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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돈으로 묶인 약속

Auteur: 안나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0 07:00:57

“박지민 씨.”

이경환 사장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우리 민성이 옆에 다른 여자가 서 있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고.”

지민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그녀가 앉아 있는 곳은 서울 강남의 한 고층 빌딩에 자리한 이경환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처음 이 사무실에 들어왔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은 적이 없었다.

“대답해 보게.”

이경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도대체 민성이와 어떻게 지내고 있길래 그 녀석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소리를 내 앞에서 하는 거야?”

지민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장님, 저는…….”

“내가 자네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줬나?”

그가 말을 끊었다.

“민성이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라고 했지. 식사도 하고, 운동도 함께하고, 서로 알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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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229화. 저에게 돈 좀 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민성 씨.”피트니스센터 탈의실에서 나온 민성은 입구 근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박지민을 발견했다.조금 전 운동복 차림이었던 지민은 어느새 단정한 크림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슬랙스로 갈아입고 있었다.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머리를 자연스럽게 묶은 그녀는 민성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었다.“오래 기다리셨죠?”민성이 다가오며 물었다.“아니에요. 저도 방금 준비 끝났어요.”“어디로 갈까요? 이 근처에 조용한 카페가 하나 있는데.”“좋아요. 민성 씨가 자주 가시는 곳으로 가요.”지민은 밝게 대답했다.민성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조금 전 운동실에서 마주쳤을 때만 해도 지민의 얼굴은 무척 어두웠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듯 눈가에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고, 자신에게 차 한잔하자고 말할 때는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웃고 있었다.‘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민성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누구에게나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법이었다.“그럼 가시죠.”피트니스 센터 근처의 조용한 카페.창가 자리에 나란히 마주 앉은 민성과 지민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지민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일부러 밝고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친구처럼 편안하고 장난기 어린 어조로 민성을 대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었다."여기에 이런 조용한 곳이 있었네요?” 밝은 표정과 달리 그녀의 가슴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박지민, 정신 차려.’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다독였다."아, 지민 씨. 갑자기 차 한잔하자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지. 난 또 중요한 비즈니스 얘기라도 있는 줄 알았네요."민성은 지민이 지난번 파스타 집에서의 우연한 만남 이후로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228화. 돈으로 묶인 약속

    “박지민 씨.”이경환 사장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우리 민성이 옆에 다른 여자가 서 있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고.”지민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녀가 앉아 있는 곳은 서울 강남의 한 고층 빌딩에 자리한 이경환의 개인 사무실이었다.처음 이 사무실에 들어왔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은 적이 없었다.“대답해 보게.”이경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도대체 민성이와 어떻게 지내고 있길래 그 녀석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소리를 내 앞에서 하는 거야?”지민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사장님, 저는…….”“내가 자네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줬나?”그가 말을 끊었다.“민성이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라고 했지. 식사도 하고, 운동도 함께하고, 서로 알아갈 기회를 충분히 만들라고 했어.”“네. 그렇게 했습니다.”“그런데 결과가 이 모양이야?”이경환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거칠게 내려놓았다.“그 녀석이 결혼하겠다는 여자가 누군지 알아?”지민은 입술을 깨물었다.“……알고 있습니다.”“알고 있어?”“네.”이경환이 비웃듯 말했다.“그 여자가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지?”지민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녀는 며칠 전 민성과 함께 있던 지혜의 모습을 떠올렸다.그 날 민성은 세상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으로 지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이미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서는 자신은 그런 눈빛을 받을 수 없다는것을 깨닫는 날이기도 했다.“박지민 씨!”이경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227화. 덫으로 걸어 들어가는 불나방

    그날 이후로도 최진태의 발걸음은 청담동의 회원제 고급 술집으로 향했다. 목적은 오직 하나, 그날 우연히 마주쳤던 청초한 여대생 김지희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진태는 오늘도 어김없이 지배인을 찾아 김동혁을 불러 올렸다."야, 김 동혁. 지난번에 말했던 거 어떻게 됐어? 우리 지희 씨 언제 소개 시켜 줄 건데?"동혁은 지난번보다 훨씬 더 난처하고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손을 휘휘 저으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아…… 최 변호사님, 저도 정말 최선을 다해 설득해 봤는데요. 제 동생이 워낙 고집이 세서…… 오빠가 이상한 사람한테 이상한 소리 듣고 오는 거 아니냐면서 아예 최 변호사님을 안 만나겠다고 완강하게 버티지 뭡니까."“아직도 싫다고 한다고?”최진태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위스키잔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맞은편에 앉은 김동혁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변호사님. 제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지희가 워낙 고집이 세서요.”진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아니, 내가 뭐 결혼하자고 했어?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동혁은 머뭇거렸다.“지희가 원래 모르는 남자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진태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원하고 마음에 품은 어린 여자에게서 거절을 당하는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이 자식이 진짜…… 내가 누군지 말 안 했어? 법무법인 최&박 대표의 아들이면서 변호사라고….”"아이고, 변호사님. 말은 당연히 했죠! 근데 애가 워낙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런 걸 잘 모릅니다."진태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여자들은 도대체 눈이 얼마나 높은 거야?”그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김동혁 씨.”“네,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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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하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며칠 전 시아를 만나 던졌던 독설들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세상에서 가장 가엾고 슬픈 연인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진성 씨, 나 아직 당신 사랑해.”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유하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당신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거…… 이제 받아들이려고 해.”진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런데 한 가지만 약속해 줘.”“……무슨 약속?”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유하가 조용히 말했다.“나를 완전히 버리지만 말아 줘.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진성은 눈을 감았다.진성에게 연락을 취한 유하는, 거울을 보며 일부러 화장을 거의 지우고 눈 밑을 살짝 어둡게 연출해 며칠 동안 울다 지친 듯한 초췌한 모습을 극대화했다.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진성의 비위를 맞추며 그의 성향을 뼛속까지 파악해 온 유하였다. 이 남자가 무엇에 약하고, 어떤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는지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마주한 곳은 과거 진성과 함께 자주 찾던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이었다.진성은 유하의 그 핼쑥하고 가라앉은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게 아려왔다. 솔직히 시아와의 결혼은 사랑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아버지 이창수 회장이 제시한 조건 역시 그의 결정을 조금 더 쉽게 만든 것은 사실이었다.‘시아와 결혼해 제대로 가정을 꾸린다면, 지방 발령은 다시 생각해주마’ 그러니 시아와의 결혼은 엉겁결에 져버린 책임감 때문에 떠밀리듯 선택한 도피처에 가까웠다.게다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친 방황 속에서도 묵묵히 제 곁을 지키며 위로해 주던 유하였다. 하루아침에 그런 여자를 매몰차게 끊어내기란 진성에게도 쉽지 않은 고통이었다.유하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진성 앞에서는 눈물 한 방울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225화.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기다릴 거예요

    “어젯밤에도 진성 씨가 제 집에 왔다는 건 알고 계세요?”유하의 말에 시아의 손이 멈췄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유하는 시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차분하던 여자의 눈빛에 미세한 흔들림이 생겼다.유하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그래. 이제야 반응하네.’그녀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몰랐나 보네요?”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하는 느긋하게 찻잔을 들어 올렸다.“하긴, 진성 씨가 그런 이야기까지 당신한테 할 리는 없겠죠.”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일부러 천천히 말했다.“우리 5년 넘게 만났어요.”시아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그렇게 오래 만나면 말이에요.”유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서로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언제 외로워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거든요.”하지만 유하의 예상과 달리, 시아는 눈물을 흘리거나 비참해하며 주저앉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차분하고도 단단한 눈빛으로 유하를 똑바로 응시했다.임신 초기 입덧으로 속이 뒤틀리는 고통 속에서도 시아의 목소리는 흐트러짐이 없었다."다 하셨어요?"유하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이자, 시아는 오히려 씁쓸하면서도 연민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진성 씨가 어떤 사람인지 난 당신보다 잘 아는 것 같은데요."시아의 당당한 태도에 유하의 미간이 일그러졌다."웃기시네. 네가 진성이에 대해 뭘 알아?"시아의 눈빛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물들었다."난 2년 전, 그 사람이 혼자 숨죽여 아파하던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어요.”“그날 이후로 난 진성 씨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차가운 가슴속에 숨겨진 진실된 마음을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224화. 사랑의 자리를 빼앗긴 여자

    “황시아…….”유하는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여자의 이름을 천천히 읽었다.이진성이 자신을 버리고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여자.그녀는 지난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진성이 떠난 뒤에도 거실에는 그를 위해 준비했던 와인과 음식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보내려 했던 밤은 그렇게 끝나버렸다.유하는 입술을 깨물었다.5년이 넘는 시간이었다.언젠가 자신이 그의 아내가 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했다.그동안 진성의 곁에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가 기분이 좋을 때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예민해졌을 때도,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도 자신은 그의 여자친구였다.“말도 안 돼.”유하는 차갑게 중얼거렸다.“내가 그렇게 쉽게 물러날 것 같아?”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그녀가 아니었다. 유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성이 대체 누구와 결혼하는지 뒷조사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가 다름 아닌 전 건설부 장관이었던 황태석 장관의 막내딸, 황시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하…… 역시.”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있는 것들은 자기들끼리 다 해 먹는구나.”건설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아버지와 과거 건설 행정을 책임졌던 장관.그 집안의 자녀들이 결혼한다.유하의 눈에는 모든 것이 짜 맞춰진 그림처럼 보였다.‘아이 때문에 결혼한다고?’그녀는 비웃었다.‘웃기고 있네. 결국 집안이 마음에 든 거겠지.’“남자들이란…….”“믿을 존재가 못 돼.”유하는 이를 악물었다.‘그래, 이진성 네가 내게 이별을 통보했다면…… 그 대가는 뼈저리게 치르게 해줄 테니까. 명품 가방 몇 개로 끝낼 생각 하지 마. 최대한 짜낼 수 있는 만큼 다 뜯어내고, 네 결혼판도 완전히 진흙탕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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