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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14일간의 계약 연애: Capítulo 61 - Capítulo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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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도현의 깊은 눈동자에는 방금 전 소율이 떠올렸던 그 아픈 기억을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는 듯한, 지독한 뉘우침과 끝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너, 방금 한국에서 비 맞았던 그날 밤 생각했지."​도현의 낮게 긁힌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소율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소율이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자, 도현의 뺨을 감싸고 있던 손가락이 미안함에 미세하게 떨렸다.​"그때는 내가 너무 바보 같고 오만했어… 나한테 왜 그런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지도 모른 채, 그저 이 빗속에서 널 내 집으로 끌고 가 널 아프게만 했는데."​도현의 목소리 끝에 짙은 물기가 서렸다. 자신이 14일의 가짜 연애라는 명목하에, 3년을 짝사랑해 온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난도질했는지 깨달았을 때의 그 끔찍했던 죄책감이 여전히 도현의 가슴 한구석을 찌르고 있었다.​도현이 소율의 이마에서 입술을 떼고,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때 내가 빗속에서 네게 남겼던 상처들, 네가 몰래 흘렸던 눈물들… 내가 평생을 바쳐서라도 다 지워주겠다고 약속했었잖아."​도현이 제 품에 안긴 소율의 등을 더욱 단단히 감싸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맹세하듯 속삭였다.​"이제는 내 품에서, 비 한 방울 안 맞게 해줄게."​비 한 방울 안 맞게 해 주겠다.그것은 단순히 오늘의 빗방울을 막아주겠다는 물리적인 보호의 의미가 아니었다.​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모든 삶 속에서, 그 어떤 시련과 아픔의 비바람이 몰아쳐도 차도현 자신이 완벽하고 거대한 우산이 되어 그녀를 지켜내겠다는, 한 남자의 목숨을 건 다짐이자 가장 깊은 사랑의 고백이었다.​그 진심 어린 음성이 귓가에 닿는 순간, 소율의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던 7일 차 밤의 그 차갑게 굳어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눈 녹듯 완벽하게 소멸해 버리는 것을 느꼈다.​두려움과 짝사랑의 비참함으로 점철되었던 그날의 빗소리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남자의 품 안에서 들려오는 로맨틱한 백색소음으로 완벽하게 덮어쓰여졌다.​소율은 천천히 두 팔을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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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파리에서의 7개월 차.​센강의 물결 위로 부서지는 일요일 아침의 햇살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나른했다. 주말을 맞이한 에펠탑 뷰의 최고급 펜트하우스 내부는 서늘한 바깥 공기와 완벽하게 차단된 채, 오직 두 사람만이 만들어내는 따뜻하고 달콤한 온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음……."​넓은 킹사이즈 침대 위에서, 소율은 기분 좋은 앓는 소리를 내며 뒤척였다.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코끝을 스치는 것은 향긋하게 갓 내린 커피의 원두 향과, 버터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였다.​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침실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차도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평일의 그 각 잡힌 총괄 본부장의 슈트는 온데간데없었다. 부드러운 차콜그레이 색상의 라운지웨어 팬츠에, 편안한 화이트 브이넥 티셔츠를 걸친 도현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길들여진 대형 견 그 자체였다. 그의 한 손에는 머그잔 두 개가 들려 있었다.​"일어났어?"​도현이 특유의 나른하고도 짙은 미소를 지으며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협탁에 머그잔을 내려놓고는,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소율의 옆자리에 걸터앉아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넘겼다.​"더 자도 되는데. 어젯밤에… 내가 좀 무리하게 괴롭힌 것 같아서 미안하던 참이었거든.""알면 좀 살살 다루지 그랬어요.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 같잖아요."​소율이 입술을 삐죽이며 앙탈을 부리자, 도현은 소리 내어 웃으며 상체를 숙여 소율의 콧등에 쪽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게 내 마음대로 조절이 되어야 말이지. 당신이 내 눈앞에서 그렇게 무방비하게 쳐다보는데, 이성이 남아나는 남자가 있으면 그놈이 비정상인 거야.""핑계는 정말 세계 최고라니까요."​소율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몸을 일으켰다. 도현은 자연스럽게 등받이 쿠션을 받쳐주고는 머그잔 하나를 소율의 두 손에 쥐여주었다. 적당한 온도로 식혀진, 소율이 가장 좋아하는 연한 헤이즐넛 향의 아메리카노였다.​"아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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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하지만 승인은 승인이고, 내 잘난 손주가 이역만리 타지에서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그룹의 중대사를 그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직접 두 눈으로 감찰해야겠다는 것이 노회한 제왕의 억지스러운 핑계였다.​"말씀 삼가십시오, 회장님. 소율이는 숨은 게 아니라—"​도현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소율을 보호하려 나선 바로 그 순간이었다.​"숨어 있다니요, 회장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침실로 이어지는 복도 쪽에서, 티 없이 맑고도 단단한 음성이 흘러나왔다.​도현이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소율이 얇은 실크 슬립 차림을 벗어던지고, 단정한 베이지색 니트와 슬랙스로 완벽하게 환복한 채 거실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화장기 없는 맨얼굴이었지만,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조금의 떨림이나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방금 전 침실에서 강도의 침입을 의심하며 사색이 되었던 여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태성그룹의 가장 완벽한 에이스인 '한소율 기획팀장'의 가면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혜민 회장님. 유럽 총괄 지사 기획팀장 한소율입니다."​소율은 거실 중앙으로 걸어 나와, 정석에 가까운 각도로 깍듯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 회장의 매서운 시선이 소율의 정수리에서부터 단정한 옷차림까지 날카롭게 훑어 내렸다.​"꽤나 여유로운 척을 하는구나. 내가 온다는 연락도 못 받았을 텐데, 그새 옷매무새는 제법 단정하게 갖춰 입었어.""회장님께서 불시에 방문하신 것은 필시 유럽 지사의 현안을 점검하기 위함이실 텐데, 제가 사적인 복장으로 회장님을 맞이하는 것은 태성그룹의 임직원으로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허, 말버릇은 여전히 당돌하구나."​이 회장이 코웃음을 치며 소파의 가장 높은 상석으로 걸어가 고요히 좌정했다. 김 비서실장이 눈치를 보며 회장의 곁에 섰다.​도현은 그런 소율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감싸 쥐려 했다. 자신이 방패막이가 되어 이 어수선한 상황을 당장 호텔로 옮기든가 끝내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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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저희가 부임한 직후 성사시킨 프랑스 벨에포크(Belle Époque) 컨소시엄과의 4억 유로 규모 물류 인프라 계약. 현재 1단계 거점 구축이 완료되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물류 병목 현상이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습니다. 이는 당초 이사회에 보고했던 목표치를 12%나 초과 달성한 수치입니다."​소율은 이 회장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브리핑을 이어나갔다.​"또한, 3분기 유럽 지사 누적 매출 성장률은 18.5%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태성그룹이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래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역대 최고치입니다. 특히 본부장님께서 직접 설계하신 노조 리스크 헤지(Hedge) 전략이 완벽하게 적중하여, 현지 파업으로 인한 매몰 비용을 제로(0)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소율의 입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수치와 전문적인 현지 지표들. 그것은 결코 하루 이틀 벼락치기로 외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매일 밤을 새워가며 지사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완벽한 현장 지휘관만이 뿜어낼 수 있는 압도적인 데이터의 향연이었다.​"놀러 다닌 적 없습니다, 회장님."​소율이 단호하게 쐐기를 박았다.​"저희는 이역만리 타지에서, 태성그룹의 유럽 시장 제패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본사에서 누군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렸다면, 그건 저희의 실적을 질투하는 무능한 자들의 열등감일 뿐입니다. 회장님께서 원하신다면, 내일 오전까지 3분기 결산 감사 보고서를 완벽하게 세팅하여 회장님 책상 위에 올려놓겠습니다."​완벽한 논리, 빈틈없는 데이터, 그리고 그 어떤 압박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강인한 멘탈.​아시아에서 온 어린 여자라고, 손주에게 홀려 놀러 온 것이라고 무시하려 했던 회장의 기세를 단숨에 찍어 누르는 압도적인 사이다 카타르시스였다.​도현은 그런 소율의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이토록 눈부시게 똑똑하고 강인하다는 사실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미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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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파리 펜트하우스의 거실을 가득 채운 고요함은, 여느 때의 나른하고 달콤한 주말의 공기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게스트룸 문이 닫히고 이혜민 회장이 모습을 감춘 뒤에도, 거실 한가운데에 남겨진 차도현과 한소율 사이에는 한동안 말없는 시선이 오갔다.​"진짜로 주무시고 가실 줄은 몰랐는데……."​소율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한국 본사의 성북동 본가에서 정략혼 건으로 칼날 같은 추궁을 던졌을 때도 이 정도로 기습적이지는 않았다. 회장은 예고도 없이 파리 지사 감찰이라는 핑계를 들고 펜트하우스의 도어록을 뚫고 들어와 진짜로 게스트룸에 짐을 풀어버렸다.​"걱정할 것 없어."​도현이 다가와 소율의 지친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단단한 팔에 힘이 들어가며 소율을 제 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어차피 회장님이 무슨 트집을 잡으시든 내 대답은 하나니까. 정 마음에 안 드시면 날 지사장에서 해임하고 본사 지분을 몰수하시라고 하면 돼. 그 수단도 이제 나한테는 아무런 위협이 안 된다는 걸 회장님도 이미 알고 계시고.""도현 씨. 회장님 앞에서 그런 말씀 자제하셔야 해요. 제가 지사 기획팀장으로 여기 서 있는 건, 회장님과의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실력으로 이 자리를 증명하기 위해서예요."​소율이 고개를 들어 도현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단단하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나 흔들림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도현은 제 여자의 그 고집스러울 만큼 고결한 자존심을 잘 알고 있기에, 입꼬리를 옅게 말아 올리며 소율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알았어. 뜻대로 하지. 하지만 너무 무리하진 마. 당신이 회장님 눈치 보느라 스트레스받는 꼴은 나도 오래 못 참으니까."​그렇게 예고 없이 시작된 태성그룹 절대 권력자와의 기묘하고도 살벌한 3인 동거.​다음 날 아침부터 펜트하우스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팽팽한 텐션으로 가득 찼다.​오전 7시. 이 회장이 특유의 꼿꼿한 자태로 게스트룸 문을 열고 거실로 나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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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평생을 태성그룹의 절대 권력자로 살며 제 손주 차도현을 지켜봐 온 이 회장이었다.​도현이 어떤 놈이었던가. 어릴 때부터 타인에게 단 1mm의 여백도 허용하지 않던 냉혈한. 감정 따위는 불필요한 변수라 치부하며, 한국 본사 기획본부 전체를 피도 눈물도 없이 쥐 잡듯 잡던 '인간 AI'. 제 부모가 죽었을 때조차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완벽한 승계 구도를 계산해 내던 그 차갑고 오만한 태성가의 황태자였다.​그런 남자가.태성그룹의 차기 제왕이 될 그 무시무시한 남자가.​일개 부하직원 출신의 여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지친 손목을 주무르고 따뜻한 차를 바치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차도현."​이 회장의 낮고 엄숙한 음성이 거실을 찔렀다. 지팡이가 대리석 바닥을 탁, 소리 나게 내리쳤다.​"네, 회장님."​도현은 소율의 손목을 주무르던 손길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만 슬쩍 돌려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민망함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제 여자를 케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오만하고도 나른한 태도뿐이었다.​"네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게냐?""보시다시피 소율이 손목을 마사지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지사에서 고난도 협상안을 진두지휘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너희들이 사내 연애를 한다는 건 이미 들었다만, 제왕의 자리에 앉을 놈이 여자 발 밑에 무릎을 꿇고 손 수발을 들고 있다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구나!"​회장의 호통에 소율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말렸어야 했는데…….""앉아 있어, 소율아."​도현이 소율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눌러 다시 앉히며, 회장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회장님. 소율이는 제 부하직원이기 전에 제 목숨보다 소중한 연인입니다. 태성그룹의 본부장 직은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내려놓는 타이틀이지만, 한소율의 남자라는 타이틀은 24시간 내내 적용되는 정체성입니다. 제 여자 손목이 아프다는데 제가 제 손으로 수발을 들든 무엇을 하든, 그게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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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도현은 자기가 입고 있던 부드러운 캐시미어 라운지웨어를 벗어 소율의 어깨 위로 포근하게 덮어주고 있었다. 소율의 찌푸려진 미간을 제 기다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펼쳐주고, 혹여나 소율이 깰까 숨소리조차 죽인 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바라보듯 애틋하고 애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현은 가만히 고개를 숙여, 졸고 있는 소율의 차가워진 이마 위로 깊고 긴 입맞춤을 남겼다. ​"고생이 많네, 내 사랑." ​그 귓가에 남기는 낮고 애틋한 속삭임. ​그것은 이 회장이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차도현이라는 남자의 가장 솔직하고 완벽한 영혼의 고백이었다. ​도현은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소율의 몸 아래로 팔을 밀어 넣어, 그녀가 깨지 않도록 공주님 안기 자세로 소율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세상의 모든 무게를 가볍게 짊어진 제왕처럼 당당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마스터 베드룸을 향해 걸어갔다. ​거실 어둠 속에서 그 모든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던 이 회장의 눈동자에, 거대한 파문이 일었다.​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것을 깨달은 시기는 제작년 쯤. ​자신은 태성그룹의 승계와 번성을 위해 도현을 그저 피도 눈물도 없는 완벽한 후계자로만 다듬어내려 했고, 그 결과 도현은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은 채 차가운 '인간 AI'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도현의 얼어붙은 영혼을 깨부수고, 그 안에 따뜻한 피가 돌게 만들며, 마침내 한 인간으로서 온전한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유일한 구원자. ​그것이 바로 한소율이었다. 이 회장은 진즉부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한소율을 지켜본 그녀는 이제 회사가 아닌, 손주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본바, 한소율은 도현에게 단순히 연인이나 몸 로비로 올라온 낙하산 따위가 아니란걸 알수 있었다. 그녀는 차도현이라는 얼어붙은 맹수의 목줄을 유일하게 쥐고 그를 길들일 수 있는 단 하나의 여왕이었고, 그의 삶 전체를 지탱하는 유일무이한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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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펜트하우스의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한소율은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래층을 향해 내려가는 층수 표시등이 하나씩 줄어들었다. 마침내 숫자가 1에서 멈추자, 그제야 소율의 굳어 있던 어깨에서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가셨네요…." ​안도와 아쉬움이 뒤섞인 작은 중얼거림이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이혜민 회장은 파리 지사 감찰을 명분 삼아 펜트하우스의 도어록을 뚫고 들이닥쳤다. 소율이 태성그룹의 유럽 사업을 책임질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차도현이라는 제멋대로인 손주를 곁에서 감당할 수 있는지 샅샅이 확인하겠다며 게스트룸에 짐까지 풀었다. ​하지만 회장은 하룻밤 만에 예정된 체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떠나기 직전에는 소율의 어깨를 직접 두드리며 분명히 말했다. ​‘내 손주 녀석이 고집도 세고 유난스러운 놈이다만, 앞으로도 잘 길들여서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 주거라.’ ​그것은 깐깐한 태성그룹 실권자가 내린 사실상의 가족 승인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마음 놓였지?" ​등 뒤에서 나른한 음성이 떨어졌다. ​소율이 돌아보기도 전에 차도현의 단단한 팔이 허리를 휘감았다. 도현은 소율을 제 품으로 바짝 끌어당기더니,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회장님이 직접 허락했어. 더는 누구도 당신한테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떠들지 못해. 그러니까 오늘은 회사 생각도, 회장님 눈치도 전부 그만 보고 나랑 쉬어. 주말이잖아." ​"누가 들으면 제가 회장님 눈치만 보느라 벌벌 떤 줄 알겠어요." ​"어젯밤에 세 번이나 자다 깨서 게스트룸 쪽 확인한 사람이 누군데." ​"그건 회장님께서 불편하신 건 없는지 살펴보려고 한 거죠." ​"알았어. 우리 한 팀장님은 겁먹은 게 아니라 완벽한 내조를 한 겁니다요." ​도현이 능글맞게 웃으며 소율의 귓바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따뜻한 숨결이 닿자 소율의 어깨가 간지러운 듯 움찔했다. ​"그리고 회장님한테 임무도 부여받았지. 남은 평생 동안 날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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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거 맞아?"​도현이 의심 어린 눈으로 소율을 내려다보았다.​"네. 걱정하지 마요. 대신 저 오후에 잠깐 외출 좀 할게요. 지사 직원한테 전달받을 자료가 있어요."​"내가 데려다줄게."​"됐어요. 도현 씨는 어젯밤 회장님 신경 쓰느라 제대로 못 잤잖아요. 쉬고 있어요. 금방 다녀올 테니까."​소율은 그의 의심을 눌러버리듯 까치발을 들고 도현의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그러나 소율이 몸을 돌린 뒤에도, 도현의 깊은 눈동자에서는 의심스러운 빛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오후 1시, 샹젤리제 거리.​개선문을 향해 곧게 뻗은 가로수길 위로 화창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명품 부티크와 유서 깊은 레스토랑이 늘어선 거리 한복판, 일반 관광객의 출입이 제한된 최고급 살롱 카페의 2층 프라이빗 룸.​소율이 묵직한 원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창가 상석에 앉아있던 이혜민 회장이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회장의 뒤편에는 김 비서실장조차 보이지 않았다.​백금 지팡이 하나만이 의자 옆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시간은 정확히 지켰구나."​"부르셨습니까, 회장님."​소율은 문을 닫고 들어와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앉거라. 귀국 비행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으니 쓸데없는 인사치레는 생략하자꾸나."​소율이 맞은편 의자에 앉자, 회장의 예리한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훑었다.​펜트하우스에서 보여주었던 옅은 유쾌함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태성그룹을 수십 년간 이끌어온 냉철한 제왕의 눈빛만이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도현이에게는 말하지 않았겠지?"​"회장님께서 혼자 오라 하셨으니 따랐습니다."​"잘했다. 그놈이 알았다면 이 카페 벽이라도 부수고 따라 들어왔을 테니."​회장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내 손주지만 요즘 하는 꼴을 보면 기가 막혀. 본부장이라는 놈이 제 여자 손목이 조금 아프다고 무릎까지 꿇고 주무르질 않나, 제 손으로 과일을 깎아 입에 넣어주질 않나. 네가 아주 단단히 홀려놓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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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창밖으로 지나가는 차량의 소음과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가느다란 김만이 두 사람 사이를 천천히 흘렀다.​이 회장은 소율의 얼굴을 오랫동안 응시했다.​도현의 품에 기대어 편한 길만 찾는지, 태성가의 이름과 권력을 탐내는지, 아니면 제 힘으로 도현의 옆자리에 설 수 있는 사람인지.​소율은 매번 회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악성 루머가 퍼졌을 때는 도현의 권력 뒤에 숨지 않고 실력으로 4억 유로 규모의 벨에포크 계약을 성사시켰다. 파리 지사 감찰을 명분으로 들이닥친 회장 앞에서는 3분기 매출 성장률과 물류 병목 감소 수치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쏟아냈다.​그리고 지금은 차도현의 맹목적인 사랑을 누리면서도, 그를 필요할 때 멈춰 세우고 함께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있었다.​그것은 재벌가의 이름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의 대답이 아니었다.​한 사람의 삶과 미래를 온전히 함께 짊어질 준비가 된 사람의 대답이었다.​이 회장의 음성이 낮게 가라앉았다.​"태성그룹의 안주인이 된다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좋은 옷을 입고 행사장에 서서 웃거나, 후계자의 아이를 낳아 대를 잇는 자리라고 생각하느냐?"​"아닙니다."​소율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수만 명의 임직원과 그 가족의 삶이 연결된 이름을 함께 짊어지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도현 씨가 후계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곁에서 붙들어주되, 사적인 감정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가장 먼저 반대할 수 있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고요."​"만약 나와 도현이의 판단이 충돌한다면?"​"누가 더 높은 자리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느 선택이 태성과 사람들에게 옳은지를 따져보겠습니다."​"그래도 답이 나지 않는다면?"​"제가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서 도망치지 않겠습니다."​소율의 답은 짧았지만 단단했다.​회장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웃음인지, 감탄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는 작은 변화였다.​"건방지고 당돌하구나. 겨우 기획팀장 자리에 앉은 아이가 태성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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