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침묵한 아내의 마지막 이별 복수: Chapter 71 - Chapter 80

152 Chapters

제71장 - 대답은 ‘그래’였다

빈센트“사촌.”레온이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말했다.“화났어?”이 자식이 감히.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레온의 시선이 니엘에게 향했다가 다시 내게 돌아왔다. 입가에 걸린 그 미소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지난번에 내가 물었을 때는 대답을 피했잖아.”그가 말했다.“다시 물어볼게. 너, 걔한테 마음 있어?”대답은 쉬워야 했다.그런데 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거지?이상한 짜증이 피부 아래를 기어다니듯 번졌다.당연히 니엘에게 마음 같은 건 없었다.나는 그저 내 아내가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뿐이었다.그게 전부였다.그렇지 않은가?그런데 왜 아버지에게서 메시지를 보자마자 미친 사람처럼 여기까지 달려왔던 걸까?왜 하루 종일 니엘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던 걸까?왜 그녀의 휴대폰에 찍힌 레온의 메시지를 보는 순간 그렇게까지 화가 났던 걸까?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생각하다가 스스로 미쳐버릴 것처럼 굴었던 걸까?나는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거칠게 뒤로 쓸어넘겼다.젠장.레온은 내가 망설이는 순간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그리고 그 자식은 그걸 아주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다.“세상에.”그가 중얼거리며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그러고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진짜 있네.”“닥쳐.”말이 생각하기도 전에 튀어나왔다.레온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이것 좀 봐.”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네가 원한 적도 없는 아내잖아. 대체 신부였던 여자 대신 데려온 여자. 수년 동안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겨두었던 여자.”그의 시선이 니엘에게 미끄러졌다.“그런데 이제 다른 남자가 걔를 원하니까 갑자기 미쳐버리겠지.”나는 제대로 부정조차 할 수 없었다.대답하려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무심코 화면을 내려다본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화면에 떠 있는 헤드라인을 보는 순간 피가 차갑게 식었다.「레온 헤일, 빈센트 헤일의 전 비서 니엘과 약혼 발표 예정」나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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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 이 여자는 내 아내다

니엘“와… 정말 대단했어.”레온이 내 옆에서 천천히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기 자신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나는 눈을 굴렸다.“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내가 수어로 묻자, 그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내 삼촌을 만나기 전에 널 준비시키러.”그는 태연하게 정장 소매를 정리했다.“슬슬 결혼 준비도 시작해야 하지 않겠어?”나는 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결혼?내 손이 다급하게 움직였다.레온은 편안하게 몸을 기대며 피식 웃었다.“진정해, 자기야.”그 호칭만으로도 뭔가 집어 던지고 싶었다.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네.”수어로 쏘아붙였다.그러자 레온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농담도 못 받아줘?”나는 실수로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차창 밖으로 도시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지만, 내 생각은 교통 상황과는 전혀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빈센트.내가 ‘그래’라고 대답했을 때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표정.내가 가슴을 그대로 꿰뚫어버린 사람이라도 된 듯 나를 바라보던 눈빛과, 내 결혼반지를 움켜쥐던 그의 손.계속해서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나는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나는 수년 동안 빈센트가 나를 신경 써주길 바랐다.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주길 바랐고, 한 번쯤은 나를 위해 싸워주길 바랐다.그런데 막상 그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만큼의 통쾌함은 느껴지지 않았다.어쩌면 너무 늦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아니면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일지도.내 시선이 레온에게 향했다.이 남자는 나를 죽이려 했던 사람이었다.절대 알 수 없어야 할 것들을 알고 있는 남자.한순간에는 농담처럼 굴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하는 남자.그의 곁에 붙어 있는 게 내가 원하는 선택은 아니었다.하지만 답을 얻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척하는 게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면, 그렇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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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장 - 설마 네가 그녀에게 빠진 건 아니겠지

빈센트“그게 무슨 소리냐?”아버지가 날카롭게 쏘아붙이며 레온과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네 사촌은 방금 저 여자가 자기 약혼녀라고 했잖아.”그 뻔뻔한 자식은 정말로 미소까지 지었다.분명히 봤다.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과 눈빛에 서린 만족감.놈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리고 최악인 건, 그게 먹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네, 삼촌.”레온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제 약혼녀가 맞아요. 그런데 요즘 빈센트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얘한테 완전히 집착하는 것 같더라고요.”그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삼촌 생일날 찍힌 영상 봤죠? 얘 때문에 저를 때린 거예요.”나는 레온을 노려봤다.집착?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턱에 힘이 들어갔다.“아니에요, 아버지. 그런 일이 아닙니다.”“그럼 무슨 일이었는데?”아버지가 곧바로 받아쳤다.“내가 보기엔 방금 레온이 말한 그대로인데.”나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대체 어떻게 설명하라는 거지?레온은 제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었고, 아버지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있었다.“아버지, 완전히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그럼 제대로 설명해!”아버지가 소리쳤다.그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끊어졌다.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레온이 우리 삶에 들어온 뒤로 아버지는 한 번도 내 말을 믿어주거나 내 편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한 번쯤은 그냥 저를 믿어주면 안 됩니까?”멈출 새도 없이 말이 튀어나왔다.그러자 아버지의 표정이 즉시 굳었다.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됐습니다. 어차피 어릴 때부터 늘 그랬잖아요. 레온이 우리 집에 들어온 뒤로 무슨 일이 생기든 아버지는 항상 놈 편이었어요. 매번 그랬죠. 무슨 일이 있었든 결국 레온은 옳은 사람이 되고, 문제를 일으킨 건 항상 제가 됐고요.”“빈센트—”“아니요, 아버지.”내 목소리가 높아졌다.“지금도 똑같잖아요. 놈이 한마디 하면 그게 진실이라고 바로 믿어버리시잖아요.”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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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장 - 니엘, 나와 결혼해 줄래?

빈센트“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말이 너무 빠르게 튀어나와서 카시아조차 놀란 눈치였다.“내가 결국 선택할 사람은 너야.”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젯밤 일은 실수였어. 후회하고 있어.”거짓말은 끔찍한 맛이 났다.어젯밤 이후로 나는 단 한순간도 그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본 적이 없었으니까.일할 때도, 잠들려고 할 때도 그 기억이 끊임없이 떠올랐다.더 최악인 건…내가 다시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짜증이 치밀었다.나는 서둘러 그 생각을 밀어냈다.“내게 중요한 건 너와 우리 아이뿐이야.”나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움켜쥐었다.“아기는 어때? 또 발로 찼어?”카시아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난 아직도 어젯밤 일 용서 안 했어.”그녀가 팔짱을 꼈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나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그 여자.”그녀의 눈빛이 즉시 날카로워졌다.“날뛰면서 당신을 쫓아다니겠다고 했잖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처럼 굴더니, 이제는 레온과 약혼까지 하게 생겼네.”그녀가 고개를 저었다.“정말 이상한 여자야. 역시 말없는 사람들이 제일 무서운 것 같아.”가슴 안쪽이 불편하게 뒤틀렸다.카시아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아도 모른 척했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적어도 나한테는 잘된 일이네.”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이제 한 달만 지나면 모든 게 끝난다는 걸 알았으니까.”턱이 굳었다.끝난다고?그 단어가 이상할 정도로 신경을 긁었다.“그리고 당신.”그녀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나한테서 떨어져 있어. 아직 화났으니까.”그녀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나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가까이 끌어당겼다.카시아가 작게 숨을 들이켰고, 나는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내가 네가 꿈꾸던 생일을 준비하고 있는데도?”그렇게 말하며 다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카시아는 여전히 화난 척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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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장 - 당신과 결혼할게

니엘반지는 열린 반지 상자 안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레온은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법적으로 아직 다른 남자의 아내인 여자에게 청혼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설마 정말 미친 건가?대체 무슨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거지?그 의문이 채 머릿속에 자리 잡기도 전에 빈센트의 목소리가 방 안을 뒤흔들었다.“미쳤어?!”그 안에 담긴 분노가 너무 강해서 모두가 움찔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빈센트는 입구 근처에 서 있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레온조차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누구도 말릴 틈이 없었다.빈센트가 레온의 손에 들려 있던 반지 상자를 그대로 후려쳤다.작은 상자가 허공을 날아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고, 그대로 의자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그다음 순간, 빈센트는 레온의 셔츠 앞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손가락이 천을 깊게 파고들었고, 그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대체 너 뭐가 잘못된 거야?”그가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정말 완전히 미쳐버린 거야?”그제야 나는 피를 발견했다.시선이 즉시 그의 손으로 떨어졌다.갓 흘러나온 피가 그의 손마디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레온의 하얀 셔츠에도 빈센트가 움켜쥔 부분을 따라 피가 번지고 있었다.저 멍청이.상처를 치료하기는커녕 피를 흘린 채 그대로 여기까지 온 모양이었다.카시아조차 그걸 알아챘다.잠깐 커진 그녀의 눈에 걱정이 스쳤지만, 빈센트는 그런 것조차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아니, 어쩌면 지금은 아무것도 신경 쓸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몰랐다.지금의 그는 분노에 휩싸여 다른 모든 것을 잊은 사람처럼 보였다.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레온의 옷깃을 움켜쥔 채 분노에 몸까지 떨고 있는 빈센트를 바라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불편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그리고 원하지 않았는데도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내가 암 진단을 받았던 날.두려움에 짓눌리고 완전히 무너진 채 집으로 돌아갔던 날.내 인생이 끝나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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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 10억 달러의 거래

니엘카시아의 눈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빈센트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그는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린 사람처럼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얼굴에 떠오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은 숨길 수조차 없었다.그리고 이 모든 일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그를 충격에 빠뜨린 건 청혼 자체가 아니었다.다른 남자가 나를 원한다는 사실이었다.몇 년 동안 자신이 숨겨왔던 말 못 하는 아내.애초에 원하지 않았던 여자.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던 여자.이제 와서 빈센트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바로 그것이었다.“뭐라고 수어한 거야?”카시아가 다급하게 빈센트를 돌아보며 물었다.하지만 빈센트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내가 방금 한 말을 다시 거둬들이기라도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결국 침묵을 깬 건 레온이었다.“승낙했어.”그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짙어졌다.“나랑 결혼하겠대.”나는 빈센트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지켜봤다.턱 근육이 팽팽하게 움직였다.어깨가 딱딱하게 굳었다.아까 다친 손은 마른 피가 손마디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도 다시 주먹을 움켜쥐었다.반면 레온은 무척이나 기뻐 보였다.그는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반지 상자를 주워 다시 열었다.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다가왔다.잠깐 의심이 가슴을 파고들었다.내가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하지만 곧 내가 여기 있는 이유를 떠올렸다.이 모든 건 진짜가 아니었다.청혼도 진짜가 아니었다.약혼도 진짜가 아니었다.우리의 관계 역시 진짜가 아니었다.나는 답을 얻기 위해 레온의 곁에 있는 것뿐이었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빈센트가 고통받게 된다면……어쩌면 그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지도 몰랐다.레온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고 반지를 들어 올렸다.그 순간, 빈센트가 움직였다.“안 돼.”말이 튀어나온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생각하기도 전에 나온 본능적인 반응처럼 들렸다.그가 다시 앞으로 달려들었다.시선은 오직 반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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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 어둠 속에서 기다린 남자

니엘“결정할 시간으로 일주일을 주겠다.”헤일 씨의 말은 서재를 나온 뒤에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도 레온의 차 안에 앉아 있는데,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나는 가방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 밤 처음으로,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다.연기하는 것도 지쳤고, 내 삶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사람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려 애쓰는 것도 지겨웠다.“오늘 잘했어.”레온의 목소리가 생각을 끊어놓았다.나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대신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빼내 그에게 내밀었다.그 움직임을 레온이 바로 알아챘다.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시선이 내 손바닥으로 떨어졌다.“그게 뭐야?”나는 반지를 그의 쪽으로 밀어냈다.“이제 나한테 필요 없어.”손짓에는 짜증과 단호함이 그대로 묻어났다.레온은 내 손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방금 청혼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태평하게 웃고 있었다.“필요 없다고?”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나를 유심히 살폈다.“아까 빈센트 얼굴 봤어?”나는 시선을 돌렸다.그의 말이 맞았다.빈센트는 분명 영향을 받고 있었다.그러자 레온의 입꼬리가 곧바로 올라갔다.“그렇지. 그럼 네가 이 반지를 끼고 있는 걸 보면 빈센트가 얼마나 미쳐 날뛸지 상상해봐.”내가 손을 빼기도 전에 그가 내 손을 잡았다.손가락 사이로 그의 손가락이 얽히더니, 그는 반지를 그대로 내 손가락에 다시 끼웠다.나는 다시 빼내려 했지만 레온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그냥 끼고 있어.”나는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이 멍청한 자식은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른 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눈에서 웃음기가 금세 사라졌다.“그리고 그 버너폰.”순간 배가 묵직하게 조여왔다.또 이 이야기였다.그 빌어먹을 질문.레온의 시선이 내게 고정됐다.“난 아직도 그게 궁금해.”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무슨 말이야?”나는 망설임 하나 없이 손짓으로 물었지만, 레온은 여전히 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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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 고작 긁힌 상처일 뿐이었다

빈센트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내 시선이 그녀의 손에 꽂혔다.반지.처음에는 내가 술에 취해서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하지만 희미한 불빛이 다이아몬드를 스치자, 턱이 저절로 굳어졌다.정말 끼고 있었다.오늘 밤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그녀는 정말로 레온의 반지를 끼고 집에 돌아왔다.나는 거의 균형을 잃을 정도로 급하게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술기운이 순식간에 치고 올라오며 방 안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내 시선은 그녀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안 돼.”거칠게 새어 나온 목소리였다.니엘은 내가 성큼 다가가자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그 반지를 받아온 건 아니겠지.”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니엘은 본능적으로 손을 뒤로 빼버렸다.“빼.”그녀의 눈썹이 맞닿듯 찌푸려졌다.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몇 시간 전 그녀가 내던졌던 반지를 꺼냈다.대체 내가 왜 아직까지 이 멍청한 반지를 가지고 있는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버리지 못했기 때문일까.아니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그녀가 다시 이 반지를 끼기를 바라고 있었던 걸까.“이게 네 반지야.”나는 우리 사이에 반지를 들어 보였다.“저게 아니야.”니엘은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그러더니 천천히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인 반쯤 빈 술병으로 향했다.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상황을 깨달은 얼굴이었다.나는 거의 웃음이 나올 뻔했다.그래.나 취했다.아주 많이.그런데 솔직히, 이게 누구 때문인데?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나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처음에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하지만 시계를 열 번은 넘게 확인했다.자정이 되자 거실을 계속 서성였다.새벽 한 시가 되자 술병을 하나 더 열었다.카시아가 그만 마시고 자러 가라고 말했는데도 그럴 수 없었다.니엘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밖으로 차의 불빛이 스칠 때마다 나는 현관 쪽을 바라봤다.매번 그랬다.그런데 이제야 돌아온 그녀는 다른 남자의 반지를 끼고 있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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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장 - 아이패드 속 비밀

니엘왜 또 나한테 잘해주는 거지?그 의문은 내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위층으로 올라간 뒤에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거의 도망치듯 걸음을 재촉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발이 먼저 움직였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닫아버렸다.철컥.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지고 나서야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문에 등을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바로 빈센트의 얼굴이 떠올랐다.내 손을 붙잡았던 모습.피를 본 순간 달라졌던 그의 표정.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던 눈빛.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짜증 났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빈센트는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그는 마치 자신이 무시하던 것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려 하자 갑자기 견디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분명 그래야 했다.나는 문에서 등을 떼고 침대로 걸어갔다. 머릿속까지 깨끗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고작 하루 전, 나는 빈센트에게 그를 유혹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우스운 건, 그가 여전히 나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정말로는 아무것도 모른다.그가 알고 있는 건 수년 동안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던 나였다.그를 사랑했던 나.그를 기다리던 나.하지만 그 여자는 이미 사라졌다.내가 레온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빈센트가 괴로워한다면, 어쩌면 이제는 그가 나에게 했던 일의 일부라도 직접 겪어볼 때가 된 건지도 몰랐다.그 생각이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나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손을 아래로 뻗어 그 밑에 숨겨둔 버너폰을 꺼냈다.휴대폰을 바라보는 내 눈이 가늘어졌다.레온은 어떻게 이 휴대폰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걸까?저녁 내내 그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이 휴대폰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야 했다.아무도.그런데 레온은 벌써 몇 번이나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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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장 - 생일 축하해, 니엘

니엘휴대폰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나는 신음하듯 몸을 뒤척이며 아직 반쯤 감긴 눈으로 침대 옆 탁자를 더듬었다. 이른 아침부터 누가 메시지를 보낸 걸까?화면이 켜지는 순간, 나는 몇 번 눈을 깜빡인 뒤 이름을 확인했다.니코.입가에 곧바로 미소가 번졌다.[생일 축하해.]나는 잠시 그 메시지를 가만히 바라봤다.그러다 더 환하게 웃었다.어떻게 내 생일을 기억한 거지?나는 니코에게 내 생일이 언제인지 말해준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그 생각에 괜히 가슴이 따뜻해졌다.참 웃긴 일이었다.니코는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데, 내 남편이라는 사람은 최근 들어 질투하고 소유욕까지 드러내면서도 한 번도 내 생일을 기억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내가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리고 네가 물어보기 전에 말해두는데, 그래. 기억하고 있었어.]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그때 세 번째 메시지가 나타났다.[밤새 네 사건을 알아본 게 괜히 한 일은 아니었거든.]내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무슨 뜻이야?]니코의 답장은 거의 즉시 돌아왔다.[뭔가 찾은 것 같아.]메시지 아래에 영상 파일이 하나 나타났다.[봐.]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그가 보낸 파일을 열었다.영상은 거의 바로 재생되기 시작했다.내 눈이 가늘어졌다.소레야가 샘 씨와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입구 안쪽으로 사라졌다.나는 헛웃음을 흘렸다.저 여우 같은 년.나는 영상을 한 번 더 돌려본 뒤 고개를 저었다.볼수록 화가 치밀었다.몇 주 동안 갑자기 내가 팀에서 제외된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썼다.내가 뭘 잘못한 건지, 내가 오랜 시간 실력을 유지하지 못한 건지 계속 스스로를 의심했다.그런데 이제 이런 영상이 나타났다.나는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이거 어디서 구한 거야?]니코의 답장은 이번에도 빠르게 왔다.[그건 걱정하지 마.][네 자리부터 되찾을 생각이나 해.]목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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