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 가식의 제단과 첫 번째 균열 새침한 아침 안개를 뚫고 솟아오른 태양이 대성그룹 본사 63층 메인 홀의 거대한 통유리창을 하얗게 투과했다. 바닥에 깔린 최고급 페르시아 카펫은 빛을 흡수하며 침묵했고, 사방에 진열된 정교한 대리석 조각상들은 이곳이 단순한 기업의 사옥이 아닌 자본의 거대한 신전임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홀 내부를 가득 채운 은은한 오케스트라 선율 사이로, 명품 향수 냄새와 냉랭한 에어컨 바람이 기묘하게 뒤섞여 흘렀다. "은설아 여사님, 대성 인베스트먼트 백현재 대표님 입장하십니다." 의전 비서의 나직한 안내와 함께, 은설아는 순백의 실크 스커트 자락을 가볍게 정리하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전날 밤 청담동에서 입었던 칠흑 같은 드레스와는 정반대로, 눈부시게 하얀 의상은 그녀의 유난히 창백한 안색과 어우러져 마치 세상의 모든 풍파를 홀로 짊어진 듯한 비련의 상속녀 그 자체로 보이게 만들었다. "하아……." 설아는 가슴팍에 가볍게 손을 올린 채, 일부러 잘게 숨을 몰아쉬었다. 며칠 동안 대성의 비호 아래 육체는 표면적으로 회복되었지만, 전두엽 깊은 곳에는 여전히 묵직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반짝일 때마다, 가람 빌딩 지하에서 터져 나오던 붉은 화염과 하반신이 으스러진 채 울부짖던 전남편 강민우의 핏빛 안광이 환영처럼 망막을 스쳤다. 초월적인 AI 시스템이 머릿속에 존재한다 한들, 이 가녀린 육체가 무너지는 순간 모든 복수극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원초적인 공포가 척추를 타고 서늘하게 흘러내렸다. ‘여기 모인 늙은 하이에나들은 강민우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7-3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