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요!”소의가 밧줄 아래로 손을 넣었다. 일꾼 하나가 움찔하며 무게를 놓았다. 꾸러미가 비스듬히 기울었다.“손 끼어요!”아완이 어머니의 팔을 잡아당겼다. 쿵, 천 뭉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매듭에서 흙먼지가 일었다.회색 옷의 사내가 혀를 찼다.“일하는 사람 다치게 하시려고 이러십니까?”소의는 구부린 손을 펴보았다. 상처가 아물어가는 자리가 당겼다. 혜진의 손에는 밧줄 자국이 붉게 남았다.“수거 명령을 보여주세요.”사내가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소의는 끝까지 읽었다. 현씨에서 비단상에 건넨 보증이었다. 물건을 인계하면 나중에 다툼이 생겨도 손해를 물겠다는 내용이었다.“관청 명령은 아니네요.”“낭중께서 직접 내신 겁니다.”“판결이 났냐고 물었어요.”사내가 종이를 빼앗듯 가져갔다.명산이 짐문으로 들어왔다. 아완을 뒤로 보내고 혜진 손부터 보았다. 손바닥 가운데가 벗겨져 있었다.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혜진은 남편의 소매를 잡았다. 명산이 한 번 길게 숨을 내쉬더니 수레 앞으로 걸어갔다. 양손으로 수레채를 움켜쥐었다.“이거 안 갑니다.”“비키시오.”“값도 못 받았소. 안 가.”비단상 주인이 발을 굴렀다.“이 사람들아, 내 마당에서 왜들 이래!”소의가 그쪽으로 돌아섰다.“주문하신 물건이 없어지면 다음 달 손님께 뭘 내드릴 건데요?”“현씨에서 물어준다니까.”“천도 물어준답니까? 같은 빛깔로 다시 물들이는 데 며칠 걸리는지는 아세요?”주인이 혜진을 보았다. 그녀가 손을 치마에 누르고 대답했다.“말리는 날까지 열흘은 줘야 해요. 비가 오면 더 걸리고요.”앞가게 쪽에서 점원이 고개를 내밀었다.“주인어른, 내일 가져가신다는 손님이—”“지금 말고!”사내가 그 틈에 일꾼을 밀었다.“싣기나 해. 한두 필 장사도 아니면서.”밀린 일꾼의 등이 장대에 부딪쳤다. 걸쳐놓은 젖은 천이 주르륵 쏟아졌다. 아완이 아래로 뛰어들자 혜진이 아이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냥 둬!”천 끝이 물통 속으로 처박혔다. 탁한 물이 넘쳐 소의의
Last Updated : 2026-10-03 Read more