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청담동 샵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마친 유지원은 어제 백화점에서 산 아이보리 원피스를 입고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 섰다.허리선을 정갈하게 잡아주는 디자인, 발등을 드러낸 명품 구두까지 완벽했다.김지숙은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내 딸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예쁘니.오늘은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돼. 말 많이 하지 말고, 웃기만 해.”유지원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단정하고, 세련되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모습.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래. 오늘은 내가 선택받는 날이야.한편, 호텔 라운지.최재성은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도착해 있었다.짙은 네이비 수트, 단정한 넥타이, 구두까지 한 번 더 내려다본다.유봄 교수 아버지가 직접 자리를 만들었다니…혹시 그녀가 마음을 바꾼 건 아닐까.아버지의 뜻이라면… 가능성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시간이 더디게 흐른다.그때, 또각또각.하이힐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한 여자가 그의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최재성은 고개를 들었다.낯선 얼굴이었다.“저… 무슨 일이시죠?”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혹시 한양병원 최재성 선생님 맞으세요?”“네, 맞습니다만…”“저는 대한병원 유재원 원장님 딸, 유지원입니다.”순간, 최재성의 표정이 굳는다.짧은 정적.최재성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다.딸… 이라고 했지.유 교수님 말고 또 다른 딸?그는 천천히 등을 의자에 기댔다.기대와는 전혀 다른 그림.하지만 이미 자리는 시작됐다.“아… 그렇군요.처음 뵙겠습니다.”유지원은 단정히 웃으며 손을 내민다.“저도요, 선생님.”그녀의 눈빛엔 묘한 자신감이 번뜩였다.라운지 안 공기가 묘하게 식어 있었다.최재성은 이미 마음이 편치 않았다.분명 유봄을 떠올리며 나온 자리였는데, 앞에 앉은 사람은 전혀 다른 여자였다.그래도 대한병원 원장이 직접 마련한 자리.함부로 일어날 수는 없었다.유지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선생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이렇게 뵙게 되어
Huling Na-update : 2026-10-21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