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역: Bab 21 - Bab 30

36 Bab

21화. 아픈 키스

“한도희!” 분명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퍽- “아아악!” 하지만 그 둘의 공조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한도희!“ 도희가 사각에 있는 적을 채 보지 못하자 시현이 다급하게 메스를 던졌다. 메스는 군인의 눈을 그대로 파고들었다. 찢어지는 비명이 울리고, 도희가 총탄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둘은 무언의 합의 속에서 움직였다. “고마워.” “눈 돌리지 마.” 시현이 메스를 뽑아 회수하며 짧게 대답했다. 분명 서른 명이 넘는 적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무 명도 안 남았다. “이미 여긴 끝났어. 나가자.” “방법이 있어? 통로 쪽은 꽉 막혔어.” 시현이 묻자 도희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대답했다. “밖에 정부군이 또 있을지도 몰라. 계속 우리가 여기서 방어하기만 하면 불리해. 수류탄 쓰자.” “그러면 우리도 손해야.” 콘크리트 기둥 사이에 엄폐했지만, 적들이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도희는 품속에서 챙겨온 수류탄을 꺼냈다. 얼굴에 묻은 흙먼지, 피, 땀, 그리고 광기. 그녀는 핀을 잡으며 웃었다. “강화인간들이 설마 죽기야 하겠어?” 그래, 잊고 있었다. 도희는 가장 높은 단계의 강화인간이다. 수류탄을 던진다면 둘에게도 손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반인 기준이었다. 성인 남성 약 5배의 근력을 가진 도희의 제구력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었다. “간다. 고개 숙여.”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희는 수류탄을 던졌다. 콰과광- 어마무시한 폭발음이었다. 전투가 폭발한다. “아아악!” “피해!” 둘은 몸을 최대한 기둥에 붙여 숙였다. 건물이 부서지고 콘크리트 조각들이 무너져 내린다. 그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 “가자.” “응.” 시현은 몸을 옆으로 비틀어 전기톱을 들고, 적군의 무릎에 그대로 쑤셔박았다.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쓰러진 적들의 살갗에서 피가 무자비하게 튀었다. 다음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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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섹터 7-C

“시현아, 우리 거처를 옮겨야 돼. 위치 발각됐어. 또 쫓아올 거야.”“그래.”무너진 벙커 속에서도 둘은 잔해를 뒤졌다.쓸만한 물건을 챙긴 둘은 어둠 속으로 다음 거처를 찾아 사라졌다.소대 하나 규모의 적들을 단 둘이서 전부 처치해버렸다.그 괴물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상으로 떠난다.“도희야.”“어?”“부족한 물자 있어?”“제일 시급한 건 식량이랑 물. 전투식량 세 개밖에 못 건졌어.”시현이 어느 한 군데를 가리켰다.“저기 어때.”“……저기?”부유층들이 모여 거주하는 격리구역, 섹터 7-C.두 사람은 평생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던 곳이었다.텅 빈 황야가 되어버린 지금의 서울과는 다르다.최첨단 기술들의 집합체,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극상위 부유층들의 거주 지역.하지만 이제 무법자가 된 둘은 섹터 7-C를 노린다.“저기 식량도 많고 의료물자도 많을 거야. 최첨단 무기도 있을 거고.”“저기 털자고?”시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도희는 거대한 유리 방벽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섹터 7-C를 올려다보았다.하늘까지 솟을 법한 건물들과 밝게 빛나는 화려한 네온사인들, 방공호를 연상케 하는 두꺼운 벽.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다.뚫어버리면 된다.“어떻게 들어가지? 저기 보안 장난 아닐 텐데.”시현은 말없이 도희의 총에 탄창을 끼워 주었다.“그래, 네 말대로 좋은 게 많겠다.”도희는 허리춤에 총을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디부터 침투하지? 침투 내 전문이야.”도희의 자신만만한 말에 시현은 빙긋 웃었다.도희는 언제나 뒤로 빼는 법이 없다.“보안이 제일 허술한 곳. 아니면 병원이나 마트에 가까운 곳.”“후자로 가자. 보안 뚫어봤자 거리 멀면 쫓겨. 보안 시스템이야 그냥 부수면 되잖아.”“그렇게 따지면 쫓겨도 다 죽이면 되잖아.”시현의 반박에 도희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결국 다 부숴버리겠다는 결론이 나왔다.“그럼 체력 아낄 겸 그냥 가까운 데로 가자.”“그래.”거대한 성 앞에 선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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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피의 복수

도희의 생각보다, 군경의 예상보다 시현은 훨씬 빨랐다.제아무리 들어와본 적이 없는 병원이라도, 시현은 손바닥 보듯 위치를 꿰고 있었다.시현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로비의 병원 안내도.시현의 눈빛이 안내도를 훑었다.2층에 내과, 3층에 외과, 4층에 수술실, 5층에 병동.30초 만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을 끝낸 시현은 망설이지 않고 뛰어올라갔다.가볍지만 차가운 발소리가 환자들의 잠을 깨웠다.“꺄악!”“뭐, 뭐야! 피해!”평화롭던 병원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시현을 막으려던 경비는 정맥에 메스가 꽂혔고, 또 다른 경비는 관절이 꺾였다.끊어진 인대를 부여잡으며 신음하던 경비를 지나 시현은 계단을 뛰어올라갔다.머지않아 경보음이 울릴 것이다.‘메스 몇 개 더. 전기톱, 튜브, 주사기, 겸자, 가위, 마스크.’장비는 이쯤하면 됐고.‘거즈, 붕대, 소독약, 수액, 케타민, 펜타닐, 항생제, 해열제, 영양제.’하나씩 시현은 꼼꼼히 체크하며 손에 넣었다.‘이런 것도 있어?’정부에서 극비리에 내려준 명령 상황에서나 만져볼 수 있는 고가의 첨단 의료품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신경재생 인덕터에, 바이오센서 스킨, 나노봇, 스텔스 생체모듈까지…… 없는 게 없네.’시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그는 망설임없이 전부 챙겼다.굳이 챙겨야 할 필수품은 아니었다.없어도 그만, 있으면 좋은, 그런 것들.하지만 문득 궁금해졌다.이런 고가품의 최첨단 의료품이 털리면, 높으신 분들이 화가 나시겠지.심기가 제대로 긁혀버리겠지.서민들은 이런 걸 구경도 못하는데, 따위의 유치한 정의감이 아니었다.‘도희가 좋아하겠다.’무엇보다 도희도 재미있어 할 것 같아서.그럼 끝난 거 아닌가?희미한 발소리가 점점 커지고, 신경질적인 뇌파들이 하나 둘 감지되기 시작했다.무거운 군화 소리에 귀가 어지러웠다.시현은 곧장 병원 입구로 뛰기 시작했다.도희는 어디까지 왔을까.‘군부대에서 아까 무전기 챙기길 잘했어.’다음부터는 무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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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새로운 낙원

“윽…… 끄으…….”비명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목에 단단히 꽂힌 송곳 하나만으로 사람을 공포 속에 몰아넣는 방법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시현이었다.후두 아래, 기도를 그대로 찔렀다.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 시현에게는 익숙했다.성대는 손상되어 비명조차 나오지 않고, 공기가 통하지 않아 입만 벌어질 뿐.눈이 뒤집히고 아무리 손발을 허우적거려도 의미 없는 발버둥이다.이후에는 공황, 그리고 질식.시현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죽음의 공포에 잡혀 눈을 까뒤집고 몸을 뒤트는 그를 뒤로한 채 다시 도희에게로 향했다.“가자.”“야, 그거 멋있다.”도희도 어느새 마지막 남은 피를 손에서 털어내고 있었다.시현이 어떻게 죽이나 궁금해서 지켜봤는데, 역시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이었다.“멋있어?”“응.”“자주 보여줄게.”시현의 미소는 탄내가 섞인 바람조차 멈칫하게 만들었다.그러나 도희에게는 가슴을 간질이는 연인의 웃음일 뿐이었다.다시금 둘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아무도 그들을 뒤쫓을 수가 없었다.가는 곳마다 그들은 난장판을 만들고 일을 저질렀고, 장난질은 피를 흩뿌렸다.언제나 그랬다.***“여긴 또 분위기가 다르네.”화려하고 깔끔했던 부유층들의 섹터 7-C와는 다른, 둘에게 더 익숙한 칙칙한 거리가 보였다.여전히 어두운 새벽이었다.아무도 없는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걸음 대신 쓰레기 소리만 외롭게 굴러다녔다.부러진 깃대에 매달린 깃발은 찢긴 채 바람에 덜렁거렸다.혁명을 외치던 문양은 이제 마구 뒤섞여 있어 그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부서진 콘크리트와 유리 잔해들은 아무렇게나 널부러졌다.자욱한 회잿빛 먼지는 여기가 죽음의 땅이라 경고하며 그 모든 무생물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저기 봐.”도희의 말에 시현은 시선을 돌렸다.희미하게 그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건물 잔해에 가려 무슨 상황인지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비명과 총 소리였다.“일단 숨어.”시현과 도희는 텅 빈 건물을 엄폐막 삼아 몸을 숨겼다.도희의 뾰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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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너는 나 먹어

샤워실을 찾는 데도 한참 돌아가야 했다.어디는 물이 나오지 않았고 어디는 샤워기나 타일이 깨져 있었다.“씨발, 뭐 멀쩡한 데가 없어.”툴툴거리며 겨우 멀쩡한 샤워실을 찾아 씻은 도희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방으로 돌아왔다.멀쩡하게 씻을 곳을 발견해 들뜬 표정이었다.“시현아, 여기 아직도 온수가 나와. 완전 뜨겁진 않지만 그래도 쓸만 해. 비누도 있고 수건도 있더라. 근데 좀 멀어서 돌아가야 돼.”신이 나서 말하는 도희가 귀여운지 시현은 웃으며 가방을 털썩 내려놓았다.그제야 도희가 물었다.“그거 뭐야?”“우리 입을 새 옷. 부대에서 훔쳐왔어. 이걸로 갈아입자.”도희는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했다.“너도 얼른 씻고 와. 여기 4층에 멀쩡한 샤워실 있어. 씻고 오면 나도 아까 털어온 거 보여줄게.”“안 늦을게.”도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시현이 선수를 쳤다.“참나, 누가 뭐래?”아무도 없이 오직 먼지와 쓰다 버려진 물건들 뿐이라 둘의 목소리는 조금만 크게 말해도 쩌렁쩌렁 울렸다.메아리는 구슬펐지만 그깟 소리는 배경음에 불과했다.“거기 먼지 많아, 도희야. 이리로 와.”“이따 이거 덮고 자. 두꺼워서 좋다.”다정함이 폐허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이었다.도희가 삐걱거리는 기숙사 침대에 앉았고 시현은 근처에 있던 책 몇 권을 흥미롭게 뒤졌다.이 기숙사 방의 전 주인은 의대생이었을까?책꽂이에 있던 책들은 해부학과 외과학에 대한 것이었고 바닥에 던져진 채 반쯤 페이지가 사라진 책은 생물학이었다.침대 아래에서는 의학 용어가 빼곡히 필기된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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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피와 커피

“없습니다, 중대장님.” “하, 진짜 좆됐네……. 알았다, 철수하자.” 부서진 벙커 잔해를 뒤지던 병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콘크리트 더미를 헤치고 쓰러진 시체들을 일일이 확인했고, 사진을 대조해 가며 몇 시간을 먼지 속에서 허비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없는 거 맞지?” “네, 없습니다. 확실합니다.” “그래.” 다시 한 번 재차 확인한 중대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무전기를 꺼냈다. 그의 목소리가 땅바닥을 굴렀다. “시신 못 찾았습니다. 도주 확인됩니다.” 소연은 그저 꼿꼿이 서서 하염없이 데이터만 날리는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보고를 몇 번을 쓰고 지웠다를 반복했지만 결국 보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미세한 감정의 파동도 허용하지 않았던 입술이 보기 드물게 비틀려 있었고, 기계적인 눈동자는 검게 가라앉았다. 원치 않던 결과가 무전으로 들려오는 순간. 소연의 얇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비소가 쇠붙이 같던 침묵을 때렸다. “본부장님, 시신 못 찾았답니다.” “그래, 그런 놈들이지.” “더 찾아보라고 할까요? 그래도 소대 하나를 보냈는데 그 둘이 전멸시켰을 리가…….” “아니.” 소연의 침묵 아래 분노가 끓어올랐다. 만만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소대 하나를 전부 괴멸시켜 버리다니. 그것도 단 둘이서. “다른 데 찾아보라고 해. 근처 죄다 뒤지고 탐지해. 원한다면 모든 지원을 다 해줄 테니까, 계속 수색해.” “알겠습니다.” 곧이어 소연이 두드리는 금속성의 타자음이 음울하게 울렸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 소연의 표정마저 조각조각 깨져갔다. 그녀가 퍼트리는 데이터는 모든 군경에 내리는 명령이었다. -한도희, 백시현 두 반역자 수배 정보 업로딩합니다. 해당 반역자들로 의심되는 인물이 있다면 이유 불문 사살하겠습니다. 파란 지붕의 권력자가 둘을 위험 수준 반역자로 올려놓은 건 이미 지난 주였다. 두 사람은 이제 그 어디서나 명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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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웃는 자

얼굴에는 피곤한 경계심이 가득했다.먼지와 피가 엉겨 붙은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고, 발걸음은 비틀거리며 겨우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뭐, 뭐하는 사람들이야? 둘 뿐인 것 같은데…….”자유롭게 날뛰는 저 눈빛들은 겨우 군부대 따위가 가둬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어딘가 묘하게 망가진 모습들.너덜너덜한 군복.한쪽은 육군 멀티캠, 한쪽은 흑복.그러나 구형이거나 여러 부대의 것이 섞인 듯한 옷.대체 뭐지, 저것들은?“그냥 우리 방해하면 다 쓸어버리는 사람들.”시현이 손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품 안에서 얇은 핀 하나를 손가락에 건 채 만지작거렸다.여차하면 바로 타깃을 향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시현은 이미 난장판이 된 카페와 불과 몇 분 전까지 도희를 안고 앉아있던 자리를 힐끔 쳐다보았다.둘이 앉아 있던 자리는 박살이 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피와 총탄, 그리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조각들이 널부러져 있었다.‘커피.’생각해 보니, 커피를 반도 못 먹었다.도희가 직접 가져와 데워준 커피였다.그리 생각하니 핀을 걸고 매만지던 시현의 손가락이 순간 우뚝 멈췄다.알량한 자비가 사라졌다.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들을 가치도 없었다.판단은 끝났다.다 없애버리겠다는 결론이 출력되는 순간.가차없이 딸칵, 하는 핀 뽑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쾅-“악! 뭐, 뭐야!”그를 향해 던진 수류탄이 아니었다.시현의 눈은 조준경이 되어 시민 혁명군의 기지를 정확히 잡아냈다.콰광, 쾅-건물이 제 형태를 잃고 처참히 가라앉았다.폭탄이 지르는 고함, 건물 속에서 연쇄적으로 터지는 또다른 탄약들의 굉음.시현에게 우연이란 것은 없었다.계산, 그리고 투시.그 능력이 낳은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박살이 난 채 잔해만 남은 혁명군의 기지.건물은 통째로 내려앉아 프레스로 압축해 놓은 꼴이었고 깃발은 부러지고 찢어졌다.귀한 무기고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혁명이든 뭘 하든 관심 없는데…… 우린 방해받는 순간부터.”차갑고 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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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예뻤어

도희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시현은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 순간, 피를 뚝뚝 흘리는 도희의 모습에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도희는 당황한 것도 잠시.애써 웃어보이며 물었다.“뭐야, 깼어?”“……너 그거 뭐야. 나갔다 왔어?”“무슨 소리가 들리길래. 정찰기만 설치하고 왔어.”“그럼 그 상처는 뭔데.”시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어두운 목소리가 도희의 목을 겨누었다.“아…… 이거? 그냥 날파리 좀 만났어.”도희는 허벅지를 쥐느라 피범벅인 손바닥을 힐끔 쳐다보았다.점점 시현의 심기가 뒤틀리고 있었다.피 묻은 손과 허벅지, 찢기고 먼지가 묻은 옷, 절뚝이는 다리.그가 그토록 아끼는 존재가 망가진 채 서 있었다.“예뻐 보이고 싶었는데…… 아깝다.”그 말에 시현이 폭발했다.쾅-시현이 단번에 다가와 도희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도희가 절뚝이며 돌아온 순간.그는 차라리 도희를 죽이고 싶었다.피범벅, 허벅지의 총상.그가 모르는 총탄과 피의 흔적.시현은 순간 숨을 삼켰더랬다.그러나 그가 진짜로 분노한 건 고작 도희의 총상 따위가 아니었다.“백시현.”“너 진짜…… 죽고 싶어?”시현이 입술을 깨물었다.비릿하게 올라오는 피.허구한 날 맡았던 익숙한 냄새.그래서 더 좆같은 냄새.“너 왜 나 없이 거기 있었어?”그녀가 자기 허락 없이 자기 곁을 벗어났다는 것.그녀가 다른 놈들과, 다른 남자들과 같은 공기를 마셨다는 것.그리고 지금, 그녀의 살에 남은 상처는 자신이 낸 게 아니라는 것.“왜 내가 아니라 다른 새끼 손에 다쳤냐고.”낮게 진동하는 목소리가 매캐하게 타들어갔다.“너, 내가 어디까지 너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도희의 말문이 막힌다.이미 그가 화가 난 포인트는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소유욕이 시현의 눈에서 엿보였다.“내가 너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졌다고 생각하는 걸 알면서 지금…… 어디서 감히.”걱정이 아니다.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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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침묵의 고백

다음날 아침.도희의 시선이 조용했다.붉게 젖은 붕대로 향한 시선이 점차 확신으로 떠올랐다.“야. 나도 의술 배울래.”“뭐?”시현이 고개를 들었다.“너도 다칠 때가 있을 거 아니야. 너 혼자 치료하는 것도 무리일 거고. 나도 배워서 너 치료할 거야.”시현은 그 속에 숨은 진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그는 알면서도 괜히 물었다.“왜?”“너 다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치는 것도 나 하나여야 되니까.”시현이 천천히 일어났다.시선은 완벽하게 도희를 조준하고 있었다.기괴하게 꺾인 사랑이 대답 안에 녹아들어 있었다.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뜨거운 덩어리가 속에서 폐를 짓눌렀다.시현은 벌떡 일어나 자기 품 안에 도희를 옭아맸다.죽을 만큼 간절하게.“그거야. 그거야, 한도희.”그리고는 자비 없는 키스를 쏟아부었다.도톰하고 작은 입술을 물 때마다 도희가 움찔거렸다.부드러운 입술에 상처를 내면 도희는 시현을 더 꽉 끌어안았다.아픈 키스.도희가 좋아했던 열락.“도희야. 숨 막혀?”“조금.”그러나 시현은 배려해줄 생각이 없었다.“그럼…… 내가 네 숨까지 다 빼앗았다는 거지?”“뭐, 그렇지?”시현의 입꼬리가 솟았다.그 미소가 도희를 마취시킨 순간, 억센 힘이 그녀의 얼굴을 당겼다.도희의 숨이 턱 막혔다.시현 역시도 그녀의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이 뚝 끊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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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총을 든 공주

“으아악!”퍽-“아악!”“……허.”도희가 지켜보며 헛웃음을 지었다.그녀가 더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백시현, 그의 살육이 본색을 드러냈다.마취제와 독이 섞인 주사기를 목에 꽂아넣어 적의 신경을 끊었다.허리춤에서 꺼낸 수혈 튜브로 목을 조이며 숨을 틀어막고, 그 순간 뒤에서 기습하려던 다른 적을 가뿐히 피하며 메스로 동맥을 갈랐다.“컥! 여, 여기! 도와줘!”시현의 살인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마음껏 비명을 지르고 고통에 몸부림칠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그리고 그 시간 속 인간은 천천히 시드는 것이었다.피의 분수 한가운데 이질적인 그의 무표정이 차가운 죽음을 내렸다.손끝마다 둔탁한 총소리를 내는 도희와 사뭇 달랐다.정확하게 어딜 노려야 사람이 죽는지, 어딜 찔러야 사람이 불구가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시현의 몸놀림은 최소화되고, 깔끔한 움직임 한 번에 피가 튀었다.관절이 무너지고 근육이 찢기며 피가 역류했다.“뭐야, 내가 할 게 없잖아.”도희가 총을 집어넣었다.총 대신 꺼낸 칼날에 흥미어린 도희의 미소가 비쳤다.시현의 도구는 치료도, 죽음도 구분하지 않았다.“억!”또 한 줄의 동맥이 잘려나갔다.탕-튀어나오려던 마지막 비명은 도희가 가져가 버렸다.시현이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면, 도희는 그저 파괴 그 자체였다.둘의 속도가 다르고 리듬도 달랐지만 단 한 번도 엇나가지 않았다.원래 그게 그들이 맞물리는 방법이라는 듯이.어느새 사방은 고요해졌다.바닥은 피로 질척거렸고 여기저기 급소가 잘려나간 시신들이 몸을 뻣뻣하게 굳히고 있었다.먼지와 땀, 피가 섞여 공기가 불쾌하게 끈적거렸다.그러나 시현과 도희 둘 다 살갗 한 번 베인 흔적조차 없었다.완벽한 승리였다.쓰러진 적들의 시체를 하나, 둘 밟고 도희가 지나왔다.바람에 그녀의 옷이 펄럭였다.찢어진 군복과 옷이 길게 늘어져 휘날리고, 발목을 휘감았다.피와 살 위로 신성한 광기가 걸어왔다.“너 공주 같다.”“뭐?”도희가 귀를 의심했다.하지만 시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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