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장가슴을 쥐어짜는 오열은 마침내 가라앉고, 그 자리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자각만이 남았다. 굳게 잠긴 침실 문 뒤에서 숨죽여 울어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원망과 복수심, 그리고 그 세 남자를 가지고 놀겠다는 욕망—그 모든 것이 문득 너무나 허망하고 피곤하게 느껴졌다. 이른 새벽의 어두운 침묵 속에서 이졸데는 단 하나의 근본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더 이상 이 더러운 게임 따위에 미련이 없다는 것을.그녀에게는 왕좌 따위는 필요 없었다. 블랙손 그룹의 지분 70퍼센트도 필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들이 살고 있는 지옥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다.통통한 뺨을 여전히 눈물로 적신 채 이졸데는 차가운 바닥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결의는 이제 바뀌어 있었다. 그들을 가지고 놀겠다는 복수 계획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절대적인 단어, 바로 '탈출'이었다.이졸데는 옷장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옷장 맨 위칸에서 중간 크기의 캐리어를 꺼내 지퍼를 넓게 열었다. 여전히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실용적인 옷 몇 가지와 여권, 신분증, 그리고 오래전에 숨겨두었던 비상금을 챙겼다.짐을 하나씩 챙길 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의 시선은 화장대 구석에 걸려 있는 돌아가신 할머니 벨리아나의 액자 사진으로 향했다."죄송해요, 할머니..." 다시 억누르려 애쓰던 오열 속에서 이졸데가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아 깊은 죄책감을 담아 할머니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요. 이 저택은... 이곳은 더 이상 제 집이 아니에요. 저 떠나요, 할머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서둘러 캐리어를 잠근 이졸데는 두툼한 짙은 회색 코트를 입고 넥라인과 얼굴을 가리기 위해 니트 목도리를 둘렀다. 루시엔과 아즈리엘의 입맞춤이 남긴 붉은 흔적들을 숨기기 위함이었다.그녀는 가능한 한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저택은 여전히 조용했다. 하인들은 별관 하인 전용 구역에서 막 일과를 시작한 참이었고, 블랙손의
Last Updated : 2026-09-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