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대표이사실 안을 채운 정적은 평소보다 훨씬 더 숨 막히게 무거웠다. 헬레나는 캘의 커다란 티크목 책상 앞에 가만히 서서, 업무 일정이 적힌 클립보드를 두 손으로 쥐어짜듯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책상 뒤에 앉은 남자와 직접 눈을 맞추지 않으려 종이 위에 적힌 텍스트 줄만 바쁘게 읽는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오늘 아침 휴게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힌 이후로,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어색하고, 경직되고,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헬레나의 속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살짝 부풀어 오른 그녀의 입술은 휴게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꾸만 떠올리게 하는 지독한 흔적이었다.캘 역시 노트북 화면에 지독하게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가락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키보드 위를 지쳤고, 계속되는 타자 소리만이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자의 턱선 근육이 억세게 불거져 있어 그의 신경이 온전히 디지털 문서에 가 있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었다."캘 대표님," 헬레나가 불렀다. 목소리가 잠시 매끄럽지 못했으나 이내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그녀는 전문적인 비서로서의 톤을 되찾으려 부드럽게 헛기침을 했다. "오늘 오후 일정 건으로—""위자야 그룹 고객과의 미팅은 취소해요." 캘은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헬레나의 말을 자비 없이 끊어 버렸다.헬레나는 살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대표님, 위자야 그룹과의 약속은 지난주부터 정해져 있던 건인데요? 그쪽에서 확정을 기다리고—""내 지시를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요, 크롤리 비서." 캘이 다시 말을 막아서며, 이번에는 노트북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날카롭고 매서운 검은 눈동자로 헬레나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취소해요. 다음 주로 다시 잡고."헬레나는 목구멍에 막힌 침을 삼켰다. 캘의 독재자 같은 태도가 완벽히 돌아와 있었다. 마치 전날 밤 추위에 떨며 자신을 꽉 안아주던 남자는 환영에 불
Last Updated : 2026-08-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