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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붉은 혼서: Chapter 201 - Chapter 203

203 Chapters

201화. 남의 천에 붙은 표

곡우가 닭 뼈를 치운 자리에 걸상을 하나 더 밀어 넣었다. 아침부터 네 사람이 앉으니 청묵재 앞방이 꽉 찼다. 명산은 무릎 위에 올린 모자를 자꾸 돌렸다.“그러니까 내가 남의 아내를 데리고 살았단 말이오?”고환이 읽던 소장을 내려놓았다.“현 낭중이 그렇게 주장한다는 겁니다.”“십사 년을 살았는데.”“그 기간도 조사합니다.”명산은 혜진을 보았다. 그녀는 간밤에 접어 넣었던 딸의 저고리를 무릎에 놓고 실밥 하나를 뜯고 있었다. 손끝이 헛돌았다.소의가 고환 앞의 종이를 당겼다.“혼인을 다투면 염방도 가져갈 수 있습니까?”“그건 별개요. 현씨 혼수로 세운 염방이라고 했으니, 실제 밑천이 어디서 났는지부터 확인해야 하오.”“염방은 내 것이었소.”명산이 모자를 상에 놓았다.“혼인하기 전부터요. 작았지. 솥 두 개에 장대 하나였으니까. 뒤채는 나중에 늘렸고.”“언제요?”“아완이가…….”그가 아내를 보았다.“세 살 때. 당신이 허리를 다치기 전이요.”혜진은 실밥을 떼어 상 끝에 놓았다.“둘이 모았어요. 장작값부터 떼고 남은 걸로.”고환이 그 대목을 적었다. 명산이 손을 내밀었다가 거두었다. 아내의 손등을 덮으려던 손이 자기 무릎으로 돌아왔다.소의는 둘에게 남은 주문부터 물었다. 명산이 셋이라고 했다가 넷으로 고쳤다. 청양에 남은 일꾼들이 보문비단상에 보낼 천이 있었다.“그건 어제 닿았소. 아직 값을 못 받았고.”“인수는 끝났습니까?”“빛깔을 보고 오늘 치른댔는데.”문밖에서 발이 미끄러졌다.아완이 문설주를 잡고 들어왔다. 숨을 몰아쉬느라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곡우가 물잔을 내밀자 아이는 고개부터 저었다.“아버지. 천을…… 저 사람들이 가져간대.”명산이 일어나다 걸상을 넘어뜨렸다.“누가!”“현씨 집 거라고. 우리한테 돈 주지 말래.”고환이 소장을 접었다. 소의는 아완을 걸상에 앉히고 다시 물었다.“관청 사람이 왔어?”“몰라요. 회색 옷 입은 사람이 종이를 붙였어요. 주인아저씨는 말도 안 하고.”소의는 고환을 보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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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짐문에 선 사람

“내려요!”소의가 밧줄 아래로 손을 넣었다. 일꾼 하나가 움찔하며 무게를 놓았다. 꾸러미가 비스듬히 기울었다.“손 끼어요!”아완이 어머니의 팔을 잡아당겼다. 쿵, 천 뭉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매듭에서 흙먼지가 일었다.회색 옷의 사내가 혀를 찼다.“일하는 사람 다치게 하시려고 이러십니까?”소의는 구부린 손을 펴보았다. 상처가 아물어가는 자리가 당겼다. 혜진의 손에는 밧줄 자국이 붉게 남았다.“수거 명령을 보여주세요.”사내가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소의는 끝까지 읽었다. 현씨에서 비단상에 건넨 보증이었다. 물건을 인계하면 나중에 다툼이 생겨도 손해를 물겠다는 내용이었다.“관청 명령은 아니네요.”“낭중께서 직접 내신 겁니다.”“판결이 났냐고 물었어요.”사내가 종이를 빼앗듯 가져갔다.명산이 짐문으로 들어왔다. 아완을 뒤로 보내고 혜진 손부터 보았다. 손바닥 가운데가 벗겨져 있었다.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혜진은 남편의 소매를 잡았다. 명산이 한 번 길게 숨을 내쉬더니 수레 앞으로 걸어갔다. 양손으로 수레채를 움켜쥐었다.“이거 안 갑니다.”“비키시오.”“값도 못 받았소. 안 가.”비단상 주인이 발을 굴렀다.“이 사람들아, 내 마당에서 왜들 이래!”소의가 그쪽으로 돌아섰다.“주문하신 물건이 없어지면 다음 달 손님께 뭘 내드릴 건데요?”“현씨에서 물어준다니까.”“천도 물어준답니까? 같은 빛깔로 다시 물들이는 데 며칠 걸리는지는 아세요?”주인이 혜진을 보았다. 그녀가 손을 치마에 누르고 대답했다.“말리는 날까지 열흘은 줘야 해요. 비가 오면 더 걸리고요.”앞가게 쪽에서 점원이 고개를 내밀었다.“주인어른, 내일 가져가신다는 손님이—”“지금 말고!”사내가 그 틈에 일꾼을 밀었다.“싣기나 해. 한두 필 장사도 아니면서.”밀린 일꾼의 등이 장대에 부딪쳤다. 걸쳐놓은 젖은 천이 주르륵 쏟아졌다. 아완이 아래로 뛰어들자 혜진이 아이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냥 둬!”천 끝이 물통 속으로 처박혔다. 탁한 물이 넘쳐 소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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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돌아오는 수레

마부가 짐문 밖을 가리켰다.“강변으로요. 큰 창고 말고, 그 앞에…….”“어느 쪽!”노탁이 재촉하자 마부가 더듬거리다 직접 뛰어나갔다. 경연은 포졸 둘을 마당에 남겼다. 소의가 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말을 받고 있었다.“여기 있겠소?”“천부터 말릴게요.”경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타면서도 한 번 더 마당을 돌아봤다.*앞서 간 수레는 강변 짐길의 좁은 갈림목에 서 있었다.두 사람이 천을 내리고 있었다. 노탁의 고함에 수레 뒤에 있던 사내가 뛰었다. 경연은 말에서 내려 길을 가로질렀다. 사내가 어깨로 밀어붙이자 몸을 틀어 팔을 잡았다.쿵. 등짐 틀에 사내의 옆구리가 부딪쳤다.“가만있어라.”그가 허리춤으로 손을 넣었다. 경연은 손목을 더 꺾었다. 짧은 칼이 발밑에 떨어졌다.수레를 끌던 마부는 양손을 들었다.“저는 삯 받고 온 겁니다! 내려놓으라는 데 내려놨어요.”경연은 마부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다. 노탁이 달려와 사내를 묶었다. 뒤편의 창고지기가 문을 닫으려다 포졸에게 붙잡혔다.“이 안에도 있소?”“없습니다.”“문을 열어두시오. 방금 받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소.”수레에 세 뭉치, 길바닥에 두 뭉치가 있었다. 마부는 여섯을 실었다고 했다.“하나는?”“먼저 가져갔어요. 저 사람 동무가.”묶인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경연은 칼을 수거하게 하고, 인근 창고들에 방금 들어온 짐과 운반인을 확인하도록 포졸을 나눴다. 천 한 뭉치가 어느 문으로 들어갔는지 곧바로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저기서 제 짐을 건드리지 말라는 고함만 났다.그는 남은 다섯 뭉치부터 사람들 앞에서 세었다.“보문비단상으로 돌린다. 거기서 주인과 주문 물량을 대조해라.”마부가 수레채를 잡았다. 손이 떨려 끈을 두 번 놓쳤다.“저도 잡혀갑니까?”“운반한 경위는 진술해야 한다. 달아나지 않으면 묶지 않겠다.”마부는 젖은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렀다.*소의가 천을 펼칠 때마다 쪽빛 물방울이 팔을 타고 흘렀다.아완은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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