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엘반지는 열린 반지 상자 안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레온은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법적으로 아직 다른 남자의 아내인 여자에게 청혼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설마 정말 미친 건가?대체 무슨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거지?그 의문이 채 머릿속에 자리 잡기도 전에 빈센트의 목소리가 방 안을 뒤흔들었다.“미쳤어?!”그 안에 담긴 분노가 너무 강해서 모두가 움찔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빈센트는 입구 근처에 서 있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레온조차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누구도 말릴 틈이 없었다.빈센트가 레온의 손에 들려 있던 반지 상자를 그대로 후려쳤다.작은 상자가 허공을 날아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고, 그대로 의자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그다음 순간, 빈센트는 레온의 셔츠 앞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손가락이 천을 깊게 파고들었고, 그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대체 너 뭐가 잘못된 거야?”그가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정말 완전히 미쳐버린 거야?”그제야 나는 피를 발견했다.시선이 즉시 그의 손으로 떨어졌다.갓 흘러나온 피가 그의 손마디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레온의 하얀 셔츠에도 빈센트가 움켜쥔 부분을 따라 피가 번지고 있었다.저 멍청이.상처를 치료하기는커녕 피를 흘린 채 그대로 여기까지 온 모양이었다.카시아조차 그걸 알아챘다.잠깐 커진 그녀의 눈에 걱정이 스쳤지만, 빈센트는 그런 것조차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아니, 어쩌면 지금은 아무것도 신경 쓸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몰랐다.지금의 그는 분노에 휩싸여 다른 모든 것을 잊은 사람처럼 보였다.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레온의 옷깃을 움켜쥔 채 분노에 몸까지 떨고 있는 빈센트를 바라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불편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그리고 원하지 않았는데도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내가 암 진단을 받았던 날.두려움에 짓눌리고 완전히 무너진 채 집으로 돌아갔던 날.내 인생이 끝나가고 있다고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