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망쳐야 한다. 달려야 하고, 소리쳐야 하고, 숨어야 한다. 하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발은 내 의지보다 오래된, 내 공포보다 강한 힘에 의해 땅에 못 박혀 있다. 이 생명체와 나는 연결되어 있고, 이 생명체와 나는 본질적인 무언가를 공유하며, 이 생명체가 어쩌면 몇 달 동안 내가 품어온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힘.야수가 한 걸음 다가온다. 단 한 걸음, 하지만 그 걸음은 너무 커서 우리 사이의 거리를 절반으로 줄인다. 이제 나는 그녀의 냄새를 맡는다. 흙, 이끼, 젖은 털, 포식자의 냄새. 내 안에 묻힌 기억, 잊힌 감각, 임신 내내 억누르려 했던 이미지를 깨우는 냄새.—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발톱을 앞에 세우며 속삭인다. 제발, 가까이 오지 마세요.야수가 멈춘다. 그녀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진다. 이상하게도 개 같은, 거의 의문을 품은 듯한 몸짓. 콧구멍이 벌어져 공기를, 내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 변하는 것을 본다. 아까는 없던 빛, 동물의 장막을 뚫는 의식의 불꽃.— 너는 누구냐, 작은 인간아? 그녀가 돌의 급류처럼, 멀리서 오는 폭풍처럼, 번개 뒤에 오는 천둥처럼 가슴 속에서 굴러가는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그녀의 목소리. 늑대의 아가리로 변형되고, 으르렁거림과 짖는 소리로 뒤섞여도,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아름답다. 심연의 깊이, 바다의 힘, 산의 무게를 지녔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나, 엘로이즈, 아무도 듣지 않는 소녀, 모두가 멸시하는 소녀에게 말한다.— 저는... 저는 모르겠어요, 내가 대답하고, 목소리가 흐느낌에 깨진다. 제가 무엇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그것이 진실이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벌거벗고, 가장 두려운 진실. 내가 무엇이 되었는지 모른다. 이 임신이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왜 내 손톱이 발톱이 되는지, 왜 보름달에 눈이 노래지는지, 왜 척추가 꼬리로 이어지려는 듯 뒤틀리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길을 잃었고, 겁
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