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출장 마지막 날 아침.한소율을 깨운 것은 알람이 아니라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이었다.침대 옆 탁자에서 기기가 짧게 떨릴 때마다 어두운 객실 천장에 희미한 불빛이 번졌다. 소율은 눈을 감은 채 손을 뻗었다가, 화면에 쌓인 알림 숫자를 보고 잠이 단번에 달아났다.파리 지사 홍보팀, 기획팀 단체 대화방, 브뤼셀 행사 사무국, 루시앙 마르소.가장 위에는 쥘리앙이 보낸 링크가 떠 있었다.[한 팀장님, 기사 확인이 필요합니다. 놀라지 마시고 사진 아래 설명부터 봐주십시오.]놀라지 말라는 말로 시작하는 연락 중 정말 놀랄 필요가 없는 것은 드물었다.소율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링크를 눌렀다.벨기에의 한 경제 매체가 새벽에 올린 기사였다.[태성의 유럽 전략가, 벨루아와 더 가까워지나]자극적인 제목 아래 어제 행사장에서 찍힌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루시앙이 소율의 어깨에 검은 코트를 걸쳐주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뒤엉킨 출입구와 행사 로고는 절묘하게 잘려 나갔고, 사진 속에는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기사 내용은 더 교묘했다.태성그룹의 총파업 대응을 주도한 한소율 팀장이 벨루아 그룹의 루시앙 마르소와 브뤼셀 공동회의에서 긴밀한 모습을 보였다는 문장. 최근 업계에서 소율을 향한 영입 제안이 있었다는 미확인 정보. 두 기업 사이의 인재 이동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는 추측까지 이어졌다.명백한 거짓을 단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서로 관계없는 사실을 한 줄에 묶어, 읽는 이가 특정한 결론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소율은 사진을 확대했다.루시앙의 손은 실제로 그녀의 어깨에 닿지 않았다. 코트 깃을 잡은 손이 공중에 멈춰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정지된 한순간만 보면 다정하게 감싸 안는 모습처럼 보였다.그녀의 시선이 화면 오른쪽 위의 시간에 멈췄다.오전 6시 42분.파리도 같은 시간이었다.도현은 봤을까.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차도현 본부장][기사 관련 대응은 파리
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