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스트 병원의 수술실.최재성은 늘 그렇듯 완벽했다.로봇 암이 그의 손끝처럼 움직였고, 출혈은 거의 없었다.수술이 끝나자 스태프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그는 담담히 장갑을 벗을 뿐이었다.그의 머릿속에는, 문득 몇 년 전 기억이 스쳤다.캐나다 학회장에서였다.산부인과 로봇수술 세션에서 발표하던 한국인 의사.차분하지만 단단한 목소리.질문이 쏟아졌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받아치던 태도.유봄.그는 객석 뒤편에서 그녀를 지켜봤었다.끝나고 악수를 나누며 “인상 깊었습니다”라고 짧게 말했을 때, 유봄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그 미소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얼마 뒤, 그녀가 한국의 대한병원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잠시 아쉬움을 느꼈다.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그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었으니까.그리고 오늘, 한 통의 제안서가 도착했다.서울 한양병원.로봇센터장 직함.전폭적 지원.파격 연봉.센터 운영 독립권 보장.조건은 과감했고, 메시지는 분명했다.― 대한병원에 맞설 카드가 되어달라.최재성은 파일을 천천히 읽다가 창밖을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재밌겠네.”대한병원.그리고 그곳에 있는 유봄.망설임은 없었다.그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제안 수락합니다. 일정 조율하시죠.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서울 의료계의 균형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그의 결정에는 야망도 있었고, 승부욕도 있었고,그리고 아주 약간, 다시 한 번 그녀를 보고 싶다는 마음도 섞여 있었다.인천공항 VIP 게이트 앞.한양병원 전략기획실장과 홍보팀장이 직접 마중 나와 있었다.기자 몇 명이 멀찍이 대기하고 있었고, 플래시가 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검은 코트를 걸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최재성.짧은 악수, 간결한 인사.“멀리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교수님.”“서울이라면 올 가치가 있죠.”담백한 대답.그러나 눈빛은 이미 계산을 끝낸 사람의 것이었다.한양병원 이사회실.이사장은 직접 자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