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쇠창살 안 남자가 소리쳤다.“저 새끼가 십삼 년 동안 내 이름을 훔쳐 살았으니까.”최만복이라 불리던 사내가 계단으로 뛰었다.이륜이 먼저 몸을 날렸다.퍽.사내가 돌계단에 처박혔다.연화가 뒤따라 내려와 그의 등을 밟았다.“어딜 튀어, 이 개자식아.”사내가 얼굴을 돌렸다.“네가 뭘 안다고!”“몰라서 잡는 거야. 알았으면 벌써 팼어.”쇠창살 안 남자가 웃었다.“역시 연화네.”바닥에 깔린 사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연화?”연화의 눈이 가늘어졌다.“왜.”“저놈 말 믿지 마.”쇠창살 안 남자가 욕을 뱉었다.“닥쳐, 강치원.”연화가 발에 힘을 줬다.“강치원?”사내가 이를 악물었다.“그래. 내 본명은 강치원이다.”연화가 쇠창살 안 남자를 봤다.“그럼 당신이 최만복이고?”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강치원이 비웃었다.“태어날 때 이름만.”“무슨 뜻이야.”“저놈은 십삼 년 전에 최만복으로 죽었어.”연화가 인상을 썼다.“살아 있잖아.”“몸이 아니라 이름이.”정적.연화가 욕을 삼켰다.“사람 말을 왜 죄다 수수께끼처럼 해. 알아듣게 처말해.”강치원이 말했다.“네가 일곱 살 때 부탁했어.”“또 내가?”“최만복을 죽여 달라고.”쇠창살 안 남자가 웃었다.“그 말의 뜻은 나를 칼로 죽이라는 게 아니었다.”연화가 굳었다.“그럼.”“최만복이라는 사람을 세상에서 죽이라는 뜻이었어.”이륜이 물었다.“신분을 없애려고?”“그래.”남자는 쇠사슬을 들어 보였다.“내가 강치원이라는 이름으로 감옥에 들어온 뒤, 서류를 바꿨어. 세상에는 최만복이 죽은 걸로 만들었지.”연화가 강치원을 내려다봤다.“그럼 이 새끼가 최만복 행세한 이유는.”“미끼.”강치원이 웃었다.“누가 최만복을 찾는지 보려고.”연화가 발을 뗐다.“그러면…”그녀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내가 일곱 살 때 이 판을 짰다고?”“아니.”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모두가 돌아봤다.침상에서 깨어났던, 연화와 똑같은 얼굴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