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Chapter 201 - Chapter 210

235 Chapters

201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

법무법인 최&박.서울 중심가에 자리한 고층 빌딩의 최상층.대표변호사 최명진은 집무실 책상에 앉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평소라면 쉽게 연결되지 않는 그의 개인 번호였다.그런데 비서가 전화를 연결하며 전한 이름에 최명진은 적잖이 놀랐다.뉴럴링크 대표 최재혁.최근 대한민국 경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기업인 중 한 사람이었다.인공지능 기술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뉴럴링크.그 회사를 맨손으로 일으켜 세운 인물이 바로 최재혁이었다.최명진 역시 그의 이름을 여러 차례 들어본 적이 있었다.대기업 회장들과 경제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뉴럴링크와 최재혁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인물이었다.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이다.최명진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최재혁 대표님?”전화기 너머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최재혁입니다.”“아이고,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최 대표님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습니다.”“감사합니다.”“이렇게 직접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최명진은 자연스럽게 사업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기업 인수나 투자 계약.혹은 해외 사업과 관련한 법률 자문일 수도 있었다.뉴럴링크 정도의 기업이라면 최&박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고객이었다.하지만 이어진 재혁의 말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최명진 대표님.”“네, 말씀하십시오.”“태산건설 이창수 회장님이 제 장인어른이십니다.”순간 최명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2년 전 자신의 아들 최진태와 있었던 그 일 이후 이창수 회장과는 아직도 서먹한 관계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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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아버지의 마지막 경고

진태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그냥 아는 사람 만나서 인사 좀 한 걸 가지고 무슨 법적 책임이요?”진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원참, 아버지도. 아니,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 대표라는 분이 왜 이렇게 겁을 먹으세요?”“최재혁이가 AI 기업 대표라고 해도 결국엔 맨땅에 헤딩으로 굴러먹다 올라온 놈일 뿐이잖아요. 우리가 법조계에 뿌려놓은 싹이 얼만데, 그 새끼가 무슨 수로 우리를 건드린다고 그래요?”“이 미친 자식……!”“정작 옛날에 이주연이랑 깊은 사이였던 건 난데, 무슨 순정만화 주인공마냥 극성 떨기는. 걱정 마세요, 아버지. 내가 보기엔 겁주려고 으름장 좀 놓는 거니까. 설마 그 잘난 대표가 법 위에 군림하기야 하겠어요?”최명진이 버럭 소리쳤다.“왜 그 여자한테 또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여!”최명진은 기가 막혔다.“너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최진태!”“내가 언제까지 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냐?”진태는 대답하지 않았다.“네가 스무 살도 아니고, 서른이 넘은 놈이야.”“…….”“그것도 변호사라는 놈이!”최명진은 제 아들의 구제불능인 오만함과 멍청함을 보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최명진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잘 들어.”최명진은 단호했다.“그리고 다시 한번 여자 문제로 사고 치면…….”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그때는 나도 더 이상 널 감싸주지 않을 거다.”진태의 눈썹이 올라갔다.“아버지.”“법무법인에서도 나가.”순간 진태의 표정이 굳었다.“뭐라고요?”“못 들었어?”최명진은 차갑게 말했다.“다음에 또 문제를 일으키면 최&박에서 네 자리 없어.”진태가 어이없다는 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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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주연은 겉으로는 씩씩하게 웃으려 애썼지만 문득문득 깊은 상념에 잠기거나 어두운 표정을 내비치곤 했다.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름없었다.잘 웃고, 장난도 치고,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었다.하지만 가끔—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순간에 주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함께 저녁을 먹다가도 잠시 생각에 잠겼고, 창밖을 바라보다 말없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아내의 그 작은 그늘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지켜보던 재혁의 마음은 늘 무겁게 아려왔다. 재혁은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덮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재혁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그는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예약 확인 메시지를 열었다.강릉.푸른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션뷰 호텔.이번 주말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주연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재혁이 집에 도착하자 주연이 현관으로 달려 나왔다.“재혁 씨!”재혁은 익숙하게 팔을 벌렸다.주연이 그의 품에 안겼다.재혁은 주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주연아.”"내일 우리 바다 보러 가자.""바다요?”주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재혁은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미소 지으며 예매 내역이 담긴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그곳에는 강원도 강릉의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최고급 오션뷰 호텔 예약증이 떠 있었다주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재혁 씨, 진짜요?”재혁이 그녀의 허리를 조금 더 끌어당겼다.“결혼한지 2년만에 가는 우리 둘만의 신혼여행이야."주연은 웃으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재혁은 그런 아내를 조용히 안아주었다.그 품 안에서 주연이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느껴졌다.그것만으로도 여행을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토요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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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화. 사랑하기에, 보내야 하는 시간

강릉의 밤바다는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잔잔한 파도 위로 반짝였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두 사람의 발걸음을 더욱 느리게 만들었다.재혁과 주연은 손을 꼭 잡은 채 해변을 걸었다.강릉의 푸른 바다를 거닐며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함께 감상한 두 사람은, 저녁이 되자 바닷가 근처의 싱싱한 활어 횟집으로 향했다. 찰썩이는 파도 소리를 안주 삼아 달콤한 대화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마침내 예약해 둔 호텔 방으로 들어섰다.현관 문이 닫히자마자, 재혁은 더 이상 짓궂은 남편이 아닌 한 남자로서의 짙은 본능을 드러냈다.주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다가온 재혁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입술에 깊고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지금까지 이토록 거칠고도 달콤한 사랑을 어떻게 참고 살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주연과의 둘만의 밤만 되면, 주연을 품에 안고 놓아주고 싶지 않은 남자의 욕구가 밀려왔다.숨이 벅차오를 만큼 입맞춤을 나눈 뒤, 재혁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툭 던졌다."오늘 밤은…… 같이 샤워할까?""으와, 재혁 씨! 진짜 점점 이상해져 가는 거 알아요?"주연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개져서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먼저 씻을 거예요!"그녀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가 문을 굳게 잠가버렸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재혁의 유쾌한 웃음소리에 주연은 빨개진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물기가 맺힌 촉촉한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 욕실 문을 열고 나오는 주연의 모습을 본 순간— 재혁의 숨이 멎는 듯했다.과거 보육원 공사 현장에서 비를 흠뻑 맞은 뒤 씻고 나왔던 그녀를 처음 마주했던 그날처럼, 세상의 시간이 완전히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내의 모습에 재혁은 홀린 듯 다가가 수건을 집어 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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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화. 사랑이라는 이름의 계산

최근 들어 이진성은 유하의 아파트를 찾는 발걸음을 뚝 끊었다.오랫동안 연락이 뜸해지자 애타는 쪽은 오히려 유하였다.유하는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매끄러운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 정성스럽게 관리한 긴 머리카락.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될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요즘 들어 그 무기가 예전만큼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던 남자였다.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해지더라도 결국 먼저 찾아오는 쪽은 언제나 진성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유하는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마지막으로 진성과 나눈 대화가 떠 있었다.‘요즘 회사 일이 좀 복잡해. 나중에 연락할게.’그게 전부였다.“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유하는 짜증스럽게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유하의 머릿속은 최근 며칠간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지막으로 진성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조용히 지방에 같이 내려갈 수 있겠냐는 의미심장한 말을 흘렸던 것이 찜찜하게 걸렸다. 결정적으로 어제는 명품관에서 가방을 사기 위해 진성이 준 카드를 내밀었다가 ‘잔고 부족’으로 결제가 거절되는 대망신을 당하기까지 했다.‘설마 태산건설 회장 아들이 카드가 정지되거나 잔고가 부족할 리가 없잖아? 아니면 설마…… 나 몰래 나를 정리하려고 하는 거야?’지방이라니.태산건설 외아들이 왜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것일까?.그것도 자신에게 함께 가겠느냐고 물을 정도로.‘설마 회사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확인을 해야 했다. 유하는 진성을 직접 만나 속내를 파악해야만 했다.그녀는 진성이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준비하며 아파트로 오라고 연락을 취했다. 속살이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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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뜻밖의 소식

재혁과 주연이 집에 다녀온 뒤, 태산건설의 이창수 회장과 고미혜 여사의 집안에는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눈빛만 스쳐도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묻어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안심이 되었고, 재혁이라는 듬직한 아들이 하나 더 생긴 것만 같아 뿌듯하기 그지없었다.‘이제 주연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이제 재혁이는 단순한 사위가 아니라 진짜 아들이 되었다.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졌다.하지만 그 평화로운 감정의 이면에는 늘 묵직한 가시처럼 박혀 있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아들 진성이었다.주연이와 함께했던 그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겉돌다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아들. 세상 수많은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베풀며 살았다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 진성을 외롭게 방치해 버렸다는 자책감은, 이창수를 늘 아버지로서 실패했다는 무거운 죄책감에 시달리게 했다. 누구보다 진성이 방황을 멈추고 진정한 행복을 찾기를 바랐지만,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아들은 그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았다.“내가 말이야…….”창수가 낮게 입을 열었다.“참 많은 아이들을 도왔다고 생각했어.”미혜는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보육원에도 후원하고…….”“그건 정말 좋은 일이었어요.”“그런데 말이지.”창수는 고개를 숙였다.“정작 내 아들은 외롭게 자라게 만든 것 같아.”미혜의 눈빛이 흔들렸다.“여보…….”“남의 아이들 사정은 그렇게 잘 살피면서, 내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었어.”창수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그 녀석이 왜 그렇게 삐뚤어졌는지, 왜 나만 보면 날을 세우는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이제 와 생각해보니 다 내 잘못 같아.”미혜는 남편의 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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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두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

황태석은 그런 창수를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 회장, 나도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소.”“…….”“우리 시아가 어떤 아이인지 자네도 알지 않나.”황태석의 목소리에 아버지로서의 복잡한 감정이 묻어났다.“어릴 때부터 말썽 한번 제대로 피운 적 없는 아이요. 자기 일에 성실하고, 아이들을 좋아하고…….”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런 아이가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했다는 말을 하니, 처음에는 정말 눈앞이 캄캄하더군.”황태석은 씁쓸하게 웃었다.그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아버지로서 화도 났고, 걱정도 되고.”“…….”“하지만 그 아이가 내 앞에서 얼마나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는지…….”황태석의 눈빛이 흔들렸다.“그 모습을 보니 차마 크게 꾸짖을 수도 없더군.”그는 고개를 숙였다.“우리 시아가 많이 두려웠던 모양이오.”창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당황스러움도 잠시, 이창수의 가슴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억지로 만들어진 인연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생명의 끈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밉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방황하던 아들이 진짜 책임이라는 무게를 통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처럼 느껴졌다.이창수는 젖어드는 눈시울을 숨기지 못한 채, 벌떡 일어나 황태석 장관의 두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황장관…… 이 사람을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 진성이가 아직 많이 모자라고 철이 없어서……."“겉으로는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아이지만…… 사실은 마음이 참 외로운 녀석이야.”“시아 양…… 몸은 괜찮나?”창수는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고맙네...”이창수의 눈가에 결국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정말 고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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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화. 아버지의 분노, 아들의 반항

‘내일 저녁…… 집에서 아버지랑 술 한잔하자.’진성은 그 말을 들었을 때부터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평소 아버지는 용건 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아니었다.회사 업무에 관한 지시거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질책이 대부분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아버지로서 너하고……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구나.’마지막에 들려왔던 그 목소리.이상할 만큼 부드러웠다.진성은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무슨 일이지?’진성은 씁쓸하게 웃었다.‘설마 이제 와서 아버지 노릇이라도 하시겠다는 건가.’집에 도착하자, 이창수는 아들을 차가운 서재가 아닌 아늑한 거실 한켠의 술자리로 이끌었다.창수는 아들을 잠시 바라봤다.얼굴이 조금 수척해 보였다.어릴 때는 그렇게 밝게 웃던 아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들의 얼굴에는 늘 날카로운 표정이 자리하고 있었다.고미혜 여사가 조용히 자리를 비켜준 뒤, 두 사람만 남은 술상에는 부드러운 위스키와 얼음이 채워진 잔이 놓였다. 처음에는 가벼운 일상 이야기와 어색한 침묵이 오갔다. 하지만 술잔이 몇 번 오고 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창수는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진성아. 요즘 황태석 장관 딸, 시아 양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냐?"‘황시아’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진성의 손놀림이 순간 멈췄고 표정이 미세하게 1초간 굳어졌다가 풀렸다. 하지만 그는 금세 툴툴거리듯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시아라뇨? 갑자기 그 여자는 왜요. 아버지도 참, 맞선 본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세요. 별로 큰 감정도 없고, 따로 연락해서 만나는 사이도 아니에요."창수는 믿을 수 없었다.시아가 아이를 가졌는데—자신의 아들은 그 여자에게 별다른 마음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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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 1분1초가 아쉬운 시간

강릉에서 돌아온 이후, 재혁의 일상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내년 1월이면 주연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재혁의 시간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속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주연과 함께 숨 쉬고 마주 보며 살아가는 지금 이 평화로운 일상이 1분 1초가 아깝고 애틋했다.내년 1월.아직 몇 달이 남아 있었다.누군가에게는 충분히 긴 시간일지 몰랐다.하지만 재혁에게는 그렇지 않았다.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또 하루가 줄어들었다는 생각에 아쉬웠다.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주연과 함께 보낼 저녁이 기다려졌지만, 잠들기 전에는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났다는 사실이 서운했다.결국 재혁은 회사에서 본인이 직접 결재를 내려야 하는 시급한 업무를 제외하고는, 남은 일들을 민성에게 교묘하게 떠넘기며 어떻게든 주연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애썼다.언제나 회사 일이 먼저였던 남자, 하루 열두 시간 이상 사무실에 머무는 것이 당연했고, 중요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주말도 반납하던 남자였던 재혁이었다."야, 최재혁! 너 요즘 아주 배가 불렀어? 뉴럴 링크 대표 자리가 네 부잣집 안방인 줄 아냐? 이 결재 서류들은 다 네가 처리해야 할 거잖아!"민성이 소리를 빽 소리를 질러도, 재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능청스럽게 대답하곤 했다."이 사장, 우리 우정 이 정도밖에 안 됐어? 내 아내가 내년이면 다시 떠나는데 지금 1분 1초가 아까워. 회사 일은 우리 똑똑한 이 사장이 좀 전담해 주라. 나중에 맛있는 거 살게.""이 자식이 진짜 미쳤네……!"민성은 말은 그렇게해도 결국 재혁의 몫까지 일을 도맡아 처리해 주곤 했다. 그렇게 악착같이 만들어낸 시간의 대부분은 고스란히 주연의 곁을 지키는 데 쓰였다.휴학 중이라곤 하지만 건축학도인 주연이 감각을 잃지 않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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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화.그녀가 부러웠던 이유

요즘 이민성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확인했고,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는 중에도 틈만 나면 메시지를 보냈다. 상대는 김지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혜에게 연락하는 일은 민성에게 작은 도전과 같았다. 메시지를 보내도 한참 뒤에야 답장이 왔고, 전화를 걸면 바쁘다는 이유로 받지 않는 날도 많았다. 과거 철벽을 치듯 차갑기만 하던 지혜가 아니었다. 먼저 저녁을 사겠다며 문자를 보내오던 그날 이후로, 지혜는 민성의 연락에 따뜻한 미소로 답장을 보냈고, 퇴근 시간에 맞춰 복지센터 앞으로 찾아오는 그를 환한 얼굴로 반겨주었다. 제멋대로 날뛰던 마음의 주인이 마침내 안정을 찾은 듯, 민성의 얼굴에는 요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늘도 민성은 지혜를 태우고 아는 지인이 운영하는 분위기 좋은 파스타 전문점으로 향했다. 지혜는 파스타를 한입 먹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맛있어요.” 민성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죠?” “정말 맛있는데요?” “여기 데려오길 잘했네.” 창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소소한 장난을 치며 음식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연인들처럼 다정하고 평화로웠다.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가던 그때였다. "저…… 민성 씨 아니세요?" 상냥하면서도 깔끔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테이블 곁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돌린 민성과 지혜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지민 씨?” 두 사람의 테이블 옆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차림새에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박지민이었다. 순간, 지혜의 눈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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