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희가 문을 열었을 땐 복도 조명이 꺼져 있었다. 복도에 달린 창으로 들어온 달빛이 그녀의 방문 앞에 놓인 것들을 비추었다.진통제 새것, 라벨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 생수 두 병, 작은 초코바 세 개.어린애 하나도 못 지나다닐 정도로 소심하게 열린 문틈 사이로 도복희가 팔을 내밀었다. 허옇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바닥에 놓인 것들을 차례차례 안으로 옮겼다.도복희는 다시 문을 닫고 잘 잠갔다. 침대 위에 전리품들을 내려놓고 잠시 바라보기만 했다. 아니, 제법 오래.생수와 약을 놓고 간 사람은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래서 최지호였으리라 추측할 수 있었다. 초코바를 놓고 갔을 심우주는 미안한 티를 팍팍 냈다. ‘밥은 먹어야지’ 말하던 탁유환의 음성은 다정했고, 어제 새벽에도 오늘 아침에도 그녀의 방 근처를 맴돌던 강은택의 말투는 퉁명스러울지언정 분명하게 걱정이 담겨 있었다.……누구도 억지로 문을 열지 않았다. 나오라고 종용하지도 않았다. 캐묻지도 않았다.도복희는 코끝이 찡해지는 것 같아 괜히 한번 ‘킁’하고 소리를 냈다. 별 효과는 없었다. 정해진 수순처럼 목구멍이 꽉 막히는 듯 무언가 묵직한 것이 밀려 올라오고 입술 틈에선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생수병의 뚜껑을 땄다. 진통제의 포장을 뜯고 알약을 손바닥에 그러쥐었다. 눈물과 함께 알약을, 물을 목 뒤로 넘겼다. 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으며 초코바도 입에 넣었다.결국 그녀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덮었다.“…울지 말자. 울지 말자.” 주문처럼 반복했으나 속절없이 손바닥이 젖기 시작했다. 가족을 잃고 몇 년 동안이나, 그 수많은 밤을 혼자 불안에 떨면서 견뎌 왔던가. 이번 만월도 두려웠던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다음 만월에는 이번만큼 불안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오히려 감정이 복받쳤다. 태어나 처음으로 느낀 것이었다....어느덧 동이 트기 시작했다. 도복희는 잠들지 못했다. 커튼 사이로 하늘의 색깔이 짙은 네이비에서 회청색으로, 서서히 달궈지며 살구빛으로,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