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집에 두 사람의 습관이 조금씩 생겼다.8일째 밤, 채원은 다음 날 투자 심사에 쓸 자료를 출력하려 서재에 들어갔다. 도현은 전략회의 중이라 늦는다고 했다. 프린터 아래 서랍에서 여분 용지를 찾다가 ‘LUNE’이라고 적힌 회색 바인더들을 발견했다.한 권이 아니었다.2023년 고객 구조 분석. 2024년 유통 채널 변화. 2025년 공개 재무 지표와 상품군별 온라인 반응. 기사와 공시 자료, 루네가 배포한 룩북을 정리한 보고서가 연도별로 꽂혀 있었다.가장 오래된 자료는 3년 전 것이었다. 채원이 도현과 재회하기 훨씬 전이었다.채원은 첫 장부터 빠르게 넘겼다. 밑줄과 메모는 도현의 필체였다. ‘디자인 정체성 유지’, ‘대표 의사결정 속도 우수’, ‘자금 구조만 개선되면 확장 가능’. 그 아래에는 투자 검토 보류라는 문장이 반복되어 있었다.현관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도현이 서재에 들어왔을 때, 채원은 바인더 세 권을 책상 위에 펼쳐 둔 뒤였다.“설명해요.”도현은 외투를 벗지도 않은 채 자료를 보았다.“뭘 알고 싶어?”“나를 언제부터 조사했는지.”“루네가 첫 외부 투자를 받았을 때부터.”“3년 전이네요.”“그래.”“우리가 우연히 다시 만난 게 아니었군요.”채원의 목소리가 차갑게 굳었다.“내가 망하는 과정을 계속 들여다보다가, 채권하고 집까지 살 적당한 때를 기다렸어요?”“아니.”도현이 단호하게 잘랐다.“여기 있는 건 전부 공시, 기사, 루네가 공개한 자료로 만든 사업 분석이야. 네 통화나 동선, 사적인 관계를 확인한 적 없어. 할 생각도 없고.”“그 차이가 나한테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중요해야 해. 네 경계를 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내 허락 없이 3년 동안 내 회사를 지켜본 건 경계 밖이고요?”“기업을 분석하는 데 대표 허락은 필요 없어.”투자자로서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바인더 곳곳에 남은 메모는 보통의 검토 자료보다 집요했다. 루네가 사라질 위기마다 자금 구조를 다시 계산했고, 채원이 인터
Last Updated : 2026-08-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