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실적 보고가 끝난 날 오후.상황실로 사용되었던 대회의실에 유럽 지사 임직원들이 다시 모였다.대형 화면에는 '역대 최고 월 매출'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고, 직원들의 얼굴에는 사흘 밤을 거의 뜬눈으로 버틴 피로와 자부심이 함께 어려 있었다.도현은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이번 성과는 파업이라는 외부 변수가 만들어준 우연이 아닙니다."그의 시선이 물류, 영업, 법무 대응실 직원들을 차례로 훑었다."위기가 닥치기 전부터 구축해 둔 마이크로 풀필먼트망, 약속을 지켜 얻은 노조의 신뢰, 그리고 사흘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한 여러분이 만든 결과입니다."도현은 마지막으로 소율을 바라보았다."특히... 한소율 팀장은 제한 운송 협약과 우회 물류망을 동시에 확보해 지사가 움직일 시간을 벌었습니다. 이번 성과의 핵심 책임자입니다."박수가 터졌다.소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내 마이크를 건네받고 말했다."제가 협상장에 나가 있는 동안 지사의 모든 의사 결정을 한 방향으로 묶은 분은... 차도현 본부장님입니다. 좋은 경로가 있어도 지휘 체계가 흔들리면 화물은 움직이지 못합니다."소율의 시선이 도현과 맞닿았다."이번 성과는 누구 한 사람의 기적이 아니라, 서로의 빈자리를 정확히 채운 결과입니다."다시 한번 박수가 쏟아졌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공을 넘겼지만, 직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차도현이 없었다면 수십 개의 판단이 하나의 명령으로 모이지 못했을 것이고, 한소율이 없었다면 그 명령이 달릴 길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운 것이 아니었다.각자 완전한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었다.그날 밤.두 사람은 보름 만에 처음으로 자정 전에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현관문이 닫히자 소율은 구두를 벗을 힘도 남지 않은 듯 벽에 등을 기댔다. 도현이 말없이 그녀 앞에 무릎을 굽혀 구두를 벗겨 주었다."본부장님이 이러는 걸 회장님이 보시면
Last Updated : 2026-08-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