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역: Chapter 1 - Chapter 10

35 Chapters

1화. 누가 더 미쳤을까

한도희는 피에 젖은 군복을 질질 끌며 문을 걷어찼다.그 문은 철판이었고, 도희의 발도 군용 부츠였는데 이상하게 문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안에서는 피 냄새가 뜨겁게 피어올랐다.그리고 그 냄새 위에, 달콤하게 미친 웃음이 가볍게 얹혀 있었다.백시현은 조용히 피 튀긴 얼굴을 들었다.불 꺼진 방에서 그의 눈만 유난히 맑았다.마치 좋은 일이라도 생긴 사람처럼.“너 왔네.”도희는 방바닥의 시체들을 스치듯 보았다.심장이 뜯긴 놈, 척수가 잘린 놈, 이미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도 헉헉거리며 살려달라 기어오는 놈.“혼자 다 했어?”“응. 지루해서.”도희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총을 발끝으로 밀어 올려 잡았다.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놈의 머리통을 겨눴다.“살려줘…….”“살려달래.”“죽일까?”시현은 메스를 닦던 손을 잠시 멈추고 말했다.“도희야. 그건 네 몫이 아니지. 오늘은 내가 하고 싶어.”도희는 총을 내렸다.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더니 시현의 턱을 엄지로 툭 밀었다.피가 튀어 손톱에 고였다.“오늘 너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네가 들어오는 소리 들리니까 더 미쳤지.”둘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포개졌다.시체 위에서.피 웅덩이 위에서.군 병동 지하의 썩은 공기 속에서.시현은 다시 메스를 들었다.이번엔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우리 어디로 갈까?”도희가 웃었다.“몰라. 근데 너랑 있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아.”“내가 데려갈까?”“응. 날 좀 망가뜨려봐. 이 지옥을 먼저 때려부수기 전에.”시현은 도희의 손을 잡았다.손가락 사이로 피가 천천히 스며들었다.도희는 건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시현은 그 뒤를 따라가면서 아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중얼거렸다.“지옥에서 기다릴게.”***“에러코드 442. 감정 통제 이상 감지됩니다. 반응 임계치 초과. 세부 경로, 섹터 2.”화면에 뜬 글자들과 숫자들, 그리고 붉게 울리는 'Warning' 이라는 신호.경고 사인을 읽은 연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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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폭탄과 군견

“수고하셨습니다.”다른 군의관들이 하나 둘 수술방을 나왔다.시현에게 인사를 하던 동료들이 사라지자, 시현도 수술복을 벗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정돈했다.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 공허한 눈, 차가운 입꼬리.모든 게 정부가 원하는 모범 시민의 모습이었다.그러나 그의 손목을 감싸던 작은 기계에서 경보음이 울린다.-감정 수치 74%. 안정화 필요합니다.시현은 다시 거울을 보았다.날카로운 조각 같은 얼굴에는 그 어디에도 균열이라곤 없었다.그러나 경보음이 계속되고, 점차 그의 눈빛도 살아나기 시작했다.-감정 수치 78%. 안정화 필요합니다.‘귀찮았지. 짜증도 나고.’앞으로는 그냥 대충 둘러댈까.살려달라고 비는 사형수가, 사실은 내심 귀찮고 짜증이 났다.어차피 애원해도 달라질 것 없는데 말이야.피식, 그의 굳었던 입매에 작은 미소가 생겼다.-감정 수치 82%. 안정화 필요합니다.90%를 넘기면 드론이 날아올 거다.하지만 시현은 억제제를 먹을 생각도, 애써 억누를 생각도 없었다.도희가 시도 때도 없이 마구 치솟는다면, 시현은 아슬아슬하게 한계점 주위를 맴도는 사람이었다.“선생님, 파견 명령 내려왔습니다.”그때, 간호사가 들어왔다.그녀는 시현에게 작은 스크린을 건넸다.“파견?”“네, SMD로의 파견입니다.”“SMD…….”이제 진짜 마음대로 부려먹겠다는 건가, 아니면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걸까.SMD, 정부 직속 산하 의료기관이었다.여기에 간다는 건, 정부가 직접 시현을 눈여겨 보았다는 것이었다.그걸 잘 알고 있는 시현은 궁금해졌다.정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네, 알겠습니다.”근무지와 자세한 소속까지 전부 확인한 시현은 화면을 꺼 버렸다.어차피 거기 가도 똑같겠지.똑같이 사람을 살리고, 그러다 몇 번은 또 사람을 죽이고.그저 이렇게 로봇 흉내내는 인간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야. *** “백시현. 오늘부터 공군에서 SMD로 파견이라고?”“네, 그렇습니다.”“근무지는?”“섹터 2 M구역입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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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오타

국가정보국 심리연구본부. 민기는 조용히 임무 수행 중이던 도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숨을 죽이고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보다 더 치솟는 그녀의 감정, 이제는 익숙하게 울려대는 경보음까지. 다른 게 있다면, 오늘 도희의 감정은 순식간에 90%를 뚫었다는 것이다. 천천히 예열된 것이 아니라 폭발하듯 한계선을 넘어버린 그녀의 감정. 도희가 출동한 드론을 총으로 쏴 버리자마자 놀란 민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야?’ 멍하니 화면 속 고철이 된 채 나뒹구는 드론을 보던 민기. 그는 허겁지겁 데이터 자료를 가지고 소연에게로 뛰어갔다. 드론을 쏴 버린다고?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백시현도, 그리고 저 한도희조차도. “본부장님!” “뭐지?” “이것 좀 보십시오.” 민기가 건넨 데이터 파일을 천천히 바라보는 소연의 눈동자에도 보기 드문 당황스러움이 서렸다. 눈이 조심스럽게 깜빡였다. 기계적인 냉정함으로, 그러나 뭔가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스쳤다. “뭐야, 이게.” “한도희 요원, 임무 수행 중에…….” 민기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안정화 드론 폭파시켰습니다.” 소연은 말없이 눈을 감았다. 아쉬운 작별의 순간이 온 건가. “더는 못 봐주겠네.” 소연은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이리부대 한도희 중사, 코드네임 EVe. 위험인물에서 잠재적 반역자로 격상. 칩 추가 삽입 예정. 소연의 음울한 눈에서 스산한 향기가 불었다. 도희를 제어할 수 없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지 않던가. 도희가 처음 이리부대에 입대하고, 강화인간 프로젝트에 성공하고, 본격적으로 소연까지 괴물이라 인정했을 때부터. 도희는 아슬아슬했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 오늘 같은 돌발 행동은 처음이었다. 이제는 도희를 어찌할 수가 없는 상태다. “한도희 요원 근무지 변경해. 이제부터 N구역 고정이다.” “알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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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 미친 의사

“응급 이송입니다! 어깨와 늑골 쪽에 총상 있고 경부 쪽에 찰과상 있습니다! 거기다 복귀가 지체되어 화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도희는 거의 반 실신한 상태로 병동에 들어왔다.심한 부상이라, SMD 본부는 그녀를 가장 가까운 병동으로 이송시켰다.섹터 2 M구역, 제 4병동.“복귀 얼마나 지체된 겁니까?”백시현이 있는 곳으로.시현이 다가와 구급대원에게 물었다.“43분입니다.”“CT 찍고 수술 준비하세요.”시현은 천천히, 그러나 무감각한 얼굴로 도희의 상처를 살폈다.이 정도 상태인데 정신을 붙들고 있는 게 대단했다.고개를 갸웃하던 시현은 CT를 찍고, 도희의 데이터를 보자마자 납득했다.한도희, 강화 3단계 완료.‘나보다 더 높은 단계는 처음 보네.’조용한 수술방 안, 시현은 분주했고 도희는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어깨가 찌르듯이 아파왔지만 오히려 덕분에 죽지 않았구나, 알 수 있다.그래서 매번 작전 수행을 할 때마다 고통이 고마웠다.아직 여기가 현실이라는 걸 알 수 있기에.조용히 삑삑거리는 모니터 소리, 달그락거리며 부딪히는 장비 소리.그 속에서 둘 다 말없이 제 할 일을 하고 있지만 묘하게 신경은 기민하게 곤두서 있었다.시현은 숨을 몰아쉬며 핏기 서린 눈을 한 도희에게, 도희는 건조하게 장비를 만지는 시현에게.시현은 도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도희는 시현을 의식하며 숨을 몰아쉬었다.침묵, 그리고 날카로운 정적.그 속에서 끊어질 듯 당겨진 팽팽한 긴장감.서로의 오감이 극도로 다듬어지는 순간이었다. “수술 들어가겠습니다.” 시현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위에 마스크를 덧씌웠다. 시선은 차가운 금속들에게 가 있었지만, 시현도 도희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시신경이 폭발 직전이라는 걸. 수술대에 닿은 도희의 등에서 소름이 흘러내렸고, 시현의 손끝에서는 시린 긴장감이 앉았다.도희는 느껴지는 고통에 머리를 살짝 뒤로 젖히다 웃었다.‘미친 새끼가 확실해.’***국가정보국 심리연구본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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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수술 속 피어나다

“마취 하나요?” “그렇습니다.” 시현이 주사기를 집어들었다. 진정제와 마취제가 든 주사기였다.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이상하리만치 붉게 빛이 났다. “필요 없어요.” 수술 도구들을 펼쳐놓던 시현의 손이 멈칫했다. 일순간 그의 눈빛도 흥미롭게 빛났다. 그러나 이내 그는 그 모든 기색을 감추었다. 다시금 시현은 도희의 데이터를 천천히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글자 하나하나가 그의 머리에 전부 저장되어 있었다. ‘한도희, 89년생, 특전사 이리부대 중사. 코드네임 EVe. 강화 3단계 완료.’ 아주 간단하고 당연한 정보들이다. 그러나 마스크 속에서, 시현은 피식 웃었다. 재밌는 애네. 아플 텐데도 묘하게 광기가 살아있는 것 같은 눈빛을 보며 시현은 자기도 그 눈에 물드는 것 같았다. 매번 저런 눈을 하고 다니는데 아무도 저 눈빛을 신경쓰지 않았단 말인가? “아플 텐데, 잘 참네요.” “살아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 말에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도희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자신을 에러 보듯 쳐다보는 그 시선은 익숙하다. 하지만 단 한 명, 묘하게 동감하는 듯한 시현의 눈빛은 처음이었다. 도희는 주사기를 집어든 시현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미친 사람 같죠?” 시현은 도희의 미소를 보며 멈칫했다. 웃을 줄…… 아는 건가? “아니요.” 시현은 대답하며 주사기 바늘 끝을 두드렸다. “원한다면 수면 마취는 안 하겠지만, 약은 소량만 쓰겠습니다. 지금 이 정도 부상이면 쇼크 와요. 일반인이면 벌써 기절하고 난리 났어요.” 강화인간이라 이 정도 버티는 거지. “배려심 있으시네요, 선생님.” 시현은 익숙하게, 그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주사를 놓았다. 점점 고통이 희미해져 간다. 무딘 감각이 찢어진 살갗을 대신 채운다. 상처 부위가 무감각해지는 그 기분이 도희는 영 별로였다. “보통 안 아프게 해 달라던데.” “전 이게 좋아요.” 시현이 살짝 도희의 눈을 쳐다보았다. 도희의 눈과 시현의 눈이 허공에서 맞붙었다. 이상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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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너의 눈

바깥에서 다급한 병동 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시현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수술 집도한 지 7분밖에 안 지났는데.‘갑자기 집도의 교체? 수술 도중에?’수술방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서, 그는 밖에서 계속 명령이라며 시현을 불러야 했다.“백시현 대위! SMD 직속 명령입니다! 집도의 교체하세요!”시현이 고개를 갸웃했다.도희도 뭔가 이상한지 인상을 쓰고 있었다.시현은 트레이에 올려진 추적기와 칩을 힐끔 보고는 망설임없이 쓰레기통에 그대로 떨어트렸다.아무런 미련도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는 손짓.싸늘한 손놀림의 바람 속에서 도희를 짓누르던 작은 감정 억제기는 그저 쓰레기로 전락했다.탁, 하는 소리가 이제는 그 고철덩이에 불과한 검은 플라스틱의 마지막 비명이 되었다.“한도희 씨.”시현은 도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건조한 눈이, 불꽃 같은 눈을 만나자 일시적으로 살아난 듯했다.“다음에 보죠.”도희는 그가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수술방을 나갈 때까지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시현의 눈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피처럼 스며든 광기, 미처 제대로 억누르지 못한 생기.‘나랑 같은 부류다.’같은 사람이란 걸, 도희는 보자마자 느꼈다.다음에 보자는 말이 도희에게는 여운이었다.수술방을 나가며 시현이 마스크를 벗었다.이상했다.SMD에서 직접 내린 명령?게다가 그 명령은 수술 도중에 집도의 교체.‘내가 저 여자 수술을 집도하면 안 되는 건가?’시현은 소독을 하고 가운을 입은 의사에게 물었다.무슨 일이길래 수술 도중에 집도의 교체를 명령하냐고.그러나 그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어깨, 늑골, 경부 총상에 2도 화상 있습니다. 우선 어깨 지혈은 완료했고 바이탈은 심박수 100에서 110, 조금 빠릅니다. 혈압은 120/80으로 유지 중입니다. 폐 손상은 경미하지만 기흉 여부 체크 부탁드립니다. EKG도 같이요. 아, 늑골 쪽은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그렇군요. 알겠습니다.”교체된 집도의는 수술방으로 들어섰다.시현이 인계해 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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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이제 꺼져

수술 가운을 벗고 당직실에 돌아왔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인지라 사방이 조용했다. 몇 분 째 시현의 벼려진 메스가 손끝을 두드리고 있었다. 시침 소리 대신 메스가 피부를 툭, 툭 건드리는 소리. 정적 속에서 몇 번이고 메스 소리가 흩어졌을까. ‘미친 짓이야.’ 반역죄였다. 들키면 사형이다. ‘금방 잊혀질 거야. 잠깐 특이한 사람을 만나서 그런 거겠지.’ 칩을 빼버린 것도 단순한 충동이자 해프닝이었다. 도희의 감정 제어 칩까지 없애버린 건, 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저 더 보고 싶어서. 그 눈빛이, 더 살아움직이는 걸 보고 싶어서. 망할 칩 따위가 도희를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목줄을 풀어주면 어떻게 될지 흥미롭기까지 했다. 도희의 저 눈빛이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을 했다. 그리고, 무언가가 틀어졌다. 시현의 눈빛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그 안에서 이성의 막이 찢기듯 흔들렸다. “아…….” 눈에 닿지 않는 미소였다. -감정 수치 92%. 안정화 필요합니다. 동시에 드론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 또 에러가 났다고……?” 당직실로 드론이 날아들며 경고음이 울렸다. -대상 0075. 감정 초과. 제어 불가. 안정화 프로토콜 가동합니다. 익숙한 기계음. 시현은 그 음성을 향해 천천히 총을 들었다. 탕- 한 번, 두 번. 확실히 하겠다는 무언의 태도. 망설임도 없었고 경고도 없었다. 드론이 폭발하며 공기 중에 작은 불꽃이 튀었다. 드디어 시현의 손끝을 두드리던 메스가 멈췄다. 시현은 목을 덮고 있던 머리카락을 걷었다. 도희를 억누르고 시현을 묶어두던 얇은 칩. “에러 통제하느라 고생 많았어.” 그가 속삭였다. “이제 꺼져.” 날선 메스가 거침없이 피부를 갈랐다. 순간의 고통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피에 물든 손끝이 칩을 움켜쥐었다. 치익- 피와 기계음이 동시에 터졌다. 억눌러졌던 감정의 댐이 터지는 소리였다. 정제되지 않은 분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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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폭풍전야

또 다쳤나?도희가 보고 싶어 온 N구역이었다.도희는 아직 회복 단계에 있을 테니 어느 회복실에 있는지 찾아낼 생각이었다.‘그런데 또 수술이 있다고?’스크린을 아래로 내렸다.그리고 그는 이내 허, 하고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감정 통제 목적으로 제어 칩 재삽입 예정……이라.’시현의 고개가 조용히 비뚤어진다.입가에는 광기 서린 미소가 걸리고.‘그걸 또 집어넣겠다고.’스크린을 내리는 시현은 도희의 수술방을 알아냈다.오늘 오후 16시.10분 뒤다.10분만 늦었어도…….도희가 안쓰러워서가 아니다.연민도, 동정도 아닌 감정이다.‘내가 빼냈는데…… 또 손을 대?’비틀린 집착이었다.도희를 본 순간부터, 스스로 칩을 없앤 순간부터.그는 소유욕에 잠식되고 있었다.천천히 허리를 일으킨 그는 다음 장소로 향했다.병동 8층, 도희의 수술방으로.***“M구역 군의관 이도준 중위입니다. 집도의 교체 명령입니다.”“……예?”“SMD 상부 명령입니다.”“저는 못 받았습니다만.”수술방 앞에서 시현과 집도의의 기싸움이 벌어졌다.간단한 삽입술이라 집도의는 고작 한 명.갑자기 나타난 시현 때문에 도희의 시술이 지연되고 있었다.“보이십니까? SMD 직속 명령입니다.”시현은 그에게 패드를 내밀었다.물론 조작이었다.예전에 썼던 명령서를 글자 몇 개만 바꾼, 아주 조잡한 가짜 문서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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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선악과를 먹은 이브

회복실.도희는 수술만 마치고 떠나버린 시현 때문에 혼란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그가 추적기를 버려 주었다.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픈데, 도희는 정부가 자신에게 추적기를 다시 심으려 했다는 것 때문에 화가 치밀어오르는 중이었고, 그 분노가 너무 생경하게 느껴져 어색하기까지 했다.지금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게 맞나?언제 이렇게 강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단지 도희가 이상하다기에는, 몸에서 뭔가 변화가 있는 거다.‘그 의사…….’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른다.그 사람은 내 이름을 알 텐데.‘그 의사라면 지금 내 상태가 왜 이런지도 알까?’심장이 조금 더 자유롭게 날뛰는 중이었다.숨이 살짝 더 가빠지지만 들숨에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몸이 가볍고, 머리가 상쾌했다.‘온 세상이 쨍한 기분이야.’광기가 들끓는 자유.신경감각이 살아 꿈틀대는 것 같은 흥분.하지만 지금 그녀는 고통스럽지 않았다.오히려 해방감이 느껴지고, 자유롭고, 몸이 가볍다.‘혼란스러워.’도희는 베개에 머리를 박았다.‘그 사람 때문일지도 몰라.’총에 맞고 그 남자에게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정확히 그때부터 변했다.그때부터 도희의 감정이 날뛰고 솟구치고 난리가 났다.‘만약 정말 그 의사 때문이라면,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물어봐야겠어.’정부의 숨겨진 사냥개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도희는 그 의사를 믿고 싶었다.살아 움직이는 도희의 눈빛이 보고 싶다던 말은 거짓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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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신을 모방하는 자

도희가 살짝 웃었다.그에게 화를 내고 싶었던 건 아니다.“처음엔 조울증인가 했어요. 그러다 생각해 보니 당신 수술받은 직후부터 이렇게 변했더라고요.”도희가 조용히 말했다.“싫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원래대로 돌려놔 달라고 찾아온 것도 아니에요.”조용한 목소리다.그러나 시현은 웃었다.그 차분함 속에서 묘한 흥분을 알아차렸기에.“그냥 알고 싶었어요. 나한테 뭘 한 건지, 왜 한 건지.”시현은 제대로 숨을 쉬는 도희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저 도희가 말을 다 뱉어낼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그리고…… 당신도 날 다시 보고 싶어했는지.”사실 가장 궁금했던 사실일지도 모른다.“당신의 단독 행동인가요?”도희가 물었다.“그렇습니다.”“또 만날 수 있어요?”잠시 그가 도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넘치려는 걸 겨우 막고 있는 듯한 백시현의 눈빛.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런 핑계도, 변명도 대지 않고 그저 그게 끝이었다.그게 시현의 대답이었다.“네.”***자유로워진 도희는 그런 감정의 파동을 만끽했다.그녀에게서 칩이 사라진 걸 아직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소연마저도.도희의 감정이 이상할 만큼 안정되어 있는데, 소연은 칩 추가 삽입이라는 스스로의 덫에 걸려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다.이제야 모든 게 제자리를 찾고 안정화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중이었다.‘또 만나고 싶은데…….’서로 금지구역에서 근무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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