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 씨, 오늘은 안 가도 되지?”오랜만에 찾아온 진성을 맞이하는 유하의 머릿속은 온통 계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번 진성이 지방으로 함께 내려가자고 했던 제안을 어떻게 하면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할지 고민하면서도, 오늘 밤만큼은 다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명품 가방이라도 하나 더 얻어낼 요량으로 아찔하고 과감한 슬립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유하는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진성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은은한 향수 냄새가 그의 코끝을 스쳤다.조명이 낮게 깔린 거실의 테이블 위에는 와인과 간단한 안주가 준비되어 있었다.오랜만에 찾아온 연인을 위해 유하는 나름대로 정성을 들였다."진성씨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네."유하는 언제나 그랬듯 콧소리를 섞으며 진성의 품으로 파고들려 했다.하지만 오늘따라 진성의 태도는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무거웠다. 그는 유하의 손길을 가볍게 밀어내며 소파에 무겁게 주저앉았다. 유하의 몸에는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은 채, 침묵만이 방안을 맴돌았다.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유하가 끈적한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딱딱하게 앉아 있어?”그녀는 진성의 넥타이를 가볍게 만졌다.“나 안 보고 싶었어?”진성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내렸다.“유하야.”“왜 그래, 진성 씨? 오늘 얼굴이 왜 이렇게 무거워? 나한테 화난 거 있어요?"유하를 바라보는 진성의 눈빛에는 더 이상 흥분도, 애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폭탄을 떨어뜨렸다."유하야. 우리 그만 만나자.""……뭐라고요?""나, 결혼해."순간, 오피스텔 안의 공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유하는 귀를 의심하듯 한참 동안 눈을 깜빡거리며 진성의 얼굴을 멍하게 응시했다."지금…… 뭐라고 했어요? 결혼이라니요? 농담이지, 진성 씨?
最終更新日 : 2026-10-18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