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역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8-08
Par:  서화Mis à jour à l'instant
Langu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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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8년의 통일 대한민국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슬퍼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거대한 국가 체제 아래 고개 숙인 사람들 속 피어난 두 괴물이 있었다. 완벽한 인간 병기, 한도희. 사람을 살리는 동시에 가장 능숙하게 사람을 죽이는 군의관 백시현. 국가가 허락하지 않은 오류를 품은 두 사람의 총과 칼은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통제 체제를 향한다. 우린 정의로운 혁명가도 아니고, 자유를 갈망하는 시민도 아니다. 그저 빼앗기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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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itre 1

1화. 누가 더 미쳤을까

한도희는 피에 젖은 군복을 질질 끌며 문을 걷어찼다.

그 문은 철판이었고, 도희의 발도 군용 부츠였는데 이상하게 문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

안에서는 피 냄새가 뜨겁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냄새 위에, 달콤하게 미친 웃음이 가볍게 얹혀 있었다.

백시현은 조용히 피 튀긴 얼굴을 들었다.

불 꺼진 방에서 그의 눈만 유난히 맑았다.

마치 좋은 일이라도 생긴 사람처럼.

“너 왔네.”

도희는 방바닥의 시체들을 스치듯 보았다.

심장이 뜯긴 놈, 척수가 잘린 놈, 이미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도 헉헉거리며 살려달라 기어오는 놈.

“혼자 다 했어?”

“응. 지루해서.”

도희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총을 발끝으로 밀어 올려 잡았다.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놈의 머리통을 겨눴다.

“살려줘…….”

“살려달래.”

“죽일까?”

시현은 메스를 닦던 손을 잠시 멈추고 말했다.

“도희야. 그건 네 몫이 아니지. 오늘은 내가 하고 싶어.”

도희는 총을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더니 시현의 턱을 엄지로 툭 밀었다.

피가 튀어 손톱에 고였다.

“오늘 너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네가 들어오는 소리 들리니까 더 미쳤지.”

둘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포개졌다.

시체 위에서.

피 웅덩이 위에서.

군 병동 지하의 썩은 공기 속에서.

시현은 다시 메스를 들었다.

이번엔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우리 어디로 갈까?”

도희가 웃었다.

“몰라. 근데 너랑 있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아.”

“내가 데려갈까?”

“응. 날 좀 망가뜨려봐. 이 지옥을 먼저 때려부수기 전에.”

시현은 도희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천천히 스며들었다.

도희는 건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시현은 그 뒤를 따라가면서 아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지옥에서 기다릴게.”

***

“에러코드 442. 감정 통제 이상 감지됩니다. 반응 임계치 초과. 세부 경로, 섹터 2.”

화면에 뜬 글자들과 숫자들, 그리고 붉게 울리는 'Warning' 이라는 신호.

경고 사인을 읽은 연구원이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었다, 백시현.

금속성 기계음이 일정한 음으로 메아리치고, 곧 길거리에는 드론이 지나간다.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익숙하게 메스와 주사기를 정리하던 시현의 이마에 붉은 레이저가 쏘였다.

수틀리면 그 레이저가 찍힌 이마에 안정제가 박힐 것이다.

그러나 백시현은, 웃었다.

“또 에러가 났다 이건가…….”

드론에서 경고음이 터져나왔다.

감정도, 높낮이도 없는 차가운 음색.

-경고. 감정 과다. 제어 바랍니다. 경고, 감정 과다. 제어 바랍…….

“……시끄럽게…….”

시현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놓인 흰 약을 아무렇게나 입에 털어 넣었다.

-전파 감지. 안정 수치 돌아옵니다.

드론에서 안정 수치가 돌아온다는 기계음과 함께 그의 이마를 겨누던 레이저가 사라졌다.

드론은 할 일을 끝냈다는 듯, 복귀했다.

드론이 돌아가고 나자 시현은 마지막 남은 은빛 메스를 가슴 쪽 주머니에 꽂았다.

그리고는 아주 작게 웃었다.

“에러라…….”

감정을 억제하는 약은 그에게 필수였다.

이번에도 그는 약을 먹어야 했다.

칩조차 그의 광기 서린 감정을 온전히 제어하지 못했다.

“쾌감이겠지.”

다시 오류를, 에러를 낸 자신의 감정이다.

정교하고 견고하게 설계된 칩조차 뚫고 나오는 자신의 광기.

그 순간에 그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

2118년, 대한민국.

통일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된 한국은, 결국 인간의 마음까지 지배하려 들었다.

더 이상 감정은 없다.

민족은 만났으나 자유는 없다.

남쪽이 북쪽을 흡수한 결과치고는, 꽤나 어두운 현실이었다.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다.

감정을 통제하고 억압한다.

2118년의 대한민국 정부는 파격적인 제도를 내놓았고 반발 속에서 하나 둘씩 감정을 잃어갔다.

뉴스는 매일 같은 내용이 반복되었다.

“오늘도 안정 지수를 초과한 감정 표출자 57명이 체포되었습니다.”

“지속적 안정 지수 초과한 표출자 중 4명의 사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정서 안정 칩 미이식자 추적 중, 국민 제보 협조 바랍니다. 또한 감정 로그 미제출 시 통행제한이 강화될 예정입니다.”

거리는 깨끗하고, 조용하다.

웃음은 가짜였으며 눈물은 범죄다.

한때 감정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던 것이라 했었다.

지금은 통제의 대상이며, 감시의 이유가 되었다.

“국가는 지금껏 분단되어 왔던 국민을 전적으로 보호하고 빠른 단일화를 진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가 허락한 감정만이 ‘건강한 시민’의 조건이다.

불안, 분노, 슬픔, 증오는 반역이다.

웃음, 행복, 기쁨은 질병이다.

누구도 몰랐다.

자유 대한민국이, 통일을 하면 더욱 강해질 줄 알았던 시기가 벌써 수십 년 전이었다.

“흡수 통일은 우리 정부가 이뤄낸 가장 큰 업적입니다.”

“이번 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이니, 꼼꼼히 필기하도록 하세요.”

학교에서는 정부가 검열하고, 정제한 것들만을 가르친다.

정부에게 반하는 사상은 불온 사상으로 간주되었고, 조금이라도 다른 가치관을 드러낸다면 가차 없이 사살이었다.

감정을 드러내면 사이렌이 울리고, 억제제를 먹어야 했으며 반항하는 이에게는 드론이 날아왔다.

이 디스토피아 속 사람들은 색을 잃고 희미해져만 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있는 괴물이 있었다.

***

“오늘 사살 명단입니까?”

“그래, 이쪽 세 명은 주요 인물이니 이 세 명을 중심으로 타격해라.”

“알겠습니다.”

한도희.

언제부터 괴물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녀 스스로도 답을 찾지 못했다.

“재밌겠네.”

도희에게 내려온 사살자 명단.

반국가단체로 간주된 잠재적 반역자들, 이란다.

정부는 그렇게 말하고 도희에게 총을 건넸다.

명단을 보던 도희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순간 붉은 색으로 물들며 치솟는 감정 게이지.

“이리부대, 작전 개시.”

특수부대 요원이었고, 정부 소속의 극비 요원이다.

더더욱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타격 지점 전송 완료. 침투하라.”

무전기로 들려오는 본부의 명령에 도희는 검은 마스크 아래 또다시 섬뜩하게 웃었다.

미소조차 금지된 곳이었다.

분명 그녀는 사살 대상에 올랐어야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정부는 그녀에게 총을 겨누지 않았다.

“침투 완료. 2시 방향 타깃 두 명.”

“이브, 천천히 침투해. 급할 것 없어.”

무전기로 들려오는 상사의 목소리에 도희는 눈을 내리깔았다.

계속해서 감정 게이지는 붉은 색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아니, 내 임무야.’

도희는 망설임없이 침투한다.

정부가 죽이라고 한 국민에게, 총을 겨눈다.

“타깃 발견.”

짧은 목소리와 함께 총성이 울렸다.

탕-

격발되는 총탄은 깔끔하고 아름답게 날아가 정확히 조준했던 머리를 맞추었다.

피가 튄다.

도희의 얼굴에도 튄 피가, 꽃잎처럼 물들었다.

하지만 잔혹한 이리부대의 요원은 개의치 않았다.

“타깃 다섯 명 남았습니다. 주요 인물은 전원 사살 완료.”

본부에서는 탄성을 내뱉었다.

“저게 진짜 사람인가…….”

“사살 인원 전원 헤드샷 명중입니다.”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침투하고 타격하며 퇴각한다.

눈에 띄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러나 신속 정확하다.

흑복의 이브는 언제나 그렇게 처리를 해 왔다.

“전원 사살 완료. 임무 성공. 이브, 복귀합니다.”

본부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한 중년의 여성.

짧은 머리칼은 날렵한 외형을 부각시켜 주었고 날카로운 눈빛은 바쁘게 스크린을 꿰뚫고 있었다.

늘씬한 팔다리에 마른 체구.

건조한 표정.

국가정보국의 고위 간부 중 하나인 박소연이었다.

“본부장님, 이리부대 복귀합니다. 한도희 요원 전원 사살 성공입니다.”

“역시 이브야.”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동시에 이브, 도희는 골이 아픈 존재였다.

“이브, 오늘 감정 수치 최대 몇이었지?”

“최대 81%, 최소 33%입니다.”

그녀는 한숨을 지으며 이마를 짚었다.

위험한 존재다.

최대가 81%인 것도 문제였지만 최소가 33%인 건 더 문제였다.

도희는 유독 감정 제어가 안 되는 요원이었다.

비뚤어진 미소를 짓고, 적을 향해 짜증을 내고, 후임에게 화를 냈다.

“감정 억제제 더 처방시켜. 오늘 안정화 교육 다시 들어가고.”

“알겠습니다.”

무거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돌려보는 그녀에게, 옆에 앉아있던 팀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박소연 본부장님, 저…… 이브 말입니다. 그냥 사살하면 안 됩니까? 저 정도 수치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거면 진작 사살됐어야 하는데…….”

“나도 알아.”

“그럼 왜…….”

“이걸 봐.”

소연은 도희의 프로필과 실적 문서를 띄웠다.

화면에 꽉 들어찬 화려한 이력과 실적들.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웠다.

“임무 성공률 보여? 무려 97%야.”

“97%라고요?”

“저게 사람으로 보여? 저건 괴물이야.”

소연이 피식 웃으며 무표정한 얼굴의 프로필을 확대시켰다.

한도희, 이리부대 소속 중사. 코드네임 EVe.

임무 성공률, 97.2%.

“저번에도 민방연 고위 간부 7명을 혼자 다 사살했어. 전부, 헤드샷. 말이 되나, 이게? 저런 괴물을, 내가 써먹지 않는다고?”

소연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끈적한 욕심이 가득한 빛이었다.

“저런 괴물이 우리 정부 소속에서 움직인다는 건…… 특수부대 하나를 추가 운용하는 것과 같은 거야.”

“……무시무시하군요.”

하지만 소연은 도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도희의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역시…….

“본부장님, 이브 복귀 완료했습니다.”

“그래, 2병동으로 데려가서 안정화 교육 수료하라고 해. 수료 마치면 로그 데이터 전송하고.”

“알겠습니다.”

저 스스로도 통제 못하는 광기와 감정이 문제였다.

도희도 분명히 억제제를 먹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빈번히 안정화 교육을 받는다.

감정 제어 칩도 문제 없다.

그러나 그걸 뚫고 나오는 저 기이한 감정이 문제였다.

도희는…….

“시한폭탄이지.”

핀이 빠질 듯 말 듯 덜렁거리는 수류탄.

그게 딱 한도희였다.

“교육 수료 이후에는 숙소 제대로 복귀하는지 잘 봐. 위치 불일치하면 바로 추적 뜰 거야.”

“네, 본부장님.”

도희의 시한폭탄 같은 감정은 소연이 24시간 내내 그녀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위험인물 1순위 한도희.

잠재적 반역자 변질 가능성 매우 높음.

그게 정부가 바라보는 도희의 진짜 모습이었다.

***

“백시현 대위, 응답하라. 사형 집행하도록. 응답하라.”

“네, 대위 백시현입니다.”

“금일 18시, 수감자 1830번 사형 확정. 수술형 집행하도록.”

“알겠습니다.”

시현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과 전문 군의관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충직한 정부의 개이기도 했다.

외과의이자 동시에 그는 사형 집행인이 되었다.

“금일 18시 수술 집도합니다.”

시현의 말에 군의관들은 아무 말 없이 수술을 준비한다.

어떤 수술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게 시현이 동료들에게 ‘사형 집행’임을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누가, 어떤 수술을, 왜 받는지 알려줘야 할 이유조차 없으니까.

“시작합니다.”

“저, 선생님……. 저 진짜 수술 받는 거 맞나요?”

수술대에 누운 환자, 아니, ‘사형수’가 물었다.

시현은 말없이 주사를 손끝으로 톡톡, 튕기며 수술 준비를 했다.

마치 들을 필요도, 그럴 가치도 없다는 듯이.

“서, 선생님. 이거 수술 맞아요? 아니죠?”

시현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점점 사형수의 얼굴이 겁에 질려갔다.

하얗게 변한 낯빛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는 오늘, 감정 제어 강화 수술을 받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네, 수술 진행 예정입니다.”

난동을 피우면 피곤하니까.

시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결코 어떤 수술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이미 시현의 말조차 신뢰하지 못하게 된 사형수는 패닉에 빠져 어떻게든 수술대를 벗어나려 애썼다.

“서, 선생님.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 말 좀 들어보…….”

“수술 시작합니다. 마취 주세요.”

“선생님! 안 돼! 으아악! 제발, 아아아아악!”

수술 사형은 마취를 하지 않는다.

시현이 요청한 ‘마취’는, 진정제였다

산 채로, 몸이 수술대에 묶인 채로 해체되고 해부된다.

그것이 정부가 백시현에게 명령한 ‘수술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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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누가 더 미쳤을까
한도희는 피에 젖은 군복을 질질 끌며 문을 걷어찼다.그 문은 철판이었고, 도희의 발도 군용 부츠였는데 이상하게 문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안에서는 피 냄새가 뜨겁게 피어올랐다.그리고 그 냄새 위에, 달콤하게 미친 웃음이 가볍게 얹혀 있었다.백시현은 조용히 피 튀긴 얼굴을 들었다.불 꺼진 방에서 그의 눈만 유난히 맑았다.마치 좋은 일이라도 생긴 사람처럼.“너 왔네.”도희는 방바닥의 시체들을 스치듯 보았다.심장이 뜯긴 놈, 척수가 잘린 놈, 이미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도 헉헉거리며 살려달라 기어오는 놈.“혼자 다 했어?”“응. 지루해서.”도희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총을 발끝으로 밀어 올려 잡았다.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놈의 머리통을 겨눴다.“살려줘…….”“살려달래.”“죽일까?”시현은 메스를 닦던 손을 잠시 멈추고 말했다.“도희야. 그건 네 몫이 아니지. 오늘은 내가 하고 싶어.”도희는 총을 내렸다.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더니 시현의 턱을 엄지로 툭 밀었다.피가 튀어 손톱에 고였다.“오늘 너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네가 들어오는 소리 들리니까 더 미쳤지.”둘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포개졌다.시체 위에서.피 웅덩이 위에서.군 병동 지하의 썩은 공기 속에서.시현은 다시 메스를 들었다.이번엔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우리 어디로 갈까?”도희가 웃었다.“몰라. 근데 너랑 있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아.”“내가 데려갈까?”“응. 날 좀 망가뜨려봐. 이 지옥을 먼저 때려부수기 전에.”시현은 도희의 손을 잡았다.손가락 사이로 피가 천천히 스며들었다.도희는 건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시현은 그 뒤를 따라가면서 아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중얼거렸다.“지옥에서 기다릴게.”***“에러코드 442. 감정 통제 이상 감지됩니다. 반응 임계치 초과. 세부 경로, 섹터 2.”화면에 뜬 글자들과 숫자들, 그리고 붉게 울리는 'Warning' 이라는 신호.경고 사인을 읽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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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폭탄과 군견
“수고하셨습니다.”다른 군의관들이 하나 둘 수술방을 나왔다.시현에게 인사를 하던 동료들이 사라지자, 시현도 수술복을 벗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정돈했다.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 공허한 눈, 차가운 입꼬리.모든 게 정부가 원하는 모범 시민의 모습이었다.그러나 그의 손목을 감싸던 작은 기계에서 경보음이 울린다.-감정 수치 74%. 안정화 필요합니다.시현은 다시 거울을 보았다.날카로운 조각 같은 얼굴에는 그 어디에도 균열이라곤 없었다.그러나 경보음이 계속되고, 점차 그의 눈빛도 살아나기 시작했다.-감정 수치 78%. 안정화 필요합니다.‘귀찮았지. 짜증도 나고.’앞으로는 그냥 대충 둘러댈까.살려달라고 비는 사형수가, 사실은 내심 귀찮고 짜증이 났다.어차피 애원해도 달라질 것 없는데 말이야.피식, 그의 굳었던 입매에 작은 미소가 생겼다.-감정 수치 82%. 안정화 필요합니다.90%를 넘기면 드론이 날아올 거다.하지만 시현은 억제제를 먹을 생각도, 애써 억누를 생각도 없었다.도희가 시도 때도 없이 마구 치솟는다면, 시현은 아슬아슬하게 한계점 주위를 맴도는 사람이었다.“선생님, 파견 명령 내려왔습니다.”그때, 간호사가 들어왔다.그녀는 시현에게 작은 스크린을 건넸다.“파견?”“네, SMD로의 파견입니다.”“SMD…….”이제 진짜 마음대로 부려먹겠다는 건가, 아니면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걸까.SMD, 정부 직속 산하 의료기관이었다.여기에 간다는 건, 정부가 직접 시현을 눈여겨 보았다는 것이었다.그걸 잘 알고 있는 시현은 궁금해졌다.정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네, 알겠습니다.”근무지와 자세한 소속까지 전부 확인한 시현은 화면을 꺼 버렸다.어차피 거기 가도 똑같겠지.똑같이 사람을 살리고, 그러다 몇 번은 또 사람을 죽이고.그저 이렇게 로봇 흉내내는 인간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야. *** “백시현. 오늘부터 공군에서 SMD로 파견이라고?”“네, 그렇습니다.”“근무지는?”“섹터 2 M구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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