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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14일간의 계약 연애: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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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

"이제 기다리는 법을 제법 배우셨네요.""아니... 전혀."도현의 시선이 화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호텔 가운 위로 드러난 목선과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본 순간부터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굳어 있었다.소율은 모르는 척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았다."왜 그렇게 무서운 얼굴이에요?""카메라 각도 좀 올려.""왜요?""당신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뭘요?"소율이 휴대전화를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갔다. 화면 가득 그녀의 얼굴이 차오르자 도현의 말이 끊겼다."도현 씨.""...왜.""이래도 업무 보고만 받을 거예요?"젖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가운 깃 위로 흘러내렸다. 소율이 손끝으로 그것을 천천히 걷어내자 도현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한소율.""네.""지금 당장 브뤼셀로 갈 수 있어."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막차 끊겼을 텐데요.""차로 가면 돼.""안 돼요. 약속했잖아요.""당신이! 끄응... 먼저 약속을 시험하고 있잖아."소율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럼 눈 감아요.""싫어.""카메라 끌까요?""...그건 더 싫어."단호한 대답에 소율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도현은 손으로 넥타이 매듭을 느슨하게 풀었다. 화면 너머의 작은 동작일 뿐인데도 그가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공기가 묘하게 뜨거워졌다."소율아...""네.""보고 싶어..."장난기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그 흔한 세 글자를 이 남자에게서 듣는 일은 여전히 특별했다. 늘 해결책부터 찾고 감정을 뒤로 미루던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리 앞에서 솔직하게 그리움을 말했다.소율은 빈 침대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저도요. 여기 너무 넓어요.""아침에는 넓어서 좋을 수도 있다며.""취소할게요. 도현 씨 없으니까 별로예요."도현의 굳었던 눈매가 그제야 부드러워졌다."휴대전화 옆에 두고 자.""통화 안 끊게요?""응. 당신 잠들 때까지만."소율은 충전기를 연결하고 휴대전화를 옆 베개에 세웠다. 도현도 서재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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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브뤼셀 출장 마지막 날 아침.한소율을 깨운 것은 알람이 아니라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이었다.침대 옆 탁자에서 기기가 짧게 떨릴 때마다 어두운 객실 천장에 희미한 불빛이 번졌다. 소율은 눈을 감은 채 손을 뻗었다가, 화면에 쌓인 알림 숫자를 보고 잠이 단번에 달아났다.파리 지사 홍보팀, 기획팀 단체 대화방, 브뤼셀 행사 사무국, 루시앙 마르소.가장 위에는 쥘리앙이 보낸 링크가 떠 있었다.[한 팀장님, 기사 확인이 필요합니다. 놀라지 마시고 사진 아래 설명부터 봐주십시오.]놀라지 말라는 말로 시작하는 연락 중 정말 놀랄 필요가 없는 것은 드물었다.소율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링크를 눌렀다.벨기에의 한 경제 매체가 새벽에 올린 기사였다.[태성의 유럽 전략가, 벨루아와 더 가까워지나]자극적인 제목 아래 어제 행사장에서 찍힌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루시앙이 소율의 어깨에 검은 코트를 걸쳐주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뒤엉킨 출입구와 행사 로고는 절묘하게 잘려 나갔고, 사진 속에는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기사 내용은 더 교묘했다.태성그룹의 총파업 대응을 주도한 한소율 팀장이 벨루아 그룹의 루시앙 마르소와 브뤼셀 공동회의에서 긴밀한 모습을 보였다는 문장. 최근 업계에서 소율을 향한 영입 제안이 있었다는 미확인 정보. 두 기업 사이의 인재 이동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는 추측까지 이어졌다.명백한 거짓을 단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서로 관계없는 사실을 한 줄에 묶어, 읽는 이가 특정한 결론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소율은 사진을 확대했다.루시앙의 손은 실제로 그녀의 어깨에 닿지 않았다. 코트 깃을 잡은 손이 공중에 멈춰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정지된 한순간만 보면 다정하게 감싸 안는 모습처럼 보였다.그녀의 시선이 화면 오른쪽 위의 시간에 멈췄다.오전 6시 42분.파리도 같은 시간이었다.도현은 봤을까.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차도현 본부장][기사 관련 대응은 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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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루시앙의 손이 소율의 어깨 가까이에 있는 것도, 소율이 다른 남자의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진 위에 붙은 영입 가능성이라는 문구는 더 싫었다.당장 브뤼셀로 가고 싶었다.책상 한쪽에 놓인 휴대전화에는 파리 북역에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열차 시간이 이미 검색되어 있었다. 차로 이동할 경우 걸리는 시간까지 확인해 두었다.도현은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보다 검색 창을 닫았다.사흘 전, 소율에게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녀가 혼자 이룬 성과를 자신의 그림자로 가리지 않겠다고도 했다. 사진 한 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지막 날의 회의장에 나타난다면, 그 약속은 가장 쉬운 순간에만 유효했던 말이 되고 말았다."한 팀장에게 별도 해명을 요구하지 마십시오."도현이 다시 말했다."홍보팀은 기사와 사진 사용 방식에만 대응합니다. 오늘 폐회 회의가 끝날 때까지 불필요한 연락으로 업무를 방해해서도 안 됩니다.""알겠습니다."홍보 책임자가 나간 뒤에도 도현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잠시 후 행사 사무국에서 보내온 영상이 도착했다.영상 전체 길이는 삼십이 초였다.행사 요원들이 똑같은 검은 코트를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소율이 차량 알림을 확인했고, 루시앙은 받은 코트의 안쪽 로고를 보여준 뒤 그녀에게 건넸다. 밀려나온 인파 때문에 두 사람이 잠시 가까워졌지만, 소율은 코트를 걸치자마자 혼자 태성 차량으로 달려갔다.기사 사진은 그중 이 초도 되지 않는 순간을 잘라낸 것이었다.도현은 영상을 한 번만 보고 창을 닫았다.확인한 것은 소율이 아니었다.사진이 의도적으로 버린 나머지 시간이었다.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소율이었다.도현은 벨이 두 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응.""기사 봤죠?""봤어.""어제 갑자기 비가 와서 행사 운영진이 공용 코트를 나눠줬어요. 제 차가 먼저 와서 그냥 뛰어가려고 했는데 루시앙 씨가 자기가 받은 걸 건넨 거고요. 사진은 사람들이 뒤에서 밀려나오는 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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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오전 회의가 시작되기 전, 세 기관의 공동 확인문이 배포됐다. 사진은 공식 행사 종료 후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는 과정에서 촬영됐으며, 해당 코트는 행사 운영진이 참석자들에게 제공한 공용 비품이라는 내용이었다. 소율과 루시앙이 서로 다른 차량으로 이동한 기록도 첨부됐다.매체는 한 시간 뒤 기사 제목을 수정했다.[총파업 이후 공동 대응 이끈 태성의 한소율]본문 상단에는 초기 기사에 부정확한 사진 설명과 확인되지 않은 영입 추측이 포함되어 이를 바로잡았다는 문장이 붙었다.이미 퍼진 사진까지 거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사실인지는 같은 화면 안에 남게 됐다.폐회 회의에서 소율은 전날 합의한 공동 지표 시범 운영안에 태성 대표로 서명했다. 참석자들은 기사보다 협의체를 움직인 그녀의 이름을 더 오래 기억할 터였다.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야 소율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도현이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한 줄뿐이었다.[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그 기다림이 믿음인지, 분노를 참는 시간인지 소율은 확신할 수 없었다.파리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소율은 설명할 문장을 여러 번 고쳤다.사진이 찍힌 각도부터 말할까. 루시앙이 먼저 코트를 벗었다는 사실부터 말할까. 기사 정정 과정을 보여주면 도현이 안심할까.노트북에는 최종 합의문보다 긴 설명 자료가 열려 있었다.소율은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화면을 덮었다.도현은 자신을 믿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가 지나치게 침착하자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졌다. 호텔 라운지까지 쫓아오던 남자가 사진을 보고도 아무 말이 없으니, 평온함 아래 얼마나 뜨거운 질투가 눌려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열차가 파리 외곽에 들어서자 개인 메신저로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차도현][도착 게이트에서 기다릴게.]소율은 곧바로 답했다.[한소율][회사까지 바로 복귀할게요.][차도현][출장 종료 보고는 월요일에 해.][한소율][그럼 기사 이야기부터 할게요.]이번에는 답이 없었다.소율은 입술을 깨물고 창밖을 바라봤다. 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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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당신이 무슨 말을 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어. 내가 확인해야 했던 건 사진이 일부러 버린 나머지 시간이었고."소율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렸다.도현은 사진보다 자신을 먼저 믿었다. 믿는다고 말한 뒤 증거를 찾은 것이 아니라, 믿었기에 잘못된 증거를 바로잡으려 했다.몇 달 전의 도현이었다면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왔을지 모른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뒤에 세운 채 모든 문제를 대신 처리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의 그는 파리에 남았다. 소율이 회의를 마치고, 기사를 직접 정정하고, 자신의 발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도현 씨.""응.""그럼 루시앙 씨에게는 전혀 질투 안 했어요?"도현의 표정이 즉시 굳었다."그건 별개야.""얼마나요?""듣고 싶어?""네. 솔직하게요."도현은 소율의 어깨에 둘러준 코트 깃을 양손으로 여몄다. 그 동작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혔다."다른 남자의 코트를 걸친 건 싫어."그의 눈빛이 깊어졌다."그 사진을 보고 기분이 좋을 리도 없고. 그래도 당신을 의심한 적은 없어. 한순간도."소율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그녀는 주변을 한 번 살폈다. 바쁘게 오가는 승객들 틈에서 두 사람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있다고 해도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소율이 도현의 셔츠 깃을 잡아당겼다."기다리는 연습, 합격이에요.""포상은?""눈 감아요."도현은 시키는 대로 눈을 감는 대신 그녀의 허리를 먼저 끌어당겼다."내가 사흘을 기다렸는데 그 정도는 불공평해.""여기 역이에요.""알아. 짧게 할게.""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이번에는 믿어봐."소율이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도현의 입술이 내려왔다.처음에는 정말 짧았다. 서로의 온도를 확인하듯 부드럽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러나 사흘 동안 작은 화면으로만 마주했던 그리움이 한 번의 입맞춤으로 끝날 리 없었다.도현이 다시 입술을 겹치자 소율은 그의 셔츠 깃을 놓고 목에 팔을 둘렀다. 코트 안으로 스며든 온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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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토요일 오전 여덟 시.한소율은 커피 향을 따라 주방으로 나왔다가 식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주말 휴가 수정 일정표]파리 최고급 호텔과 센강 전용 유람선 예약은 취소되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아래였다.08:00 기상 및 조식.08:40 외출 준비.09:10 펜트하우스 출발.09:42 생투앙 벼룩시장 도착.11:20 시장 관람 종료.11:35 센강 이동.소율은 종이를 든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차도현은 주방 아일랜드 앞에서 달걀을 굽고 있었다. 집에서도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남자답게 짙은 회색 셔츠 소매를 정확히 두 번 접어 올렸고, 프라이팬 속 달걀 두 개마저 같은 크기의 원처럼 정돈되어 있었다."...도현 씨.""일어났어? 커피 내려놨어.""이게 뭐예요?"소율이 일정표를 흔들었다."당신이 원하는 대로 수정한 주말 계획. 호텔과 유람선은 뺐어.""분 단위 일정도 빼야죠.""분 단위로 안 짜면 이동 시간이 낭비돼.""오늘 목표가 바로 그 낭비예요."도현이 프라이팬을 든 채 멈췄다."시간을 낭비하는 게 목표라고?""네. 목적 없이 걷고, 배고프면 먹고, 예쁜 게 보이면 멈추는 거요.""그건 계획이라고 할 수 없어.""그래서 휴일이죠."소율은 일정표를 반으로 접었다. 도현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녀가 다시 반으로 접자 그의 시선도 접힌 종이를 따라 움직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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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소율은 몇 걸음마다 멈췄다.도현은 처음에는 그때마다 시계를 봤다. 십 분쯤 지나자 포기한 듯 손을 주머니에 넣었고, 삼십 분 뒤에는 소율이 구경하는 오래된 유리병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었다."이거 예쁘지 않아요?"소율이 손바닥만 한 파란색 향수병을 들어 보였다."입구가 깨졌어.""그래서 더 오래된 느낌이 있잖아요.""손 베일 수 있어.""...감상만 할게요."소율이 병을 내려놓자 도현은 가게 주인에게 작은 보호 상자가 있는지 물었다."안 사도 돼요.""예쁘다며.""예쁘다고 다 가질 필요는 없죠."도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소율은 그의 손을 잡아 다음 가게로 끌었다. 사고 싶은 것은 전부 사주려는 남자에게 오늘 가르쳐주고 싶은 것도 그런 일이었다. 예쁜 것을 잠깐 보고 지나치는 즐거움, 갖지 않아도 함께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골목 끝의 작은 문구점 앞에서 소율의 걸음이 다시 멈췄다.나무 진열대에는 오래된 펜촉과 봉인용 왁스, 색색의 잉크병이 놓여 있었다. 도현은 무심한 척 세 개의 시필용 잉크를 골라 종이 위에 선을 그었다.검정에 가까운 남색, 보랏빛이 도는 파랑, 회색이 은은하게 섞인 딥블루."셋 중에 뭐가 제일 나아?"소율은 마지막 색을 가리켰다."이거요. 너무 밝지 않은데 빛을 받으면 파란색이 보여요.""확실해?""잉크 하나 고르는데 왜 그렇게 진지해요?""기준을 확인하는 거야."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시필지를 내려놓았다. 소율이 옆 진열대로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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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두 사람은 한참 후에야 장식장 뒤에서 나왔다. 가게 주인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소율은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옷깃을 정리했다.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런데 우리가 왜 숨었지?"소율도 뒤늦게 굳었다."그러게요. 우리 공개 연애잖아요.""당신이 먼저 끌고 들어왔어.""도현 씨도 순순히 따라왔잖아요.""당신이 손잡으면 따라가야지."너무 당연하다는 듯 나온 말에 소율은 더 따지지 못했다.가게 주인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점심은 예정표에 없던 작은 가게에서 샀다.바게트 샌드위치와 치즈, 포도 한 봉지, 따뜻한 커피 두 잔. 두 사람은 센강이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둔치에 얇은 담요를 펴고 앉았다.유람선이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강변의 나뭇잎이 사각거렸다.도현은 처음에 담요의 구겨진 모서리를 반듯하게 펴려 했다. 소율이 그의 손을 잡아 제 무릎 위에 올려놓자 그제야 포기했다."혹시, 취소한 유람선이 저건 아니죠?"소율이 지나가는 배를 가리켰다."저건 일반 운항이고, 예약한 건 저녁 전용선이었어.""아까웠어요?""조금.""솔직하네요.""당신이 좋아할 줄 알았으니까."소율은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그를 바라봤다."좋아했을 거예요. 하지만 오늘은 이게 더 좋아요.""왜?""도현 씨가 예약한 완벽한 장소에서는 완벽하게 행복해야 할 것 같거든요. 여기서는 커피가 식어도 되고, 비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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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야근 중 포옹권][질투 진정용 키스권][일요일 늦잠 보장권][저녁 식사 중 업무 전화 금지권][한소율이 고른 넥타이 하루 착용권][말없이 함께 걷기 한 시간권]도현은 여섯 번째 카드를 읽다가 소율을 바라봤다."이게 선물이야?""마음에 안 들어요?""아니. 사용 조건을 확인하는 거야."그는 카드를 다시 살폈다."유효 기간은?""일 년이요.""자동 연장 조항은?""사용 태도 보고 결정할게요.""양도는 안 되지?""누구한테 양도하려고요?""그럴 생각 없으니까 금지 문구를 넣어. 분실했을 때 습득자가 쓰면 곤란하잖아."소율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걸 진짜 계약서처럼 검토하고 있어요?""당신이 준 권리잖아. 당연히 중요하지."도현은 열두 장을 흐트러지지 않게 모아 손바닥으로 감쌌다.비싼 시계나 보석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무엇이든 값으로 계산하고 가장 좋은 것을 골라내던 남자가, 가격표조차 없는 종이 카드 앞에서 오래 시선을 떼지 못했다."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봐."낮게 흘러나온 고백에 소율의 마음이 뭉클해졌다."그러면 잘 보관하세요. 재발급은 까다로워요.""지금 하나 써도 돼?"도현은 맨 위의 카드를 골랐다.[질투 진정용 키스권]"지금 질투할 일이 없잖아요.""어제 생긴 증상이 아직 남았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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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월요일 오전 6시 20분.한소율은 옷장 문이 닫히는 소리에 눈을 떴다.커튼 너머의 파리는 아직 푸른 새벽빛에 잠겨 있었다. 침대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욕실 쪽에서는 물소리 대신 억눌린 기침이 들려왔다.소율은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차도현은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다크 네이비 슈트와 흰 셔츠,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은 머리까지 평소와 같아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이상한 점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왔다.셔츠 단추가 한 칸 어긋나 있었고, 넥타이 매듭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무엇보다 거울 속 그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도현 씨?""깼어? 더 자."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매듭을 고치려 했지만 손끝이 평소보다 둔했다. 소율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뜨거웠다."이리 와봐요.""늦어. 오늘 신규 사업 보고가 있어.""이마부터요.""괜... 찮아."그가 고개를 피하려 했지만 소율이 먼저 손바닥을 이마에 댔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열기에 표정이 즉시 굳었다."이게 괜찮은 체온이에요?""어제 늦게 자서 그래.""어젯밤부터 기침했잖아요.""강바람을 오래 맞아서 잠깐..."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현이 다시 기침했다. 이번에는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소율은 그의 재킷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빼냈다."오늘 출근 금지예요.""한소율.""넥타이도 제대로 못 매는 사람이 무슨 보고를 받아요?"도현이 거울을 봤다. 그제야 어긋난 단추를 발견한 눈빛이 흔들렸다."이건 조명 때문에...""단추가 조명 따라 이동해요?"소율은 그의 넥타이를 풀어 침대 위로 던졌다. 이어 재킷도 벗기려 하자 도현이 옷깃을 붙잡았다."오늘 보고는 내가 직접 받아야 해. 파업 후속 투자와 연결된 건이야.""본부장님 한 분 열난다고 멈추는 사업이면 애초에 승인하면 안 되죠.""자료를 만든 사람이 설명해야 판단이...""그래서 부문장들이 있는 거고요.""당신까지 이러면..."도현이 말을 멈췄다. 갑자기 균형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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