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세계무대를 뒤흔든 동영상 스캔들이 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엘레나는 해명 없이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그녀는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이미지를 쇄신하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최종 병기를 준비하기 위해 조용히 움직였다. 모레면 양육권 소송이 시작될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거대한 사업 제국을 거느린 유명 디자이너 엘레나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날이었다.그날 아침, 맨해튼의 한 5성급 호텔 볼룸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카메라, 마이크가 장내를 빽빽하게 채웠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온갖 추측이 공기 중에 가득했다.10시 정각, 네이슨이 먼저 들어서서 단상 옆에 섰다. 직후, 커튼 뒤에서 엘레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보리 화이트 수트를 차려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어 올린 그녀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롭게 빛났다. 순간 장내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엘레나의 목소리는 명확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오늘 저는 디자이너로서도, 기업가로서도 아닌... 악의적인 명예훼손을 당한 한 사람의 어머니이자 아내,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몇몇 카메라가 앞으로 쏠렸고, 마이크가 그녀를 향해 집중되었다."한 달 전, 음란한 동영상이 유포되며 제 명예를 짓밟았습니다. 세상은 그 영상 속 인물이 저라고 믿었습니다. 주가는 폭락했고, 제가 일군 사업 제국도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거기에 제 평판까지 산산조각 났죠. 하지만 오늘, 저는 진실을 밝히고자 합니다."네이슨이 손에 든 작은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두 사람 뒤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불이 들어오며 디지털 포렌식 데이터가 떠올랐다."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분들을 모셨습니다.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넥타이를 맨 세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현대적인 바틱을 입은 한 사람은 칭화대학교의 양원 교수로, 중국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였다. 그 옆에는 일본의 사토 아키로 박사, 그리고 태국의 타나폴 교수가 서 있었다.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