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 후계자의 소유가 된 통통한 그녀: Chapter 121 - Chapter 130

144 Chapters

121

제129장가슴을 쥐어짜는 오열은 마침내 가라앉고, 그 자리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자각만이 남았다. 굳게 잠긴 침실 문 뒤에서 숨죽여 울어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원망과 복수심, 그리고 그 세 남자를 가지고 놀겠다는 욕망—그 모든 것이 문득 너무나 허망하고 피곤하게 느껴졌다. 이른 새벽의 어두운 침묵 속에서 이졸데는 단 하나의 근본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더 이상 이 더러운 게임 따위에 미련이 없다는 것을.그녀에게는 왕좌 따위는 필요 없었다. 블랙손 그룹의 지분 70퍼센트도 필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들이 살고 있는 지옥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다.통통한 뺨을 여전히 눈물로 적신 채 이졸데는 차가운 바닥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결의는 이제 바뀌어 있었다. 그들을 가지고 놀겠다는 복수 계획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절대적인 단어, 바로 '탈출'이었다.이졸데는 옷장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옷장 맨 위칸에서 중간 크기의 캐리어를 꺼내 지퍼를 넓게 열었다. 여전히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실용적인 옷 몇 가지와 여권, 신분증, 그리고 오래전에 숨겨두었던 비상금을 챙겼다.짐을 하나씩 챙길 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의 시선은 화장대 구석에 걸려 있는 돌아가신 할머니 벨리아나의 액자 사진으로 향했다."죄송해요, 할머니..." 다시 억누르려 애쓰던 오열 속에서 이졸데가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아 깊은 죄책감을 담아 할머니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요. 이 저택은... 이곳은 더 이상 제 집이 아니에요. 저 떠나요, 할머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서둘러 캐리어를 잠근 이졸데는 두툼한 짙은 회색 코트를 입고 넥라인과 얼굴을 가리기 위해 니트 목도리를 둘렀다. 루시엔과 아즈리엘의 입맞춤이 남긴 붉은 흔적들을 숨기기 위함이었다.그녀는 가능한 한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저택은 여전히 조용했다. 하인들은 별관 하인 전용 구역에서 막 일과를 시작한 참이었고, 블랙손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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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제130장루시엔의 날카로운 포효가 웅장한 식당 안 구석구석에 거세게 울려 퍼졌다. 찰나의 순간, 그동안 블랙손의 세 후계자 사이에 짙게 깔려 있던 차가운 긴장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파도 같은 경악과 분노가 그 자리를 채웠다.단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루시엔은 거칠게 의자를 뒤로 밀쳐냈다. 이 성숙한 남자는 식당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고, 그 뒤를 매서운 표정으로 얼굴을 어둡게 찌푸린 에반더와 아즈리엘이 번개처럼 따라붙었다.세 남자는 중앙 계단을 타고 위층으로 내달려, 이졸데의 침실 문에 다다를 때까지 긴 복도를 질주했다.루시엔은 침실 문을 즉시 넓게 밀쳐 열었다. 방 안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그 어디에도 소녀의 흔적은 없었다. 침대 시트는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옷장은 살짝 열린 채 빈 옷걸이 몇 개만 걸려 있었으며, 이졸데가 아끼던 캐리어는 사라진 뒤였다."제길!" 에반더가 분노에 휩싸여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때까지 양주먹을 꽉 쥐며 으르렁거렸다. 젊은 남자의 얼굴은 분노와 허탈함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어떻게 도망칠 수 있지?! 하지만... 하지만 날한테 약속했단 말이야... 오늘 밤은 내 차례라고 했단 말이다!"에반더의 말을 들은 루시엔은 숨을 거칠게 쉬며 가만히 서 있다가 즉시 고개를 확 돌렸다. 그의 매서운 눈동자는 의심과 불타는 질투심으로 위험하게 좁혀졌다."네 차례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에반더?!" 루시엔이 포효하며 깊은 목소리를 울렸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에반더의 멱살을 강하게 낚아채었다. 조카의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한 악력이었다. "내 뒤에서 둘이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은 거지?!"문가에 서 있던 아즈리엘은 눈빛을 위험하게 반짝이면서도 나지막하게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쯤 해둬, 루시엔, 에반더. 여기서 싸워봤자 우리 사냥감이 돌아오진 않아. 그 영악한 기집애가 우리 모두를 가지고 놀았던 게 분명해."루시엔은 거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가운데 가빠진 숨을 가다듬으며 에반더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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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제131장외딴 시골 마을의 밤공기는 급격하게 차가워졌고, 산비탈에서 내려온 짙은 안개가 고요한 오솔길을 덮었다. 중년의 현지 주민에게서 임대한 작은 목조 방 안에서 이솔데는 낡은 창가 근처에 앉아 있었다. 온몸을 찌르는 듯한 추위를 막기 위해 두꺼운 담요를 둘러쓰고 있었고, 그 앞에는 따뜻한 허브차 한 잔이 김을 피워 올렸다.생애 처음으로 이솔데는 그동안 자신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 즉 '자유'라는 것을 느꼈다.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위협적인 소리도 없었다. 언제든 덮칠 기세를 등등하게 띤 루시엔의 굶주린 눈빛도 없었다. 이반더의 폭발적인 분노도, 아즈리엘의 독을 품은 계산적인 미소도 없었다. 소박함과 현대 문명과의 거리감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이솔데는 썩어 빠진 유언장의 사슬이나 블랙쏜 가문의 후계 자리를 둘러싼 싸움에서 벗어난, 그저 평범한 소녀일 뿐이었다.그녀는 귀뚜라미 소리와 소나무 숲을 헤치고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채우고 있는 밤의 정적을 음미하며 깊은숨을 내쉬었다.'미친 듯이 나를 찾고 있겠지.'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여전히 역력했지만, 이솔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 세 명의 포식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은 자명했다. 하지만 모든 통신 기기를 버리고 디지털 접근이 불가능한 외딴곳을 선택한 그녀의 영리한 판단 덕분에, 이솔데는 이번 탈출의 첫 번째 라운드에서 승리했음을 알고 있었다.이솔데가 숨어 있는 곳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블랙쏜 저택의 메인 서재 안 분위기는 반대로 완전한 파멸 직전에 놓여 있었다.새벽 2시가 되었지만, 블랙쏜 가문의 세 후계자 중 단 한 명도 눈을 감지 못했다. 넓은 서재는 담배 연기로 가득 찼고, 근처에 있는 사람 누구라도 숨이 막힐 만큼 짙은 분노의 감정이 감돌았다.루시엔은 안뜰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서서 위스키 잔을 너무 세게 쥐고 있었다. 중년 남자의 얼굴은 얼음 조각처럼 차갑게 hardened되어 있었고, 정점에 달한 분노를 억누르느라 턱근육이 꿈틀거렸다. 그가 의지했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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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제132장이솔데의 관자놀이에서 혈액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유리창 너머에서 속삭이는 깊은 바리톤 목소리는 수술용 메스처럼 날카롭게 외딴 시골 마을의 고요한 아침을 베어 가랐다.'찾았다...'그 단 한 마디가 지난 일주일 동안 그녀가 쌓아 올린 미세한 안도감을 산산조각 냈다. 이솔데는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친 숨을 내쉬며 뒷걸음질 쳤다. 붙잡힐 수는 없었다. 그 지옥 같은 금빛 새장으로 돌아가 블랙쏜의 세 괴물 손에 놀아나는 인형이 되고 싶지 않았다.떨리는 손으로 두꺼운 재킷을 낚아채 비상용 전화기를 주머니 속에 숨긴 이솔데는 몸을 돌려 셋방 뒷문으로 달려갔다.철컥.서둘러 잠금장치를 열고 나무문을 젖히자, 옅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뒷뜰이 나타났다.하지만 젖은 풀밭 위로 겨우 세 걸음을 뗐을 때,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세 개의 검은 그림자가 길을 막아서며 도망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완벽히 봉쇄하고 있었다.왼쪽에는 이반더가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 분노와 넘쳐흐르는 안도감이 뒤섞여 불타오르는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오른쪽에는 아즈리엘이 목조 지팡이에 느긋하게 기댄 채, 우아한 악마 같은 옅은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리고 오솔길로 향하는 중앙 길목 한가운데에는 루시엔이 서 있었다. 차가운 아침 바람에 옷자락이 흩날리는 긴 검은 코트를 입은 중년 남자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솔데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꿰뚫고 있었다.이솔데는 완전히 갇히고 말았다.탈출구는 없었다.사방이 그녀를 추적하는 데 성공한 포식자들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었다."이제 어디로 도망칠 생각이지, 뚱보?" 아침의 정적을 깨뜨리며 낮고 매혹적인 루시엔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흘러나왔다.이솔데는 입술이 창백해질 때까지 짓씹으며, 등 뒤가 집 외벽에 닿을 때까지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어떻게 나를 찾아낸 거지...?" 가쁜 숨을 들이쉬며 그녀가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루시엔은 쓸데없는 인사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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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제133장이솔데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지만, 위협을 마무리는커녕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세 남자의 몸에 갇힌 채 굳어 있었다. 자살하겠다고 위협할까? 그건 너무 아동틱하고, 눈앞의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들에게는 절대로 먹히지 않을 소리였다. 다시 도망치겠다고 위협할까? 오늘 같은 극적인 체포를 당한 직후에 그건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녀의 머릿속은 순간 하얗게 비어버렸다.이솔데는 그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려, 외딴 시골 마을을 뒤로하고 멀어져 가는 고속도로의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침묵에 옆에 있던 세 남자는 호기심과 함께 먹잇감이 더 이상 저항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담아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수도를 향한 긴 여정은 긴장감이 맴도는 침묵 속에서 흘러갔다. 검은 SUV 안에서 루시엔, 이반더, 아즈리엘 사이에 더 이상의 격렬한 말다툼은 없었지만, 이솔데를 둘러싼 소유욕의 기운은 한층 더 무겁고 숨 막히게 다가왔다.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고급 차량은 마침내 우뚝 서 있는 블랙쏜 저택의 정문을 통과했다. 엔진은 메인 로비 입구 바로 앞에서 정지했다.이반더나 아즈리엘이 차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루시엔이 먼저 움직였다. 중년의 남자는 밖으로 나와 이솔데의 문을 열고, 강인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차 밖으로 끌어내리려 했다.이솔데는 그의 손을 거칠게 쳐내고, 눈에 극심한 피로가 가득하면서도 턱을 당당히 든 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웅장한 저택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루시엔은 곧바로 고개를 들어 계단 근처에 기민하게 서 있던 연로한 집사를 불렀다."히유니!" 루시엔의 바리톤 목소리가 실내에 단호하게 울려 퍼졌다. "지금 당장 우리 양반댁 영애를 위해 아주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준비해라!""예, 도련님!" 히유니 집사는 서둘러 허리를 숙인 뒤 주방을 향해 달려갔다.그 명령을 들은 이솔데는 즉시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통통한 그녀의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지난 일주일 동안 가까스로 감량한 2킬로그램을 유지하려던 그녀의 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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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제134장그날 밤 메인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는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커다란 마호가니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구수한 향을 풍기는 맛있는 요리들이 여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빼곡하게 차려져 있었다. 꿀을 발라 구운 통닭구이, 따뜻한 버섯 스프,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이솔데는 식탁 끝에 앉아 접시 위에 놓인 작은 고기 한 점을 포크로 콕콕 찌르기만 할 뿐, 입으로 가져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속은 분명 고팠지만, 세 남자가 방금 정한 말도 안 되는 규칙에 대한 짜증이 입맛을 순식간에 달아나게 만들었다. 그녀의 왼쪽에서는 이반더가 뚫어지라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고, 맞은편에 앉은 아즈리엘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식탁에서 가장 좋은 고기 부위를 골라 이솔데의 접시에 놓아주곤 했다. 상석에 앉은 루시엔은 소녀의 일주일투족을 소유욕 어린 시선으로 감시하고 있었다."먹어라, 이솔데." 이솔데의 접시에 거의 손도 대지 않은 것을 본 루시엔이 덤덤하지만 단호하게 명령했다. "이 녀석들 앞에서 직접 입에 넣어주게 만들지 말고."이솔데는 옅게 코웃음을 치며 루시엔을 노려보았다. "배 안 고파요. 당신들 셋 얼굴만 봐도 이미 배가 부르거든요." 그녀는 짜증스럽게 쏘아붙이고는 접시를 앞으로 밀어버렸다.세 남자의 잇따른 항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이솔데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서둘러 식당을 벗어나 1층의 웅장한 복도를 지나 서관에 있는 자신의 방을 향해 곧장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평온과 고요함이었지, 이 포식자들이 일방적으로 강요한 밤 시간 배분이나 생활 규칙 따위의 말도 안 되는 말다툼이 아니었다.방에 도착하자마자 이솔데는 문을 잠갔다. 두꺼운 코트를 벗어 던지고 머리핀을 화장대 위에 툭 던져놓은 뒤, 푹신한 킹사이즈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이 고단한 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짧은 정적을 음미했다.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철컥.침실 방문 쪽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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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장어두운 톤으로 꾸며진 넓은 침실 안, 밤의 정적이 기괴할 정도로 무겁게 내리앉았다. 희미하게 비추는 침대 옆 스탠드 조명이 벽면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밀밀하면서도 숨 막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킹사이즈 침대 위에서 이솔데는 헤드보드에 등을 기대고 몸을 굳힌 채 앉아 있었다. 조금 전 루시엔이 던진 고백이 여전히 공기 중에 맴돌며 그녀의 온몸 세포 하나하나에 희미한 떨림을 남겼다.이솔데는 시선을 내리까고 담요 위에서 초조하게 꼬이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밤바람 소리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위태롭고 가녀리게 흘러나왔다."또다시 상처받고 실망할까 봐 두려워요, 루시엔..."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감정에 휩싸인 이솔데의 회색 눈동자가 눈물로 반짝였다. "당신들의 야망 때문에 항상 상처받고 이용당하는 건 나 하나로 족해요."루시엔은 안타까움과 깊은 죄책감,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다정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소녀의 통통한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중년의 남자는 푹 한숨을 쉬며 past 자신이 저지른 모든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알아." 지적이면서도 진심 어린 바리톤 목소리로 루시엔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네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너무나 잘 안다, 이솔데. 내가 저지른 그 끔찍한 짓들을 두고 당장 날 믿어달라고 강요하진 않겠다."루시엔은 자세를 낮추며 소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앉았다."아직 나를 믿을 수 없다면... 오늘 밤은 그저 너를 안게만 해다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허락을 구하듯 루시엔이 이솔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다른 뜻은 없다. 그저 네가 정말 내 곁에 있는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이솔데가 대답하거나 거절하기도 전에, 루시엔은 다정하게 그녀의 풍만한 몸을 천천히 끌어안아 자신의 넓고 따뜻한 가슴에 품었다.쿵!이솔데의 몸이 순식간에 뻣뻣하게 굳었다. 루시엔의 몸에서 풍기는 특유의 시더우드 향과 남성적인 향취가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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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제136장두 사람의 입술 거리는 불과 몇 밀리미터에 지나지 않았다. 루시엔의 뜨겁고 거친 숨결이 이솔렛의 피부에 스쳤고, 어둑한 방 안에서는 두 사람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소리가 서로에게 울려 퍼졌다. 외부 세계의 모든 것이 사라진 듯했고, 오직 폭발 직전에 다다른 갈망과 사랑, 욕망으로 가득 찬 빈 공간만이 남았다.하지만 루시엔의 입술이 이솔렛에게 완전히 닿기 직전, 느닷없이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산산조각 냈다.쾅!"너희 둘만 좋을 대로 즐길 생각은 마라, 루시엔!"침실 문가에서 이반더의 목소리가 분노와 좌절감으로 쿵쿵 울렸다. 흐트러진 머리를 한 청년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그 바로 뒤를 아즈리엘이 얌전히 따라 들어왔지만 그 역시 매서운 냉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반더가 손에 쥔 스페어키가 침실 문의 방어선을 뚫는 데 효과적이었음이 증명된 셈이었다.루시엔은 거친 거친 숨을 내쉬며 불쾌한 듯 동작을 멈췄다. 성숙한 남자는 매처럼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밀밀한 순간이 그렇게 산산조각 난 것에 대해 순수한 분노를 내뿜고 있었다."내 방에서 나가라." 루시엔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깔아뭉개듯 중얼거렸다. 그 어조에는 섬뜩한 위협이 서려 있었다.이반더는 눈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청년은 곧바로 침대 옆으로 다가섰고, 아즈리엘은 반대편에 자리를 잡으며 두 방향에서 루시엔과 이솔렛을 에워쌌다."나가라고? 꿈도 야무지군, 루시엔." 이반더가 비꼬듯 응수했다. 그의 눈은 루시엔을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침대 위에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솔렛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규칙은 이미 정해졌어. 오늘 밤이 누구 차례라고 해서, 도둑놈처럼 혼자 독점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맞는 말이야." 아즈리엘이 차분하게 거들며 위협적인 리듬으로 지팡이 머리를 천천히 두드렸다. "우리도 마찬가지 심정이야. 그녀가 그리웠고, 오늘 밤 이솔렛을 귀여워해 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 그러니 루시엔... 양보하는 법부터 배워야겠어."조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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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제137장이솔렛이 분노에 차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 뒤, 루시엔의 침실 안 공기는 점차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지럽혀진 검은색 침구 위에는 시더우드 향수의 잔향과 그녀의 온기가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어, 방 안의 분위기는 방금 터져 나온 감정적 긴장감과 완전히 대비를 이루었다.이반더는 아까 이솔렛의 구두발에 세게 밟힌 왼쪽 발을 여전히 거머쥔 채 침대 옆에 굳어 서 있었다. 뼈를 찌르는 듯한 통증도 컸지만, 젊은 남자의 자존심과 오만에 입은 상처가 훨씬 더 아팠다. 맞은편에서 아즈리엘은 천천히 셔츠 소매를 정돈하고 있었으나, 방금 쾅 소리를 내며 닫힌 문을 노려보는 그의 눈매는 날카롭게 가늘어져 있었다.방을 나서기 전 루시엔이 던진 확신에 찬 말들과 그의 입가에 새겨졌던 만족스러운 미소는, 두 사람의 혈관 속에서 피를 태우는 독약처럼 작용했다."제길..." 이반더가 아즈리엘을 향해 절뚝거리며 다가가 분노에 차 쌕쌕거렸다. "루시엔이 한 말 들었어, 아즈? 그자가 우릴 완전히 무시했어! 먼저 그 방에 들어갔다고 자기가 이미 이기기라도 한 줄 아는 거야?"아즈리엘은 속을 알 수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출구를 똑바로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실소를 흘렸다. "그저 기고만장해진 것뿐이야, 이반더. 블랙손 가문의 수장은 늘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하지만 할아버지의 유언장에서 우리 세 사람의 위치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어.""그자가 그렇게 쉽게 이기게 둘 순 없어." 이반더가 턱관절이 경련할 정도로 악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고. 계속 그자에게 끌려다니면, 이솔렛은 우릴 루시엔 뒤나 쫓아다니는 겁쟁이들로 볼 거야.""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아즈리엘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위협이 서려 있었다. "오히려 방금 일어난 일이 한 가지를 증명해 주고 있지. 이솔렛은 엄청난 감정적 압박을 받고 있어. 그녀의 방어선이 무너지기 시작했지. 그리고 가장 약해진 순간의 여자는, 그녀를 이용할 줄 아는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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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제138장동쪽 별관 화실의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옅은 햇살이 비쳐 들며 블랙손 저택에도 아침이 찾아왔다. 넓은 방 안에는 유화 물감과 터펜타인 향, 그리고 곳곳에 흩어진 빈 캔버스들이 가득했다. 몇 주 동안 이 방은 아즈리엘의 영감에 있어서는 무덤과도 같았다. 머릿속에 더 이상 아무런 영감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그의 붓은 말라버렸고 색채는 죽어 있었다.하지만 오늘 아침은 모든 것이 달랐다.아즈리엘은 폭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캔버스 앞에 곧게 서 있었다. 그 앞의 나무 의자에는 이솔렛이 두 팔을 가슴 위에 꼬고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올리브 그린 색상의 홈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타래는 어깨 밑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려져 있었다."좀 빨리 끝내 줄래? 네 그 말도 안 되는 그림 모델이나 해줄 만큼 한가하지 않거든, 아즈리엘." 이솔렛이 턱을 높이 든 채 앞에 선 남자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아즈리엘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입꼬리가 오묘하고 옅은 미소로 올라갔다. 그가 타인에게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진심 어린 미소였다.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팔레트와 세필 붓을 쥐고 유려하게 움직이며 신중하게 물감을 섞었다.오늘 아침부터 아즈리엘은 이솔렛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썼다. 그녀가 좋아하는 아침 식사를 침실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것으로 시작해, 거절하기 힘든 제안으로 이솔렛을 유혹했다. 루시엔이나 이반더의 그 어떤 방해도 없이 화실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칼에 거절했던 이솔렛도 결국은 손을 들고 말았다.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방 안에만 갇혀 지내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었다."조금만 참아, 꼬맹아." 아즈리엘이 이솔렛의 얼굴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모델이 그렇게 시무룩한 표정만 짓고 있으면 그림이 예쁘게 나오지 않잖아.""어차피 네 눈에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 따위 없어." 이솔렛이 뾰족하게 받아치며 정원이 보이는 창문 쪽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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