슴속에 남은 분노의 여운이 여전히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쉰 뒤, 시선을 내려 제시카의 품에서 여전히 훌쩍이고 있는 칼리스타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겨우 가라앉은 긴장감 탓에 홀 안의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소라야,” 카일이 무겁고 피로한 음성으로 불렀다. “당장 칼리스타를 방으로 데려가 가라앉히고, 마실 것 좀 챙겨줘.”“네, 대표님.” 노파가 즉시 대답했다. 노년의 하녀는 얼른 앞으로 다가와 제시카의 품에서 칼리스타를 건네받았고, 사정없이 떨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위층 아동용 복도로 이어지는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복도가 완전히 비고 다른 하녀들 역시 뒷마당 구역으로 흩어진 것을 확인한 후, 카일은 제시카를 향해 몸을 틀었다. 그의 비서의 얼굴에는 여전히 깊은 염려가 가득 차 있었고, 그 표정은 언제나 그의 마음속에서 보호 본능을 자극해 내곤 했다.“나랑 같이 가, 제시.” 카일이 제시카의 손목을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게 움켜쥐며 속삭였다.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얘기하지.”카일은 제시카를 이끌고 1층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개인 서재로 향했다. 그 방은 방음이 완벽하게 잘 되는 곳이라, 그들이 은밀한 사안을 논의할 때 언제나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하지만 두 사람은 전혀 알지 못했다. 홀 저편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 문이 나직한 알림음과 함께 다시금 슬그머니 열렸다는 사실을. 라벨은 실제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던 것이 아니었다. 위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는 즉시 1층으로 복귀하는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발걸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안전한 거리를 유지한 채 카일과 제시카의 실루엣을 쫓았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고해상도 카메라 렌즈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었고, 눈앞에서 펼쳐질 저 계집과 사내의 모든 역겨운 움직임을 포착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달칵.카일은 서재 문을 닫았으나,
Last Updated : 2026-07-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