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통통한 비서, 상사와 계약 결혼하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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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b헬레나는 순간 숨을 죽였다. 심장이 너무 세차게 뛰어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까지 느껴졌다. 그녀는 기둥 근처 오른쪽 구석을 힐끗 바라보았다. 평소 한셀 부인이 세워 두던 감시자가 서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카엘이 헬레나를 감싸며 지켜 주는 모습을 확인한 한셀 부인의 측근이 몇 분 전 자리를 떠난 모양이었다.자신을 감시하던 어머니의 사람이 더 이상 이곳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카엘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불과 몇 분 전 헬레나를 구하기 위해 드러냈던 보호적인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회사 회의실에서 늘 보여 주던 차갑고 냉정한 눈빛이 다시 그의 얼굴에 자리 잡았다.카엘은 작게 코웃음을 쳤다. 곧이어 입가에서 경멸이 섞인 희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참 대단하십니다, 쿠수마 씨.”카엘이 무심하게 대꾸했다. 느긋한 듯하면서도 날카롭게 파고드는 목소리였다.쿠수마 씨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요?”“물론 아까는 그저 농담이었을 뿐입니다.”카엘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에 있던 몇몇 직원과 동료들이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곁눈질로 헬레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낯설 정도로 차가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저런 외모의 여자가 어떻게 제 아내가 될 수 있겠습니까? 제 여자를 보는 기준이 쿠수마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낮지는 않습니다. 저 여자는 여전히 제 서류를 관리하는 비서일 뿐입니다.”쿵.카엘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들은 거대한 쇠망치처럼 헬레나의 온몸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가슴이 갑자기 숨이 막힐 듯 조여 왔다. 마치 호화로운 방 안의 산소가 모조리 빨려 나간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 헬레나의 마음을 짓밟았던 해리와 제시카의 모욕보다도 훨씬 더 깊은 상처가 심장을 찔렀다.헬레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눈동자는 구두 아래의 대리석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침대 위에서 꼭 끌어안았던 바로 그 남자가, 한 여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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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헬레나와 카엘의 발걸음이 대저택의 웅장한 티크나무 문이 열리면서 대리석 바닥 위에 나란히 울려 퍼졌다.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연회장에서 카엘이 내뱉었던 잔인한 말들이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놓은 듯했다. 그러나 카엘의 단단한 발걸음은 거실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 있는 중년 여성을 발견하는 순간 갑자기 멈췄다.“엄마?”카엘이 놀라 외쳤다. 그의 굵은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질 만큼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한슬 부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까지 병색이 짙었던 창백한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소였다.“카엘, 헬레나, 벌써 돌아왔니?”카엘의 뒤에 서 있던 헬레나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집 안에 시어머니가 있는 것이 그녀에게도 뜻밖이었다.“어머니? 이제 완전히 회복하신 거예요?”“이제 훨씬 좋아졌단다, 얘야. 병원 의사 선생님이 오늘 오후에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한슬 부인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었지만, 눈빛에는 진심 어린 행복이 가득했다.“하루 종일 병원에서 약 냄새를 맡고 있는 것도 지겨웠거든.”“아, 정말 다행이에요, 어머니.”헬레나는 순간 가슴 가득 밀려드는 안도감을 느꼈다. 곁에 있는 카엘의 차가운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앞으로 다가가 시어머니의 품에 조심스럽게 몸을 던지듯 안겼다.“며칠 동안 어머니 상태가 걱정돼서 정말 마음을 졸였어요.”한슬 부인은 부드럽게 헬레나의 등을 토닥이며 작게 웃었다.“고맙구나, 내 며느리야. 네가 곁에 있어 주는 것과 너희의 결혼이 내 병에는 정말 최고의 약이 되어 주었단다.”카엘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한 손은 턱시도 바지 주머니에 꽂혀 있었고, 턱은 살짝 굳어 있었다.“왜 먼저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엄마? 제가 간호사와 함께 모시러 갔을 텐데요.”“그럴 필요 없었단다, 카엘. 회사 일도 바쁠 텐데 오늘 연회까지 있는데 방해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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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티크나무로 된 안방 문이 단단하게 닫히는 소리와 함께, 헬레나와 카엘은 갑자기 비좁고 숨 막히는 듯한 둘만의 공간에 갇혔다. 카엘은 곧장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소파 위로 내던졌다. 그리고 침대 앞을 길게 오가며 초조하게 걸었다.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극심한 답답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헬레나는 문 근처에 얼어붙은 듯 서서 작은 파티용 가방을 풍만한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초조하게 움직이는 카엘의 넓은 등을 바라봤다.“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아, 헬레나.”카엘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 너무 빠른 동작에 그의 검은 눈이 헬레나의 눈을 정면으로 꿰뚫었다.“엄마가 우리와 같은 지붕 아래에서 지내는 이상 쉽게 속일 수 없을 거야.”헬레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무겁게 내려앉은 피로를 떨쳐 내려고 했다.“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카엘 씨? 아까 어머니께 그 ‘과정’을 약속한 건 카엘 씨잖아요.”카엘은 그녀에게 다가와 정확히 세 걸음 앞에서 멈췄다. 턱을 단단히 굳힌 채였다.“그냥 시험관 시술을 받으면 돼.”카엘이 극도로 담담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마치 평범한 사업 계약을 논의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였다.“네?!”헬레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의 상사이자 계약 남편인 카엘을 바라봤다.“그, 그런 방법이 정말 가능한가요? 그러니까, 그런 시술은…… 저는……”헬레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저 아직 처녀예요, 카엘 씨.”그 순진한 고백을 들은 카엘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의 시선은 무심코 아래로 향했고, 헬레나의 도톰한 입술에 머물렀다.카엘이 제안한 극단적인 방법에 충격과 불안이 몰려온 헬레나는 본능적으로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다시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치아가 살짝 붉어진 부드러운 입술을 짓누르는 모습은, 그날 오후부터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카엘의 욕망에 다시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그렇게 입술 깨물지 마!”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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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욕실 문이 열리는 부드러운 소리가 침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차가운 정적을 깨뜨렸다.헬레나는 고개를 깊게 숙인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 동그란 눈은 퉁퉁 불어 터질 듯 붉어져 있었고, 타일 벽 뒤에서 얼마나 격렬한 눈물 폭풍이 휘몰아쳤는지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라일락빛 드레스는 여전히 그녀의 굴곡진 몸매에 착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너무나 시들고 위태로워 보였다.침대 끝에 앉아 바닥을 노려보고 있던 카엘은 즉시 허리를 곧게 펴올렸다. 그는 자신과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천천히 걸어 나오는 헬레나의 걸음걸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쫓았다."헬레나," 카엘이 그녀를 불렀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공격할 때 사용했던 거칠고 잔인한 톤은 온데간데없이, 그의 목소리는 훨씬 낮아져 있었다.헬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대형 옷장으로 직진한 그녀는 손가락을 미세하게 떨며 갈아입을 옷을 찾기 위해 옷걸이를 밀어냈다.카엘은 긴 한숨을 내쉬며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비비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상처받았다면 사과하지." 카엘이 옷장을 향해 두 걸음 다가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헬레나의 손길이 몇 초간 멈칫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뒤돌아보기를 거부했다."하지만 네가 명심해야 할 건," 죄책감의 무게에 흔들리기 시작한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카엘이 다시 목소리를 굳혔다. "넌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처음부터 널 계약 아내로 선택한 거고. 서로에게 끌릴 일이 없으니 이 관계가 복잡해질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여전히 가슴을 아리게 파고드는 그 뻔뻔한 자기합리화를 들으며, 헬레나는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통증을 누르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잽싼 동작으로 옷걸이에서 회색 사틴 잠옷을 낚아채듯 꺼내 들고는 카엘을 향해 돌아서서 맞섰다."네, 잘 알고 있어요." 헬레나가 더 이상의 말을 막아서듯 단호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무뚝뚝하게 응수했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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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차가운 욕실 벽조차 카엘의 가슴속에서 휘몰아치는 동요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머리 위로 쏟아부은 차가운 물줄기 덕분에 거의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하복부의 팽팽한 긴장이 완화되었다. 마침내 욕실 문이 다시 열리자, 카엘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다른 작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리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그의 첫 시선은 자연스럽게 창문 근처의 긴 소파로 향했다. 텅 빈 소파.카엘은 방 한가운데 놓인 킹사이즈 침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가슴까지 올려 덮은 두꺼운 이불 아래로, 헬레나가 이미 그에게 등목을 대한 채 모로 누워 있었다. 굴곡진 체형을 가진 여자의 호흡 소리는 고르고 깊었으며, 이는 지독히도 피곤했던 하루를 보낸 그녀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카엘은 거대한 안도감이 섞인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침대 기둥에 잠시 기댄 채 회색 잠옷에 싸인 헬레나의 실루엣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다행이군," 바람에 날려갈 듯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카엘이 중얼거렸다. "적어도 오늘 밤은 떼를 쓰며 날 미치게 만들진 않으니."그녀의 잠을 깨울세라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조심하며, 카엘은 드레스룸으로 조용히 걸어가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 반대편에 누웠다. 그는 마치 서로의 몸이 다시는 닿아서는 안 된다는 금기 선이라도 그어져 있는 것처럼, 두 사람 사이에 최대한의 거리를 두었다.새벽 5시, 카엘의 휴대폰 알람이 진동했다. 밖은 여전히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지만, 카엘은 이미 넥타이만 매지 않은 정장 셔츠 차림으로 곧게 서 있었다. 그는 이제 막 미동을 보이며 꿈나라에 남아 있던 의식의 조각들을 모으려 애쓰는 헬레나를 내려다보았다."일어나, 헬레나." 침대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딱딱 치며 카엘이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불렀다. "지금 출발해야 해."헬레나는 여전히 묵직하고 퉁퉁 부은 눈을 끔벅이더니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지금요? 아직 6시도 안 됐잖아요, 사장님. 출근 시간까지는 한참 남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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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카엘의 길고 다급한 보폭이 마침내 멈춘 곳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이었다. 수도로 돌아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카엘은 곧바로 소파에 정장 재킷을 던져버리고는, 막 조용히 침실 문을 닫고 들어온 헬레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윌리엄 카터 박사의 진료실을 나선 이후부터 줄곧 그를 괴롭히던 생각들 때문인지, 남자의 얼굴은 유난히 긴장되어 있었고 턱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다른 선택지는 없어, 헬레나." 침묵을 깨고 들려온 카엘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화장대 근처에 서 있던 헬레나는 얼어붙은 채, 차갑게 식어버린 손가락으로 핸드백 끈을 꽉 움켜쥐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카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헬레나의 동그란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박사가 설명하는 거 들었잖아. 체외수정 시술은 당신 안전에 너무 위험해. 그 위험을 내가 감수할 수는 없어. 그러니 유일한 방법은… 어머니 앞에서 임신한 척하는 것뿐이야."쿵.마치 거대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 보스의 입에서 무심하게 흘러나온 그 말에 헬레나의 굴곡진 가슴이 터질 듯 조여왔다.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폭풍처럼 밀려드는 질문들에 가슴 깊은 곳이 견딜 수 없이 아파왔다.임신한 척하라고? 헬레나는 속으로 탄식하며 붉게 달아오른 눈가를 애써 감췄다. 우리가 이 거짓말을 어디까지 계속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당신 눈에 제가 그렇게 혐오스러운가요? 제 몸이 그렇게 역겨워서, 아이를 갖기 위해 손끝 하나 대는 것조차 차라리 거대한 거짓말을 꾸며내는 게 낫다는 건가요?헬레나는 볼 안쪽 살을 꽉 깨물었다. 이미 눈가에 고인 눈물이 흘러내려 나약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참아냈다."헬레나? 듣고 있는 거야?" 헬레나가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카엘의 짙은 눈썹이 험악하게 꿈틀거렸다.헬레나는 어깨를 펴고, 최대한 경직되고 무미건조한 비즈니스용 미소를 얼굴에 억지로 띄웠다. "똑똑히 들었습니다, 카엘 님.""좋아." 카엘이 넓은 가슴 위로 팔짱을 낀 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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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카엘 님, 놓으라고요!" 헬레나가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녁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는 가운데 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헬레나는 남은 힘을 쥐어짜 내어 양손바닥으로 카엘의 넓은 가슴팍을 세게 밀어냈다. 갑작스럽고 필사적인 움직임에 헬레나의 허리를 꽉 잡고 있던 카엘의 강한 손길이 순식간에 풀렸다.카엘은 한 걸음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는 그의 짙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헬레나, 당신 지금….""됐어요, 카엘 님! 제발 그만하세요!" 헬레나가 서둘러 말을 잘랐다. 그녀의 동그란 눈에는 분노와 깊은 상처가 뒤섞여 번뜩이고 있었다. 헬레나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그 남자와 거리를 두었다. "나중에 당신이 꼬리쳤다고 누명 씌우는 거 이제 지긋지긋해요! 내가 당신을 유혹했다고 또 탓하는 거, 이젠 정말 싫다고요!""방금 뭐라고 했어?" 카엘이 깊게 미간을 찌푸리며 턱을 딱딱하게 굳혔다. "누가 그런 식으로 당신을 몰아세워?""당신이요, 카엘 님! 항상 당신이 그랬잖아요!" 헬레나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더 이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헬레나는 몸을 돌렸다. 그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니트 잠옷이 가쁜 걸음걸이에 펄럭이는 것도 잊은 채, 있는 힘껏 정원 복도를 달렸다. 그저 떠나고 싶었다. 오만한 남자의 위험한 매력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카엘은 정원 길 한복판에 얼어붙은 채 서서, 헬레나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다 결국 스위트룸 복도로 이어지는 유리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았다. 차가운 저녁 바람이 정장 셔츠를 파고들어 한기가 느껴졌지만,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열기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카엘은 바지 주머니 속에서 양손을 꽉 쥔 채, 깊은 좌절감이 섞인 긴 한숨을 내뱉었다. "젠장." 그가 낮게 읊조리며 턱을 굳힌 채 화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심장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불쾌한 감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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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문 잠금장치가 ‘딸깍’하고 돌아가는 소리에 헬레나는 급히 잠옷 소매로 뺨에 남아있던 눈물을 닦아냈다. 그녀는 가슴에 붙이고 있던 다리를 내리고, 카엘의 큰 체구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침대 끝에 꼿꼿이 앉으려 애썼다. 그의 미간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서려 있었지만, 표정은 다시 평소의 무표정하고 차가운 가면으로 돌아와 있었다.카엘은 방 한가운데 멈춰 서서, 일부러 창밖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는 헬레나를 잠시 힐끗 쳐다보았다."짐 싸, 헬레나." 카엘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바로 수도로 돌아간다. 조종사가 비행 일정 확인했어."헬레나는 짧게 숨을 내쉬며,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침착하게 다잡았다."알겠습니다, 카엘 님. 5분만 시간을 주세요."더는 아무 말 없이, 헬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가지 몇 개를 차분한 동작으로 핸드백에 챙겨 넣었다. 카엘은 그저 테이블 옆에 서서, 아까 정원에서처럼 일절 항의도 없이 묵묵히 명령을 따르는 이 굴곡진 몸매의 여자를 지켜보았다. 왠지 모르게 그 갑작스러운 냉정한 순종이 카엘의 가슴을 또다시 미묘하게 조여들게 만들었지만, 그는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한 시간 후, 그들은 구름을 뚫고 수도로 향하는 전용기 기내에 있었다. 기내 안은 터빈의 일정한 웅웅거림만이 가득할 뿐, 쥐 죽은 듯 조용했다.헬레나는 창가 쪽 1인용 좌석에 앉아,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하얀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며 외부와의 모든 소통을 차단했다.접이식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카엘은 처음엔 업무용 태블릿에 집중하려 애썼다. 그러나 갑자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묘한 한기에 집중력이 산산조각 났다. 그의 단단한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에취!"카엘이 꽤 크게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이 미끄러질 뻔했다. 그는 짜증스럽게 혀를 차며 테이블 위 티슈를 급히 뽑아 코를 닦았다.헬레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동그란 눈이 보스의 얼굴 변화를 감지하고 가늘게 깜빡였다."카엘 님? 괜찮으세요?""괜찮아."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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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윌리엄 저택의 웅장한 대문이 활짝 열리며, 공항에서 돌아온 카엘과 헬레나를 태운 차를 맞이했다.차에서 내리는 카엘의 걸음걸이는 다소 불안정했으나, 남자는 여전히 꼿꼿한 위엄의 잔해를 붙잡으며 허리를 곧게 펴려 애쓰고 있었다. 그의 숨소리는 여전히 거칠었고, 고열로 인해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광대뼈를 타고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카엘 님, 제가 부축할게요." 헬레나가 손을 뻗어 저택 로비로 향하려는 카엘의 근육질 팔을 받치려 했다."필요 없어." 카엘이 휙 하고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 짧은 동작만으로도 머리가 욱신거리는 듯 그가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그는 계단 난간을 꽉 움켜쥐었다. "유난 떨지 마, 헬레나. 내 방까지는 혼자 걸을 수 있어."헬레나는 억눌린 짜증을 삼키며 그의 넓은 등을 바라볼 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마침 다가오던 선임 메이드에게 고개를 돌렸다."그냥 혼자 걷게 두세요. 대신 작은 대야에 따뜻한 물을 준비해서 최대한 빨리 마스터 베드룸으로 가져다주세요.""네, 헬레나 님." 메이드가 공손히 대답하고는 서둘러 주방으로 향했다.마스터 베드룸에 도착하자마자 카엘은 정장 차림도 벗지 못한 채 침대 위로 긴 몸을 내던졌다. 그는 한기가 다시금 몸의 모든 관절을 파고들자, 떨리는 손으로 베개를 꽉 움켜쥐며 눈을 세게 감았다."가정의를 불러야겠어요, 카엘 님." 헬레나가 핸드백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침대 옆에 섰다. "비행기에 있을 때보다 체온이 더 오른 것 같아요.""안 된다고 했잖아!" 카엘이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잠시 눈을 떠 피로에 찌든 독수리 같은 눈빛으로 헬레나를 쏘아보았다. "의사는 질색이야. 그냥 자면 되니까 성가시게 하지 말고 당장 나가!""지금 병이 난 거지, 이사회 회의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헬레나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 CEO의 아이 같은 고집에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 "이 집에서 당신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머니께서 알게 되실 거고, 분명 패닉에 빠지실 거예요. 당신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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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두꺼운 울 이불 아래에서 카엘의 숨소리가 점차 무겁고 규칙적으로 변해갔다.헬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협탁 위의 빈 죽 그릇을 정리하려던 찰나, 마스터 베드룸 문에 세 번의 부드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헬레나가 한 발짝도 떼기 전에 티크 나무 문이 천천히 열렸고, 어머니의 걱정이 가득 서린 표정의 한셀 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한셀 부인은 발소리를 죽이며 매우 조심스럽게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헬레나." 한셀 부인이 하나뿐인 아들의 이마에 얹힌 물수건을 발견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엘은 좀 어떠니?"헬레나는 중년 부인을 안심시키려는 듯 억지로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까는 열이 아주 높았어요, 어머니. 그런데 방금 죽을 조금 먹였고, 해열제도 먹였으니 괜찮아질 거예요."곁에서 들리는 속삭임에 카엘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렸다.남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몸을 태우던 열기 때문에 여전히 충혈되고 피로에 젖은 시선으로 주변을 깜빡였다."어머니?" 카엘이 평소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이, 쉰 듯한 갈라진 목소리로 불렀다.한셀 부인은 즉시 침대의 빈자리에 앉아 가녀린 손을 뻗어 카엘의 뜨거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세상에, 카엘. 어떻게 이렇게 열이 심하게 났니? 넌 항상 일 때문에 건강을 돌보지 않는구나."카엘은 어깨를 움직여 조금이라도 일어나려 했지만, 머리를 짓누르는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베개에 기댄 채 머물러야 했다."그냥 흔한 감기예요, 어머니. 걱정하실 거 없어요. 내일이면 다 나을 거예요." 카엘이 어머니 앞이라서인지 나약함을 감추려 무뚝뚝하게 대답했다.한셀 부인은 깊은 안도감이 섞인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침대 옆에 공손히 서 있던 헬레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가, 다시 감정이 일렁이는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참 다행이구나… 이제 너한테 아내가 있어서. 이렇게 세심하게 돌봐줄 사람이 있잖니. 아직도 혼자서 이 넓은 방에 쓰러져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구나."카엘은 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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