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통통한 비서, 상사와 계약 결혼하다: Chapter 11 - Chapter 20

87 Chapters

11

11장헬레나는 방 안의 커다란 거울 앞에서 적갈색 블라우스를 매만지며 옷감에 어색한 주름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눈 밑에 희미하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은 지난밤 그녀가 얼마나 제대로 잠들지 못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두꺼운 카펫 위에서 잠을 청한 것도 모자라,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침대에서 그 독재적인 상사가 잠들어 있는 상황은 사흘 연속 야근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녀의 기력을 소진시켰다.“준비됐습니까?”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카엘은 워크인 클로젯 입구 근처에 서 있었다. 그는 이미 짙은 회색의 쓰리피스 정장을 완벽하게 갖춰 입은 상태였다. 지난밤의 혼란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은 다시 얼음벽처럼 차갑고 침착했으며, 마치 욕실 문 앞에서 벌어졌던 긴장감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헬레나는 몸을 돌려 업무용 가방을 집어 들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카엘 씨.”카엘은 그녀에게 다가오며 셔츠 소매의 커프스 단추 하나를 차분하면서도 꼼꼼하게 잠갔다.“헬레나, 우리의 선을 기억하십시오. 저택 정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병원에서 있었던 일도, 그 방에서 있었던 일도 전부 없었던 일입니다.”헬레나는 남자의 어두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감춰진 감정 속에서 아주 작은 틈이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남자는 정말 가면을 쓰는 데 능숙했다.“알겠습니다. 회사에서는 당신의 비서일 뿐입니다.”“좋습니다.”카엘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의 시선이 잠시 헬레나의 모습을 훑고 지나갔지만, 이내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차는 아래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평소처럼 따로 출발하겠습니다.”윌리안 그룹의 건물은 비즈니스 지구 한가운데에서 웅장하게 솟아 있었다. 헬레나에게 오늘 아침 유리문을 통과해 로비로 들어서는 일은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카엘 윌리안의 법적인 아내가 되었다는 새로운 신분이 보이지 않는 짐처럼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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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카엘 씨가 저를 선택한 이유는 옷 사이즈 때문이 아니에요.”헬레나는 재빨리 말을 끊으며 신디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높아졌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카엘 씨에게 필요한 사람은 단 한 푼의 오차도 없이 재무 보고서를 작성하고,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대에 있는 해외 투자자들과의 회의를 관리하며, 회사의 모든 기밀 문서가 외부에 유출되어 스캔들로 번지는 일이 없도록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예요. 두 분은 그 모든 일을 하면서 업무 효율을 90퍼센트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나요?”미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면 신디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어느새 몇몇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나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사람들 앞에서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그럴 수 없다면,” 헬레나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신디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자리로 돌아가서 어제부터 밀린 분기 보고서나 마무리하세요. 회사가 여러분에게 월급을 주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체형을 감시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일하라고 하는 거니까요.”“네가 감히 우리를 가르치려고 들어?”늘 자신이 깔보던 여자로부터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한 신디는 완전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운 좋게 자리 하나 얻은 비서 주제에!”신디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손가락을 들어 헬레나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리켰다.그러나 신디의 손가락이 헬레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15층 복도 전체를 압도적인 냉기가 휘감았다.전용 엘리베이터 쪽에서 무겁고 일정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권위로 가득했다.“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낮고 깊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복도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신디의 몸이 격하게 떨렸고, 높이 들려 있던 손은 즉시 아래로 떨어졌다.카엘 윌리안이었다.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훑었다. 턱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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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장복도에서 벌어졌던 소동이 가라앉은 뒤, CEO 집무실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헬레나는 작은 쟁반을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그 위에는 설탕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카엘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였다. 하지만 커다란 티크목 책상에 가까워지던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카엘은 서류를 검토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사무용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눈을 꽉 감은 채 있었다. 오른손은 책상 가장자리를 어찌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왼손으로는 관자놀이를 꾹꾹 문지르고 있었다.“카엘 씨? 커피 가져왔습니다.”헬레나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리고 도자기 잔을 가볍게 내려놓았다.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카엘은 그저 짧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그가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을 때, 헬레나는 그 자리에 서서 살짝 움찔했다.평소 권위적인 분위기를 내뿜던 잘생긴 얼굴은 놀랄 만큼 창백해져 있었다. 눈가에는 잿빛 기색까지 감돌았고, 이마에는 식은땀방울이 맺혀 반짝이고 있었다.“카엘 씨,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헬레나는 의자 가까이 한 걸음 다가갔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남자라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진심 어린 걱정이 가슴을 채웠다.“아픈 거 아니에요?”카엘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움직임조차 뻣뻣하고 힘겨워 보였다.“그냥…… 조금 어지러운 겁니다. 별일 아니니 호들갑 떨지 마세요, 헬레나.”“그런데 식은땀이 나고 있잖아요.”헬레나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불안감이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카엘의 셔츠 소매를 살짝 잡았다.“오늘 오후 회의는 미룰 수 있어요. 지금은 쉬셔야 해요.”“괜찮습니다. 아직 할 수…….”카엘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말이 끊겼다.그의 큰 몸이 갑자기 앞으로 휘청거렸다. 헬레나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다가가 그의 넓은 어깨를 붙잡았다. 카엘이 책상 위로 쓰러지기 전에 간신히 몸을 지탱해 주었다.“카엘 씨!”헬레나의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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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카엘의 거친 숨소리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헬레나의 풍만한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아침부터 온몸의 관절을 괴롭히던 열로 인한 오한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었다. 남아 있는 졸음과 극심한 피로에 휩싸인 두 사람은 결국 어두운 조명만이 희미하게 밝혀진 휴게실의 고요함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한 시간 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든 헬레나는 두 사람의 가슴 사이에 끼어 있던 손의 자세가 불편하다고 느꼈다. 아직 꿈속을 헤매던 그녀는 두꺼운 담요 위에서 더 편안한 자리를 찾듯 손가락을 아래로 움직였다.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이 실수로 카엘의 바지 아래 민감한 부위에 정확히 닿는 순간,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쿵.카엘의 눈이 어둠 속에서 즉시 번쩍 떠졌다. 잠과 어지러움은 몇 초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헬레나의 손바닥이 그의 은밀한 부위에 닿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압박감이 온 신경을 강하게 자극했다. 바로 그 순간, 바지 아래에서 무언가가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단단해졌다.젠장…… 왜 이렇게 빨리 반응하는 거지? 고작 그녀가 만졌다고?카엘은 속으로 욕설을 삼키며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억누르느라 턱을 굳게 다물었다.카엘은 헬레나가 손을 치워 주기만을 바라며 숨을 죽였다.하지만 이어진 상황은 그의 자제력을 완전히 무너뜨릴 만큼 아슬아슬했다.깊이 잠든 헬레나는 눈을 꼭 감은 채 손가락에 낯선 무언가가 닿는 것을 느꼈다. 길고 단단하면서도 표면은 약간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음…… 이게 뭐지?”헬레나가 잠에 취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손을 거두기는커녕 무의식적인 호기심이 그녀를 움직였다. 그녀는 부드러운 젤리 장난감을 살펴보듯 그것을 살짝 움켜쥐고, 손가락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젠장!”카엘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헬레나의 순진하면서도 치명적인 손길에 그의 욕망은 순식간에 정점으로 치달았다. 그의 흥분은 바지 위로 강하게 느껴질 정도로 팽팽해졌고, 급박한 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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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15장대표이사실 안을 채운 정적은 평소보다 훨씬 더 숨 막히게 무거웠다. 헬레나는 캘의 커다란 티크목 책상 앞에 가만히 서서, 업무 일정이 적힌 클립보드를 두 손으로 쥐어짜듯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책상 뒤에 앉은 남자와 직접 눈을 맞추지 않으려 종이 위에 적힌 텍스트 줄만 바쁘게 읽는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오늘 아침 휴게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힌 이후로,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어색하고, 경직되고,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헬레나의 속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살짝 부풀어 오른 그녀의 입술은 휴게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꾸만 떠올리게 하는 지독한 흔적이었다.캘 역시 노트북 화면에 지독하게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가락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키보드 위를 지쳤고, 계속되는 타자 소리만이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자의 턱선 근육이 억세게 불거져 있어 그의 신경이 온전히 디지털 문서에 가 있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었다."캘 대표님," 헬레나가 불렀다. 목소리가 잠시 매끄럽지 못했으나 이내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그녀는 전문적인 비서로서의 톤을 되찾으려 부드럽게 헛기침을 했다. "오늘 오후 일정 건으로—""위자야 그룹 고객과의 미팅은 취소해요." 캘은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헬레나의 말을 자비 없이 끊어 버렸다.헬레나는 살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대표님, 위자야 그룹과의 약속은 지난주부터 정해져 있던 건인데요? 그쪽에서 확정을 기다리고—""내 지시를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요, 크롤리 비서." 캘이 다시 말을 막아서며, 이번에는 노트북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날카롭고 매서운 검은 눈동자로 헬레나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취소해요. 다음 주로 다시 잡고."헬레나는 목구멍에 막힌 침을 삼켰다. 캘의 독재자 같은 태도가 완벽히 돌아와 있었다. 마치 전날 밤 추위에 떨며 자신을 꽉 안아주던 남자는 환영에 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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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6장안방 벽시계는 이미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 안은 침묵이 감돌았지만, 사무실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계속되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여전히 공기 중에 맴돌고 있었다. 헬레나는 대형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미 모던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의 라일락빛 세미포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는 그녀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완벽하게 감싸 안았지만, 지난 5분 동안 그녀를 패닉에 빠뜨린 한 가지 큰 난관이 남아 있었다.헬레나는 등의 중간쯤에서 턱 걸려 움직이지 않는 드레스 지퍼에 손을 뻗으려 안간힘을 썼다. 발꿈치를 들고 몸을 좌우로 흔들어 보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금속 지퍼 고리에 닿지 않았다.블랙 턱시도를 차려입고 워크인 클로짓에서 막 나오던 캘의 발걸음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침대 모퉁이 근처에 가만히 서서, 호흡이 점점 가빠지며 쩔쩔매는 여자의 모습을 지켜보았다."대표님... 죄송한데요," 헬레나가 거울에 비친 캘과 우연히 눈이 마주치자, 주저하며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쥐어짜듯 말했다. "잠깐만... 도와주실 수 있나요?"캘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큼직한 걸음으로 헬레나의 뒤로 다가가기 전, 자존심을 누르려 짧게 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항상 손이 많이 가는군, 헬레나." 캘이 여느 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무덤덤하게 말했다.헬레나는 그저 아랫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고개를 살짝 숙이는 편을 택했다. 그녀는 깔끔하게 올려 묶은 검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 넘겨, 침실 조명의 노르스름한 불빛 아래 깨끗하고 하얗고 매끄러운 뒷목과 등 라인을 완전히 드러냈다.캘은 헬레나의 바로 뒤에 섰다.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헬레나는 맨어깨 피부에 스치는 캘의 따스한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커다란 손을 뻗어 아주 조심스럽게 헬레나의 드레스 지퍼 고리를 잡았다.쿵.지퍼를 올리던 캘의 손길이 순간 멈칫했다. 노출된 헬레나의 등 피부를 눈으로 훑을 수밖에 없게 되자 그의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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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7장고급 승용차가 밤거리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하자, 차 안에는 순식간에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수도의 도로를 달리는 좁은 차 안에서, 헬레나는 글래머러스한 몸을 왼쪽 창문에 바짝 붙인 채 잔뜩 흐려진 가로등 불빛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서 사그라지지 않은 서러움이 요동치고 있었다. 반면 오른쪽에 앉은 캘은 시선을 전방에 고정한 채 곧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아우라는 주변 공기마저 얼려버릴 듯 강렬했다.남자가 부드럽게 헛기침을 하며, 낮지만 무게감이 실린 목소리로 정적을 깨뜨렸다. "잘 들어요, 헬레나." 캘은 옆에 앉은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말했다.헬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은 여전히 창밖을 향해 있었지만, 귀만큼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날카롭게 집중하고 있었다."다시 한번 분명히 경고하는데," 캘이 가슴속에서 여전히 몰아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턱관절에 억센 힘을 주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절대로... 방금 방에서 했던 것처럼 나를 유혹하거나 욕망을 자극하려 들지 마요."또다시 되풀이되는 일방적인 비난에 헬레나는 마침내 참아왔던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캘의 검은 눈동자를 똑바로 맞받아쳐 보았다."유혹이요?" 헬레나가 기가 차다는 듯 어이없는 실소를 터뜨렸다. 여전히 살짝 부풀어 있는 입술 사이로 황당함이 섞인 비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대체 누가 누구를 유혹했다는 건가요? 세상에, 캘 대표님. 저는 그저 손이 닿지 않아서 드레스 지퍼 좀 올려달라고 부탁한 것뿐이에요. 갑자기 이성을 잃고 뒤에서 안아버린 건 대표님이잖아요!"캘은 여자가 감히 자신에게 대든다는 사실에 화가 나 무릎 위에 올려둔 양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신이 방심하고 등을 노출하지만 않았어도, 그 지독한 향기를 풍기지만 않았어도 내가 당신 몸에 손댈 일은 절대 없었어." 캘이 자신의 좌절감을 숨기려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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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장연회장의 거대한 유리문 너머로 발을 내딛는 헬레나의 발걸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가슴속 깊은 곳에 짙은 서운함과 원망을 묻어둔 채, 그녀는 캘의 넓은 등 뒤를 따라 두 걸음 뒤에서 걸었다. 하지만 경계선을 지나자마자 수백 개의 크리스털 조명이 그들을 화려하게 맞이했고, 캘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남자는 몸을 반쯤 돌려 헬레나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가까이 와요."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 소리에 묻혀 겨우 들릴 듯한 목소리로 캘이 속삭였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는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 담겨 있었다.헬레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밀어진 커다란 손을 망설임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표님?""웃어요, 헬레나. 기둥 뒤 구석에서 어머니의 감시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까." 캘이 억지로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턱관절을 굳힌 채 다시 속삭였다. "어서 내 손 잡아요."헬레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캘의 팔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두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 캘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엘리트 비즈니스맨들이 모여 있는 연회장 한복판으로 그녀를 이끌었다."연기력이 제법이군요." 캘이 시선은 하객들에게 고정한 채 입꼬리만을 살짝 움직여 낮게 읊조렸다."돈을 받은 만큼 할 뿐입니다, 대표님." 헬레나는 가슴속이 텅 빈 것 같았지만, 지나치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달콤하고 친근한 미소를 억지로 지어 보이며 차갑게 응수했다.몇 분 뒤, 중년의 투자자 한 명이 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캘은 헬레나를 짧게 훑어본 뒤 잡아챘던 손을 천천히 놓아주었다."저쪽에 중요한 인사와 인사를 나눠야겠어요." 캘의 목소리가 다시 공식적인 톤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너무 멀리 돌아다니지 말고 기다려요.""네, 대표님. 음료 테이블 근처에 있겠습니다." 마침내 가식적인 친밀함의 가면을 잠시 벗을 수 있게 되자, 헬레나는 안도감을 느꼈다.헬레나는 자리를 옮겨 지나가는 웨이터에게서 음료 한 잔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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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헬레나는 이미 눈을 질끈 감고, 대리석 바닥이 등에 부딪힐 때의 강한 충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닥에 닿기 직전, 강인하고 너무나도 익숙한 팔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그녀를 안정적으로 받아냈다.턱.헬레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고, 자신이 캘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분노로 번뜩이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허리를 안은 손길만큼은 틀림없이 그녀를 보호하려는 듯 단단했다."괜찮아요?" 캘이 헬레나의 귓가에서 지극히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헬레나는 맺힌 눈물 사이로 눈을 깜빡였다.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방망이질 쳤다. "대... 캘 대표님."캘은 헬레나가 똑바로 설 수 있도록 천천히 부축했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싼 채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바짝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헤리와 제시카를 향해 얼음장처럼 차갑고 살벌한 시선을 꽂아 넣었다."누가 감히 너희 둘에게 내 아내의 몸에 손을 댈 권리를 주었지?" 캘의 입술을 빠져나오는 단어 하나하나는 당장이라도 눈앞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듯한 얼음 폭풍 같았다.제시카는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헤리의 등 뒤로 뒷걸음질 쳤다. "캐, 캘 윌리언 대표님...?" 그녀가 모기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헤리는 지금 헬레나를 안고 있는 남자가 윌리언 그룹의 지배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종잇장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마른침을 힘겹게 삼켰다. "대, 대표님, 용서해 주십시오. 이건... 이건 그저 작은 오해일 뿐입니다." 헤리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굽신거리며 더듬거렸다."오해라?" 캘이 싸늘하게 비웃자, 그의 입술 사이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참석한 모든 사람 앞에서 소유권을 노골적으로 선언하듯 헬레나의 허리를 감싼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 여자가 내 아내를 밀치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게다가 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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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20장헤리와 제시카가 끌려 나간 후의 여운은 여전히 차가운 긴장감이 되어 공기 중에 매섭게 감돌고 있었다. 캘은 헬레나를 이끌고 바 근처의 한적한 구석으로 향했다. 그의 성큼성큼 걷는 긴 걸음걸이 탓에, 헬레나는 대표이사님의 일정한 속도를 맞추려 반쯤 뛰다시피 걸어야 했다. 다른 하객들의 귓가에서 충분히 멀어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헬레나는 팔을 툭 치며 깍지 끼었던 손을 즉시 빼냈다."캘 대표님, 잠시만요." 헬레나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해명을 요구하듯 불렀다.캘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반쯤 돌렸다. 그는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헬레나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블랙 턱시도의 주름을 정돈했다. "이번엔 또 뭡니까, 헬레나?""방금 왜 그러셨어요?" 헬레나가 눈을 크게 뜨고 대답을 촉구하며 직설적으로 물었다. 두 손으로는 커다란 밤하늘의 은하수 같은 이브닝 클러치를 가슴 앞에서 꼭 쥐고 있었다. "우리 본래 계약은 이 결혼을 대외적으로 비밀로 하는 것 아니었나요? 그런데 왜 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거예요?"캘은 코로 짧게 숨을 내쉬었고,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질문이 너무 많군요, 크롤리 비서. 상황이 급박해서 그랬을 뿐입니다.""얼마나 급박했는데요?" 복잡한 감정 탓에 아까 느꼈던 어색함조차 잊은 헬레나가 다시 그를 몰아붙였다. "대표님도 방금 하신 말씀의 파장을 아시잖아요. 만약 저 사람들이 소문이라도 퍼뜨리면—""그들이 이 도시에서 계속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감히 아무것도 퍼뜨리지 못할 겁니다." 캘이 절망적일 만큼 서늘하고 위협적인 톤으로 말을 잘라버렸다. "게다가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어머니의 감시꾼이 그들 뒤로 불과 2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었어요. 내가 아내를 보호하는 남편으로서 극단적인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 순간 우리 쇼는 완벽하게 들통났을 겁니다. 이해하겠습니까?"헬레나는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캘의 설명은 너무나 완벽하고 타당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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